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4.


《다람쥐 소녀와 뮤어 아저씨》

 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장미란 옮김, 가문비, 2005.7.21.



여수 죽림초등학교 3학년 한 모둠하고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편다. 이 배움터는 꽤 크다. 어느 곳에서도 매한가지인데, 배움길잡이가 어질게 이끄는 모둠을 만나면 이야기꽃을 펴기에 수월하다. 듣는 어린이 눈망울이 다르다. 어린이는 좀 떠들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딴청도 부린다. 조잘조잘하거나 딴청을 한대서 자꾸 나무라거나 다그치는 모둠은 아이들이 거의 암말도 안 한다. 조금 떠들기도 하고 딴청도 하는 모둠은 아이들이 눈을 밝혀 이야기를 듣는다. 나래터(우체국)에 들러 찰칵이를 서울로 부친다. 새로 장만한 찰칵이가 보름도 안 되어 멎었다. 시외버스로 고흥으로 돌아온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한 시간 남짓 볕바라기를 하면서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이동안 꽃글(동화)을 쓴다. 집에 닿아 비로소 한끼를 먹고서 곯아떨어진다. 빨래는 담가 놓고서 헹구지 못 했다. 《다람쥐 소녀와 뮤어 아저씨》를 처음 읽던 2005년, 꾸밈빛(디자이너)으로 일하는 언니가 “자,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야.” 하면서 건네었다. 숲과 ‘존 뮤어’를 이렇게 푸르게 담아낼 수 있구나 하고 놀라던 일을 떠올린다. 우리는 오늘날 어떤 그림책을 펴내는가? 너무 재주(기교)에 사로잡히지 않나? 쏟아지는 ‘창작그림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ArnoldMcCully #SquirrelAndJohnMui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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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고선주 글, 걷는사람, 2023.1.9.



빗방울이 듣는 하루이다. 고흥읍으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간다. 갈수록 빗소리를 등지는 사람이 늘고, 가볍게 내리는 비조차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마저 는다. 아직 비를 반기는 사람이 있지만, 막상 비를 기꺼이 맞으면서 걷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고흥읍에서 노래쓰기를 들려주고 난 뒤에는 17:42 시외버스를 타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저녁나절에 여천에서 내려 길손집에 든다. 일찌감치 눕는다. 이튿날 아침에는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펴러 간다. 잠이 모자라서 두바퀴를 달리지 않는다. 바큇살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를 읽었다. 어쩐지 어렵다. 아니, 담벼락이 높다. 시골사람한테는 와닿지 않을 글줄이 흐른다. 아직 곁님을 만나지 않던 무렵이며, 아직 두 아이를 안 낳고서 그저 책만 사읽던 서울살이를 돌아본다. 틀림없이 ‘서울에서 살며 책만 읽고 글만 쓰며 걸어다닐’ 적에는 이렇게 안 느꼈다. 서울에서는 온갖 시끄럽고 매캐한 기운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책에 파묻혔고, 시골에서는 숱한 풀꽃나무랑 들숲바다하고 어우러지려고 곧잘 책을 치우고 맨몸으로 안긴다. ‘시’를 굳이 쓰려고 애쓰면 오히려 ‘시’하고 멀다. 삶을 노래하면 된다. 무당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되면 넉넉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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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


《여자, 사람, 자동차》

 고선영·김지선·나리·소서·하영·해영 글, 새벽감성, 2021.12.10.



