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


《날마다 미친년》

 김지영 글, 노란별빛책방, 2023.3.12.



주검터에서 생각한다. 주검을 누가 날라야 하는가. 검은옷을 왜 입어야 하는가. 불사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무묻이는 어떻게 하는가. 어릴 적부터 주검터에 자주 갔다. 마을에서 누가 죽으면 집마다 아이를 하나씩 보내어 심부름꾼으로 보태어 하루씩 지냈다. 주검터 심부름은 쉴 겨를 없이 몹시 바빴지만, 마을 어린이·푸름이가 거들면서 여러모로 크게 달래었다고 느낀다. 동무도 이웃도 여러 손길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새길을 그렸다. 이와 달리 오늘날 주검터는 그냥 장사판이다. 경남 거창에 왔다. 오랜만이다. 우리 보금숲처럼 깊고 외딴 멧숲에 가시아버지(장인) 뼈를 묻는다. 작은아이하고 남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별빛하늘과 풀벌레노래를 누린다. 떠난 이도 남은 이도 홀가분하게 마음을 추스르기를 빈다. 《날마다 미친년》을 읽었다. 홀가분하게 마음을 편 줄거리는 반가운데, 글에 힘이 꽤 들어갔다. 힘을 확 빼면 한결 나을 텐데. 뭔가 더 ‘나아’ 보이거나 ‘좋아’ 보이는 책이 아니라, ‘어느 책’에서건 삶과 살림과 사랑을 느끼고 새기면서 스스로 하루를 일으키는 발걸음이라면, 한결 빛나는 하루로, 그러니까 “하늘에 미치고, 땅에 미치고, 숲에 미치면서, 사랑으로 밑을 이루는 빛”이 될 만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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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30.


《에이다, 엉뚱한 상상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피오나 로빈슨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7.2.1.



작은아이하고 주검터(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우리 둘은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데, 이 주검터는 밤낮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니, 서울(도시)은 그야말로 밤낮이 없다. 때바늘(시계)은 있되, ‘하루’도 ‘오늘’도 따로 없는 얼거리이다. 어릴 적을 돌아보면, 주검터를 땅밑(지하)에 안 뒀다. 훤한 바깥에 두었고, ‘잔치’였다. 눈물바람만 있지 않았다. 처음하고 끝을 언제나 하나로 여겨, 죽음을 나쁘게 바라보지 않던 오랜 우리 살림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삶도 죽음도 모두 장삿속으로 판친다. 뭐 하나에 얼마로 치고, 밥 한 그릇에 물 한 모금에 수저 한 벌에 값을 매겨서 사고판다. 그림책 《에이다》를 돌아본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판이 끊어졌더라. ‘일하는 순이’일 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셈틀(컴퓨터)이 움직이는 바탕(프로그램)을 처음 짰다고 여기는 분인데, 어찌 된 셈인지 우리나라 순이물결(페미니즘)에서조차 이분을 뒷전으로 치는 듯싶다. ‘페트라 켈리’도 ‘루스 베네딕트’도 ‘이효재’도 ‘이소선’도 모르기 일쑤이다. 여태 몰랐으면 앞으로 알아갈 수 있을까. 이제부터 알아가려 하지만, 정작 책이 다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알아볼 수 있을까.


#FionaRobinson #Aidas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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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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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7.


《돼지구이를 논함》

 찰스 램 글/송은주 옮김, 반니, 2019.11.15.



