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인성 2024.2.17.흙.



사람은 ‘사람’이야. 푸른별에 있는 모든 나라는 터전이 달라서, 이 다른 터전을 저마다 스스로 나타내는 말도 다르단다. ‘사람’은 어떤 목숨이나 빛이라는 뜻을 품는지 돌아보겠니? 너희는 ‘사람’이라는 ‘말(마음소리)’을 읽어내고 새길 수 있을 노릇이란다. ‘살다’라는 말과 ‘살림’이라는 말과 ‘사랑’이라는 말이 왜 소리가 조금씩 다른지 생각하고서 혀에 소리를 얹는다면, 눈길을 틔울 수 있어. 사람으로서 사람다우려면 ‘사람’이 무엇인지 알고 느끼고 보고 나누고 펼 일이란다. ‘인성 = 人性’일 텐데 ‘사람·결’이나 ‘사람·길’이야. 사람이라는 숨결이 있는지 살피고, 사람이라는 길을 가는지 곱씹으면서, ‘사람다움’을 짚는다고 여길 만해. 이름으로만 사람일 적에는 허울뿐이야. 겉모습으로 탈을 쓸 적에는 ‘사람척’이거나 ‘사람흉내’일 테지. 여우탈을 쓰면 여우척일 뿐인걸. 곰탈을 쓰면 곰시늉일 뿐이야. 그러니까 “사람답지 않은” 모습인 “인성이 덜된” 모습이란, 사람탈을 쓴 껍데기에 눈속임이라는 뜻이지. 말로는 읊지만, 마음에는 없거나 몸으로는 안 움직이면, 거짓말에 눈가림일 테지. 입으로 읊지 않아도 마음으로 펼 노릇이고, 몸으로 할 일이야. 말은 안 해도 되고, 글은 안 써도 돼. 마음을 세우면 되고, 삶으로 보이면 돼. 네가 늘 사람으로서 사람길을 가는 사랑이라면 아름다워. 네가 늘 사람답게 생각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숲을 품기에 사랑스러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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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쌓아서 2022.11.9.물.



피어나기에 지고, 지기에 피어나지. 일어나기에 앉거나 눕거나 가라앉아서 쉬고, 이윽고 새로 일어서서 활짝 피어나고. 봄은 여름을 어서 오라 부르고, 여름은 가을더러 얼른 오라 부르고, 가을은 겨울한테 곧 오라 부르고, 겨울은 봄을 가만히 오라 부르지. 쌓으면 짐이고, 짐이면 무거워. 나무 곁에 가랑잎이 그렇게 쌓이더라도 모두 몸을 내려놓고서 땅한테 스며드는 새흙으로 거듭나. 새흙은 나무 곁에서 포근히 자다가 풀한테 깃들어 풀잎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나무한테 찾아가 잎·꽃·열매·씨앗으로 거듭나기도 해. 이 풀잎·꽃·열매를 너희가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아! 풀꽃나무랑 흙이랑 숲이랑 땅이랑 비랑 바람이랑 바다랑 하늘이랑 햇빛이랑 별빛이 이와 같구나!” 하고 느끼곤 해. ‘몸으로 받아들인다’고 할 적에는 ‘밥으로 먹기’만 가리키지 않아.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살갗으로 느껴도 네 온몸으로 고루 받아들인단다. 그리고 뚝딱터(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을 밥으로 삼거나, 쇳덩이(자동차·기차·배·비행기)에 몸을 실을 적에는 이 ‘공산품’이나 ‘쇳덩이’가 나오기까지 거친 모든 길을 너희 온몸으로 보고 느끼고 읽지. 그래서 공산품이나 쇳덩이나 잿집(아파트)에서 오래 머물거나 내내 깃든다면, 너희 눈코귀입에 살갗에 마음은 풀꽃나무·들숲바다·해바람비를 아주 잊거나 등지고 말아. 바람빛도 햇빛도 별빛도 너희 몸에 쌓이다가 녹아들어. 잿빛도 죽음빛도 먼지빛도 너희 몸에 쌓이다가 고스란히 스며들지. 그래서 늘 생각을 하고 하늘을 볼 노릇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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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모은 마음 2022.11.8.불.