늦잠까지 이루지는 않고 새벽에 일어난다. 주섬주섬 짐을 추스르고 빨래를 한다. 해바라기를 한다. 주검터(장례식장)는 왜 다들 땅밑에 둘까? 왜 해도 별도 바람도 눈비도 못 느끼는 굴레에 가둘까? 곰곰이 보면 주검터뿐 아니라 여느 일터하고 배움터도 이런 얼개이다. 우리는 들숲바다를 등진 채 돈을 벌려고 한다. 낮에 햇빛을 보고, 구름이 낀 하늘을 보고, 별이 반짝이는 숨결을 받아들이는 길하고 자꾸 등진다. 밀린 하루쓰기(일기)를 한다. 주검터에서는 바쁘고 지쳐서 하루쓰기를 못 했다. 그래, 서울이건 시골이건 다들 바쁘고 지치니 손수 붓을 쥐어 하루쓰기를 할 짬이 아예 없을 만하겠구나. 《여자, 사람, 자동차》를 읽는다. 숲노래 씨는 앞으로도 쇳덩이를 거느릴 마음이 없지만, 이 나라 한복판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들로서는 쇳덩이(자동차)를 품고서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구나 싶다. 쇳덩이 크기로 사람을 가르고, 옷차림으로 사람을 자르고, 얼굴하고 몸매로 또 사람을 나누는 이 죽음사슬에서 홀가분하자면, 어느 모로 보면 쇳덩이를 곁에 둘 만하다. 그러나 꼭 쇳덩이여야 할까? 쇳덩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서 그렇게 더 사슬로 굳어가지 않을까? 쇳덩이를 못 거느리는 이웃을 헤아린다면, 가볍게 걸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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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


《날마다 미친년》

 김지영 글, 노란별빛책방, 2023.3.12.



주검터에서 생각한다. 주검을 누가 날라야 하는가. 검은옷을 왜 입어야 하는가. 불사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무묻이는 어떻게 하는가. 어릴 적부터 주검터에 자주 갔다. 마을에서 누가 죽으면 집마다 아이를 하나씩 보내어 심부름꾼으로 보태어 하루씩 지냈다. 주검터 심부름은 쉴 겨를 없이 몹시 바빴지만, 마을 어린이·푸름이가 거들면서 여러모로 크게 달래었다고 느낀다. 동무도 이웃도 여러 손길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새길을 그렸다. 이와 달리 오늘날 주검터는 그냥 장사판이다. 경남 거창에 왔다. 오랜만이다. 우리 보금숲처럼 깊고 외딴 멧숲에 가시아버지(장인) 뼈를 묻는다. 작은아이하고 남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별빛하늘과 풀벌레노래를 누린다. 떠난 이도 남은 이도 홀가분하게 마음을 추스르기를 빈다. 《날마다 미친년》을 읽었다. 홀가분하게 마음을 편 줄거리는 반가운데, 글에 힘이 꽤 들어갔다. 힘을 확 빼면 한결 나을 텐데. 뭔가 더 ‘나아’ 보이거나 ‘좋아’ 보이는 책이 아니라, ‘어느 책’에서건 삶과 살림과 사랑을 느끼고 새기면서 스스로 하루를 일으키는 발걸음이라면, 한결 빛나는 하루로, 그러니까 “하늘에 미치고, 땅에 미치고, 숲에 미치면서, 사랑으로 밑을 이루는 빛”이 될 만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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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30.


《에이다, 엉뚱한 상상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피오나 로빈슨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7.2.1.



작은아이하고 주검터(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우리 둘은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데, 이 주검터는 밤낮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니, 서울(도시)은 그야말로 밤낮이 없다. 때바늘(시계)은 있되, ‘하루’도 ‘오늘’도 따로 없는 얼거리이다. 어릴 적을 돌아보면, 주검터를 땅밑(지하)에 안 뒀다. 훤한 바깥에 두었고, ‘잔치’였다. 눈물바람만 있지 않았다. 처음하고 끝을 언제나 하나로 여겨, 죽음을 나쁘게 바라보지 않던 오랜 우리 살림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삶도 죽음도 모두 장삿속으로 판친다. 뭐 하나에 얼마로 치고, 밥 한 그릇에 물 한 모금에 수저 한 벌에 값을 매겨서 사고판다. 그림책 《에이다》를 돌아본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판이 끊어졌더라. ‘일하는 순이’일 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셈틀(컴퓨터)이 움직이는 바탕(프로그램)을 처음 짰다고 여기는 분인데, 어찌 된 셈인지 우리나라 순이물결(페미니즘)에서조차 이분을 뒷전으로 치는 듯싶다. ‘페트라 켈리’도 ‘루스 베네딕트’도 ‘이효재’도 ‘이소선’도 모르기 일쑤이다. 여태 몰랐으면 앞으로 알아갈 수 있을까. 이제부터 알아가려 하지만, 정작 책이 다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알아볼 수 있을까.


#FionaRobinson #AidasIdea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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