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우당탕탕 2024.1.17.물.



흔들리는 까닭은 네가 스스로 흔들거든. 안 흔들리는 까닭은 네가 스스로 안 흔들어. 네가 발을 딛고서 살아가는 별은 가만히 있은 적이 없어. 늘 돌고 움직이는데, 꽤나 빠르게 돌고 움직인단다. 너는 이 별이 얼마나 빠르게 돌거나 움직이는지 느끼니? 네가 몸을 이 별에 맞추었기에 ‘별돌이’를 못 느낀다고 여길는지 몰라. 그러나 너는 ‘별돌이’가 아닌, “내가 나로서 보내는 하루”를 바라보기 때문에, ‘땅흔들’을 느끼지 않아. 아니, ‘별돌이·땅흔들’을 문득문득 흘려보낸다고 여길 만해. 어느 곳을 왜 흔들린다고 느끼는지 헤아려 보고, 왜 안 흔들리는지 헤아려 봐. 우당탕탕 달려들거나 서두르지만, 하나도 안 흔들릴 수 있어. 우당탕탕 달려들고 서두르니까 늘 흔들릴 수 있어. 마음을 기울이는 곳에 네가 있단다. 몸이 있는 곳이 아닌, 마음을 기울이는 곳에서 살아간단다. 마음을 기울인다면 ‘우당탕탕’이 아닌 ‘신바람놀이’나 ‘신명노래’로 여길 만하지. 마음을 안 기울이니 어지럽고 어수선하단다. 마음을 곧게 세우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곧게 서겠지. 마음을 안 세우면, 스스로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모르는 채 헤매고 떠돌아. 나비가 무엇을 보거나 그리면서 날는지 생각해 봐. 나비는 아무 데나 안 가겠지. 새가 무엇을 바라거나 꿈꾸면서 노래하고 날아가는지 생각해 봐. 새는 아무렇게나 떠들거나 날지 않아. 남이 쳐다보는 눈은 남이 흔들리는 길일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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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터널 2024.1.18.나무.



굴에 들어가는 줄 모르면, 갑자기 캄캄해서 하나도 못 보고 놀라거나 무서웁겠지. 굴에 들어가는 줄 몰라도, 스스로 가는 곳을 차분히 바라볼 적에는 곧게 나아가면서 어느새 둘레를 환하게 알아봐. 굴에 들어가는 줄 알지만, 근심걱정에 싫다는 마음이 있으면, 곧 캄캄한 줄 미리 알더라도 어쩔 줄 모르면서 헤매. 자, 그렇다면 어떤 눈과 마음으로 생각을 스스로 심을 노릇인지 짚으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미리 알거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아. 훅 얼어붙더라도 얼음추위를 누릴 수 있어. 비바람에 벼락이 내리치더라도 비놀이를 즐길 수 있어. 긴 굴(터널)도 짧은 굴도 없어. 숱한 길 가운데 하나인 굴이야. 굼벵이는 나무뿌리 곁 땅밑에서 느긋이 일곱 해나 열일곱 해를 살아가다가 어느 날 살며시 깨어나기로 마음먹어. 날개가 돋은 새몸은 고작 이레나 보름쯤 살다가 포르르 떨어져서 주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굼벵이는 안 아쉬워 해. 땅밑에서 보낸 일곱 해나 열일곱 해가 아깝지 않거든. 그저 땅밑에서 내내 살아야 할 까닭이 없어. 이곳에서는 이 삶이 있어. 저곳에서는 저 살림을 지어. 어느 곳에서나 하루라는 길을 간단다. 이 하루는 언제나 새롭게 구름과 풀꽃과 바람이 나란히 흐르는 노래길이자 놀잇길이야. 눈을 밝히기에 본단다. 눈을 밝히기에 해도 별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몸짓과 발걸음으로 천천히 누비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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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베풀지만 2023.12.28.나무.



베풀면서 자랑하지 않아. 베풀지 않기에 자랑한단다. 베푸는 사람은 기꺼이 다 내주면서 정갈하고 가볍게 날갯짓을 해. 베풀 줄 모르기에 자꾸 티내려 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이름을 내세우더라. 열매를 베푸는 나무가 뽐내는 꼴을 본 적 있니? 꽃을 베푸는 푸나무는 우쭐거리지 않아. 벌나비한테 꽃꿀가루를 베풀지만 어느 하루도 콧대를 세운 적이 없어. 날마다 찾아와서 따뜻하게 베푸는 해도 잘난척하지 않아. 땅을 씻고 촉촉히 적시는 비는 언제나 싱그러이 베풀지만, 하늘을 틔울 뿐, 조용히 가지. 베풀 수 있으려면 오직 사랑이어야 해. 사랑일 적에는 베풀지만, 사랑이 아닐 적에는 “베푸는 시늉”일 뿐인 ‘자랑’이나 ‘꾸미기’란다. 어머니는 아기한테 젖을 베풀어. 아기는 어버이한테 웃음을 베풀어. 아버지는 아이한테 이야기를 베풀어. 아이는 엄마아빠한테 생각을 베풀어. 할머니는 아이한테 노래를 베풀어. 아이는 할머니한테 놀이를 베풀어.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살림짓는 손길을 베풀어. 아이는 할아버지한테 초롱초롱 눈빛을 베푼단다. 너는 무엇을 베푸니? 네 둘레에서는 너한테 무엇을 베푸니? 너는 바다가 무엇을 베푸는지 느끼니? 냇물이 무엇을 베풀고, 새는 무엇을 베풀지? 모래알은 무엇을 베풀고, 지렁이는 무엇을 베풀까? 네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베푸는 숨결은 무엇일까? 하나씩 곰곰이 짚어 보렴.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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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전광판 2023.12.29.쇠.



