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허둥지둥 2023.2.1.물.



네가 너를 지켜보면서 살아갈 적에는 허둥지둥대는 때가 없어. 남들은 네 몸짓을 ‘허둥지둥’이라 할는지 모르는데, 남들이 너를 가리키는 말이 너일 수 없어. 너는 늘 네가 너를 보면서 스스로 읊는 말대로 ‘너(나)’란다. 누가 널 보며 “잘 하네” 하고 말하기에 잘 하지 않아. 널 보며 ‘남자·여자’로 가르거나 ‘잘생김·못생김’으로 따지더라도 “남들이 하는 말”은 너를 너로서 그려내지 못 한단다. 너는 네가 느끼는 네 모습이 있어. 그런데 “네가 느끼는 모습”은 “네가 그리는 모습”은 아니야. 그때그때 네가 알아차리도록 드러나는 모습이지. 너는 그때그때 너 스스로 네 모습을 느끼고 새록새록 돌아보면서 “네가 그리는 모습”으로 나아간단다. “어느 만큼 해냈나”를 볼 까닭은 없어. “어느 만큼 무엇을 하면서 네가 그린 모습에 차근차근 다가서는 줄” 느껴서 새삼스레 한 발짝을 내디디면 된단다. 네가 너를 느껴서 꿈그림을 돌아보는 나날이라면, 넌 허둥지둥대는 때가 없어. 남들이 둘레에서 읊는 말에 사로잡혀서 네 모습을 그때그때 안 느끼고 네 꿈그림을 자꾸 잊는다면, “네가 어느 곳에 얌전히 있는 듯”하더라도 넌 허둥지둥이란다. 생각해 보겠니? 느긋하면 어때? 서두르면 어때? 넘어지면 어때? 맞거나 잘되면 어때? 늘 같아. 허둥지둥한다면 “아, 이럴 적에는 허둥지둥이네.” 하고 느끼면서 지나가렴. 네가 하려는 일놀이랑, 네가 이루려는 그림을 새롭게 마음에 담아서 신바람으로 가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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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한달음에 2022.8.10.물.



한달음에 가겠다면 얼마든지 가렴. 다만, 한달음에 가고프면 몸을 잊으렴. 몸을 데리고서 한달음에 가겠다면, 네 몸이 온통 눈부신 빛씨앗인 줄 느낄 때까지 마음을 하나로 고요히 다스리면 돼. 네가 한달음에 못 간다면, 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어. ‘한달음이 아닌 천천히 가면’서 곰곰이 배우고 누릴 삶이 가득하다는 뜻이야. 그런데 ‘한달음’은 뭘까? 크게 바로 갈 적에만 한달음일까? 하늘처럼 맑게 나아가는 한달음을 생각해 보니? 함께 나아가는 한달음을 헤아려 보니? 서로 한마음으로 달리면서 웃는 길을 그리니? 이름은 ‘한달음’인데 모두 다르단다. ‘느낌’이나 ‘천천히’도 이와 같아. ‘가득’이나 ‘가벼이’도 이와 같지. ‘넉넉히’나 ‘모자라게’도 이와 같단다. 한 가지 틀만 있지 않아.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하루를 산단다. 이 다른 길을 스스로 빛내면 돼. 남보다 빨리 멀리 크게 가는 한달음이라면 쉽게 지치거나 무겁지 않아? 네 발걸음을 사랑하렴. 어깨를 펴고 등뼈를 곧추세우고 걸으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렴. 두 팔을 벌려 바람을 안으렴. 온몸을 바다에 맡겨 헤엄치렴. 네가 네 몸짓을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너는 너다우면서 너로서는 빛줄기 같은 몸짓으로 깨어나면서 나아간단다. 네 한달음을 찾으렴. 네 눈빛을 보렴. 네 목소리를 사랑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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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때를 기다린다 2021.11.27.흙.



기다려야 하지 않고, 기대야 하지 않아. 스스로 기둥이 되렴. 너는 너를 보기에 늦지도 이르지도 않단다. 너는 스스로 기둥이요 들보이고 지붕이자 집이라서, 언제나 스스로 든든하고 튼튼하지. 무엇을 기다린다고 할 적에는 아직 스스로 서지 않았다는 뜻이야. 이웃을 만나려고 어디서 보자고 하지? 그때 너는 이웃을 기다리니? 아니면 어느 곳에 어느 때에 맞추어 간 다음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면서 네 할 일을 하니? 얼핏 보면 ‘때를 기다린다’고 하는데, 스스로 서고 스스로 짓고 스스로 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일’이 없어. 늘 스스로 ‘서고·짓고·하고’를 하니까 기다림이 아니지. 넌 싹이 트기 기다리니? 싹이 튼 모습을 보거나 싹이 트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지 않니? 넌 봄이 오기를 기다리니? 겨울을 누리거나 신나게 품지 않니? 나이 먹기를 기다린다면 죽음을 바란다는 뜻이야. ‘기다림’은 ‘심부름’하고 짝꿍이란다. ‘너(나)다움’이 없는 마음에 스미는 ‘기다림·심부름’이야. ‘너(나)다움’이라면 ‘그림·지음·함’이야. 누가 밥을 차려주기를 기다리니? 누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니?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니? 기다리면서 심부름만 하겠다면 네 삶은 없어.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보고 생각하고 즐기겠다면 늘 네 삶길이야.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니? 버스가 올 때까지 네 마음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짓니? 별이 돋기를 기다리니? 네 눈으로 밤낮으로 별을 부르니? 해가 뜨기를 기다리니? 네 몸에 해님이 피어나서 스스로 따뜻하고 밝게 돌보니? 기다리기에 기댄단다. 기대기에 기다려. 기둥은 기대지도 기다리지도 않아. 네가 너 스스로 ‘집’인 줄 느끼렴. 네 넋이 깃들어 노래하며 살아가는 ‘몸’을 고루 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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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나너우리 2021.12.7.불.



