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상추쌈 2022.10.30.해.


넌 상추쌈을 언제 처음 봤니? 보면서 상추쌈인 줄 알았니? 그곳에 뭐가 있는 줄 느꼈니? 상추쌈을 본 적이 없으면 코앞에 놓아도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지. 모르니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어. 네가 상추쌈을 먹을 마음이 없어 싹 잊으면 밥차림에 나와도 못 보거나 지나치겠지. 사람들이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곳에서 너는 ‘너랑 가까운 사람’이 있는 줄 알아챌 수 있니? 사람물결 사이에서 무엇을 느끼거나 알아보니? 너한테 무엇이 보이는지 생각하렴. ‘보기싫은 모습’이 가득 눈에 밟히는지, ‘생각을 일으키는’ 모습이 반갑게 눈에 들어오는지, ‘아무렇게나 다’ 보이는지 생각해 봐. 새를 알거나 생각한다면, 흘깃 보이더라도 “새구나!”라든지 “○○새구나!”처럼 말하겠지. 새를 모르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새가 날아다녀도 모를 뿐 아니라 느끼지 않아. 별을 본 적이 없으면 밤에 하늘을 안 볼 테고, 밤하늘을 보더라도 별을 느끼지 못 해. 들꽃을 본 적이 없으면, 서울에서나 시골에서나 길에 조그맣게 맺는 들꽃이 수북해도 못 느끼고 못 보며 모르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있는 듯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보려’고, ‘알아보려’고, ‘배우려’고, ‘새로 나아가려’고 하는 마음이야. ‘잘 모르겠어도 못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면서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고 새로 배울 마음이 없지. 상추쌈을 먹든 안 먹든 ‘보려’고 하고 ‘알아보려’고 한다면, 스스로 천천히 문득문득 눈을 뜬단다. ‘눈뜸(통찰)’이란, 스스로 보려 하고 느끼려 하고 알려 하면서 새로 배우려는 몸짓이란다. ‘읽어내’려면, 둘레를 느끼고 보아야겠지. 그래서 ‘읽는눈’은 ‘눈뜸’으로 간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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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불씨 2022.10.29.흙.



너희 별이 따뜻하도록 볕을 내어주는 ‘해’는 ‘불’일까? 불기운일까 불빛일까 불길일까 불씨일까? 해는 따뜻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사르르 녹이기도 하고 화르르 태우기도 해. 따뜻기운은 녹이고 달래는 사랑으로도 가고, 태워서 없애는 미움·시샘으로 가기도 해. 넌 해가 이 별에 어떻게 깃들기를 바라니? 넌 네 몸에 어떤 해(염통·심장)를 품고서 사니? 넌 네 마음에 어떤 불씨를 품니? 네 ‘해·불씨’는 네가 늘 살아서 움직이는 힘이 돌 수 있고, 화르르 일으켜 다 태워 버려서 죽음으로 가는 재(잿더미)가 될 수 있어. 네 ‘해·불씨’는 네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 틀에 갇혀서 와락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는 ‘스스로죽임길’로 흐를 수 있고, 끝없이 생각이 샘솟아 새록새록 하루를 새롭게 누리며 나누는 빛나는 기운으로 흐를 수 있어. 네 몸씨·마음씨는 어떤 불씨일까? 네 생각은 어떤 빛씨일까? 네 말씨는 어떤 ‘해·불씨’일까? 몸·마음·말, 이 세 가지를 어떤 씨(씨앗)로 심어서 다스리려는지 하나하나 그려 보렴. 찬기운이 흐르고 싶니?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고 싶니? 활활 태워서 얼른 죽고 싶니?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며 노래하고 싶니? 풀씨·꽃씨·나무씨는 하나씩 모여서 숲을 이루면서 푸르지. 마음씨·생각씨·말씨는 서로 모여서 무엇을 이루어 어떻게 나아가니? 별을 살리는 ‘해’라고 하는 ‘불씨’를 너희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는 늘 너희 하기 나름이야. 불을 부르렴, 풀처럼 푸르게 풀어내어 푸지게 살리는 불빛을 부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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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다 해봐 2021.12.9.나무.



