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


《자유인이 되기 위하여 3》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글/안정효 옮김, 청하, 1982.11.20.첫/1991.1.25.2판



옆집에서 아침부터 풀죽임물을 우리 집 뒤꼍 쪽으로 자꾸 뿌린다. 햇볕이 쨍쨍하고 바람이 자는 날, 왜 함부로 풀죽임물을 뿌리나 하고 지켜보다가 “하늘이여, 그저 빗물로 정갈히 씻어 주소서.” 하고 혼잣말을 한다. 구름 한 조각 없는 새파란 하늘에 이 말을 읊고서 빨래를 한다. 후끈후끈 첫가을볕을 받으며 땀을 쏟는다. 가볍게 읍내 저잣마실을 다녀오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일찍 누웠다. 져녁 일곱 시 즈음, 어쩐지 마당에 빗물 듣는 듯한 소리가 난다. 비가 오는구나. 비님이 오시는구나. 풀벌레는 풀밭이며 우리 집 처마에서 노래를 하고, 빗소리가 밤새 적신다. 《자유인이 되기 위하여 3》을 읽었다. 얼추 서른 해 앞서 읽은 책이다. 가만히 되읽으면서 이제 크리슈나무르티 책은 더 읽을 일이 없겠다고 느낀다. 예전에 나온 이녁 책을 보기로 삼아 몇 자락을 헌책집에서 장만할 수는 있어도, 글빛이 영 안 밝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이이는 왜 스스로 글빛을 안 밝혔을까? 마침 오늘 뜬 ‘신학림’이란 글바치(기자)를 맞대어 본다. 뒷돈으로 받은 ‘1억 6500만 원’이 뒷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책을 2021년에 팔았다면서 어떻게 여태 낛(세금)을 안 냈을까? 홀가분하게(자유) 살려면 돈이 아닌 숲을 바라보고 품을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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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0.


《파리아의 미소》

 비람마·조시안·장 뤽 라신느 이야기/박정석 옮김, 달팽이, 2004.12.15.



아침에 보수동 책골목 한켠을 걷는다. 예전에 대면 확 줄어든 보수동이지만, 오늘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책빛을 품는 책집지기님은 많다. 그래서 한나절이란 틈이면 딱 한두 곳만 헤아려서 찾아갈밖에 없다. 느슨이 오래오래 누리려면, 하루에 열이나 스무 책집을 돌기보다는, 하루에 두어 책집을 다니면서 열 몇 해에 걸쳐 모든 보수동 책집을 다 들르는 길로 갈 적에 즐겁다. 우리나라 모든 마을책집을 찾아가려는 꿈이 있되 서두르지는 않는다. 첫걸음이 끝걸음이지 않도록 틈틈이 새걸음을 하려고 생각하되, 길삯이나 책값이 후줄근하면 오래오래 기다린다. 몸이 못 가도 눈으로는 누리글을 엿보면서 만난다. 낮에 〈비온후〉로 건너가서 ‘유미리·쿄노부코’라는 두 ‘일본한겨레(자이니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분 글삶과 살림빛을 노래로도 여미었기에, 천천히 읽고서 풀이한다. 《파리아의 미소》를 곱씹는다. 다시 나오기 어려운 책일는지 모른다. 글을 모르지만 말로 삶을 들려주던 아주머니 이야기는 어제·오늘·모레를 잇는 어진 넋에 밝은 마음을 일깨운다고 여길 만하다. 사람이란,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며 숲빛으로 푸르기에 아름답다.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를 이을 줄 아는 마음으로 만나기에 숲을 품으면서 노래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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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9.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

 요시모토 다카아키 글/송서휘 옮김, 서해문집, 2015.7.31.



