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4.


《바다 생물 콘서트》

 프라우케 바구쉐 글/배진아 옮김, 흐름출판, 2021.7.15.



낫을 쥐어 풀을 긋다가 째째째째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새끼 제비를 이끌며 하늘을 가르는 어미 제비가 훅 지나간다. 얼추 일고여덟 마리 같다. 낮에 읍내로 저잣마실을 하며 수박을 장만한다. 두 아이가 마중을 나와 짐을 받는다. 이동안 제비 여덟 마리가 우리 집 앞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노래했단다. 별이 가득한 밤이다. 개구리가 노래하는 밤이다. 《바다 생물 콘서트》를 읽었는데 어쩐지 살갗으로 와닿지 않는다. 바닷가에서 살며 바다빛을 늘 품는 사람들 스스로 바다숨결을 글로 옮기면 얼마나 눈부실까? 그런데 한글로 나온 책을 보면, 하나같이 바다빛하고도 흙빛하고도 바람빛하고도 풀빛하고도 멀다. 풀잎이나 나뭇잎을 보면서 ‘풀빛·잎빛’이라 말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 “바다를 노래한다”처럼 말을 하지 못 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읽을 수 있을까? ‘바다노래’처럼 단출히 말을 여미지 못 하는 눈길로 이웃한테 다가서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 수 있을까? ‘말잔치’가 지나치다. ‘말살림’이 사그라든다. 우리 스스로 갯벌에 무슨 짓을 했는지 돌아보자. 전남 고흥 갯벌은 그야말로 ‘꿀밭(굴 + 밭)’이었다지만, 다 말아먹었다. 새만금 꼴을 보라. ‘꿀(굴)’을 버린 이들이 저지른 ‘꼴(골)’이란 아주 볼썽사납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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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3.


《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글, 새움, 2020.9.22.



어제도 오늘도 빨래를 말리기에 어울리는 하루이다. 다만, 올해 여름볕을 지난해나 지지난해에 대면 보송보송 마르기까지 오래 걸린다. 올해는 볕이 넉넉하게 들되 후끈후끈 말리지는 않는다. 빨래를 해서 널며 생각한다. 갈수록 해바라기를 안 하는 사람들이 늘기에, 햇볕이 바뀌는 결을 모르는 이웃이 늘어나겠지. 옷도 몸도 햇볕을 먹이지 않는 사람들이 부쩍 느니까, 말과 삶이 다른 몸짓도 으레 볼 테지. 《환상의 동네서점》을 장만해 놓고서 이태 만에 읽었고, 느낌글도 느슨히 썼다. ‘환상의’는 일본말씨이다. 무늬만 한글이다. 우리가 책을 읽거나 마을책집으로 책마실을 다닐 적에는 ‘무늬만 책’이 아닌 ‘속으로 빛나는 마음을 담은 말을 옮긴 글’을 읽으려는 뜻이리라. 글 한 줄에 어떤 삶을 담을까? 글 한 줄로 어떤 살림을 나눌까? 저마다 ‘보금자리라는 이름인 집안’을 어질게 사랑으로 돌보는 밑힘을 글 한 줄로 배우고 말 한 마디로 펼 적에 아름다우리라 본다. “즐거운 마을책집”에 “꿈같은 마을책숲”에 “꽃다운 마을책밭”에서 삶을 얘기하고 살림을 노래하고 사랑을 아로새길 수 있기를 빈다. 허울을 버려야 빛난다. 해를 보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맞아들일 적에 누구나 스스로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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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2.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행복한 장애인

 김혜온 글·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2020.12.12.



