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3.


《구르는 남매 2》

 츠부미 모리 글·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3.7.25.



이른아침에 죽음바람(소독약)이 날린다. 늦은낮에 또 죽음바람이 날린다. 죽은바람이 날릴 적에는 미닫이를 한동안 닫는다. 이 죽음빛이 스쳐 지나가면 다시 미닫이를 연다.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집안일을 여민다. 하늘을 보고, 풀을 보고, 나무를 보고, 새를 보고, 풀벌레를 들여다보고, 나비가 날 적에 마당에 서서 팔을 뻗고, 구름을 지켜보고, 곧 비가 새로 내리겠구나 하고 느끼고,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바라보고, 별이 돋으려나 하고 바라본다. 《구르는 남매 2》을 읽었다. 잘 빚었다. 그림꽃(만화)이건 그림책이건 글이건 빛꽃(사진)이건, 이렇게 줄거리를 여미면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 남다르거나 튀거나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한 줄거리를 찾아헤맬 까닭이 없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고, 우리 품에서 싹튼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할 줄 알면 이야기는 언제나 샘솟는다. 우리가 스스로 안 사랑하니까 이야기를 못 볼 뿐 아니라, 스스로 곪는다. 다 다른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달라서 삶도 다르고 이야기도 다르다. 그저 ‘나로서 나답게 나보기’를 하는 마음이라면 어느새 사랑이 싹트고, 이 사랑은 ‘너로서 너답게 너보기’를 하는 동무랑 이웃을 알아차리는 눈빛으로 번진다. 눈을 뜨면 된다. 눈을 뜨니 꽃눈이 튼다.


#森つぶみ #?がる姉弟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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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2.


《공감 낭독자》

 북텔러리스트 엮음, 샨티, 2022.11.30.



인천 미추홀구에서 내는 마을새뜸 〈나이스미추〉가 있다. 여기에 우리말 이야기를 한 꼭지 보내었더니 ‘길이를 쳐’ 달라고 한다. ‘원고지 10장’으로 쓰면 된다기에 이 길이에 맞추었는데 다시 ‘A4 종이 한 쪽’을 얘기한다. 어이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글길이를 ‘원고지’로 잡아야 서로 안 헷갈린다. 참 짜증스러운 사람들이지만, 시골버스를 타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불길을 삭이면서 ‘책임’이란 한자말을 놓고서 노래를 한 자락 쓴다. 집으로 와서 집안일을 조금 하고서 글을 아예 새로 써서 보낸다. 오늘 이른아침에도 제비떼를 보았지만 한낮이 가깝자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참말로 바람을 타고 떠났으려나. 더 머물려나. 《공감 낭독자》를 읽었다. 우리말 ‘읽다·읊다’를 싫어하는 마음이라면 ‘한마음·한뜻(공감)’을 어떻게 이루려는 셈일까? 읽고 이으면서 이곳에 있으려 하기에 ‘익’는다. 제발, 말을 소리로만 읊지 말고, 뜻으로 새기기를 빈다. 목소리만 내지 말고 ‘마음소리’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저녁빛이 저물 즈음 작은아이가 “어, 반딧불이다! 아, 넘어갔다!” 하고 외친다. 마당으로 내려선다. 우리 집 마당을 빙그르르 돌더니 초피나무에 앉는다. 올해 반딧불이를 비로소 만난다.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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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1.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박용만 글, 마음산책, 2021.2.20.



두바퀴로 면사무소를 다녀온다. 제비떼는 아직 있다. 가만히 제비떼를 올려다본다. 올해에는 퍽 오래 머무는구나. 제비떼가 바다를 건너갔어도 한참 앞서 건너갔어야 할 노릇인데. 벼베는 흙수레(능기계)로 시끄럽다. 들에는 사람이 없다. 봄논에도 들에는 사람이 없다. 벼심는 흙수레가 시끄러울 뿐이다. 요새는 여름에도 들에 사람이 없다. 여름들에는 풀죽임물을 뿌리는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다닐 뿐이다. 이제 우리가 먹는 쌀알은 사람 발걸음을 들을 일이 없다. 흙수레가 무시무시하게 내는 시끄러운 소리만 듣고서 자란다. 예전처럼 새나 벌나비나 거미나 풀벌레나 개구리가 함께 이웃으로 지내는 들도 사라진다. 그저 쭉쭉 뻗고 열매만 내야 하는 논밭이다. 배움터(학교)도 나라(정부)도 똑같다. 사람이 사라진다. 둘레를 보라. 이제 사람은 쓸모가 없는 듯싶다. 그러니 아기를 낳을 까닭이 없지 않나?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같이 놀면서, 아기한테서 사랑을 배울 겨를이 없는데, 왜 낳겠는가? 돈을 준대서 아기를 낳지 않는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읽었다. 첫머리는 꽤 읽을 만한데 1/3을 넘을 즈음부터 ‘같은 줄거리’를 되풀이한다. 엮은이가 글을 확 도려내어 단출하게 묶었다면 아주 달랐으리라. ‘그늘’ 얘기가 얼마 없기도 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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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0.