‘고흥 꿈꾸는 예술터’하고 함께 꾸리는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첫발을 내딛는다. 세 시간에 걸쳐 다같이 노래(시)를 세 꼭지씩 쓰고서 곧바로 글손질을 해준다. 기운을 꽤 들이는 일이다. 마음을 담는 말로 여미는 글을 그때그때 밝히면서, 어떤 글자락이 허울스런 치레인지 짚는 얼거리이다. 마음을 안 담고서 소리만 낸다면 ‘말’이 아닌 ‘잔소리’이다.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비가 쏟아진다.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다. 저녁에 일어나서 ‘비·빚다’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푼다. ‘빗물·머리빗·빗자루’는 ‘비·빗’이라는 말씨로 한뿌리인데, ‘비·빛·빚’도 ‘비’라는 말밑이 같다. ‘흙 + 물 + 손 = 빚다’이다. 밤새 비가 오는구나. 《돼지구이를 논함》을 읽었다. 옮김말씨를 수수하고 쉽게 가다듬지 못 하는 대목은 늘 아쉽다. 이 나라 글바치(작가·번역가)는 왜 우리말을 언제나 새롭게 배우고 익히지 않을까? ‘일본사람이 옮긴 영어 낱말책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온 듯한 옮김말씨가 얼마나 엉성한지를 왜 못 느낄까? ‘텃민들레’를 아끼면서 ‘서양민들레’를 물리치려는 사람들이 퍽 있지만, 막상 ‘우리말’을 헤아리는 사람은 드물다. ‘말함·따짐·밝힘’이 아닌 ‘논(論)함’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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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6.


《책방지기 생활 수집》

 김정희 글, 탐프레스, 2023.6.5.



비는 멎다가 오다가 다시 멎다가 온다. 저녁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하늘이 드러나더니 밤새 다시 비를 뿌린다. 오늘도 별밤은 먼 듯싶다. 2014년에 선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통째로 손질해서 곧 고침판을 내려 한다. 이틀에 걸쳐 일을 마무르니 밤 두 시. 개구리노래에 비노래를 들으면서 눕는다. 《책방지기 생활 수집》을 읽었다. 대구에서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를 돌보는 책집지기님이 선보인 책이다. 나라 곳곳에 ‘아주머니 책집’이 부쩍 늘었다. 아이를 낳아 돌본 나날을 보낸 분들이 여는 책집은 다르다. 아이 곁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삶·살림·사랑·숲을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푸르게 가꾸는 마음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느낀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라서 더 훌륭하지는 않을 테지만,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지은 어버이라는 길을 더 거치면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수수하게 숲으로 펴는 눈망울을 일구는 마음을 온몸으로 배우게 마련’이다. ‘우리 집 아이’를 돌보았거나 ‘이웃집과 마을 아이들’을 보살피는 살림을 꾸린 이들이 책집을 열거나 벼슬(정치·공무원)을 맡는다면 나라가 아름다우리라 본다. 어린이·푸름이가 책집을 열거나 나라일을 맡으면 나라가 사랑스러우리라 본다. 푸른살림이 사랑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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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5.


《위대한 늑대들》

 어니스트 톰슨 시튼 글·그림/장석봉 옮김, 지호, 2004.2.27.



낮에 물이 안 나온다. 무자위(펌프) 이음쇠가 닳았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온다. 이음쇠 하나는 6000원. 예전에 다른 가게에서는 낡은 이음쇠를 1만 원 받더라. 시골이라서 무턱대고 바가지를 씌우는 이가 있고, 시골이기에 제값만 알맞게 맞는 분이 있다. 해질녘부터 다시 비가 오면서 더위를 식힌다. 7월은 온나라가 비날을 잇는다. 빗물로 이아치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진다. ‘들숲바다’가 푸르고 넉넉하면 이아치지 않지만, 멧골을 밀어 햇볕판으로 덮거나 빠른길(고속도로)을 자꾸 내니, 비가 조금만 와도 멧흙이 쓸리고 빗물이 넘친다. 물골만 낸대서 빗물이 빠지지 않는다. 빗물을 품을 숲이 없으면 다 망가진다. 바닷물이 빗물로 바뀌어 들숲을 적실 적에, 들숲에 샘과 내가 새롭게 흘러서 바다로 나아가며 서로 푸르게 살아난다. 《위대한 늑대들》을 곰곰이 되읽는다. 아름답고 훌륭한 늑대를 그리는 이 꾸러미를 눈여겨보면서 마음으로 품는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이 땅에서는 범에 여우에 늑대가 사라졌다. 들숲이 망가진 곳에서는 범도 여우도 늑대도 살아갈 길이 없다. 곰을 억지로 살려내기는 하지만, 구경터(관광지)하고 골프터하고 빠른길을 갈아엎지 않고서야 숲짐승도 죽고 사람도 나란히 죽을 수밖에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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