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6.


《도자기》

 호연 글·그림, 애니북스, 2008.5.13.



아침에 여수 성산초등학교에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편다. 바다·비·물과 사람·길·사이가 얽힌 말타래를 풀어내어 들려준다. 지난자리에서는 아무도 붓을 안 들더니, 오늘은 글쓰기를 한다. 반갑고 고맙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 부산으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서 전화를 받는다. 다음에는 ‘민소매’ 말고 ‘소매 있는 옷’을 입으라는 ‘민원’이 들어왔단다. ‘뚜벅이 사전편찬자’는 책지게를 지며 일한다. 집에서는 책더미에 둘러싸이고, 길에서는 갖은 꾸러미(수첩)을 대여섯쯤 챙겨서 우리 둘레 모든 말을 살펴서 적바림한다. 소방관이 소방관 차림새로, 경찰관이 경찰관 차림새로 강의를 하듯, 사전편찬자는 ‘사전편찬자 차림새’가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에 ‘사전편찬자다운 사전편찬자’는 다섯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운 터라 어떤 매무새에 차림새인지 모를 테지. 《도자기》를 되읽는다. 이따금 생각나면 되읽는다. 질그릇도 삶도 하늘도 누구나 얼마든지 그림으로 담아내면 즐겁다. 우리 그림꽃밭을 새롭게 일구는 호미질은 조그맣다. 작게 나아가고, 작게 짓는다. 큰걸음만으로는 삶터를 이루지 않는다. 아이 곁에서 어른이 어질고, 어른 곁에서 아이가 사랑으로 피어난다. 담는 그릇처럼, 담는 글이요 그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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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5.


《10대와 통하는 야외 생물학자 이야기》

 김성현과 아홉 사람, 철수와영희, 2023.3.18.



느긋이 쉬며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추스른다. 스스로 여미는 글일이 조금 늦다고 느끼는데, 곧 제자리를 잡으리라. 말꽃짓기가 더딘 듯하지만 노래짓기는 꾸준하고, 노래꽃수다(시창작수업)를 이어가다 보니 ‘사전편찬자’ 아닌 ‘시인’으로 여기는 이웃님이 많다. 저녁 다섯 시에 읍내로 나간다. 여수로 또 미리 건너간다. 길손집에 깃들려는데, 여천나루 둘레가 허벌나게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왁자지껄 번쩍번쩍하는 술집거리는 온통 ‘꼰대스런 아재’투성이. 추레하고 응큼하고 불썽사납고 시끄러운 이 ‘질펀짓’이란 뭔가? 어린이가 쉬거나 놀 자리는 아예 없다시피 하고, ‘꼰대스런 아재와 아지매’가 질펀거리는 술집·노래집이 너무 많다. 《10대와 통하는 야외 생물학자 이야기》를 읽었다. 읽다가 생각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겠구나. 새를 안 쳐다보는 이는 귓등으로도 안 듣겠구나. 아이들은 어떡할까? 아이들이 어떤 나라를 물려받아야 하는가? 질펀하게 시끄러운 술집·노래집이 그득한 길거리를 물려받아야 하나? 풀꽃을 아끼고 새랑 노래하고 숲을 품으면서 사랑을 짓는 터전을 이제부터 새롭게 가꾸어서 물려주어야 하나? 아이들이 ‘학원·입시지옥’을 물려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꿈씨앗을 물려주어야 하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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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4.


《다람쥐 소녀와 뮤어 아저씨》

 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장미란 옮김, 가문비, 2005.7.21.



