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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2. 밤개구리를 만나러



  해 떨어진 저녁에 두 아이를 이끌고 논둑마실을 나선다. 하루 내내 비가 온 날이다. 논마다 물이 찰랑거리고, 개구리가 우렁차게 운다. 지난해 이맘때를 헤아리니, 개구리 노랫소리가 조금 줄어든 듯하다. 아무래도 농약을 많이 쓰는 논이기 때문에 개구리가 이듬해에 새로 깨어난다 하더라도 숫자는 차츰 줄어든다. 아무튼, 아이들하고 밤개구리 노랫소리를 들녘 한복판에서 호젓하게 듣는다. 눈을 감는다. 조용히 춤을 추면서 밤개구리한테 마음으로 말을 건다. 이렇게 하고 나서 걷다가 달리다가 놀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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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1. 갑갑하지 않은 학교는



  뛰놀 적에는 오직 나 하나만 바라본다. 뛰노는 아이는 스스로 기쁘고 신나니까 뛰놀지, 다른 사람이 저를 구경하라면서 뛰놀지 않는다. 그러니, 집에서든 마당에서든 골목에서든 마음껏 뛰놀 수 있다. 학교라는 곳은 골마루나 교실에서 뛰지 말라고 한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서도 어버이는 아이가 뛰지 말라고 자꾸 다그쳐야 한다. 그러니, 아이로서는 오늘날 사회에서 무척 갑갑할 수밖에 없다. 만화영화나 문학책에 나오는 ‘학교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갑갑하면서 갇힌 곳이기 일쑤이다. 만화나 책이 거짓말을 할까? 만화나 책은 학교에 깃든 홀가분하거나 멋진 모습은 안 보여주는 셈일까? 탁 트인 들에 자리를 마련해서 푸른 숲바람을 마시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한다면, 참말 학교라는 곳은 갑갑할 수밖에 없으리라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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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0. 가방 챙기자



  바다로 마실을 간다. 새봄 따스한 오월에 바다로 마실을 간다. 두 아이한테 묻는다. “어떤 바다로 갈까? 큰돌 있는 바다로 갈까, 모래밭 있는 바다로 갈까?” “큰돌!” “모래밭!” “음, 아니, 모래밭!” 큰돌 바닷가에서 모래밭 바닷가로 아이들 생각이 모인다. 이리하여 두 아이더러 바닷가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물기를 닦을 마른천을 챙기라고 이야기한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제 가방을 찾아서 장난감을 넣고 옷이랑 마른천을 넣는다. 똘똘하고 야무지네. 작은아이는 제 가방을 다 챙긴 뒤 가방을 멘다. 아버지가 빨래를 마치고 집일을 끝낸 뒤 자전거를 꺼낼 때까지 빨간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놀면서 기다려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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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9. 설거지 맡기기



  큰아이는 곧잘 “내가 설거지 할게요.” 하고 말한다. 설거지를 손수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니 기꺼이 설거지를 맡긴다. 어른이 설거지를 하면 이내 끝나지만, 아이가 설거지를 하면 한참 걸린다. 그러나, 손에 찬찬히 익히는 설거지이니, 오래 걸릴밖에 없다. 때때로 큰아이더러 “설거지 해 볼래?” 하고 묻는다. 그러면 큰아이는 서글서글하게 “네!” 하고 말한다. 설거지를 마친 그릇과 수저를 예쁘게 널어 놓는다. 개수대를 말끔히 치우는 손길까지는 안 되지만, 앞으로는 여기까지도 하리라 느낀다. 아귀힘이 늘면 행주도 빨아서 널 수 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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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8. 언제나 잔치인 하루



  기쁘게 잠들면 기쁘게 일어난다. 하루를 신나게 놀았으면 신나게 잠들고서 꿈을 꾼다. 내 몸에 새로운 숨결이 깃든 날을 가리켜 생일이라 하니까, 아침마다 새로운 마음이 되어 눈을 뜬다면, 언제나 잔치인 하루가 된다.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이란, 날마다 생일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놀고 싶으니 일찍 일어난다. 새롭게 짓고 싶은 삶이 있으니 즐겁게 일어난다. 새롭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니 개운하게 일어난다. 언제나 잔치라고 할 만한 하루를 누리기에, 저녁에도 곱게 잠들 수 있다.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는 마음이 포근하면서 사랑스럽도록 돌보는 길을 생각한다. 사월 끝자락에 소쩍새 밤노래를 들으면서 두 아이 가슴을 살살 토닥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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