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7. 휘파람 익히기



  큰아이는 꽤 예전부터 휘파람에 꽂혀서 불고 싶다고 노래했다. 곁님이 큰아이한테 입술과 입과 혀를 어떻게 오므리면서 내야 하는가를 보여주되, 아이가 스스로 되풀이하면서 익히도록 이끌었다. 큰아이는 요즈음 휘파람 소리가 제법 잘 난다. 아직 살짝 서툴지만 스스로 좋아하기에 날마다 틈틈이 휘파람을 분다. 마음에 드는 노래나 가락이 있으면 스스로 휘파람으로 살살 따라해 본다. 큰아이는 머잖아 휘파람을 퍽 잘 불 수 있으리라 느낀다. 스스로 하니까. 스스로 즐겁게 하니까.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언제나 스스로 신나게 하니까.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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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6. 꽃을 보면 손을 뻗는다



  우리 집 마당 한쪽에는 갓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져서 잘 자란다. 우리 집 갓꽃과 유채꽃은 군청에서 벌이는 ‘경관사업 씨앗’이 아니다. 경관사업 씨앗을 뿌린 들에서 피는 유채꽃은 잎사귀가 대단히 작고 키도 작다. 우리 집 갓꽃과 유채꽃은 잎사귀도 큼직하고 키도 매우 크다. 들에서 스스로 뿌리내려서 자라는 꽃은 모두 잎이 크고 꽃대도 시원하다. 아무튼, 집에서 늘 갓꽃이랑 유채꽃을 보며 노는 아이들이 읍내로 마실을 갔다가 “와, 우리 집에도 있는 꽃이네! 여기에도 있어!” 하고 노래하면서 손을 뻗는다. 쇠울타리에 고개를 박고 두 아이 모두 꽃놀이를 즐긴다. 언제나 바라보면서 아끼는 꽃이기에 손을 길게 뻗어 따사로이 쓰다듬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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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5. 일찍 일어나는 아이



  우리 집 두 아이는 참 일찍 일어난다.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날 수 있지만,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난다. 시골스러운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이제 일찍 일어나서 놀다가 한낮이 되면 힘들어서 자리에 눕고 싶다. 한낮에 달게 낮잠을 누린다. 아침에 새롭게 놀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더 놀지 못해 아쉽다. 이 아이들이 학교라는 데에 들어가면 어떤 몸짓이 될까? 아침마다 새로운 놀이를 꿈꾸거나 기다리면서 기쁜 몸짓이 될까? 아니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워 이부자리에서 어기적거리기만 할까? 놀고 싶은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뜰 적에 그야말로 번쩍 뜬다. 갑자기 번쩍 뜬다. 이러고 나서 거침없이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그야말로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난다. 이때부터 놀이가 꽃처럼 피어난다. 새벽바람으로 신나게 뛰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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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4. 숨쉬기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무엇을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물려줄 만한지 돌아본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직업’이나 ‘일’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아름다울까?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책’이나 ‘돈’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사랑스러울까?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서 곱게 가꿀 수 있으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우리라. 그러면, 어떤 몸과 마음이 되어서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야 할까? 아무래도 가장 밑바탕이라면 ‘숨쉬기’이지 싶다. 숨을 쉬고 내뱉는 몸짓이야말로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바탕이면서 첫걸음이다. 숨을 쉬지 못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숨부터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 어버이가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물려주어서 ‘말로 생각을 짓도록 이끌’듯이, 내가 어버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숨을 힘차면서 새롭고 아름답게’ 쉬면서 늘 스스로 ‘사랑이 되도’록 함께 이 길을 걸어야지 싶다. 나는 마흔 살이 훌쩍 넘고 나서야 비로소 ‘숨쉬기’를 제대로 배웠다. 올해 1월에 제대로 배운 숨쉬기를 지난 석 달 동안 날마다 부지런히 익히고 가다듬은 끝에 오늘 바야흐로 두 아이한테 ‘숨을 어떻게 쉬고 내뱉으면서 몸을 새롭게 끌어올리는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익히고 몸에 붙이겠지. 숨을 신나게 쉬고, 바람을 기쁘게 읽으며, 삶을 곱게 다스릴 수 있으면, 이 아이들은 어떤 일이나 놀이이든 스스로 슬기롭게 찾아서 누리리라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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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3. 나누어 먹는 손길



  작은아이가 무엇이든 조금씩 나누어 먹는 손길을 가꾼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나도 언제나 무엇이든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서 지내니, 작은아이도 늘 나누어 먹는 버릇이 몸에 밴다. 나누어 먹으면 내 몫이 줄어든다고 하겠지. 틀림없다. 나누어 먹으면 내 몸으로 들어올 몫은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 몸은 밥을 많이 먹어야 튼튼하거나 새 기운이 솟지 않는다. 밥을 굶거나 적게 먹어도 새 기운이 솟을 수 있다.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리면 새 기운이 솟는다. 서로 아끼는 손길이 되면 새 사랑이 자란다. 우리 아이들이 과자 한 조각도 나누어 먹을 줄 아는 모습으로 함께 놀고 어울리니, 더없이 예쁘면서 멋지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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