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67. 둘이 짓는 그림



  큰아이하고 둘이 그림노래를 짓는다. 나는 글을 쓰고,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8절 그림종이에 둘이 함께 이야기를 짓는다. 문득 떠올라서 이 놀이를 해 보는데 무척 재미있다. 아이도 재미있어 할까? 아이도 재미있어 하기에 신나게 그림을 그려 줄 테지. 다만,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빠르기를 아버지가 글을 쓰는 빠르기가 좇지 못한다. 나는 글 한 꼭지를 쓰자면 며칠이 걸리기도 하는데, 아이는 십 분 남짓이면 석석 그림을 다 그린다. 둘이 함께 그림노래를 지으며 생각한다. 아이 빠르기를 좇을 생각은 하지 말고,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이야기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하나하나 적어 보자고. 그러면 하루에 두어 가지 그림노래도 빚을 만하리라 생각한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66. 졸업장



  학교를 다니지 않는 우리 아이들은 졸업장을 딸 일이 없다. 학원도 다니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일도 없다. 다만, 이 아이들이 나중에 학교나 학원이라는 데를 다니고 싶으면 얼마든지 다닐 수 있을 테지. 학교이든 학원이든 스스로 다니고 싶을 때에 다녀야 제대로 배운다. 나이가 찼으니 보내야 한대서 보낸다고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그러니까, 따로 ‘가르치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따로 ‘건물’을 세워서 학교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따로 ‘졸업장’이라고 하는 종이를 주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배우면서 삶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숨결인 줄 알면 된다. 즐겁게 노는 아이가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웃는 아이가 즐겁게 노래한다. 4348.10.2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65. 노래를 불러라



  저녁에 김치를 담근다. 곁님은 열무를 다듬고, 나는 풀을 쑤다가 우체국에 다녀온 뒤에 초피알을 빻는다. 나는 곁에서 조그마한 일만 몇 가지 거든다. 이때에 두 아이가 부엌으로 쪼르르 와서는 “나도 할래! 나도 할래!” 하면서 초피알 빻기를 하고 싶다고 외친다. 그래, 하고 싶니? “하고 싶으면 처음에는 잘 지켜봐야 해.” 하고 이야기한 뒤 좀 보라고 한다. 그런 뒤 초피알을 조금 빻고 나서 “자, 해 봐.” 하고 내민다. 아이한테는 절굿공이만 준다. 절구는 내가 손이랑 발로 버틴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힘이 모자라는 아이들은 거의 시늉만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한손을 거들어 주었다고 할 만하다. 한동안 둘이서 끙끙대다가 “빻기는 아버지가 해요. 우리는 절구에 담아 줄게요.” 하고 말한다. 초피알을 가루로 다 빻으면 두 아이가 조그마한 손으로 초피알을 집어서 절구에 넣어 준다. 아버지가 빻는 동안 기다리는 아이들더러 “너희는 노래를 불러 줘.” 하고 말하니,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다른 노래를 부른다. 다른 노래이지만 둘 모두 즐겁고 씩씩하게 불러 준다. 이 노랫가락이 우리 집 김치에도 소복소복 깃들겠네. 고마워.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64. 달리기



  여덟 살 큰아이가 꼽는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달리기’이다. 어떻게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는 일로 꼽는가 하고 헤아리니, 나도 큰아이만 했을 무렵부터 열 살을 지나 열여덟 살에 이를 때까지 ‘달리기’를 대단히 좋아했다. 나는 스무 살을 지나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달리기’를 거의 첫손으로 꼽을 만큼 좋아했다. 그렇구나. 핏줄은 이렇게 흐르는구나. 달리면 그저 즐거웠다. 달리면서 바람을 가르는 맛이 아주 상큼했다. 달리는 동안 내 몸은 새롭게 깨어나거나 거듭난다고 느꼈다. 온힘을 쏟아서 숨이 가쁘도록 달리다 보면 어느새 ‘숨이 가쁜’ 줄조차 잊는다. 몸은 이 지구별에 있으나 마음은 아주 다른 어느 곳에 있구나 하고 느낀다. 달리고 달린다. 나도 아이들도 달린다. 다 같이 신나게 달린다. 어디이든 마음껏 달린다. 4348.10.1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63. 집에서 신나게 놀기



  제도권학교에 아이를 안 보내는 우리 집을 보면서 ‘홈스쿨링’을 하느냐고 묻는 이웃이 많다. 그러려니 하고 이 말을 듣다가 어제 한 번 곰곰이 헤아려 보았다. ‘홈스쿨링’이란 무엇일까? ‘홈 + 스쿨링’이고, ‘스쿨링’은 “학교 교육”을 뜻한다고 한다. ‘홈’은 “집”을 가리킬 테니까, “집에서 하는 학교 교육”을 ‘홈스쿨링’으로 가리키는 셈이리라 본다. 그러면 우리 집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 집은 아이들이 신나게 놀도록 지켜본다. 신나게 놀아야지. 마음껏 놀아야지. 실컷 놀아야지. 온갖 놀이를 스스로 다 지어내서 놀아야지. 이리하여, 우리 집은 ‘홈스쿨링’이 아니다. 이를테면 “집놀이”라 할 만하다. 4348.10.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