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우리집배움자리 22. 아침을 여는 피아노



  2010년이었지 싶은데, 곁님이 피아노를 사자고 했을 적에 ‘피아노 살 돈’이 없었다. 백오십만 원쯤 되는 돈도 없었지만, 살림집도 좁았다. 그러나 피아노를 샀다. 피아노를 생각하고 생각하니 피아노를 장만할 살림으로 바뀌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피아노를 그냥 친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건반을 아이들 마음껏 두들기거나 누른다. 스스로 누르거나 치면서 스스로 가락을 헤아린다. 언제이든 칠 수 있고, 소리를 줄이거나 가릴 일조차 없다. 꼭 피아노여야 하지 않으나, 피아노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마음껏 손가락을 놀릴 만한 악기가 집에 있을 때에 집안에 새로운 숨결이 흐르는구나 하고 늘 느낀다. 헌 피아노로 백오십만 원을 쓴 셈이라 할 텐데, 돈으로 치면 앞으로 백쉰 해 동안 잘 건사해서 쓰면 한 해에 만 원을 쓰면서 피아노를 누리는 셈이다. 한 달에 만 원씩 쳐도 열 해 동안 잘 건사하면 백오십만 원 같은 돈은 그야말로 아무것이 아니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려 하는가를 생각한다면, 살림살이를 어떻게 건사할 때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기쁘게 배울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민들레처럼 2015-04-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겠죠. 새로운 악기를 하나 배울때 동무가 하나 생기는 마음이 들어요. ^^

숲노래 2015-04-06 02:34   좋아요 0 | URL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손길을 타는
고운 악기가 하나씩 있을 때에
참 아름답구나 싶어요
 

우리집배움자리 21.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경고장’이 한 통씩 왔다. 우리 큰아이를 학교에 안 넣어서 교육법을 어겼다며 얼른 학교로 보내라는 경고장이다. 오늘은 면사무소 복지과에서 전화가 온다. 이들은 모두 교육법을 들먹이고, ‘장기결석’을 시키지 말라는 뜻만 밝힌다. 딱히 다른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취학통지서가 올 적에도 ‘나이가 찼으니 학교에 보내라’는 통보글만 왔을 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무엇을 누가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알려주지 않았다. 교과서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고,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배울 만한지 알려주지 않았다. 보름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았어도, 학교에서는 경고장을 보내기만 할 뿐이지,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오직 행정서류와 공문서만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 학교라고 하는 곳에는 행정과 서류와 공문서와 숫자와 통계와 시험공부만 있을 뿐이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4-04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4-05 08:36   좋아요 0 | URL
`벌금`을 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이 일이 마무리가 되려면
적어도 석 달이 걸리고
여섯 달은 지나야
비로소 끝이 난다고 해요.
그러니, 씩씩하게 흘려보내야 하는구나 싶어요.
 

우리집배움자리 20. 옷 덮어 주기



  아침을 차리려고 바지런히 밥을 짓다가 며칠 앞서 겪은 일을 떠올린다. 아이들한테 아침을 차려 주고 나서 몸이 많이 고단해서 혼자 자리에 누웠다. 아이들은 둘이 즐겁게 밥을 먹었다. 한 시간 즈음 허리를 펴고 나니 개운하구나 싶어서 씩씩하게 일어서려는데, 내가 덮은 이불에 큰아이 겉옷이 놓였다. 이 옷이 왜 여기에 있나 하고 곰곰이 생각하니, 큰아이가 나를 더 따뜻하게 해 주려고 덮어 주었구나 싶다. 큰아이는 ‘옷 덮어 주기’를 어떻게 알았을까? 더 헤아려 보니, 아이들이 어릴 적에 춥다고 하면 나와 곁님이 겉옷을 한 벌 벗어서 아이들을 감싸 주었다.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아이들이 춥다고 할 적에도 내 웃옷을 벗어서 아이들을 감싸 주곤 했다. 큰아이는 예전 일을 떠올리면서 내가 얼른 몸이 나아져서 일어나 주기를 바랐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19. 놀이터 나들이



  우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면소재지 학교에 간다. 우리는 놀이터를 찾아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 나들이를 간다. 여덟 살 사름벼리는 처음 초등학교에 갔던 날을 가끔 떠올린다. 아침에 일산 할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데, 할머니한테 “벼리 학교에 한 번 가 봤는데, 답답했어.” 하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뛸 수 없고, 책상맡에 꼼짝없이 있어야 하는데다가, 조잘조잘 떠들어도 안 되고, 보고픈 책을 아무 때나 볼 수 없으며, 그리고픈 그림도 아무 때나 그릴 수 없고, 골마루나 운동장을 하루 내내 실컷 뛰거나 달리면서 놀 수 없으니, 우리 아이한테는 학교가 더없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우리는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쳐야 하는가? 아이를 학교라고 하는 건물에 가두어 ‘놀이’를 모두 빼앗지 않는가? ‘중간놀이 시간’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아주 괴로워서 죽으려고 하는 몸부림을 겨우 엿보고는 그나마 이렇게 숨통을 틔워 놓을 뿐 아닌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18.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공부할 때에 아름답지 않다. 다만, 아이들은 배울 때에도 아름답고, 가르칠 때에도 아름답다. 어른들은 생각을 똑바로 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우기만 하는 숨결이 아니다. 배우는 아이는 언제나 ‘배우면서 가르친’다. 이러한 얼거리를 슬기롭게 깨달아 학교를 세우는 어른이 드물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늘날 여느 제도권학교에 다니게 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뜻있는 교사가 제법 있지만, 그저 공무원인 교사가 아주 많으며, 교과서를 그저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을 기울여서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씨앗으로 심으려고 하는 교사는 얼마나 되는가. 이주와 지난주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경고장 등기우편’이 한 차례씩 온다. 으레 지나가겠거니 싶은 ‘학교 출석 경고장’인데, 이런 틀(형식)에 박힌 등기우편밖에 쓸 줄 모르는 제도권학교에 어떻게 아이를 보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아이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려 하는 학교라 한다면,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학교에 행정서류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학교에는 놀이터가 있어야 하고, 놀이마당과 놀이잔치와 놀이동무가 있으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민들레처럼 2015-03-28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마음이 와닿아요.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너무 마땅한 말인데 이런 날이 올 지...

숲노래 2015-03-28 07:16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느껴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