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3.


《한국·일본 이야기》

 정구미 글·그림, 안그라픽스, 2005.6.17.



날이 다시 포근하니 풀벌레가 다시 노래한다. 앞으로 풀벌레노래를 몇날쯤 더 들을 수 있을까? 올해 끝물인 풀노래라고 여기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오늘 하루는 그야말로 집에서 쉬엄쉬엄 보낸다. 미역국을 끓이고, 작은아이가 마련하는 감자조림을 거든다. 한밤에 별이 쏟아진다. 별빛을 누리면서 잠든다. 《한국·일본 이야기》를 되읽었다. 처음에는 엄마아빠가 나고자란 나라가 궁금해서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배움길을 걸으려 했고, 그림꽃(만화)에 마음이 있어서 붓을 쥐었는데, 여러모로 말썽(표절)을 일으키면서 도마에 올랐다. 글바치가 글을 안 쓰고 베끼면 글밭을 떠날 일이고, 그림바치가 그림을 안 그리고 베끼면 그림밭을 떠나야지. 이름값을 조금 얻었다고 날림으로 장사를 할 셈속이란 얼마나 창피한가. 그러나 이 나라를 보면 베낌질을 일삼고도 몇 해쯤 지나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글바치가 수두룩하다. 더럼질을 저지르고도 슬그머니 기어나올 뿐 아니라, 이들을 치켜세우는 글꾼(비평가·기자)도 많다. 우쭈쭈하는 이들이 넘치는 나라를 뜯어고칠 수 있을까? 착하고 참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살림을 하고 흙을 짓고 아이를 돌보는 수수한 사람들이 제몫을 누리면서 환하게 웃음짓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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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6.


《당신은 누구십니까》

 표성배 글, 수우당, 2023.4.25.



맡긴 셈틀을 받으러 읍내에 다시 간다. 못 고칠 줄 알았다. 그냥 새것을 누리가게에서 샀다. 거의 열흘째 날마다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구나 싶다. 서울(도시)에서라면 여러 탈거리로 늘 움직일 테지만, 시골에서는 이따금 탈 뿐, 다리랑 두바퀴로 가벼이 움직이려고 한다. 탈거리에 몸을 실으면 해바람비를 등지면서 잃고, 다리랑 두바퀴로 보금자리 곁에서 흐르면 숲빛을 품는다. 오늘도 새벽 4시부터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려댄다. 풀죽임물이 하얗게 물결치면서 마을을 덮는다. 그리고, 이런 풀죽임물이 퍼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구름이 몰려들어 함박비를 뿌려 죽음물을 씻어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를 읽었다. 표성배 님이 남기는 일노래(노동시)는 나날이 어깨힘이 조금씩 줄어든다고 느낀다. 그래도 아직 어깨힘이 많이 남았다. 아무런 어깨힘이 없을 적에 그야말로 눈부시게 피어나는 일노래로 넘실거릴 만하리라 본다. 일노래라면, ‘일하지 않는 이들이 쓰는 일본스런 한자말과 영어’가 한 톨조차 없을 노릇이라고 본다. 왜냐고? 일노래이니까. ‘일 = 일다’이고, ‘일다 = 물결이 춤추다’이면서 ‘일다 = 춤추다 = 일어서다·일으키다’이고, ‘이야기·잇다·있다’이다. 푸르게 일렁거릴 이다음 일노래를 기다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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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5.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글/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6.6.1.



곁님 셈틀을 고치러 읍내마실을 한다. 맡기면서 곰곰이 생각하자니, 이제 바꿀 때에 이른 듯싶다. 읍내 셈틀집은 ‘윈도우 정품’이 아니어도 새것 값을 비싸게 부른다. 품삯을 넣겠지만, 고흥 같은 시골에서 셈틀집을 꾸리니 고맙지만, 어쩐지 너무 세다. 지난겨울에 숲노래 씨 셈틀은 바가지를 쓰고 샀다만, 곁님 셈틀은 꼼꼼히 살핀 끝에 ‘숲노래 씨 셈틀보다 나은 것’을 토막값(반값)에 누리가게에서 장만한다. 큰아이랑 시골버스를 탄다. 오늘은 비가 내리지는 않되, 눅눅바람이 짙다. ‘두배낳이’ 새끼 제비가 거의 다 컸다. 둥지나기를 앞둔 모습이다. 집배움(홈스쿨링)을 하는 두 아이한테 ‘학업중단 위기학생 특별지원사업’을 받도록 글자락(서류)을 넣겠다고 군청에서 전화가 온다. 이름도 참 거석하다. 집에서 배우는 아이들이 다 ‘위기학생’인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었다. 다 읽고서 멍하다. 라오스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키’ 이름에 기대어 술타령인지 헛바람인지 주절주절 늘어놓았을 뿐이다. 라오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라오스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낼 일이 아닌가? 제발 이름값으로 허튼책을 안 내기를 빈다. 종이가 아깝고 나무한테 크게 잘못했다.


