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8.


《잡초는 없다》

 윤구병 글, 보리, 1998.5.15.



새삼스레 내리는 비를 본다. 가늘게 오다가 굵게 온다. 늦은낮에는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난다. 파랗게 퍼지는 하늘 둘레로 깃털처럼 가볍게 날갯질하는 구름결을 바라본다. 우리 책숲에서 비새는 곳이 늘었다. 얼른 지붕에 덩굴풀이 퍼져서 틈을 막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며칠 앞서부터 마을 여러 곳에 “우리 면은 마을발전기금을 받지 않겠습니다”라 적은 걸개천이 나부낀다. 뭘까? 뭔데? 저 걸개천은 ‘이제부터 안 받’으면서 ‘텃힘’을 안 부리겠다는 뜻인가? ‘이제까지 실컷 받’았으니 굳이 더 안 받아도 배부르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제까지 받은 돈을 뱉’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여태 받은 돈을 뱉기는 어렵다는 뜻인가? 《잡초는 없다》를 되읽었다. 1998년 여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렇게 배움살림을 말하는 분이 있네?’ 싶으면서도, 어딘가 께름했다. 우리 삶터(사회)로 보자면 틀림없이 “잡초는 있다”이다. 오른켠만 그놈(권력자)이지 않다. 왼켠도 그놈(권력집단)이다. 오른켠도 왼켠도 사람을 ‘화초·약초·잡초’로 가른다. 어느 켠에도 안 서면서 어린이를 바라보고 스스로 어른으로 서자면 ‘草’가 아닌 ‘풀’을 볼 노릇이고, “풀이 있다”고 속삭이면 된다. 온누리 모두 풀이다. 우리 스스로 들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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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


《켈트 북구의 신들》

 다케루베 노부아키 글/박수정 옮김, 들녘, 2000.1.20.



어젯밤에 소나기가 뿌렸다. 아침에는 그친다. 새삼스레 구름이 짙게 낀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서 가만히 바람골에 올라타서 바람길을 따라서 하늘을 가르는 어미 제비를 본다. 오늘은 별맞이를 할 수 있을까. 한동안 별맞이를 못 하지만, 빗물맞이는 실컷 한다. 잎이랑 줄기마다 빗물이 동글동글 맺는다. 비날을 이으면서 마을이 매우 조용하다. 자잘한 소리를 빗물이 재우기도 하고, 풀죽음물을 뿌리려는 몸짓도 이 빗줄기가 다 털어내 준다. 《켈트 북구의 신들》을 읽었다. 우리한테는 어떤 옛님이 있고 오늘님이 있을까? 먼 옛날 이 별에 찾아와서 나라를 이룬 님이 있을 테고, 우리 곁에서 살림살이를 이루는 님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는 옛이야기에 깃드는 님은 으레 수수한 살림터에서 반짝이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왔지 싶다. 잔바람(유행)이 아닌 하늘바람으로 흐른 님이다. 별빛과 햇빛으로 어우러지는 사랑빛을 들려주는 님이다. 사람으로서 일을 빚고, 사람으로서 사랑을 짓고, 사람으로서 살림을 그리는 길에 손을 맞잡는 님이다. 그러면 옛날하고 오늘날은 무엇이 다를까? 옛날에는 누구나 님을 마음으로 알아보았다면, 오늘날에는 ‘과학·지식’이라는 들보를 쓴 채 님도 이웃도 우리 스스로도 마음으로 못 알아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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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9.


《여학교의 별 2》

 와야마 야마 글·그림/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2.5.5.



한가위 새벽 다섯 시 반 무렵부터 고흥에서 택시를 달린다. 순천 칙폭나루에 여섯 시 사십오 분에 닿는다. 아침 일곱 시 삼십일 분 칙폭이를 타고 서울로 간다. 어제 몸을 벗은 가시아버지(장인)를 기리려고 작은아이하고 일산으로 간다. 낮 열두 시 무렵 드디어 일산에 닿고, 작은아이 낮밥부터 먹이고서 옷을 갈아입고 손님맞이를 한다. 처음부터 ‘곁님 동생(처제)’네가 하자는 대로 따르려고 생각했으나, 곰곰이 보니 ‘상조회사’하고 ‘천주교회’에서 쥐락펴락하는 듯싶더라. ‘이건 아니잖아’ 싶어, 그분들이 주무르는 결을 천천히 물리면서 ‘우리 집안 사람’을 고요히 기리면서 떠나보내는 길을 돌아보자고 이야기한다. 넋을 읽고 이어 새롭게 보금자리를 가꾸고 돌아볼 주검터(장례식장)이라고 본다. 《여학교의 별 2》을 읽었다. 둘레에서 재미있다고들 말하지만, 글쎄, “참말로 학교살이가 재미있습니까?” 하고 되묻고 싶다. 검은익살로 줄거리를 짜면서 가볍게 눙치듯 풀어내는 얼거리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검은익살을 선보이려면 ‘틀(사회의식)’을 고스란히 따르게 마련이고, 뻔한 틀은 하나도 안 새롭다. ‘별’을 다룬 읽을 만한 그림꽃(만화)이라면, 《별을 새기다》(나카노 시즈카)를 읽어 보기를 바란다.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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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8.


