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2.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글, 창비, 2016.9.9.



구름이 몰려들어 실비를 뿌리는 듯싶다가도 사라지고 바람이 남는다. 매울음이 퍼진다. 아주 어릴 적에 보던 매를 다시 만날 줄 몰랐다. 열 살 언저리에 마을 아저씨가 사냥을 하러 갈 적에 으레 따라다녔다. 나한테는 마을 아저씨이지만 ‘수중폭파대 + 북파간첩’을 하신 분이었다. ‘북파공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무가 다리에 총이 맞아서 어깨를 끼고서 살리려 했으나 동무가 아저씨더러 혼자 얼른 달아나라 했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때에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며 동무가 폭 고꾸라졌다지. 그날 뒤로 넋이 나가 일찍 싸울아비를 그만두었고, 날마다 소주 석 병씩 비워도 동무 주검이 보인다며 울었다. 오늘은 고흥읍으로 가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막바지를 이끈다. 고흥 곳곳에 버려지듯 남은 빈터를 살리는 길이란 뭘까? 돈만 있대서 문화예술을 키우지는 않는다. 사람을 아끼고 숲을 품는 사랑일 때라야만 비로소 시골이 깨어난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를 읽으며 허전했다. 말잔치 같더라. 이쁘고 좋은 말을 요모조모 기운 듯하다. 안 이뻐도 되니, 삶빛과 살림냄새가 나는 글을 쓸 수 없을까? 투박해도 되니, 손수 일구는 하루와 집안일을 맡는 이야기를 그릴 수 없을까? 매사냥을 하던 마을 아저씨 울음을 문득 떠올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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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강성호 글, 오월의봄, 2021.7.29.



바야흐로 눈부신 볕날이다. 볕을 쬐면서 생각한다. 긴낮이 지나갔으니 조금씩 기우는 해로 간다. 오늘 해는 18시 30분 무렵 넘어가고, 20시 즈음까지 밝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을 읽는 내내 ‘갈아엎기(혁명)’란 뭘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낡은 말씨를 그대로 써도 갈아엎기일까? 목소리만 내도 갈아엎기일까?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퍼뜨린 말씨에 길든 채 살아간다면 뭘까? ‘혁명’이라는 한자말부터 갈아엎을 노릇 아닐까? 중국 한자말은 이 나라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가 중국 우두머리한테 조아리면서 끌어들인 굴레이다. 일본 한자말은 이 나라 꼰대가 일본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면서 받아들인 고삐이다. 서툰 옮김말씨(번역체)는 이 나라 글바치가 미국을 우러르면서 넙죽넙죽 집어먹은 차꼬이다. ‘혁명’이란 한자말부터 혁명스럽지 않을 뿐더러, ‘독서가’란 한자말은 더더구나 안 혁명스럽다. 스스로 말빛을 안 깨닫는다면, 스스로 일어서거나 떨쳐내지 못 한다. 스스로 말넋을 살릴 적에, 비로소 스스로 눈을 뜬다. ‘눈뜨다’란, 마음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길 뿐 아니라, 나무가 잎눈하고 꽃눈을 틔우듯 새롭게 활짝 피어나려는 속뜻을 품는다. 참으로 갈아엎는 책읽기를 하고 싶다면, 어린이 곁에서 만화책과 그림책부터 읽기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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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1.


《에란디의 생일 선물》

 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토미 드 파올라 그림/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큰아이하고 11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간다. 세모김밥을 산 뒤에 커다란 벚나무 곁에 앉는다. 오늘은 고흥읍에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편다. 잎물 한 모금이나 밥 한 그릇을 누리는 곳은 한낮에도 불을 켜놓기 일쑤이고, 이 여름에 나무바람 아닌 틀바람(에어컨)이 가득하다. 여름이니 더울 노릇이고, 더우니 나무 곁에 앉아서 땀을 들인다. 철마다 다른 빛을 스스로 품기에 스스로 철든다. 철마다 새로운 빛을 스스로 등지기에 나이를 먹을 적마다 낡고 늙어서 철이 없다. 《에란디의 생일 선물》은 “Erandi's Braids”를 옮겼다. 우리말로는 “에란디 땋은머리”이다. 빛날(생일)을 둘러싼 이야기이되, 이 그림책은 ‘땋은머리’하고 얽힌 오래고 깊은 사랑을 속삭인다. 책이름은 함부로 바꾸거나 붙이지 않을 노릇이다. 글님하고 그림님이 펴려는 살림빛을 헤아리지 못 하면서 책으로 여민다면, 사람들은 눈뜸길 아닌 눈멂길로 기운다. 책은 돈으로 사고팔지만, 책에 깃든 넋이나 줄거리나 이야기는 돈으로 사고팔지 않는다. 사랑도 살림도 아이도 어버이도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땅이며 집을 돈으로 사고파는데, 이러면서 넋이 나갔으리라. 어떻게 땅을 사고팔지? 땅에 깃든 개미나 새나 풀벌레나 나무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가?


