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3.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9.5.



두바퀴로 천등산을 넘는다. 시골에서도 숲길을 걷거나 달리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에는 숲길이 없다시피 하기에 걷거나 달리기 어렵다. 들숲바다를 곁에 두어도 미닫이(창문)를 꽁꽁 틀어막으면 덧없다. 먼발치 풀꽃나무를 찾아다니기만 할 적에는 보금자리가 사납다. 시골은 스스로 풀빛을 등지고, 서울은 스스로 죽음터에 갇히는 얼거리이다. 오늘은 포두중학교 1학년 푸른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꽃 열여섯 꼭지를 적어서 건넨다. 스스로 노래(시)를 쓰는 일도, 노래를 배우는 일도 없구나. ‘진로·직업’하고 ‘특기·적성’에 따라 ‘돈벌이’만 찾아 주어야 할까? 마음이 홀쭉하거나 가난한 채 몸뚱이만 자라면 어떤 삶일까?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를 읽었다. 잘 쓴 글을 담았는데, 우리는 ‘관행농’도 ‘유기농’도 할 까닭이 없다. 왜 그럴까? 우리는 ‘짓기’를 할 노릇이다. ‘만들기’는 멈출 일이다. 살림짓기란, ‘밥살림·옷살림·집살림’뿐 아니라 ‘마음살림·마을살림·서로살림’이고, ‘사랑짓기’로 흐른다. ‘만들기’는 때려세우고 올려세울 뿐이며, 똑같은 틀로 짜맞춘다. ‘지음이’는 풀죽임물(농약)을 안 쓰고, 안 꾸민다. ‘만들기’는 스스로 죽이고 서로서로 치고받으면서 겨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8.


《酒幕에서》

 천상병 글, 민음사, 1979.5.5.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뜬다. 두 시부터 짐을 꾸려야 느긋한데, 바쁘다. 먼저 몸부터 샘물로 씻고 천천히 머리를 감는다. 하룻길을 그린다. 늦잠이었다면 몸을 그만큼 쉬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럭저럭 집안일을 추스르고 글일을 갈무리한다. 07시 버스로 읍내로 간다. 08시 30분 서울버스를 기다리는데, 읍내 맞이칸은 담배냄새가 넘친다. 안도 밖도 똑같다. 어질거리는 머리를 달래면서 ‘하늘빛을 품자’고 생각한다. 시외버스를 타고서 노래를 쓴다. 이제 사라진 숱한 책집을 그리면서 여러 꼭지를 쓰고, ‘노인·음악·시·질서’라는 낱말로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노래를 쓴다. 서울에 닿는다. 무릎셈틀을 펼 만한 자리를 찾는다. 글일을 살짝 맺고서 인천으로 건너간다. ‘아트스테이 1930’이 얼마나 허울스러운지 다시 느끼고는 〈아벨서점〉에 깃들어 ‘우리말 수다꽃’을 여민다. 밤에 ‘민음시선’ 몇 가지를 읽는다. 《酒幕에서》를 돌아본다. 한자를 넣어 멋을 부렸으나 “술집에서”란 소리이다. 내로라하는 글바치(시인·평론가·작가·기자)는 ‘질펀술짓’을 오래오래 일삼았다. 지난날 임금과 나리도 똑같다. ‘알맞게 서로 마음을 나누는 한모금’은 어디 있을까? 밥 한 그릇에 글 한 줄을 사랑으로 나누는 어른은 누구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7.


《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

 김혜원 글, 탐프레스, 2023.6.1.



