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37. 호이호로롱새



  요 한 달쯤 앞서부터 우리 집 마당으로 아침과 낮마다 찾아와서 노래하는 새가 있다. 이 새는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는데, “호이 호이 호로롱” 하는 소리를 구성지게 낸다. 어떤 새일까 하고 이름이 궁금하다고 여기면서도 좀처럼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다. 이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한다. 내가 아이하고 이름을 알맞게 지어서 가리켜도 되지 않을까? 굳이 도감이나 책에 나오는 ‘표준 이름’으로 알아야 할 까닭이 없다. 고장마다 숱한 고장말이 있어서, 풀이며 나무이며 벌레이며 짐승이며, 다 다른 이름으로 가리킨다. 그러니, 내가 내 삶자리를 보금자리로 가꾼다면,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새라든지 우리 집 둘레에서 마주하는 풀이랑 나무랑 벌레랑 짐승한테 ‘우리 집 말’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호이 호이 호로롱” 하고 노래하는 새이니 ‘호이호로롱새’로 이름을 붙여 본다. 그리고, 이런 이름으로 가리키자고 생각한 날 아침에, 이 새가 ‘휘파람새’라고 하는 줄 알아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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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6. 밥 한 그릇



  밥 한 그릇을 밥상에 놓는다. 배가 고프니 먹는 밥이라고도 할 테지만, 몸을 살찌우는 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몸을 살찌우면 배고픔이 가시고, 배고픔이 가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 넋은 몸이라고 하는 옷을 입어서 사람으로 산다. 그러니까, 몸이라고 하는 옷이 언제나 튼튼하게 움직이도록 밥을 먹어서 씩씩하게 뛰놀거나 일한다. 그리고, 마음이라고 하는 밭에 생각이라고 하는 씨앗을 심어서 꿈을 짓고 사랑을 노래한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같다. 아이도 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고운 꿈을 기쁘게 꾸면서 사랑을 노래할 때에 맛나게 먹는다. 어른도 아이하고 나란히 고운 꿈을 기쁘게 꾸면서 사랑을 노래할 때에 맛있게 먹는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온누리를 살찌우는 아름다운 바람 한 줄기가 깃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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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5. 바람을 가르며



  우리 집 배움자리는 ‘바람터’이다. 언제나 바람을 생각하고, 바람을 읽으며, 바람을 누리고, 바람을 먹다가는, 바람을 노래하고, 바람을 꿈꿀 뿐 아니라, 바랑하고 사이좋게 노는 터이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길을 생각하면서 배운다. 바람을 가르며 새랑 풀벌레랑 나비랑 모두 동무가 되어 무지개를 걸어가는 길을 헤아리면서 익힌다. 우리는 바람이 되려고 바람길을 달린다. 우리는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는 ‘바람이’로 살려고 이 보금자리를 마음껏 누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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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4. 집밥



  날마다 집에서 밥을 먹는 우리 아이들은 밥상맡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말잔치를 누릴 뿐 아니라, 쉴새없이 마루를 가로지르거나 그림책이라든지 만화책을 뒤적이면서 논다. 젓가락이나 오이를 쥐고 논다. 풀포기를 입에 물고 논다. 밥 한 술을 뜨면 곧바로 새로운 놀이가 샘솟는다.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한 아이들이 막상 밥상맡에서 온갖 놀이를 하느라 밥술 뜰 생각을 잊는다. 몸에 넣는 밥보다 몸으로 짓는 놀이가 훨씬 즐거웁기 때문에 이렇게 놀 만할까? 내 어릴 적을 돌이킨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을 적에 나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노느라 바빴’다. 밥을 입에 넣을 틈조차 아깝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밥 한 술 입에 물고 뛰어놀아야 몸이 풀린다고 하는 셈이다. 집밥을 먹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놀이요 놀이에 놀이로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도록 놀고 거듭 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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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3. 걷는 학교



  우리 집은 ‘걷는 집’이다. 바깥살림을 거느리는 아버지가 ‘자가용 모는 살림’으로 나아가지 않으니, 어디를 가든 두 다리로 걷기 마련인데, 자가용을 몰지 않아서 걷는다기보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 온누리를 마음과 몸으로 한결 깊고 넓게 누릴 수 있다고 여겨서 ‘걷는 집’이다. 큰아이도 걸음마를 뗀 뒤부터 참으로 오래 걷고, 작은아이도 걸음마를 익힌 뒤부터 더없이 많이 걷는다. 어버이도 아이도 걸으면서 산다. 우리 걸음걸이로 이 땅을 디딘다. 우리가 걷는 길이 고스란히 삶으로 거듭난다. 발바닥으로 지구별을 느끼고, 손바닥으로 하늘바람을 느낀다. 몸으로 흙을 느끼고, 마음으로 숲을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걷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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