《하프와 공작새》

 장준영 글, 눌민, 2017.4.28.



아침에 고흥 도양읍 마을책집 〈더바구니〉로 간다. ‘고흥작가 책전시’를 하기로 했다. 숲노래 씨가 고흥에서 살아가며 쓴 책을 주섬주섬 챙겼고, ‘빛깔노래’ 열두 자락을 천에 옮겨적는다. 고흥읍을 거쳐 살짝 저잣마실을 하고서 15시 30분 시골버스로 봉서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집에 닿으니 “오늘 일산 할아버지가 몸을 벗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제 홀가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움도 불길도 아닌, 오직 환하게 웃음짓는 날개몸으로 피어나시기를 바란다. 부랴부랴 길을 알아보니 이튿날 이른아침에 순천-용산 칙폭길이 있다. 새벽택시를 타고서 일산으로 건너가야겠구나. 《하프와 공작새》를 읽었다. 몇 해 앞서 읽고서 한켠에 쌓았다. ‘미얀마 현대 정치 일흔 해’를 두 낱말로 뭉뚱그릴 수 있다고 하는데, 글바치(교수·작가)는 수수한 사람들 일흔 해 살림살이는 눈여겨보지 않기 일쑤이다. 벼슬꾼이나 우두머리가 이러쿵저러쿵 찧고 빻은 발자취는 뭐가 대수로울까? 벼슬판을 쳐다보느라 정작 삶·살림·사랑·숲은 등지더라. ‘미얀마 숲살림 일흔 해’라든지 ‘미얀마에서 아이돌보기’ 같은 줄거리로 삶빛을 들여다본다면, 서로 이바지하리라. 그러니까 “우리 숲 이야기”에 “우리 아이돌봄 수다”부터 쓸 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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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7.


《도쿄의 편집》

 스가쓰케 마사노부 글/현선 옮김, 항해, 2022.12.12.



어제는 두바퀴를 쉬엄쉬엄 달리면서 바람하고 바다하고 숲을 느꼈고, 오늘은 쉬멍쉬멍 보내면서 하루를 돌아본다.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새삼스레 쉬고, 늦은낮에 슬슬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올 한가위는 마을이 조용하다. 쉼날이 길어 멀리 놀러간 집이 많을까? 부릉대는 소리가 사라지니 온통 풀벌레노래이다. 《도쿄의 편집》을 되새겨 본다. ‘팔리는 책’은 으레 ‘서울(수도·도시)’을 다룬다. “시골에서 엮다”라든지 “시골빛 엮음새” 같은 책은 태어나기부터 어렵고, 태어난들 눈여겨보지 않는구나 싶다. 왜 오늘날 사람들은 시골수다를 안 읽거나 멀리할까 하고 돌아보니, 이제는 아예 시골을 모르니 ‘모르는 이야기에 다가설 마음이 없겠구나’ 싶더라. 고흥이나 보성이나 장흥 같은 시골에서도 시골수다를 안 읽는다. 순천이나 여서쯤 되는 작은고장도 시골수다를 안 읽는다. 광주나 부산쯤 되면 서울바라기가 짙고, 인천이나 수원은 서울이 가까워 처음부터 고개를 홱 돌린다. 그런데 시골에서 논밭을 짓지 않으면 서울은 다 무너지는걸. 시골에 들숲바다가 드넓으면서 풀꽃나무가 푸른숨결을 베풀어야 누구나 바람을 마시는걸. 《도쿄의 편집》은 나쁜책은 아니되 겉멋스럽거나 겉치레스러운 대목이 짙어 아쉬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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