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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배울 수 있기에 밤에 포근히 잠들고, 배운 하루였기에 이튿날 아침에 씩씩하게 깨어나지 싶습니다. 배울 수 없기에 밤에 잠들더라도 포근한 숨결하고 멀어지고, 배운 하루를 바라지 않기에 이튿날 아침을 새날로 여기는 마음하고 동떨어지지 싶습니다. 대단하구나 싶은 길을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노는 마음을 배우면 돼요. 엄청나구나 싶은 책을 읽어서 배워야 하지 않아요. 어린이랑 손잡고 살림을 노래하는 기쁜 하루를 차근차근 배우면 넉넉해요. 삶이란 이런 길 아닐까요?


참말로 일을 안 하는 남녘 어린이는 앞으로 슬기롭거나 씩씩하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마을일꾼·집일꾼·나라일꾼·누리일꾼이 될 수 있을까요? 손에 물을 안 묻히고서 시험공부만 잘 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어떤 몫을 맡을까요? 밥을 할 줄 모르고, 옷을 기울 줄 모르며, 집을 지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일을 고되게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참말로 일을 고되게 해서는 안 되지요. 그러나 일을 모르기에 놀이를 모르지 싶습니다. 즐거이 나누는 일하고 멀어지기에 즐거이 나누는 놀이하고도 멀어지는구나 싶습니다. (70∼71쪽)


삶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 2019)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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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글씨는 우리 마음씨가 드러나도록 쓰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써야 할 글씨가 아닙니다. 예쁘게 써야 할 글씨도 아닙니다. 마음씨를 즐겁게 펼치는 글씨이면 넉넉합니다. 솜씨가 대단해야 할까요? 마음씨를 담은 솜씨이면 아름답지요. 맵시가 뛰어나야 할까요? 마음씨를 살린 사랑이라면 반갑습니다.


[사랑] 사람답게 살아가는 슬기롭고 상냥하면서 새로운 숨결이 드러나는 길이 사랑이라고 느낀다. (324쪽)


글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 2019)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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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며칠 동안 찬바람이 드셌습니다. 그렇다고 고흥까지 얼어붙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고장에서는 첫눈이 온다고 했어도 고흥은 하늘만 파랄 뿐 구름조차 적었어요. 외려 찬바람이 부는 만큼 낮하늘은 더 파랗고 밤하늘은 더 까맣더군요. 읍내마실을 할 적에는 굳이 긴바지를 꿰지만, 집에서는 반바지입니다. 밤에는 집안이 13도까지 내려가던데, 이만 한 날씨는 반바지로 거뜬합니다. 마당에서 이 겨울에 맨발로 나무 곁에 서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숱한 별자리를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동무님’이나 ‘이웃님’이나 ‘손님’처럼 쓰기도 하고, ‘땅님’이나 ‘풀님’이나 ‘바다님’이나 ‘꽃님’처럼 쓰기도 해요. 거룩하면서 예쁘고 반가우면서 사랑스럽기에 붙이는 ‘님’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한테도 ‘임금+님’처럼 ‘임금님’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위아래가 따로 없이, 높낮이가 딱히 없이, 누구한테나 ‘님’이라 했어요. 풀 한 포기하고 임금 한 사람도 똑같다는 마음으로 모두 ‘님’이었지요. 서로서로 아끼는 숨결이기에 상냥하고 즐거이 ‘님’을 붙였답니다. (102쪽)



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7)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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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오늘(2020.12.14.) 새벽에 ‘울·우리’ 말밑을 캐면서 ‘울다·웃다’가 얽힌 실타래를 풀었습니다. 풀고 나면 어쩐지 싱거운데요, 풀기 앞서까지는 이 울타리를 어떻게 넘나 하고 헤맵니다. 헤매다가 풀고, 풀었으니 다음 울타리로 가고, 다음 울타리 곁에서 또 헤매더니 어느새 풀고, 이다음 울타리로 자꾸자꾸 나아갑니다. 이런 나날을 보내기에 누가 “책을 많이 읽으니, 책에서 길 좀 찾으셨어요?” 하고 묻는 분한테 대뜸 “책에는 아무 길이 없던데요. 길은 책이 아닌 우리 삶으로 스스로 즐겁고 사랑하는 노래로 누구나 낸다고 느껴요.” 하고 대꾸합니다. 책집마실을 다니는 나날이란, 스스로 새롭게 헤매면서 삶을 노래하는 놀이랑 가깝지 싶습니다.



책에는 길이 없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어 얻은 이야기로 힘을 얻습니다. 책에 길이 있기에 책을 읽으며 길을 찾지 않아요. 책을 읽어 얻은 이야기로 힘을 얻기에, 이 힘을 씩씩하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새길을 닦습니다. (315쪽)



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책숲마실》(스토리닷, 2020)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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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13.



아무것도 안 하고 쉰 적이 있나 하고 돌아보면, 아예 하루조차 없지 싶습니다. 어린이일 무렵에는 어린배움터에서 내놓는 짐(숙제)이 너무 많아 쉴틈이 없는데다가, 그무렵 어린이는 언제나 심부름이나 집안일도 같이했습니다.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열네 살부터 이곳을 마치는 열아홉 살까지 하루 세 시간쯤 자면서 배움책을 펴야 했지 싶어요. 스무 살을 앞두고 열린배움터에 들어가는데, 인천 하늬녘 끝에서 서울 새녘 끄트머리까지 버스랑 전철을 갈아타며 오가자니 푸른배움터를 다닐 때보다 잠을 줄여야 합니다. 스무 살에 총을 들러 강원도 양구 멧골에 들어갔고, 스물두 살에 드디어 총을 내려놓아도 되었으나,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살며 잠을 더 줄이는 나날이 됩니다. 1998년 1월 6일부터 하루를 01∼02시에 여는 몸으로 맞추었습니다. 글쓰기를 손에 익힌 1994년 2월부터 2020년 12월에 이르도록 날마다 10∼12시간을 글살림에 들였지 싶은데, 아이를 낳아 돌보던 2008년부터 글살림 품을 확 토막내었습니다. 작은아이가 열 살을 맞이한 올해부터 다시 글살림 품을 늘려 이제 하루 8∼10시간을 글살림(낱말책을 쓰는 일)에 들입니다. 무엇을 쓰면 즐거울까요? 무엇을 보고 새기면 기쁠까요? 오늘도 01시부터 이은 글쓰기(낱말책 쓰기)를 낮 12시에 마무르려고 하는데, 셈틀이 오락가락합니다. 11시간을 내처 달린 셈틀이 쉬고 싶다면서 웅웅거립니다. 아이들은 새해 달종이(달력)을 손수 그립니다. 이제 셈틀을 끄고 밥을 차릴 때입니다.



2014.3.14. 사진책이란 무엇인가? ‘사진책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사진읽기와 사진찍기란 무엇인가? 사진빛과 사진삶은 어떠한 결인가? 그제 내린 비가 도서관 한쪽에 고였다. 밀걸레를 써서 빗물을 훔친다.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구석구석 닦는다. 비가 새는 폐교 건물 도서관이지만, 비가 새기에 이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깨끗하게 닦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빗물로 골마루를 닦는 동안 싱그러운 바람이 훅 분다. 따스한 봄바람이네. 새로 돋는 풀싹내음을 곱게 실은 예쁜 바람이네. (200쪽)



책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 2018)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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