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풀어놓을 2025.5.20.불.



어떻게 마주하기에 ‘너’하고 ‘나’인지 알아보려고 눈을 뜨는 사이에, 네 삶을 네 손으로 가꾸는 길을 찾아. 어떻게 마주할는지부터 안 살피니, ‘너·나·우리’라는 이름고리를 몰라보고, “나부터!”나 “나먼저!”를 외치면서, “나를 잊은 낡은 나이”로 사로잡히지. 이른바 ‘보수·진보’는 따로따로이지 않아. 모든 숨결이 함께 품어서 스스로 고르게 가누면서 살리는 삶길인 두빛이야. 생각해 보렴. ‘씨앗’을 심었으면 ‘돌봐’야지. 땅을 갈아엎었으면 씨앗을 심고서 그대로 다독이고 가꾸고 지켜야지. 날마다 갈아엎으면 땅과 씨앗이 다 죽고 사람까지 죽어. 그런데 씨앗을 심어서 맺은 열매를 안 따고 안 나눠도 죽어. 들숨은 곧바로 날숨으로 간단다. 들숨날숨은 따로따로가 아닌 한마음이자 한몸인 한길이지. 네가 ‘살’려면, 네 몸을 그대로 두고 돌보고 지키면서 늘 새롭게 깨어나려는 눈빛일 노릇이야. 너부터 스스로 네 ‘목숨’을 ‘보수 + 진보’ 또는 ‘진보 + 보수’로 가꾸고 일군단다. 집을 새롭게 지었으니, 이 집에서 오래오래 즐겁게 살림을 펴면서 사랑을 심고 살아갈 노릇이야. 새집을 안 돌보면서 또 허물어서 새집을 짓고, 다시 허물면서 또또 새집을 짓는다면, 넌 “살 곳을 스스로 없앴”기에 죽는단다. 가르지 마. 갈라야 할 까닭이 없어. 어느 쪽이 높을 수 있고, 낮을 수 있겠지. 그러나 “어느 한쪽만 있어야” 한다고 여기면, 스스로 몸마음을 무너뜨려서 떼죽음으로 치닫는단다. 늘 그저 풀어놓으렴. 몸도 마음도 바람에 맡기고 바다에 맡기면서 풀어놓으렴. 스스로 빛날 수 있고, 네 ‘숨씨’를 살리는 길을 알아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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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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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아이돌 2025.5.21.물.



우리는 남한테 뭘 보여주려고 태어나지 않아. 우리는 남을 구경하려고 태어나지 않아. 우리는 처음 태어난 몸으로 빛나지. 겉으로는 살뜰히 빛나고, 속으로는 알뜰히 빛난단다. 풀은 한 포기 숨결로 빛나. 나무는 한 그루 숨결로 빛나지. 높일 일이나 낮출 까닭이 없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풀과 나무란다. 그저 그대로 그곳에 있기에 아침해와 함께 눈뜨면 둘레를 바라보지. 나를 둘러싼 숱한 숨빛을 느끼면서 함께 있는 이곳을 사랑하려고 마음을 활짝 열지. 나무를 바라보는 풀은 나무한테 눈길을 빼앗기지 않아. 둘은 그저 서로 보며 하루를 살다가, 어느새 스스로 들여다보는 꿈길로 나아가. 그런데 사람들은 스스로 그려서 스스로 짓고 스스로 하고 스스로 펴서 스스로 나누는 길을 잊으면서, 서로 치고받으면서 빼앗는 나라를 세우네. 모든 나라는 제 나라를 키우려고 힘을 쏟아. 이러면서 나라일꾼 스스로 남보다 높다고 여기고, 남을 밑에 놓는단다. 나라에서 살아가자면 ‘나’가 아닌 ‘남’한테 제 기운을 바쳐야 하지. 스스로 그려서 짓고 하고 펴고 나눌 적에 ‘일’인데, 나라는 “남한테 제 기운을 바쳐서 돈을 조금 얻는 굴레”에 ‘일’이라는 이름을 엉뚱하게 붙이네. ‘공무원·대통령·군인·과학자’가 ‘일’일 수 있을까? ‘허수아비’에 ‘종’이지 않을까? 나라는 ‘종살이’를 하는 ‘허수아비’를 꾀려고 ‘아이돌(idol·우상)’을 세워. 대통령을 비롯한 나라사람(공무원)부터 ‘아이돌’이고, 얼굴과 몸매와 춤짓으로 노닥거리는 모습으로 ‘어린 아이돌’을 세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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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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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명성으로 2025.4.28.달.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어. 저마다 이름이 있고, 다 다른 이름에는 모든 사람이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흘러. 얼핏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은 이름”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둘이나 여럿이 이름이 같아 보여도, 걸은 길과 삶은 다르단다. ‘이름’이란, 이제까지 이른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면서, 이제부터 이르려는 길을 밝히는 뜻이야. 이름을 보면서 어제·오늘·모레를 읽어. 이름을 짓고 나누면서 이제껏 일군 보람을 살펴. 서로 이름을 헤아리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느끼고 돌아봐. 그런데 ‘이름’이 아닌 ‘이름값(명성)’을 따지는 사람이 많구나. 이름이 없는 사람이 없듯, 값이 없는 이름도 없어. 누구나 이름과 값이 다르게 있되, 높거나 낮다고 가를 수 없는데, 자꾸만 이름값(명성)으로 휘두르거나 휘말리면서 이야기를 잊는구나. 이름값을 따라가려는 사람은 가엾어. 이름값을 높이려는 사람은 불쌍해. 이름값에 매이는 사람은 스스로 갉거나 깎는구나. 이름값을 얻어서 누리거나 부리는 사람한테는 이야기가 사라지고 빛이 바래면서 숨결과 숨소리가 죽어간단다. 너는 무엇을 보니? 너는 어디로 가니? 네 이름은 무엇이니? 이름을 구슬로 느끼고 돌보렴. 네 이름을 구슬처럼 굴리면서 스스로 노래하렴. 서로 이름을 맑고 밝게 부르면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렴. 이름값을 내세울수록 가난하단다. 이름값을 차리려 할수록 껍데기가 단단하게 늘어나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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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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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종종걸음 2025.4.29.불.



