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귀신과 신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다면 ‘신’이 있는지 없는지 가만히 헤아려 보렴. ‘귀신’이란 “스스로 ‘신’인 줄 잊는 바람에, 스스로 ‘신’인 길을 잃고서 스스로 ‘신’을 모르는 채 헤매느라 뭘 어찌해야 하는가를 다 빼앗긴(남한테 바친) 넋“이야. 그렇다면 생각하렴. ‘신’이란 “스스로 누구인 줄 또렷이 새기면서, 스스로 어느 삶길을 가야 하는 줄 알아차려서 스스로 무엇이든 짓고 사랑하면서 누구한테나 어디에서나 사랑을 펴며 스스로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넋”일 테지. 해맑게 뛰노는 아이한테서 왜 ‘하늘님’을 볼 수 있는지 생각하렴.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이라 하지만 활짝 웃으면서 해바람비를 먹을 뿐 아니라, 콩 한 톨을 이웃하고 나누는 사람한테서 왜 ‘하늘빛’을 느낄 만한지 생각해 봐. ‘하늘숨결’은 저 너머에 있지 않아. ‘하늘사람’은 누구나야. 누구나 “하늘을 품어 빛나는 넋”이야. 그러니 ‘산 몸뚱이’를 입었더라도 스스로 “하늘을 안 품고 안 빛나는 넋”이라면 ‘신’이 아닌 ‘귀신’이지. ‘죽어가는 몸뚱이’를 입었더라도 “하늘을 기꺼이 고스란히 품으며 웃음·노래·춤으로 깨어나는 넋”이라면 모두 ‘신’이야. 스스로 빛을 잃거나 빼앗기거나 남한테 바치는 이들은 ‘죽은 낯빛’이란다. 이들한테는 웃음·노래·춤이 없이 차갑고 싸늘하고 거칠지. ‘TV·영화’ 같은 데에서 억지로 꾸미는 몸짓은 웃음·노래·춤이 아니야. 몽땅 눈속임에 거짓(껍데기)이지. 네가 ‘님(신)’인 줄 스스로 못 느끼면 바로 너부터 ‘미친깨비(귀신)’란다. 2022.1.6.나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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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만들다


손수 삶을 짓는 일이 차츰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만들다’가 아무렇게나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요즈음에는 “밥을 만들다”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밥을 짓는다”나 “밥을 끓인다”나 “밥을 한다”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공장에서 척척 찍을 적에 ‘만들다’입니다. ㅅㄴㄹ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5)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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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삶과 책을 달리


삶과 책을 달리 볼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삶과 책은 함께 흐르는걸요. 처음 낸 책에서든 나중 낸 책에서든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요. 삶을 가꾸는 마음이 없으면, 처음 낸 책이 아무리 애틋했어도, 이른바 ‘문학을 문학으로 봐야 한다’고 하더라도, 가면 갈수록 넋나간 길로 빠지더군요. 책다운 책을 읽으면서 삶다운 삶을 가꾸는 슬기를 얻기를 바라요. 책다운 책을 사랑하면서 삶다운 삶을 사랑하는 빛을 마음속에 담기를 바라요. ㅅㄴㄹ


《책숲마실》(스토리닷, 2020)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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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쓰고 읽고 주고


저한테 ‘곁책’이란 “쓰고 읽고 주고”입니다. 삶을 쓰고, 살림을 읽고, 숲을 줍니다. 곁에 둘 책을 찾아나서기 앞서, 먼저 제가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오늘 하루를 이야기로 씁니다. 이다음으로 이웃님이 사랑으로 아로새긴 이야기를 만나요.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엮어 우리 아이들이 반가이 물려받을 꾸러미를 헤아립니다. ㅅㄴㄹ


《곁책》(스토리닷, 20201)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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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다 다른 얼굴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얼굴하고 몸매이자 키이기 때문에 저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알맹이를 가꾸고 돌보고 북돋우는 푸름이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꾸미는 말이 아닌, 속으로 가꾸는 말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남한테 자랑하려는 말이 아닌,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려는 상냥한 마음으로 말을 찬찬히 가리고 가다듬고 갈고닦아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 20201)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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