네가 싫어하는 마음을 심거나 펴면, 바로 네가 스스로 싫은 기운에 휩싸일 테지. 네가 기뻐하는 마음을 짓거나 나누면, 언제나 너 스스로 기쁨잔치로 하루를 살고. 뿌리거나 심는 대로 거두지. 좋거나 나쁘거나 반갑거나 싫거나 모두 네가 뿌리거나 심는단다. “아, 저런 일은 나쁘잖아! 싫어!” 하고 쳐다볼 적마다 ‘그 나빠서 싫은’ 일을 네 곁으로 끌어들인단다. “아, 이런 일은 멋진걸! 기뻐!” 하고 마주할 적마다 너는 어느새 ‘이 멋지고 기쁜’ 일을 네 둘레에 자라도록 이끌지. 마음을 고르고 곧게 다스리렴. 마음이 햇빛에 별빛을 품도록 놓아 주고 놀면서 날아 보렴. 너는 네 꿈을 그리는 길을 사랑으로 슬기로이 가려고 이 별에 태어났어. 온갖 일을 겪고 하면서 ‘좋고 나쁨’이 아닌, ‘흔들리’지 않고서 ‘춤추’는 물결 같은 마음이 되려고 아기로 새로 태어나서 천천히 자란단다. 무엇이든 밑바닥부터 하나씩 새로 하는 사이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놀이로 웃고 울려고 하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렴. 일어나기도 하고 눕기도 해야겠지? 나쁘거나 싫어서 꺼릴 일은 없어. 너는 언제 어디에서나 ‘네 마음을 곧고 고르며 곱게 보려’고 숱한 일을 생각으로 지어서 맞이한단다. 자, 이제 무엇을 해보겠니? 자, 오늘부터 무슨 일을 누리겠니? 다 해봐. 모두 해보면서 네 눈망울에 꽃을 별빛으로 심어 봐. 뭐, 잘 모르겠으면 바람한테 물어봐. 나무한테도 돌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어봐. 모두들 네가 마음으로 물어보기를 기다리면서 지켜본단다. 네가 물어보는 말씨 한 톨은 네 보금자리를 푸르게 깨우면서 일으키는 빛물결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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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얼굴 없는 2023.1.8.해.



얼굴이 있으면 이름이 있어. 얼굴이 없으면 이름이 없어. 이름은 네 ‘얼빛’을 나타내. ‘네가 너로서 너답게(내가 나로서 나답게)’ 살아갈 적에 너(나)는 네(내) 이름이 있어. 네(내)가 너다움(나다움)을 잊다가 잃으면, 네 얼굴은 빛을 잃고, 네 몸짓은 너 스스로 피어나지 않아. 네가 네 이름으로 네 ‘얼빛’을 누리고 펴기에 네 숨결이 싱그러이 흘러서 삶(살림)이란다. 네가 네 이름을 잊은 채 네 빛을 잃으면, 너는 스스로 생각하는 길이 아닌, 남이 시키는 틀에 따라가면서 꼭두각시나 허수아비 노릇을 한단다. 눈을 봐. 반짝이는 눈망울이라면 얼빛이 살아숨쉬고 이름이 있으며 이름을 편다는 뜻이야. 흐리멍덩한 눈망울이라면 얼빛을 잃고 이름을 잊은 채 길을 헤매지. 길을 잊은 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그래서 일자리를 찾아 떠돌고, 일삯을 받아서 먹고산단다. 길을 찾는 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 그래서 일자리가 아닌 삶자리를 찾고 살림자리를 짓고 사랑자리를 가꾸고 숲자리를 품고 하늘자리로 나아가는 하루를 그리지. 네가 얼굴이 있다면, 얼굴에 아무것도 안 씌우고 안 덮고 안 바르고 안 붙여. ‘얼굴 없는 몸’이기에 얼굴을 꾸미려 든단다. ‘이름 없는 몸’이기에 이름을 꾸미려 들지. 글을 꾸미거나 집을 꾸미는 사람들은, 집이 없거나 글이 없어. 너한테는 무엇이 있니? 너는 얼빛이 있니? 너는 무슨 자리를 찾니? 이름자리·힘자리·돈자리를 찾는다면, 죽음자리로 간다는 뜻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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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굶다 2023.1.9.달.



굶는 사람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니? 푸른별에서 나는 먹을거리로는 모자라기에 굶을까? 먹을거리는 적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굶을까? 이 푸른별에서 굶는 사람이 나올 까닭이란 없어. 보렴. 굶는 사람 둘레에 헤픈 사람이 잔뜩 있어. 넘치는 먹을거리를 버리는 사람이 엄청나단다. 얄궂지 않나? 이쪽에서는 없어서 굶고, 저쪽에서는 넘쳐서 버리는구나. 곰곰이 보기를 바라. 넘쳐서 버리는 이는, 힘·이름·돈을 쥐었고, 없어서 굶는 이는 힘·이름·돈이 없구나. 그렇다면 누구나 힘·이름·돈을 누리는 터전이라면, 따로 힘·이름·돈을 부려야 할 까닭이 없는 터전이라면, 굶거나 헤픈 사람이 없을 테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누리는 사람이라면, ‘넘쳐서 버릴’ 만큼 마구 거두지 않아. 스스로 안 짓는 사람이기에 ‘넘쳐서 버릴’ 만큼 ‘빼앗’는단다. 임금·벼슬아치·글바치는 ‘빼앗는’ 자리야. 잘 봐. 힘·이름·돈을 틀어쥔 이들은 임금·벼슬아치·글바치란다. 요새는 여기에 장사꾼이 붙었지. 그리고 ‘임금·벼슬아치·글바치·장사꾼’한테 붙어서 부스러기나 콩고물을 얻는 꼭두각시·허수아비도 ‘비슷하게 헤프게 써서 버리는’ 나날을 보내는 장난을 하더구나. 숲이나 시골이나 들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숨결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고 어우러진단다. 서울(도시)에서는 스스로 지을 틈이 없어.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싸움판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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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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