누가 널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더라도, 네가 다치는 일은 없어. 너를 치거나 차는 이가 스스로 갉거나 할퀴는 짓이란다. 그런데 네가 “맞았어!” 하는 마음을 잇고 외치는 사이에 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앓고 무너져. 너는 빗물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서러워하니? 너는 바람을 맞거나 햇볕을 맞거나 별빛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따지거나 싫어하니? “널 때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 생각하렴. 누가 누구를 때리거나 치거나 차거나 할퀴려고 주먹·발길·막말 들을 휘두른다면, 늘 “때리려는 이가 스스로 갉아먹기”를 하면서 널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야. 네 눈길을 잡아끌어서, 네가 네 하루를 안 보거나 잊기를 바라는 속내란다. ‘그놈’을 안 따져야 하지는 않아. 다만, “아무개가 때리는구나. 또 때리네.” 하고 밝히면서 끝내면 돼. 넌 네 하루를 살아야지. 비가 오기에 “비가 오네. 오늘은 비를 맞으며 걸을까.” 하고 생각할 만해. 언제나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별이 돋아. 날마다 흐르는 날씨를 살피면서, 이날과 이때에 네가 일구려는 길을 새롭게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야. 네가 네 하루그림을 바라보기에 네 하루가 알차고 넉넉하단다. 네가 “저놈이!”나 “저 녀석이!” 하면서 저쪽을 쳐다보느라 네 삶을 자꾸 잊다가 놓치느라 종종걸음을 치기 일쑤란다. 너는 너를 사랑하는 길을 그려서 펴기에 스스로 하늘빛으로 품어서 풀어. 너는 너를 생각하는 빛을 바라보기에 종종걸음 아닌 제걸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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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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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뜸부기 2025.4.25.쇠.



오래도록 사람곁으로 찾아드는 참새·박새·딱새·뱁새·동박새·굴뚝새가 있고, 제비·꾀꼬리·까치·까마귀·직박구리·물까치에 비둘기·꿩·뜸부기가 있어. 이밖에 숱한 새가 저마다 다른 날갯짓과 노랫가락으로 찾아온단다. 이런 새와 저런 새 모두 푸른살림을 함께 이었어. 사람이 먹는 낟알과 열매라면 새도 나눠받고, 새가 거리끼지 않으며 쪼는 낟알과 열매라면 모든 사람이 즐겁게 누릴 만하지. 사람은 새를 반기면서 새한테서 배운 나날이란다. 날씨를 읽는 길을 알아채고,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보는 둥지에 매무새를 헤아리는 동안 “아기를 낳아 돌보는 집살림”을 어떻게 펴야 아름다울는지 생각했어. 이러다가 요 온해(100년) 사이에 사람들은 그만 ‘죽임물(농약)’과 ‘죽임거름(화학비료)’과 ‘죽임켜(비닐)’를 만들어 내는구나. 넉넉히 나누면서 배우는 살림을 등지네. 지난날에도 나리(양반)와 임금과 벼슬아치(권력자)와 땅임자(지주·부자)는 똑같이 사람들을 들볶고 우려내고 괴롭혔지만, 새를 내쫓거나 죽이거나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씨앗을 건사하는 동안 늘 숨빛을 살폈어. 사람들은 맨발로 땅을 디디고 나무를 타는 동안 언제나 숨결을 익혔어. 보겠니? 뜸부기만 죽음더미(농약·화학비료·비닐)에 시달리다가 괴롭지 않아. 그런데 뜸부기는 그만 거의 모조리 목숨을 빼앗기며 사라져 가는구나. 여름새 한 마리가 온몸과 온빛으로 사람들한테 외치는데, 이 외침을 귀담아듣거나 느끼기가 어려울까? 뭐, 이제 눈감고 귀닫았으니 마음을 잃고 잊는 사람들이겠지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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