+


석 달이 지난 오늘(2023.10.20.) 돌아보노라니 ‘학업중단 위기학생 특별지원사업’ 서류를 꾸려서 내라고 해서 이틀쯤 품을 들여 이모저모 써서 냈는데, 그 뒤 아무 연락이 없다. ‘학업중단 위기학생’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까? 이 사업비는 군청이나 교육청에서 제대로 펴는지 알쏭하다. 큰아이는 2023년에 16살에 이르도록, 작은아이는 13살에 이르도록, 이 사업비를 여태 받은 적이 없다. 전남교육감이라는 분은 여태까지 ‘학교밖 청소년이 소외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공약을 걸고서 여러 사람이 뽑혔지만, 2011년부터 이제껏 ‘학교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하나조차 없었다고 느낀다. 아니면, 우리 집 두 아이만 콕 집어서 이 지원사업을 일부러 다 떨어뜨렸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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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4.


《인디고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

 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궁리, 2018.12.28.



등허리가 아직 결리다만, 아침빨래를 마치고서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나간다. 14시부터 ‘고흥 꿈꾸는 예술터―비주류 씨앗학교’ 이야기꽃을 편다. 읍내 나가는 시골버스는 11시 10분하고 14시. 일찌감치 나와서 나래터(우체국)에 깃든다. 노래꽃 두 꼭지를 새로 쓰고, 며칠 사이에 쓴 노래꽃을 빛종이에 옮겨적는다. 마음에 담는 말이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구나 노래(시)를 펼 수 있다. 마음을 등지거나 멋을 부리려 하니, 그만 허울을 쓰면서 노래를 잊고 잃는다. 《인디고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를 되읽는다. 몇 해 앞서 장만해서 읽었는데, 한켠 책더미에 얹고서 지나갔다. 다시 곰곰이 들춘다. 엮은이도 부산 푸름이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다들 ‘대단한 책’이나 ‘값진 책’이나 ‘훌륭한 책’을 애써 읽으려고 한다. 이러면서 느낌글까지 ‘대단하거나 값지거나 훌륭하게 쓰려’는 굴레에 스스로 사로잡힌다. 굳이 대단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베스트·스테디 모두 아닌, 그저 ‘아름다운’ 책이나 ‘사랑스런’ 책이나 ‘숲빛으로 푸른’ 책을 살피면 된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값에 얽매여서는 ‘책 아닌 허울’ 꽁무니를 좇을 뿐이다. 《영리한 공주》하고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부터 읽어 보시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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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3.


《사과꽃》

 김정배 글·김휘녕 그림, 공출판사, 2023.3.31.



어제그제 제법 걸어다니고 바깥일을 하면서 낮잠을 거른 터라, 새벽에 눈을 뜨면서도 찌뿌둥.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순천을 거쳐서 가기로 한다. 빗줄기가 온나라를 씻어 준다. 이 비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푸른별에서는 ‘비’가 흐르고, 우리 몸에서는 ‘피’가 흐른다. ‘비 = 바닷물 = 바탕숨결’이요, ‘피 = 샘물 = 비 = 바닷물’이다. 모두 돌고돌아서 해질녘에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물도 말도 삶도 꿈도 늘 돌고돈다. 남을 미워할 수 없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밉말이 온누리를 돌다가 나한테 오고, 내가 나를 사랑하니 사랑말이 온누리를 적시다가 나한테 온다. 구름이 짙다. 고흥에 드디어 닿아 집으로 돌아오는 한밤에, 개구리에 풀벌레에 멧새 노랫소리를 누린다. 《사과꽃》을 읽었다. 어쩐지 아쉽다. 줄거리를 살리도록 ‘우리말’에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었고, ‘섣부른 가지치기를 받은 나무’가 아닌, 들빛이며 숲빛대로 가지를 뻗는 나무를 붓끝으로 옮길 수 있었다. 나무는 나무로 살아야 나무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랑하기에 사람이다. 총칼로 나라를 세우거나 지킨다고 할 적에는 늘 싸움(전쟁)만 불거진다. 우리는 ‘나라(정부)’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사랑해야 서로 ‘님’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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