등허리를 펴면서 쉰다. 누워서 바람빛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과 새와 여름잎이 들려주는 소리를 맞아들인다. 마당으로 나간다. 여름해를 듬뿍 쬐면서 ‘길나무(가로수)’ 이야기를 적어 본다. 어릴 적 나무는 길나무에 마당나무였다. 인천 도화동하고 주안동 곳곳에 있던 길나무를 보았고, 어린배움터에 들어간 1982년부터 배움나무를 보았다. 조금씩 크는 사이에 여러 나무를 보았다. 어머니 시골집인 당진에서 멧숲을 마주하면서 숲나무를 알았고, 스무 살에 싸움터(군대)에 들어가면서 강원도 양구에서 빽빽한 숲나무를 맞이했다. 이오덕 어른 글자락을 갈무리하면서 무너미마을 멧나무를 보았고, 이제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니 이 고장 나무에 ‘우리 집 나무’를 본다. 이 여러 나무를 돌아보면서 ‘길나무’란 어떤 숨빛인가 하고 되새긴다.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행복한 장애인》을 읽었다. 뜻깊은 줄거리를 다루었는데, ‘삶·살림’을 바라보고 ‘시골’을 아우르면 한결 나으리라 본다. ‘장애인 이동권’은 하나부터 열까지 서울(도시) 일이다. 시골에는 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푸름이 이동권’조차 없다시피 하다. 시골 할매는 걷기도 벅찬데 시골버스는 턱이 오지게 높다. 서울만 바꾸어서는 아무도 ‘즐거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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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1.


《편지, 김남주 연서》

 김남주 글, 이룸, 1999.2.3.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다. 짐을 꾸려 일어날 즈음에는 비가 멎는다. 전철나루로 걸어가는데 꽤 멀다. 놓치고 헤매느라 12시 시외버스를 코앞에서 못 탄다. 13시 30분에 순천으로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부산뿐 아니라 대구도 광주도 인천도 서울도 사람밭이다. 부천도 순천도 강릉도 원주도 사람밭이다. 풀밭과 꽃밭과 나무밭을 이루면서 바람밭과 노래밭을 이루는 터전으로 거듭나는 길은 어디일까. 1999년에 새옷을 입은 《편지, 김남주 연서》를 들춘다. 어느덧 오랜 이야기로 남은 글자락이다. 1989년에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로 나온 꾸러미인데, 앞으로 다시 나오기는 어렵겠지. 멧골을 같이 넘고, 냇물을 함께 건너면서, 천천히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사랑빛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글자락이다. 1989년과 1999년과 2023년은 참으로 다르다. 이 나날을 가로지른 사람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그리면서 걸어왔다고 여길 만하고, ‘앞으로 새롭게 지을 꿈’을 품으면서 살아왔다고 여길 만하다. ‘같이’란, ‘고요히 곱게 곰곰이’ 가는 몸짓이다. ‘함께’란, ‘하늘빛으로 크게(하게) 하나로’ 가는 몸차림이다. ‘사랑’이란, 사람으로서 사이에 숲빛을 머금으면서 마주하는 몸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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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5.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글·그림, 열매하나, 2023.6.22.



길잡이(강사)로 일하려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나절(4시간) 들어야 한단다. 글자락(서류)을 얼른 내야 한다고 여쭙는 곳이 있기에 한밤에 누리집에 들어가서 듣는다. 그런데 이 ‘예방교육’은 ‘회사원’한테 맞춘 풀그림일 뿐, 어린이·푸름이를 마주하는 길잡이하고는 도무지 안 어울리는 줄거리이다. ‘얼뜬 엉큼짓’이 아닌 ‘어질며 푸른 사랑’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줄거리조차 없다. 이 법이 어떻고 저 법이 어떠하며 보기(판례)로 무엇이 있다는 줄거리가 퍽 길다. 서울에서 타는 전철은 ‘여객열차에서 금지행위’라는 이름인 풀그림을 내내 틀어놓고 곳곳에 붙여놓는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하지 마!’로 가득하다. 어린이는 뛰놀 자리가 없고, 푸름이는 수다를 떨 빈터가 없다. 어른으로서도 다리를 쉬면서 하루를 돌아볼 걸상이 드물다. 고흥으로 돌아가기 앞서 곁님 동생하고 촛불보기를 한다. 우리가 마음에서 씻어내면서 담아낼 꿈이 무엇인가 하고 되새긴다. 《나무 마음 나무》는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눈·귀·마음·몸을 나무 곁에서 쉬고픈 뜻을 여러모로 그려낸 꾸러미일 텐데, 자꾸 목소리부터 얹으려 하는구나. 그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여겨듣고, 더 듣고 더 맞아들이고서 붓을 쥐지 못 했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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