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4.


《악마 루시아와 천사 아차》

 베티나 괴쉴·클라우스 페터 볼프 글, 아멜리에 글린케 그림/이미화 옮김, 지양사, 2007.9.15.



임옥상이란 분이 엉큼짓(성추행)을 저질렀으나 터럭만큼도 안 뉘우칠 뿐 아니라, 둘레에서 오냐오냐 해주는 꼴을 지켜본다. 얼척없구나. ‘임옥상 성추행’은 그동안 ‘민중미술 업적’을 이루었다는 힘(위계질서)을 내세워 일삼은 얼나간 멍청짓이다. 우리가 왜 서정주나 이광수나 이인직 같은 이들을 배움책(교과서)에서 도려냈겠는가? 왜 이들 말썽거리를 배움책에 새겨넣었겠는가? 그러나 고은은 멀쩡히 다시 책을 내고, 신경숙도 슬그머니 다시 책을 내더라. 그들부터 스스로 창피한 줄 모르고, 그들을 치켜세우는 우리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글판에서 고은·신경숙·정호승을 내쫓지 않는 손으로 어떻게 조갑제·이문열·용선생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우리 스스로 창피한 얼뜨기이니, 백선엽이 다시 날뛰려 하고, 홍범도를 갉아먹으려는 모지리가 불거진다. ‘김만배 9억 뒷돈’을 받은 〈한겨레〉도, ‘신학림 뒷돈 1억 6500만 원’이 얽힌 〈뉴스타파〉도 도무지 넋을 차릴 줄 모른다. 《악마 루시아와 천사 아차》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겉모습이나 목소리만으로 ‘참길’이라 여길 수 없다. 삶을 보아야 참길인지 살필 수 있다. 무늬만 ‘진보·민중·민주·좌파·정의’라 읊는 모든 고린내를 씻어낼 때라야 바른붓이 서게 마련이다.


ㅅㄴㄹ


#AchatEngelReisenOhneGepaeck

#KlausPeterWolf #BettinaGoeschl #AmelieGlie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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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3.


《獄中記·高原의 사랑》

 루이제 린저 글/김문숙·홍경호 옮김, 범우사, 1975.9.25.



밤새 비가 시원히 내린다. 이른아침에 넷이서 짐을 꾸려 집을 나설 즈음 비가 그친다. 천천히 개는 하늘을 보며 이웃마을로 걷는다. 읍내에 닿아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는 넷은 곯아떨어진다. 서울에서는 전철로 갈아타고 일산으로 간다. 길손집에 짐을 풀고서 한동안 등허리를 펴다가 할아버지한테 간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는 ‘두려움 + 미움 + 부아’라는 세 가지를 버무린 투정꾼이 되었다. 내 몸이 괴롭기에 왈칵거릴 수 있고, 내 몸이 아프기에 이웃을 헤아릴 수 있다. 몸을 내려놓을 즈음에 이르렀기에 사랑을 새롭게 배울 수 있고, 몸을 안 내려놓고 싶어서 둘레에 악다구니를 쓸 수 있다. 《獄中記·高原의 사랑》을 새삼스레 되읽는다. 요새는 되읽는 책이 많다. 어쩐지 요새 새책은 스스로 삶빛을 차분히 가누어 새길을 여는 씨앗으로 삼을 이야기하고는 먼 듯싶다. ‘팔릴 만한 책’을 써서 내놓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나누려는 사랑을 책으로 담아’서 어깨동무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글멋이나 글치레가 아닌, 살림빛에 사랑씨앗을 마음에 심는 길을 저마다 살피고 찾아나서면서 하루를 노래하는 이야기를 글쓰기로 이으면 아름답겠지. 사랑을 마음에 안 품기에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불붙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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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9.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글/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아침에 벼락비가 쏟아진다. 빗소리를 듣는다. 이 빗소리에 잠긴 시골을 돌아본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들려주는 수다를 듣는다. 빗줄기가 잦아들면 어느새 쩌렁쩌렁 퍼지는 풀벌레 노랫가락을 듣는다. 오락가락하는 비구름은 곧 갠다.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면서 노래(시)를 판에 옮겨적는다. 포두중학교 길잡이 이웃님한테 드릴 노래판을 열아홉 자락 마련한다. 이튿날 두바퀴를 달리자고 생각한다. 끝여름 개구리 노랫자락이 어우러진다. 그래, 제비는 어느새 바다를 가로질러 더 따뜻한 고장으로 찾아가는 철이다. 이곳에는 선선하게 덮는 바람이 감싼다. 《식물기》를 곱씹어 본다. 나쁘지는 않으나 여러모로 아쉽다. 풀 한 포기랑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함께 살림을 짓는지 마음으로 지켜본다면 글을 확 다르게 쓰리라 본다. 풀벌레 한 마리랑 새 한 마리가 어떻게 나란히 삶을 일구는지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글은 그야말로 아주 다르리라 본다. 싸움(약육강식)이라는 틀로는 풀꽃나무도 들숲바다도 겉으로만 훑겠지. 사랑이라는 눈빛이기에 사람도 뭇숨결도 포근하면서 알뜰살뜰 보듬는 손길로 거듭날 만하다. 설거지도, 두바퀴도, 거닐기도, 아이돌봄도, 글쓰기도, 말하기도, 노래(시)도, 힘을 빼고 사랑씨를 심을 적에 즐거이 자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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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30.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