반딧불이는 밤에 또렷하게 볼 텐데, 낮에도 반딧불이는 반딧불이란다. 별빛은 한밤에 반짝반짝 볼 텐데, 낮에 알아보지 않더라도 별은 늘 별이란다. 밤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새가 있지만, 불을 밝히거나 쏘지 않아. 개구리는 낮에도 놀지만, 밤이 깊어도 모여들어서 신나게 노래해. 고양이는 낮에도 돌아다니지만, 밤에도 사뿐히 걸어다녀. 낮은 햇빛으로 살아가고, 밤은 별빛으로 살아가며 꿈을 바라본단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은 낮과 밤을 잊었어. 낮에 해를 바라보는 자리에 있지 않더니, 밤에 별을 헤아리지 않더구나. 낮에 햇빛이 드리우는 들숲바다를 품지 않더니, 밤에 별빛잔치를 누리지 않네. 사람들은 밤에 몸을 쉬면서 스스로 넋빛을 돌아보는 때를 보내기보다는, ‘전광판(전기로 밝히는 알림판)’을 잔뜩 세우면서 넋을 잊고 얼을 잃네. 왜 밤에 전광판이 번쩍거리는 곳을 드나들거나 오가야 할까? 왜 낮에 하고서 쉬어야 할 일놀이를 밤늦게 붙잡을까? 얼마나 바빠야 하니? 얼마나 스스로 넋을 등져야 하니? 얼마나 몰아쳐야 하니? 얼마나 제빛(스스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넋빛)을 잊은 채 허깨비가 되어 떠돌아야 하니? 전광판이 비추는 곳에 모여들어 우글거리는 사람들과 하루살이는 무엇이 다를까? 한살림을 잊는 마음이라서 하루살이로 스스로 몰아세우지 않니? 네가 네 넋을 늘 바라보아야 삶이야. 남들이 세우는 전광판에 휩쓸리면서 너희 빛씨앗을 갉지 않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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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받아들이면 2023.12.30.흙.



네가 받아들이면 돼. 네가 안 받아들이면 안 돼. 네가 바라보면 돼. 네가 안 바라보면 안 돼. 네가 돌보면 돼. 네가 안 돌보면 안 돼. 네가 하면 돼. 네가 안 하면 안 돼. 네가 말하면 돼. 네가 말을 안 하면 안 돼. 하나씩 새기렴. 새기려면 느긋하고 넉넉히 품을 들여야겠지. 뚝딱 이룰 수 있고, 하나씩 돌아보고 살피고 그리면서 차근차근 이룰 수 있어. 다 이루게 마련인데, 이루는 때와 마음과 길과 뜻이 달라. 어느 때는 가벼우면서 쉽게 보고 느껴서 받아들이지. 어느 때는 영 무겁고 어려워서 등돌리거나 눈감다가 한참 뒤에 조금 받아들여. 어느 때는 싹 끊거나 닫고서 아예 안 받아들여. 너는 기쁨도 받아들이지만, 슬픔도 받아들여. 웃음도 받아들이고 눈물도 받아들여. 노래도 받아들이고 미움도 받아들이지. 무엇이든 받아들여. 다 다른 곳과 때와 삶을 보고 느껴서 마음을 일으키고 싶거든. 바다도 가람도 흐르기에 오르다가 내려앉아. 일어나기에 가라앉고, 축 처지기에 새로 일어선단다. 하루하루 다르게 보고 느끼는 숱한 모습과 몸짓을 네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고 무엇을 생각하면서 어디로 나아갈 적에 빛나는지 알려주는 빛살이란다. 곰곰이 보렴. 오늘 받아들여도 되고, 앞으로도 안 받아들일 수 있어. 꼭 눈앞에 흐르는 빗방울을 받아서 마셔야 하지 않아. 새벽마다 이슬이 새로 맺고, 샘물도 늘 솟아나. 2023.12.30.흙.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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