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8.


《드라마의 말들》

 오수경 글, 유유, 2022.7.4.



아침에 기운을 차려서 책숲으로 간다. 빗물을 치우고서 책짐을 갈무리한다. 아직 하늘을 가르는 제비를 만난다. 비는 천천히 멎는다. 해가 살며시 난다. 하늘빛을 헤아리다가 두바퀴를 달린다. 면소재지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온다. 《드라마의 말들》을 읽었다. 수다판(연속극)을 아예 안 보기에 수다판에서 어떤 말이 오가고, 어떤 삶을 다루는지 알 길이 없다. 삶은 어디에나 있으니 ‘수다판’뿐 아니라 ‘벼슬판(정치권)’이나 ‘돈판(경제계)’에서 흐르는 말도 책으로 묶을 만하다. 여러 공놀이(야구·축구·배구·농구)에서 흐르는 말도 책으로 여밀 수 있겠지. 새뜸(언론)을 보면 으레 벼슬판에 놀이판(연예계)에서 나오는 말이 가득하다. 책으로 안 나오는 말이라면, 첫째로 “어린이 말”이요, 둘째로 “푸름이 말”이요, 셋째로 “시골 말”이요, 넷째로 “들숲바다 말”이요, 다섯째로 “헌책집 말”을 꼽는다. 그리고 “우리말(한국말)”이 정작 책으로 거의 안 나온다. ‘-의 말들’이란 이름을 붙여 꾸러미가 나오지만, 책이름부터 일본말씨이다. 우리말은 ‘말들’처럼 안 쓰고 그냥 ‘말’이다. “(여러 사람이) 말들 참 많네”가 아니라면 ‘-들’을 안 붙여야 우리말씨인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는 글바치는 몇이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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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

《사과나무밭 달님》
 권정생 글·정승희 그림, 창비, 1978.12.25.첫/2014.6.18.고침2판 8벌


비가 그친 이틀. 오늘은 해가 난다. 햇빛에 햇볕을 느끼자마자 이불이며 살림을 마당에 내놓는다. 볕을 먹이고 먼지를 턴다. 늦은낮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들길을 가르며 구름춤을 느끼고 파랗게 물드는 하늘빛을 담는다. 수박 한 통을 짊어지고서 돌아온다. 《사과나무밭 달님》을 새삼스레 되읽었다. 1978년에 처음 나온 이 꾸러미를 2023년 어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만할까? 오늘날 어린이 가운데 몇이나 ‘능금밭 어버이’를 두었을까? 비닐로 씌운 밭이 아닌, 해바람비가 드는 밭에서 일하는 어버이 곁에서 함께 땀흘리는 어린이는 얼마나 있을까? 맨발로 흙을 디디면서 놀고, 맨손으로 나무를 타면서 노는 어린이는 이제 얼마나 될까? 숲노래 씨는 어릴 적에 배움터 나무를 동무들하고 타면서 놀았는데, 길잡이한테 걸리면 된통 얻어맞았다. 나무는 언제나 아이 곁에서 놀이동무요 마음동무인데, 나무타기를 해본 적이 없는 채 몸뚱이만 크는 아이들은 어떤 숨결이 흐를까? 어느새 웬만한 시골조차 별밤을 누리기 어렵고, 달밤조차 드물다. 별이 없는 밤이란,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지 않는 밤이란, 얼마나 차갑고 메마르고 사나운가? 이제부터 풀밭을 늘리고, 숲터를 되찾는 손길을 펴야지 싶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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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


《글쓰기 하하하》

 이오덕 글, 양철북, 2017.9.25.