여수 죽림초등학교 3학년 한 모둠하고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편다. 이 배움터는 꽤 크다. 어느 곳에서도 매한가지인데, 배움길잡이가 어질게 이끄는 모둠을 만나면 이야기꽃을 펴기에 수월하다. 듣는 어린이 눈망울이 다르다. 어린이는 좀 떠들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딴청도 부린다. 조잘조잘하거나 딴청을 한대서 자꾸 나무라거나 다그치는 모둠은 아이들이 거의 암말도 안 한다. 조금 떠들기도 하고 딴청도 하는 모둠은 아이들이 눈을 밝혀 이야기를 듣는다. 나래터(우체국)에 들러 찰칵이를 서울로 부친다. 새로 장만한 찰칵이가 보름도 안 되어 멎었다. 시외버스로 고흥으로 돌아온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한 시간 남짓 볕바라기를 하면서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이동안 꽃글(동화)을 쓴다. 집에 닿아 비로소 한끼를 먹고서 곯아떨어진다. 빨래는 담가 놓고서 헹구지 못 했다. 《다람쥐 소녀와 뮤어 아저씨》를 처음 읽던 2005년, 꾸밈빛(디자이너)으로 일하는 언니가 “자,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야.” 하면서 건네었다. 숲과 ‘존 뮤어’를 이렇게 푸르게 담아낼 수 있구나 하고 놀라던 일을 떠올린다. 우리는 오늘날 어떤 그림책을 펴내는가? 너무 재주(기교)에 사로잡히지 않나? 쏟아지는 ‘창작그림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ArnoldMcCully #SquirrelAndJohnMui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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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고선주 글, 걷는사람, 2023.1.9.



빗방울이 듣는 하루이다. 고흥읍으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간다. 갈수록 빗소리를 등지는 사람이 늘고, 가볍게 내리는 비조차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마저 는다. 아직 비를 반기는 사람이 있지만, 막상 비를 기꺼이 맞으면서 걷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고흥읍에서 노래쓰기를 들려주고 난 뒤에는 17:42 시외버스를 타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저녁나절에 여천에서 내려 길손집에 든다. 일찌감치 눕는다. 이튿날 아침에는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펴러 간다. 잠이 모자라서 두바퀴를 달리지 않는다. 바큇살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를 읽었다. 어쩐지 어렵다. 아니, 담벼락이 높다. 시골사람한테는 와닿지 않을 글줄이 흐른다. 아직 곁님을 만나지 않던 무렵이며, 아직 두 아이를 안 낳고서 그저 책만 사읽던 서울살이를 돌아본다. 틀림없이 ‘서울에서 살며 책만 읽고 글만 쓰며 걸어다닐’ 적에는 이렇게 안 느꼈다. 서울에서는 온갖 시끄럽고 매캐한 기운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책에 파묻혔고, 시골에서는 숱한 풀꽃나무랑 들숲바다하고 어우러지려고 곧잘 책을 치우고 맨몸으로 안긴다. ‘시’를 굳이 쓰려고 애쓰면 오히려 ‘시’하고 멀다. 삶을 노래하면 된다. 무당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되면 넉넉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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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


《여자, 사람, 자동차》

 고선영·김지선·나리·소서·하영·해영 글, 새벽감성, 2021.12.10.



늦잠까지 이루지는 않고 새벽에 일어난다. 주섬주섬 짐을 추스르고 빨래를 한다. 해바라기를 한다. 주검터(장례식장)는 왜 다들 땅밑에 둘까? 왜 해도 별도 바람도 눈비도 못 느끼는 굴레에 가둘까? 곰곰이 보면 주검터뿐 아니라 여느 일터하고 배움터도 이런 얼개이다. 우리는 들숲바다를 등진 채 돈을 벌려고 한다. 낮에 햇빛을 보고, 구름이 낀 하늘을 보고, 별이 반짝이는 숨결을 받아들이는 길하고 자꾸 등진다. 밀린 하루쓰기(일기)를 한다. 주검터에서는 바쁘고 지쳐서 하루쓰기를 못 했다. 그래, 서울이건 시골이건 다들 바쁘고 지치니 손수 붓을 쥐어 하루쓰기를 할 짬이 아예 없을 만하겠구나. 《여자, 사람, 자동차》를 읽는다. 숲노래 씨는 앞으로도 쇳덩이를 거느릴 마음이 없지만, 이 나라 한복판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들로서는 쇳덩이(자동차)를 품고서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구나 싶다. 쇳덩이 크기로 사람을 가르고, 옷차림으로 사람을 자르고, 얼굴하고 몸매로 또 사람을 나누는 이 죽음사슬에서 홀가분하자면, 어느 모로 보면 쇳덩이를 곁에 둘 만하다. 그러나 꼭 쇳덩이여야 할까? 쇳덩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서 그렇게 더 사슬로 굳어가지 않을까? 쇳덩이를 못 거느리는 이웃을 헤아린다면, 가볍게 걸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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