무엇은 왜 날까? 무엇은 왜 돋아? 무엇은 왜 솟니? 네가 안 심어도 싹은 나. 네가 안 보아도 새로 돋지. 네가 못 느껴도 일은 솟아(생겨). 너희가 살아가는 곳에는 너희만 있지 않거든. ‘너’ 같은 숱한 다른 ‘나(이웃 숨결)’가 있어. ‘네’ 곁에 ‘또다른 너’가 있다고 하겠지. ‘또다른 너’는 ‘나’를 느끼거나 보기도 하지만, 생각조차 못 하기도 해. 너희는 ‘우리’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거든. 너희가 쓰는 ‘우리(울)’는 ‘안은·감싼·품은’을 가리키는 울(울타리)이라고 하겠지. ‘나’로 있을 적에는 그저 움직임이 없지만, ‘나’를 스스로 제대로 다시 보기에 ‘너’가 태어나고, 나하고 다르지만 (바탕은) 같은 너를 느끼면서, 서로 묶는, 그러니까 ‘아우르’는 ‘우리’이더구나. 서로 안거나 감싸거나 품으면서 ‘어울리’지. 너희가 말하는 ‘우리 = 아우르다 + 어우르다’인데 ‘아버지 + 어머니’야. ‘알 + 얼’이고, ‘알다 + 얼다’이기도 한데, 너희는 서로 ‘우리’라는 길을 가며 새롭게 ‘하나’로 빛나지. 이때 ‘하나 + 울’이 되어 ‘한·울 = 하늘’이더구나. ‘나’만 있거나 ‘너’만 가르면 ‘하늘인 우리’로 가지 못해. 나로서 나인 줄 알고, 너로서 너를 얼울 적에 ‘우리’라는 ‘새빛’이 되어 온누리를 밝히는 ‘해’란다. 너희가 ‘나 + 너 = 우리’로 가기에 스스로 새빛이 되었기에 ‘알 + 얼’인 ‘아기(아이)’를 낳잖아? 이런 ‘우리’란 아름답지. 얼씨구절씨구 기쁘고. ‘우리’란 무리지은 굴레가 아니야. 그러나 너희가 ‘알(아버지·알다)’하고 ‘얼(어머니·얼다)’을 잊으면 ‘우리’가 아닌 ‘무리’가 되고 말아. 허튼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고서 ‘알지 못하고, 얼우지(어르지) 않는’ 바보(얼간이·얼뜨기·얼치기)로 가. 사랑이 없으면 ‘가두는 우리(짐승우리)’인 ‘무리짓(떼짓)’이야. 사랑이기에 웃고 울며 우러르는(높이는) 해님이야. 무리짓을 하니 떼쓰면서 더 바보스레 나뒹군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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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가는 곳. 2021.12.8.물.



넌 어디를 가? 넌 그곳에 왜 가? 네가 가는 곳에는 네 걸음에 따라 네 자취가 남지. 넌 스스로 어떤 걸음이 되어 어떤 자취를 남길 생각이니? 너는 그곳에 네 기운을 어떻게 남기고 싶어? 살짝 머물기도 싫은 데를 지나가니? 지나치기 아쉬운 곳을 지나가니? 네 마음·눈길·생각은 네 걸음이 묻은 자리에 스며서 퍼져. 싫다고 느끼는 곳에는 싫다는 마음을, 좋다고 느끼는 곳에는 좋다는 마음을 심는단다. 네가 바다에 돌을 던지면 바닷속에 돌이 생기지. 네가 들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비닐을 날리면 들에는 쓰레기나 깡통이 굴러. 네가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숲에 사랑빛 한 줄기가 퍼져. 네가 숲이 무섭다고 여기면 무서운 기운이 으스스 한 톨 생겨나고. 그런데 있잖아, 바다도 들도 숲도 하늘도 너희가 남기는 찌끄레기를 아랑곳하지 않는단다. 며칠·몇 달·몇 해가 걸리든 다 씻고 털어내. 바다·들·숲·하늘은 너희가 버린 쓰레기를 그린 적이 없거든. 바다·들·숲·하늘은 너희처럼 짜증·미움·싫음을 그린 적도 없어. 다만, 너희가 잔뜩잔뜩 모여서 궂은 기운을 끝없이 퍼부으면 바다·들·숲·하늘은 미쳐버리지. 무엇보다 너희는 ‘바깥(다른 곳·남)’에만 쓰레기를 버려서 더럽히지 않아.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너한테 그 쓰레기가 고스란히 돌아가. 네가 읊는 미움·짜증·싫음은 몽땅 너희가 스스로 마음·몸에 심는 씨앗이지. 자, 너는 어디에 가니? 왜 가니? 무엇을 보거나 하려고 가니? 너희 뜻은 뭐야? 너희는 어디로 가든 이곳(집)으로 돌아온단다. “간 만큼” 돌아와. “오른 만큼” 내려가. 쌓은 만큼 무너지고, 무너진 만큼 쌓아. 그러니 생각하렴. ‘무엇’을 어떻게 왜 어디로 가서 하려는가 하고 그리렴. 너한테 고스란히 돌아갈 네 하루·길을 네 눈으로 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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