풀죽임물을 23시에 뿌리고 00시에 뿌리더니, 01시 30분에도 뿌리네. 02시 즈음 드디어 시끌소리가 잦아든다. 풀노래를 고요히 듣는다. 풀벌레가 들려주는 숨결을 맞아들이면서 마음을 달랜다. 풀노래를 잊기에 풀빛을 등지고, 풀숨을 멀리하기에, 풀꽃나무를 잃는다. 낮에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금연’이라 적힌 곳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꼬나무는 고흥 할배·아재를 본다. ‘전북 잼버리 뒷짓’이란 무엇일까? 나란히 맞물려 뒹구는 수렁이라고 느낀다. 전북도청도 고흥군청도 전남도청도 광주시청도 통째로 ‘사슬터(감옥)’로 돌릴 일이지 싶다. 푸른지붕(청와대)도 덤으로 사슬터로 돌릴 노릇이다. 《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를 읽었다. 흔히들 ‘대구 경상도 사내’만 꼴통인 듯 여기는데, ‘광주 전라도 사내’도 만만찮게 꼴통이다. 가만히 보면, 경상도 사내는 ‘예전 사람들처럼 꼴통질을 하지 않’는 길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쓴다. 전라도 사내는 예나 이제나 비슷하게 꼴통질을 이으면서 돌라먹기를 한다. 다만, 어디에나 꼴통은 꼴통스레 있다. 어디에나 참사내는 참하게 있다. 얼척없는 꼴통도 아직 많을 테지만, 눈밝고 사랑을 싹틔우려는 아름돌이에 사랑돌이도 차근차근 늘어난다. 서두르지 말고 참동무를 만나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6.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2.



일산 할머니가 큰아이한테 옷꾸러미를 보내 주신다. 이웃한테서 얻은 옷이라 하는데, ‘솜(면)’이 아닌 ‘폴리’가 가득하다. 큰아이는 할머니가 보내준 마음은 고마워도 이 옷을 못 입겠다고 얘기한다. 지난 열여섯 해에 걸쳐 일산 할머니랑 음성 할머니한테 ‘폴리 옷’은 안 입는다고 여쭈었으나, 하나도 모르신다. 샘물에 한참 담갔다가 비누질을 해놓고 또 담갔다가 헹구어도 냄새는 안 빠진다. 이레쯤 해바람에 말려도 냄새가 가시지 않으면 치워야겠다.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를 곰곰이 되새긴다. ‘채식’을 말하는 분이 많다만, ‘풀밥’을 말하는 분은 드물다. 우리말 ‘풀’을 모르는 탓도 클 테고, “풀을 먹는다”라는 생각을 아예 못 하더라. 밥을 먹으니 ‘-밥’이다. ‘육식’이 아닌 ‘고기밥’이다. ‘잡식’이 아닌 ‘먹보·먹깨비’나 ‘게걸밥’이다. 더 헤아려 보자. 김치는 풀밥인가? 김치가 몸에 안 받는 사람은 어찌할까? 밀이나 쌀을 먹으면 풀밥인가? 밀이나 쌀이 몸에 안 받는 사람은 어떡할까? 풀죽임물을 잔뜩 치는 논밭짓기라든지, 비닐집에서 키우는 남새는 무엇일까? 풀을 먹느냐 마느냐도 대수롭겠지만, ‘스스로’ 일구는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거둔’ 것을 ‘사는지 마는지’부터 쳐다볼 일이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5.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히라이 미쓰코 글/윤수정 옮김, 생각비행, 2020.3.25.



우리 집 작은 초피나무에 빈 고치랑 푸른 고치가 있다. 범나비가 깨어난 자국에, 머잖아 날개돋이를 하려고 꿈길로 접어든 모습이다. 아침 일찍 집안일을 마치고서 11시 버스로 읍내로 나간다. 오늘 펴는 노래꽃수다(시창작수업)를 꾸리려고 마음을 추스른다. 나무그늘에서 쉬다가 일어나서 걷는데 매미가 문득 팔뚝에 내려앉는다. 여섯 발로 팔뚝을 가볍게 잡은 매미하고 눈이 마주친다. “넌 언제 태어났니? 오늘? 어제? 나무뿌리 곁에서 살다가 나무줄기를 타고서 햇볕을 쬐니 어때?” 17시가 넘어 이야기를 마치려니 함박비가 갑자기 온다. 멋지다. 시원하다. 18시 30번 버스를 탈 즈음에는 비가 그친다. 밤새 풀벌레노래를 누린다.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를 새록새록 읽었다. 두 나라 앞길이 새롭게 빛나기를 바라면서 온마음을 다하는 이웃사람이 있구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 같은 할머니이되,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꽃할머니로 새숨을 폈고, 늘 우리 곁에 있는 어른이다. 우두머리에 힘꾼에 글바치만 순이돌이를 짓밟지 않았다. 휩쓸리고 휘둘리면서 총칼을 손에 쥔 싸울아비 노릇을 하던 숱한 사람들도 스스로 짓밟고 이웃을 들볶았다. 함께 어제씻이를 할 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