비가 그친 하루. 구름이 짙다. 해가 나지는 않으나 눅지지 않다. 저녁에 이르러 ‘구름하루’를 돌아본다. ‘이레비’가 끝나고서 바로 ‘해날’로 돌아섰다면 대단히 눅지면서 끈적이듯 더웠으리라. 구름이 짙게 덮어 ‘눅지거나 끈적이는 기운이 안 스미도록 빗물을 천천히 말려서 부드럽고 시원한 날씨’로 보듬었다고 깨닫는다. 《글쓰기, 이 좋은 공부》(1986)는 《글쓰기 하하하》로 다시 태어났다. 책이름을 바꿀 수 있기는 하되, 어린이가 스스로 삶을 한 줄 두 줄 담아내는 길이 스스로 삶을 새롭게 읽으면서 가꾸는 숨결을 배울 수 있어서 아름답다는 줄거리인데, 뜬금없이 “글쓰기 하하하”로 바꾸면, 너무 아리송하다. 지난 2003∼2007년에 이오덕 어른 글을 적어도 30벌 넘게 읽으면서 어른 삶을 갈무리한 적이 있는데, ‘배우다’라는 낱말을 사람들이 제대로 살피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짙었다고 느낀다. 1986년에는 ‘공부’라는 낱말을 책이름에 넣었다면, 2017년에는 ‘배우다’로 손질해야 어울렸으리라. “글쓰기는 푸른 배움길”이라든지 “글쓰기로 푸르게 배우다”쯤으로 할 만하다. ‘무엇을 어떻게 쓰든’ 대수롭지 않다. ‘삶을 사랑으로 쓰며 배우고 노래하는 웃음꽃씨를 심는 숨결’이라면 넉넉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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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30.


《노란 샌들 한 짝》

 캐런 린 윌리엄스·카드라 모하메드 글, 둑 체이카 그림/이현정 옮김, 맑은가람, 2007.10.25.



수박장만을 하러 다녀오는 날이다. 비는 멎을 듯하지만 주룩주룩 온다. 읍내 제비집에 새끼 제비가 많다. 제법 깨어났다. 그러나 빈 제비집도 많다. 저녁 즈음 개구리노래가 늘어나고, 비내음이 줄어든다. 밤에 별 한 송이를 본다. 《노란 샌들 한 짝》을 읽었다. 노란신 한 켤레를 두 아이가 한 짝씩 나누어서 누리는 길을 들려준다. 흙을 디디면서 바람을 마시는 곳에서 살아가며 어울리는 아이들은 숱한 어른들하고 다른 앞길을 바라본다. 적잖은 어른들이 ‘나라’를 앞세워 싸우는 속내를 보면, ‘나라지키기’를 하려는 뜻이다. 이들은 ‘나’가 아닌 ‘나라’를 본다. ‘우리 보금자리’가 아닌 ‘우두머리’를 본다. ‘나 + 우리 보금자리 + 숲’을 안 바라보기에 ‘나라 + 우두머리 + 불(전쟁·분노)’로 기울고 만다. ‘우리’란, 해바람비가 드나들 수 있는 가벼운 울타리요, 파랗게 바람이 일렁이는 하늘(한울)이다. 이와 달리 ‘우두머리’란, 사람을 위아래(계급)로 갈라서 우쭐거리는 짓이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무엇을 보아야 사랑일까?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물려받아야 아름다울까? 참하고 착하게 오늘을 짓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사랑스레 아름답다.


#FourfeetsTwoSandals #KarenLynnWilliam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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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4.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민나리·김주연·최훈진 글, 오월의봄, 2023.5.8.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부릉부릉 매캐한 곳에서 비낀,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거닐면 어디에서나 시원하다. 나무가 없는 곳이라면 시골도 메마르고 끔찍하다. 집으로 들어올 적에는 미닫이를 열고서 들바람을 쐰다. 개구리 노래잔치가 어우러지는 밤빛을 누린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를 읽었는데, ‘청소년 성소수자’를 바라보며 ‘이들은 이미 맞은쪽(피해자)이다!’라고만 글감을 잡고서 바라보려 하는 얼거리가 아쉽다. ‘맞은쪽’이라는 눈썰미가 아닌 ‘이웃’이라는 눈으로 보고서 어깨동무를 하는 손길이라면, 이 책은 확 달랐으리라. 어느 쪽도 옳거나 틀리지 않다. 두 쪽은 늘 다르다. 그런데, 삶이라는 터에는 두 쪽만 있을 수 없다.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른 쪽이다. 100억에 이르는 사람이 있으면 100억 갈래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길(성별)로 굳이 가르려고 하니까 서로 고단하다. 오직 넋을 보고 얼을 보고 빛을 보고 숨결을 보고 사랑을 보면 넉넉하다. 넋도 얼도 빛도 숨결도 사랑도 안 보면서 “쟤들이 때린다!”고만 여기면, 그저 싸울 수밖에 없다. 왜 싸워야겠는가? 사랑은 싸워서 얻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씨앗을 심는 푸른숲이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사랑을 보고 누리고 배우며 살아갈 적에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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