구름이 보기에 고개나 멧등성이는 하나도 안 높아. 높다랗게 솟은 땅이라서 구름이 걸릴까? 아니란다. 너희 마음이 구름을 당기거나 밀어서 비를 누리거나 가뭄을 누리지. 너는 햇빛을 누리려는 마음이니? 너는 별빛을 반기려는 마음이니? 너희는 ‘망원경’, 이 가운데 ‘천체망원경’이 있어야 별을 본다고 여기더구나. 그렇지만 이런 것은 겉(허울·껍데기)만 볼 뿐이야. 너희 사람이 ‘단백질덩이’니? 너희 사람은 ‘물질(몸뚱이)’이니? 아니지 않아? 모든 새·지렁이·나비·벌레는 다 달라. 너희는 모든 다른 새한테 다르게 이름을 붙이니? 모든 다른 풀꽃나무한테 저마다 새롭게 이름을 붙일 수 있어? 똑같은 보람(효과·결과)은 없어. 너희가 모으는 마음에 맞추어 늘 새롭거나 다르단다. 걱정하는 마음을 모으니 시커먼 일이 잇달아. 미워하는 마음을 모으니 치고받고 피흘려. 속이는 마음을 모으니 거짓말에 눈가림이 물결쳐. 부러운 마음을 모으니 스스로 짓고 가꾸는 삶이 사라져. 싫어하는 마음을 모으니 온통 잿더미로 바꾸네. 너는 자꾸 이런 마음을 모으겠니? 꿈을 그리며 고치에서 잠든 끝에 날개를 눈부시게 달고 거듭나는 나비를 바라보고, 너도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마음을 모으겠니?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는 마음을 모으니 서로 등지고 따돌리고 놀리고 괴롭힌단다.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을 모으니 푸르게 피어나고 곱게 샘솟는 이야기꽃을 누린단다. 오늘부터 모으면 돼. 이제부터 모으면 넉넉해. 앞으로 모으면서 저 별님한테 나누어 주고, 이 들풀한테 나누어 주고, 네 몫으로 하나를 누리면 즐겁지. 한 걸음씩 모으면서 모든 걸음자리마다 노래씨를 심으렴.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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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보이지 않는 곳 2022.11.7.달.



‘보는눈’이 있지 않으면, 철 따라 다르고 달마다 다르며 나날이 다른 숲을 못 느끼겠지. ‘보는눈’이 있으면, 철·달·날에 맞춰 새로 흐르는 바람을 느끼겠지. ‘보는눈’이란 그저 다 보거나 둘레를 받아들이는 눈이 아니야. ‘보는눈’은 “보려는 모습을 먼저 마음에 그려 놓고서 이 모습으로 이루어 가는 길을 보는 눈”이지. 그런데 너희는 예나 이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엇비슷하거나 똑같은 모습을 보곤 하지. ‘볼 모습’을 먼저 안 그린 탓이고, 네 둘레를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달래기보다 “내 둘레는 언제나 똑같아” 하고 마음에 그린 탓이야. 무엇이든 흘러가는 대로 ‘구경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멍하니 꽁무니를 좇는 모습”만 보게 마련이지. “생각도 마음도 없이 홀리듯 쳐다보는 눈”이 아닌, “생각도 마음도 스스로 그려서 둘레를 포근하고 아늑하게 달래는 눈”으로 피어나기를 바라. 네가 마음에 그리려 하면, 네가 보는 곳이 바뀌고, 네 눈길이 닿지 않는 곳도 어느새 바뀐단다. 네가 마음에 안 그리는 채 아침을 맞거나 바깥을 돌아다닌다면, 넌 그저 휩쓸리거나 어지러이 하루를 치르겠지. 빗물이 시원스레 씻어 주기를 바라면, 하늘을 바라보면서 “빗물이 촉촉히 들며 싱그러운 들숲바다에 마당에 마을” 모습을 마음에 그리렴. 추위도 네가 그리는 대로 오고, 더위도 네가 그리는 만큼 와. 네가 마음으로 보는 곳은 어디야? 네가 마음을 열지 않은 채 멀거니 쳐다보는 곳은 어디야? 너희 눈길은 네 마음이 나아갈 빛길이란다. 눈을 들어 무엇을 보려 하든, 마음부터 넉넉히 그리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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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봄개구리 2024.2.10.흙.



봄에 불어 봄바람이고, 봄에 내려 봄비이고, 봄에 찾아들어 봄새이고, 봄에 깨어나 봄개구리야. 겨울에 오니 겨울눈이고, 겨울에 내리쬐어 겨울볕이고, 겨울에 피니 겨울꽃이고, 겨울에 하는 겨울일이야. 여름에 못물에서 노래하는 못개구리이고, 가을이 깊어 그만 꿈꾸러 땅을 파는 겨울개구리이지. 한창 익는 봄이면 도랑이며 못에 알을 낳는 개구리이고, 아직 얼음이 모두 안 녹았어도 기지개를 켜고서 새해를 그리려는 개구리야. 늦겨울에 일찍 깨어나는 개구리는 심심할 틈이 없어. 앞으로 푸르게 퍼질 풀숲을 그린단다. 이제 이곳을 떠날 겨울새 날갯짓소리를 귀기울이고, 하나둘 깨어나려는 풀벌레를 눈여겨보지. 곧 돋는 봄꽃마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모여들게 마련이고, 봄개구리도 봄새도 봄꽃 곁으로 찾아간단다. 그야말로 온누리 누구나 봄꽃을 지켜본단다. 잎망울을 헤아리고 꽃망울을 그려. 조그맣게 부풀다가 환하게 터지는 새잎과 새꽃을 반기면서 새해를 누릴 새길을 하나하나 곱씹는 봄이라고 할 만해. 겨울은 꽁꽁 얼리는 늦가을비하고 늦가을바람에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굴을 파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여길 수 있어. 거꾸로 봄은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땅을 풀어내는 늦겨울비하고 늦겨울바람에 눈을 번쩍 뜨면서 밖으로 기어서 나와 입을 크게 벌리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할 수 있어. 잘 들어 보렴. 늦가을소리와 늦겨울소리가 다르단다. 낮이 길어가는 하늘은 새도 벌레도 사람도 살찌우는 숨결을 퍼뜨린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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