《고향에 계신 낙타께》

 김성민 글, 창비, 2021.1.15.



떠날 사람이 남길 글이 있다면, 떠날 사람한테 남길 글이 있다. 우리 집 무화과알을 훑는다. 바야흐로 사람도 누릴 날을 맞이한다. 보름 남짓 나비랑 새가 오롯이 누렸다. 나비랑 새랑 개미를 바라보면서 싱긋 웃는다. “얘들아, 너희가 보름 넘게 실컷 누렸으니, 오늘부터 사람도 하루에 한두 알쯤 누려도 될 테지? 같이 먹자.” 하늘빛은 파랗고, 밥내음이 퍼지는 들녘이다. 이삭이 처음 패는 새벽에 보드랍게 밥내음이 들에 내려앉는다면, 이삭이 처음 지는 저녁에 가만히 밥내음이 들에 깃들고, 천천히 여무는 나락에 따라 천천히 바뀌는 밥내음이다. 마침내 나락을 베어 들길에 고르게 펴서 말릴 적에는 뚝배기로 갓 지은 밥내음이 나고, 햇볕에 나락을 말리면서 슬슬 뒤집을 적에는 가마솥에 갓 지은 밥내음이 난다. 《고향에 계신 낙타께》를 읽었다. 말놀이하고 말장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말장난으로 더 기울었다. 놀이란, 노래를 가리키는 다른 삶빛이다. 장난이란, 재주를 부리려는 매무새를 가리키는 다른 허울이다. 장난을 치면, 장난꾸러기는 재미있을는지 모르나, 둘레에서는 재미없다.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부르면, 놀이순이·놀이돌이뿐 아니라, 둘레 누구나 즐거우면서 활짝 웃는다. 부디 말장난 아닌 말놀이를 바라보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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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9.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글, 포르체, 2020.12.2.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펴려고 읍내로 나갔는데, 읍내 곳곳에 걸린 ‘전국 그라운드 골프 대회’란 걸개천을 보고서 갸웃한다. 뭔가 했더니 ‘게이트볼’이란 말을 요새는 ‘그라운드 골프’로 바꿔서 쓴단다. 어처구니없어서 웃었다. 말장난을 하나? 아니, 생각이 없지. ‘골프’에 ‘그라운드’ 같은 영어를 끼워넣어야 뭔가 대단하거나 잘나 보이는 줄 여기는 얕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잔디밭에서 공을 톡톡 치는 놀이를 놓고서 우리말로 이름을 지을 줄 모르는 이 가난한 눈을 어찌 보아야 할까? 고흥군 한켠에서 ‘청소년 한마당’이라고 열렸다. 매우 시끄럽다. ‘한마당’이라고 하면 “잘난 노래꾼(가수)”을 서울(도시)에서 불러와서 시끌벅적 춤추고 노래하면 되는 줄 아는 듯싶다. 홍성에서 찾아온 하승수 님을 저녁나절에 만난다. 요즈막에는 ‘세금도둑’을 잡자는 목소리를 내신다고 한다. 저쪽 무리도 ‘세금도둑’일 테지만, ‘전라도’에도 ‘세금도둑’이 득실득실하다. 외곬눈이 아닌 두 눈을 똑똑히 뜨고서 바라보기를 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었다. 두 눈으로 바라보기보다 자꾸 외곬눈으로 기울면서 아쉽다. 그냥 ‘길(법)’을 말하면 된다. 어긋났다면, 이쪽도 저쪽도 똑같이 ‘도둑’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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