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7.



아이가 말에 눈을 뜨면 스스로 마음을 열면서, 이 마음에 스스로 짓고 싶은 꿈을 사랑으로 하나둘 녹여내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몸이랑 마음으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거나 배우는데, 먼저 젖을 물면서 숨을 살리는 사랑을 배우고, 이다음으로 어버이 입에서 터져나오는 노래 같은 말로 사랑을 배워요. 이동안 어버이 낯빛이나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상냥한 흐름으로 사랑을 익히지요. 아무 말이나 하는 어버이라면 ‘아무나’가 되고, 아름다이 생각을 가다듬어 알차게 말빛을 틔운다면 ‘아름어른’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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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번역을 하는 적잖은 이들은 영어 ‘make’를 섣불리 ‘만들다’로 옮기고 말아요. 말썽이나 어떤 일을 일으킨다고 할 적에는 ‘일으키다’로 옮겨야 하는데, 그만 ‘만들다’로 옮깁니다. 어떤 일이 생길 적에는 ‘생기다’로 옮겨야 하지만, 그만 ‘만들다’로 옮겨요. “The news made him very happy” 같은 영어는 “그를 즐겁게 해 주었다” 꼴로 옮겨야 하지만 “그를 즐겁게 만들었다” 꼴로 잘못 옮깁니다. 이리하여, “생각을 하게 만든다”나 “재미있게 만든다” 같은 번역 말투가 퍼지고 맙니다. “생각을 하게 이끈다”나 “재미있게 한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손수 삶을 짓는 일이 차츰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만들다’가 아무렇게나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요즈음에는 “밥을 만들다”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밥을 짓는다”나 “밥을 끓인다”나 “밥을 한다”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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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5)를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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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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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5.



더 재미난 글이나 책이나 영화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이보다는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살찌우면서 기쁘게 북돋우는 생각을 씨앗으로 심도록 살살 이끄는 글이며 책이며 영화이면 아름다우리라고 봅니다. 갈수록 ‘재미’를 너무 앞세우는구나 싶은데요, 굳이 ‘재미없’게 해야 할 까닭은 없되, ‘재미만’ 찾다가는 우리가 스스로 어떤 빛인가를 잃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수수께끼를, 노래꽃(동시)을,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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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082


누구나 짓는 말

어디에서나 여는 말

즐겁게 문득 떠올린 말

놀다가 일하다가 터뜨린 말


보금자리 가꾸는 어머니가

흙을 돌보는 아버지가

나무를 심는 할머니가

새랑 노래하는 할아버지가


숲이 가르쳐 주고

내가 스스로 알고

바람이 가볍게 들려주고

우리가 저절로 익히고


보금자리마다 피어난 말

이 마을에서 살아난 말

저 고을에서 빛나는 말

온 고장에서 깨어난 말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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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 2020)를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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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춥지 않나요? : 고흥은 대단히 포근한 고장이지만, 이 포근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옷을 얼마나 껴입는지 모른다. 나는 한겨울에도 자전거를 타기에 옷차림이 가볍고, 으레 반바지를 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겨울에도 긴바지를 거의 안 꿴다. 긴바지는 발목 언저리가 톱니에 걸려 자칫 넘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톱니기름이 시커멓게 묻기 마련이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한겨울 이런 차림새를 보면서 “춥지 않나요?” 하고 묻지 않는다. 자전거 즐김이는 으레 “어디서 오셨어요?(어디부터 달려서 왔어요?)” 하고 묻고는 “어디로 가셔요?(어디까지 달려서 가세요?)” 하고 묻는다. 서로서로 자전거를 살피면서 튼튼한지 어디 풀리거나 느슨한 데가 없는지, 어떤 자전거를 타면서 어떤 바람을 가르는가를 헤아린다.


한겨울에 바람을 가르는 맛은 봄가을이나 여름하고 확 다르다. 오싹하면서 싱그럽게 얼어붙는 바람이란 온몸이 찌르르 새 기운을 퍼뜨리면서 팔다리를 가볍게 북돋운달까.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더러 “춥지 않나요?” 하고 묻는 사람이란, 책을 읽는 사람한테 “따분하지 않나요?” 하고 묻는 셈이다.


우리가 서로 물어볼 말이라면 “즐겁지요?”이지 않을까? 한겨울에도 반바지차림으로 자전거를 달리며 바람을 가르는 즐거운 맛을, 아무리 두꺼워도 차근차근 읽어내면서 새롭게 삶을 노래하는 맛을.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도 “그런데 안 추워요?”나 “그런데 안 힘들어요?” 하고 꼭 되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제는 “하하하! 참말 모르시네! 겨울에 반소매 반바지로 자전거를 달려 보시면 안당께!”라든지 “허허허! 참말 모르시네! 1000쪽쯤 되는 책이야말로 얼마나 신나는 이야기꽃인걸!” 하고 덧붙인다.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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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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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2.



어제 알아본 책을 오늘 새로 읽습니다. 어제 못 알아본 책을 오늘 처음으로 알아보며 읽습니다. 어제 알아보았다면 어제는 스스로 마음눈을 떴다는 뜻일 테고, 어제 못 알아보았다면 어제는 아직 마음눈을 덜 뜨거나 안 떴다는 뜻일 테지요. 이 아름다운 책을 어제 못 알아보았대서 스스로 탓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제는 비록 이 아름책을 못 알아보았어도 다른 아름책을 알아보고서 차근차근 스스로 가다듬으면서 하루를 사랑했을 테니까요. 오늘은 오늘 뜨는 마음눈으로 아름책 하나를 새롭게 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한결 즐거이 노래하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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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이 꾸미기에 멋지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마음이기에 저절로 사랑빛이 피어나면서 멋져요. 스스로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누릴 적에 스스로 아름다운 생각을 나누겠지요. 스스로 빛나는 삶과 사랑이 될 적에 빛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 한 자락 누리겠지요.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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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책숲마실》(스토리닷, 2020)을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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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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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30.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알려면 말밑부터 살피고, 우리 스스로 사진을 어린이하고 시골사람한테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별이란 무엇이고 해랑 꽃이란 무엇일까요? 별·해·꽃을 알려면 말밑을 살필 뿐 아니라, 우리 마음으로 별·해·꽃을 품고서 삶·살림·사랑으로 녹여내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비로소 아이들이 받아들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어떤 사진이 있을까요? 이 나라 사진쟁이가 ‘사진’이란 말조차 안 쓰고 ‘포토’나 ‘아트’란 영어를 쓴 지 한참 됩니다. 스스로 삶자리를 잊거나 잃는 곳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삶도, 살림도, 사랑도, 무엇보다 스스로 사람이라는 길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느껴요. 빛을 꽃으로 담는, 빛을 담아 꽃이 되는, 빛을 다같이 꽃으로 나누고 누리는, 이 사진이라는 숨결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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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행위예술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행위예술은 있되 살림하고 삶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문명을 누리기만 할 뿐, 삶을 짓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삶을 짓지 못하니 삶을 들려주는 노래가 없습니다. 삶을 짓지 못해 노래가 없으니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합니다.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하니, 이 나라에서 수수한 시골살이를 노래하는 사진을 찍는 이도 나타날 수 없어요. 다른 나라로는 나가지요. 한국에 없는, 아니 한국에서 사라진, 아니 한국에서 우리 스스로 없앤 수수한 삶을 다른 나라에서 찾으려고 하지요. ‘지구별 두멧시골’을 찾아나섭니다. 티벳을 가고 몽골을 가요. 네팔을 가고 부탄을 가요.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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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꽃을 더 느끼고 싶다면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 2018)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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