#ErandisBraids #TomieDePaola #AntonioHernandezMadrigal #땋은머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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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0.


《커피마시기》

 홀프 디터 브링크만 글/이유선 옮김, 파란꽃, 2020.10.24.



오늘 하루도 볕날이다. 곧 이 볕날이 끝나고 비날로 접어들리라 느낀다. 볕을 듬뿍 누릴 오늘을 기쁘게 맞이한다. 볕을 쬐고 옷살림을 말리고, 집안을 치우고, 씻고 쉬고 다시 집안일을 하고서 씻고 치우고 쉰다. 이러다 보니 어느덧 풀벌레가 노래하는 밤이다. 밤에는 밤빛을 누린다. 별이 물결치는 하늘을 본다. 《커피마시기》를 읽었다. 읽으면서 끙끙 소리가 절로 나왔다. 틀림없이 노래(시)를 옮긴 글인데, 하나도 노래 같지 않다. 독일이라는 이웃나라에서 살아온 분은 딱딱하게 죽어버린 글을 짜맞추지 않았으리라. 수수한 글이건, 노래하는 글이건, ‘글씨 맞추기’나 ‘낱말 엮기’가 아니다.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며 살림하는 하루를 말소리에 옮기고, 글결로 새로 담아내는 길이다. 독일사람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를 알겠는가? 독일사람은 그저 수수한 삶말일 독일말로 노래를 했겠지. 그러나 한글로 옮긴 숱한 책은 하나같이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투성이로 무너진다. 독일말을 익히듯 우리말을 익히지 않으면 독일글을 우리글로 못 옮긴다. 무늬만 한글이기에 우리글이지 않다. 소리를 담은 한글이란 글씨를 넘어서, 뜻을 얹고 삶과 살림과 사랑을 노래하는 우리글로 거듭나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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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9.


《만화 만드는 법》

 야마모토 오사무 글·그림/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6.8.15.



오늘도 눈부신 볕날을 잇는다. 마당에 옷살림을 잔뜩 널어서 말린다. 큰아이랑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누린다. 이윽고 수박을 장만하러 고흥읍으로 간다. 이 고장은 시골이어도 나무가 적고 잿집(아파트)을 많이 올린 탓에 후끈하고 매캐하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푸른길을 그리면 읍내도 서울도 한달음에 푸르게 물들일 수 있다. ‘그들이 잿빛으로 덮어서 나쁠’ 까닭은 없다. ‘우리가 풀빛으로 감싸서 하늘빛으로 물들이며 노래하’면 넉넉하다. 《만화 만드는 법》을 장만해서 먼저 읽었는데, 도무지 아이들한테 건넬 만하지 않았다. 야마모토 오사무 님은 워낙 이렇게 응큼질을 즐겼나? 《머나먼 갑자원》이나 《도토리의 집》이나 《천상의 현》에서는 응큼질이 안 나와서 몰랐다. 그림꽃을 그리는 길을 밝히는데 왜 엉뚱한 그림이 깃들지? 붓끝과 이야기와 삶과 꿈과 사랑을 하나로 여미는 아름답고 푸르면서 빛나는 하루를 들려주기에 글이요 그림이다. 응큼짓을 일삼은 이 나라 벼슬꾼(시장·정치꾼)이 어떤 길을 걸었는가? 입으로 읊어야 ‘진보·좌파’일 수 없다. 삶으로 푸르게 살아갈 적에 ‘새빛(진보)·왼길(좌파)’이다. 그리고, 어느 쪽에 서더라도 오롯이 사랑일 노릇이다. 미움이라면 빛도 길도 아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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