셈틀맡에 앉아 여미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이 있고, 붓을 쥐고 종이에 글을 적는 노래꽃(시·동시)에 하루꽃(일기)이 있다. “글로 이루는 길”을 ‘꽃’으로 나타내 본다. ‘밝꽃(←과학)’이라든지 ‘길꽃(←철학·눈꽃)’처럼 엮기도 한다. 이런 이름은 숲노래 씨 그대나 쓸 뿐, 다른 사람은 못 쓰지 않느냐는 타박을 들으면 빙그레 웃는다. “한꺼번에 모든 이웃이 다 바꿔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저부터 우리 삶과 살림을 사랑이란 눈으로 숲빛을 얹어서 새롭게 지을 뿐이에요. 그러니 오늘 이 말을 여미었지만, 이튿날에는 새롭게 손보고, 이다음에는 더 배우는 대로 또 추스릅니다.” 하고 대꾸한다. 부산 명지 〈오래서점〉에 찾아간다. 망미 〈비온후〉로 건너가서 ‘노래쓰기 + 노래손질(시창작 + 문장교정)’을 함께한다. 밤에 이르러 긴 하루를 쉰다. 별노래도 풀노래도 없는 부산이다.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를 돌아본다. 푸름이한테 다섯 갈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뜻은 안 나쁘다고 본다만, 푸름이한테 들려줄 다섯 가지라면,  ‘나·우리’에 ‘사랑·숲’에 ‘사람·살림’에 ‘꿈·그림’에 ‘오늘·보금자리’를 고르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아쉽다. 겉(지식)으로 꾸민, 삶도 살림도 아닌, 허울(사회의식)일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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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8.


《물고기가 왜?》

 김준 글·이장미 그림, 웃는돌고래, 2016.2.25.



개오동나무꽃 곁에 석류꽃이 핀다. 마을 곳곳에서는 밤꽃이 피어 밤꽃내음이 퍼진다. 초롱초롱 별밤을 누리는 하루이다. 요즈막은 별내가 하얗게 퍼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그윽하고 아늑하다. 두바퀴를 달려서 낫하고 호미를 두 자루씩 장만한다. 나래터(우체국)로 가서 조선낫·호미를 부산 이웃님한테 부친다. 한 자루만 부치려다가, 둘씩 짝을 맺는 쪽이 나으리라 여겼다. 숲노래 씨는 낫이나 호미를 어디에서 얼마를 치러서 사는 줄 알지만, 요새는 낫이나 호미를 어디에서 파는지 아예 모르는 분이 훨씬 많으리라. 낫을 장만하더라도 어떻게 숫돌로 가는가를 모르기도 하겠지. 《물고기가 왜?》를 일곱 해 앞서 읽고서 잊었다. 새삼스레 다시 읽다가 아이들이 이 책을 따분하다고 여긴 마음을 잘 알겠더라. 바다에서 살아가는 이웃을 ‘밥(먹을거리)’이 아닌 ‘바다이웃’인 ‘헤엄이’로 품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저 겉만 훑을 뿐이다. 들풀이며 나비이며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지 못 하면서 풀밥만 먹는다면, 바다이웃이나 빗방울이나 구름하고 마음으로 말을 못 섞으리라. ‘생물학·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다들 겉만 훑는다. ‘문학·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겉만 만진다. 참말로 ‘배움’이라면, ‘바라보는 받아들임’인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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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7.


《체벌 거부 선언》

 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다시 볕날. 읍내를 다녀오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시골버스에서 시끄럽게 장난치는 푸름이를 본다. 이들은 어버이·배움터 길잡이·마을사람한테서 얼뜬 말짓을 배운다. 다만, 모든 푸름이가 얼뜬 말짓을 배우지는 않는다. 적잖은 푸름이가 휩쓸리고 길들고 망가지는데, 망가지는 줄 스스로 모른다. 읍내 나무숲 곁으로 가서 다리를 쉬며 바람을 마신다. 저잣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탈바꿈·허물벗기’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탈을 바꾸거나 허물을 벗더라도 참사람으로 가지 않는다. 겉모습만 바꿀 뿐이니까. 날개돋이를 할 노릇이요, 오직 사랑이란 마음으로 볼 일이다. 《체벌 거부 선언》을 읽었다. 처음 나올 무렵에는 책집에서 읽다가 내려놓았고, 올봄에 다시 보이기에 장만했는데, ‘거부 선언’으로는 하나도 못 바꾼다. 말로는 외치지 말고, 집에서 스스로 아이들하고 바꾸어 가면 된다. 책에 글을 실은 분들 가운데 집에서 아늑살림을 일구는 분이 있을까? 스스로 일구는 포근살림을 글로 쓴 분은 하나도 없다. 다들 ‘탓’을 한다. 나라·틀거리(제도)·수렁(입시지옥) 탓을 할 만하되, ‘밉놈(적군)’을 갈라서 깎음말을 일삼는 길이라면, 새길 아닌 ‘길든 굴레’일 뿐이다. 매를 치워도 사랑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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