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7.


《돼지구이를 논함》

 찰스 램 글/송은주 옮김, 반니, 2019.11.15.



‘고흥 꿈꾸는 예술터’하고 함께 꾸리는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첫발을 내딛는다. 세 시간에 걸쳐 다같이 노래(시)를 세 꼭지씩 쓰고서 곧바로 글손질을 해준다. 기운을 꽤 들이는 일이다. 마음을 담는 말로 여미는 글을 그때그때 밝히면서, 어떤 글자락이 허울스런 치레인지 짚는 얼거리이다. 마음을 안 담고서 소리만 낸다면 ‘말’이 아닌 ‘잔소리’이다.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비가 쏟아진다.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다. 저녁에 일어나서 ‘비·빚다’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푼다. ‘빗물·머리빗·빗자루’는 ‘비·빗’이라는 말씨로 한뿌리인데, ‘비·빛·빚’도 ‘비’라는 말밑이 같다. ‘흙 + 물 + 손 = 빚다’이다. 밤새 비가 오는구나. 《돼지구이를 논함》을 읽었다. 옮김말씨를 수수하고 쉽게 가다듬지 못 하는 대목은 늘 아쉽다. 이 나라 글바치(작가·번역가)는 왜 우리말을 언제나 새롭게 배우고 익히지 않을까? ‘일본사람이 옮긴 영어 낱말책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온 듯한 옮김말씨가 얼마나 엉성한지를 왜 못 느낄까? ‘텃민들레’를 아끼면서 ‘서양민들레’를 물리치려는 사람들이 퍽 있지만, 막상 ‘우리말’을 헤아리는 사람은 드물다. ‘말함·따짐·밝힘’이 아닌 ‘논(論)함’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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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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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6.


《책방지기 생활 수집》

 김정희 글, 탐프레스, 2023.6.5.



비는 멎다가 오다가 다시 멎다가 온다. 저녁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하늘이 드러나더니 밤새 다시 비를 뿌린다. 오늘도 별밤은 먼 듯싶다. 2014년에 선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통째로 손질해서 곧 고침판을 내려 한다. 이틀에 걸쳐 일을 마무르니 밤 두 시. 개구리노래에 비노래를 들으면서 눕는다. 《책방지기 생활 수집》을 읽었다. 대구에서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를 돌보는 책집지기님이 선보인 책이다. 나라 곳곳에 ‘아주머니 책집’이 부쩍 늘었다. 아이를 낳아 돌본 나날을 보낸 분들이 여는 책집은 다르다. 아이 곁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삶·살림·사랑·숲을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푸르게 가꾸는 마음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느낀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라서 더 훌륭하지는 않을 테지만,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지은 어버이라는 길을 더 거치면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수수하게 숲으로 펴는 눈망울을 일구는 마음을 온몸으로 배우게 마련’이다. ‘우리 집 아이’를 돌보았거나 ‘이웃집과 마을 아이들’을 보살피는 살림을 꾸린 이들이 책집을 열거나 벼슬(정치·공무원)을 맡는다면 나라가 아름다우리라 본다. 어린이·푸름이가 책집을 열거나 나라일을 맡으면 나라가 사랑스러우리라 본다. 푸른살림이 사랑으로 나아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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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5.


《위대한 늑대들》

 어니스트 톰슨 시튼 글·그림/장석봉 옮김, 지호, 2004.2.27.



낮에 물이 안 나온다. 무자위(펌프) 이음쇠가 닳았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온다. 이음쇠 하나는 6000원. 예전에 다른 가게에서는 낡은 이음쇠를 1만 원 받더라. 시골이라서 무턱대고 바가지를 씌우는 이가 있고, 시골이기에 제값만 알맞게 맞는 분이 있다. 해질녘부터 다시 비가 오면서 더위를 식힌다. 7월은 온나라가 비날을 잇는다. 빗물로 이아치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진다. ‘들숲바다’가 푸르고 넉넉하면 이아치지 않지만, 멧골을 밀어 햇볕판으로 덮거나 빠른길(고속도로)을 자꾸 내니, 비가 조금만 와도 멧흙이 쓸리고 빗물이 넘친다. 물골만 낸대서 빗물이 빠지지 않는다. 빗물을 품을 숲이 없으면 다 망가진다. 바닷물이 빗물로 바뀌어 들숲을 적실 적에, 들숲에 샘과 내가 새롭게 흘러서 바다로 나아가며 서로 푸르게 살아난다. 《위대한 늑대들》을 곰곰이 되읽는다. 아름답고 훌륭한 늑대를 그리는 이 꾸러미를 눈여겨보면서 마음으로 품는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이 땅에서는 범에 여우에 늑대가 사라졌다. 들숲이 망가진 곳에서는 범도 여우도 늑대도 살아갈 길이 없다. 곰을 억지로 살려내기는 하지만, 구경터(관광지)하고 골프터하고 빠른길을 갈아엎지 않고서야 숲짐승도 죽고 사람도 나란히 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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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0.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김서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2011.6.20.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비가 그칠 듯하면서 그치지 않고, 해가 나오다가도 들어가고, 찜통이라는 날씨로 흐른다. 나무 곁에 서면 그늘바람이 감싸지만, 나무 없는 데에서는 후끈거린다. 저녁에 빨래를 해놓는다. 이튿날 해가 나서 말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를 되읽어 본다. 매우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큰아이가 네 살 무렵에, 작은아이가 갓 태어난 해에 만난 이 그림책을 두고두고 아꼈고, 옮김말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조곤조곤 읽어 주었다. 참으로 자주 읽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누리는 철빛놀이를 상냥하면서 즐겁게 담아낸다. 모든 어른이 어릴 적에 하던 놀이요, 모든 아이가 새롭게 누리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징검돌로 맞이하는 놀이라고 하겠다. 요새 눈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몇이나 될까? 요새 비놀이나 구름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있을까? 나무를 탈 줄 아는 어린이가 있을까? 풀내음과 새노래를 듬뿍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푸르게 피어나는 어린이는 어디 있는가? 이 아름그림책은 열 해조차 못 버티고 사라져야 했다. 우리가 스스로 아름답게 살림을 짓고 일놀이를 펴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이 책집에서 사라지도록 모르쇠로 살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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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9.


《동네 걷기 동네 계획》

 박소현·최이명·서한림 글, 공간서가, 2015.12.28.



해가 나온다 싶으면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린다. 풀죽임물을 뿌린다 싶으면 어느새 함박비가 와락 쏟아진다. 올해 봄비랑 여름비는 풀죽임물이 마을을 덮으면 이내 찾아든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서 수박을 장만한다. 수박덩이를 짊어진 채 멧골을 오른다. 기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골짝물에 몸을 담근다. 달걀버섯이 잔뜩 돋았다. 말끔한 아이는 딴다. 일고여덟을 누린다. 개미랑 풀벌레도 달걀버섯을 좋아한다. 이맘때 숲에서 꼭 며칠만 누리는 빛나는 숨빛이다.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을 읽었다. 마을을 걷고 싶으면 그저 걸으면 된다. 다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러 오듯 안 걷기를 바란다. 비록 잿집(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마을걷기 = 마을이웃 만나기’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연구·조사·촬영·기획·르포·탐방’ 같은 이름은 쓰지 말자. 조용히 걸으면서 골목길과 골목집과 골목나무 사이로 흐르는 볕살을 함께 누리자. 무엇보다도 ‘멀리서 구경하러 오는 가난한 곳’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오래오래 살아갈 터전’이라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면, 적어도 몇 해쯤 조용히 걷고 난 뒤에라야 붓을 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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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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