 히카쓰 도모미 글·그림/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8.10.31.



네 사람 길쪽(버스표)을 끊는다. 길손채 미리맡기를 한다. 두 가지 볼일을 마치고서 읍내 한켠에서 숨을 돌린다. 시골에서 집살림에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자니, 어느 모로 보면 몸뚱이 하나로 모자란 듯싶으나, 곰곰이 보면 숱한 일거리를 맡는 터라 모든 말글을 차근차근 되새기면서 갈무리하는 수수께끼를 즐겁게 열곤 한다. 하루 내내 비가 오락가락한다. 빗물이 그득하고 도랑물이 기운차게 흐른다. 밤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철눈으로는 이미 가을로 접어들었다.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를 읽었다. 재미나게 엮은 그림책이라고 느낀다. 이웃나라에서는 그림책으로 풀어낼 이야기를 이렇게 한결 느슨하면서 포근하게 여미는 실마리를 한 올씩 노래하는구나. 서울살이(도시생활)를 푸르게 돌아보고, 시골살이를 풀죽임물·비닐·죽음거름·흙수레 없이 일구는 마음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환하게 마음꽃을 틔우고 사랑잎을 펴면서 살림열매를 누리리라 본다.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짜야 글이나 책이 되지 않는다.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심어서 가꾸는 살림빛 한 자락이면 넉넉하다. 아이들은 어른 곁에서 소꿉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아이 곁에서 보금자리를 짓는 하루라면, 모든 마을은 푸른별로 피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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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31.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글, 아르테, 2019.6.28.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하루이다. 집안을 추스르면서 누리는 하루이다.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나는 새파란 하늘빛을 본다. 다시 구름이 모이면서 얼룩덜룩 물드는 온갖 무늬를 본다. 새로 장만한 옷가지를 신나게 빨래한다. 새옷은 빨래비누로 두벌씩 빨고 헹군 뒤에, 잿물에 담가서 한벌 더 빨고 헹군다. 이러고 며칠쯤 해바람을 쏘인다. 우리 집 세 사람 몫으로 긴옷 열두 자락에 깡똥바지 석 자락을 빨래해서 널자니 등허리가 결리지만 개운하다. 지난날 두 아이 천기저귀에 이불에 포대기에 갖은 빨래살림을 돌아보면, 이만 한 빨래는 매우 가볍다. 해질녘에는 풀노래가 그윽히 퍼진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를 읽었다. 집돌이라는 이름으로 곁님을 사랑으로 품으려는 마음은 반갑고 따사롭되, 어쩐지 목소리가 너무 앞서가는구나 싶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꾸리는 분은 다들 알 텐데, 글 한 자락 쓸 겨를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그래도 가까스로 잠을 쫓으며 글 몇 줄을 쓰는 뜻이라면, 우리가 새롭게 일굴 앞길이란, 보금자리에서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숲빛으로 푸르게 밝히려는 꿈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목소리를 글에 얹기보다는, 스스로 맡고 누리고 즐긴 집안일을 수수하게 적으면 된다. 돌봄글(육아일기)을 쓰시기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덧.

숲노래 씨는 스무 살이던 무렵부터

서른 해째 손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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