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8] 고니 못



  우리가 먹는 밥은 쌀을 끓여서 짓습니다. 밥을 먹으려면 쌀이 있어야 해요. 쌀은 껍질을 벗긴 벼이고, 벼는 논에서 자라요. 볍씨를 심어서 새롭게 거둔 열매가 바로 벼알이면서 나락입니다. 밥을 먹으려면 논을 지어야 하고, 논을 지을 적에는 물을 많이 쓰기에 못을 파요. 논일을 하려고 시골에서 크고 작게 판 웅덩이가 못이에요. 이 못에는 여러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살고, 오리가 살며시 내려앉아서 놀기도 합니다. 못에 연이 많이 자라면 이곳을 연못이라고 합니다. 못에 개구리가 많으면 ‘개구리 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니가 내려앉으면 ‘고니 못’이 되어요. 고니는 깃털이 새하얀 새이고, 고니 가운데 깃털이 검은 새는 ‘검은고니’라고 해요. 그런데, 안데르센 동화를 일본을 거쳐 한국말로 옮기는 바람에 “백조(白鳥)의 호수(湖水)”라는 말이 퍼졌어요. 일본에서는 고니라는 새를 ‘백조’로 적거든요. 한국에는 ‘해오라기’라는 새도 있는데, 해오라기는 해를 닮아서 하얗게 빛나는 새라는 뜻입니다. 4348.11.29.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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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57] 구름다리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찻길이 있을 적에, 이 찻길 위쪽으로 다리를 놓곤 합니다. 찻길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찻길 위쪽으로 놓은 다리에는 사람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녀요. 자동차하고 사람이 따로 떨어져서 다니니 서로 나쁘지 않다고 할 만하지만, 아기나 많이 어린 아이나 다리가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몹시 힘겨운 다리이지요. 젊고 튼튼한 어른도 다리가 다쳐서 목발을 짚으며 걸으면, 찻길 위쪽으로 드리운 다리는 몹시 고달픕니다. 찻길 위쪽으로 높다랗게 놓은 다리이기에, 이 다리에 올라서면 먼 곳까지 내다볼 만하고 자동차 물결을 내려다보면서 구경할 수 있어요. 제가 어릴 적에 다닌 학교 앞에 이 다리가 하나 있었고, 우리는 이 다리를 건너면서 마치 ‘구름을 밟고 건너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으레 다리에서 콩콩 뛰거나 달리면서 놀았습니다. 그래서 이 다리를 가리켜 ‘구름다리’라 해요. 참말 구름을 밟고 건너는 느낌이니까요.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를 잇는 다리도 구름다리예요. 높은 곳을 지나는 바람을 쐬고 먼 곳을 내다보면서 시원합니다. 이 구름다리를 한자말로 ‘육교’라고도 하지요.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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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56] 노래그림



  어느 모로 보자면 ‘시’라고 할 수 있으나, 나는 시를 쓰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노래를 부릅니다. 가락을 입혀서 불러야 노래라 할 터인데, 처음에는 가락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글’을 쓰는데, 이 글은 그냥 글이 아닌 노래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쓰는 글은 나 혼자 읽는 글이 아니라 우리 집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면서 노래로 부르는 글이거든요. 어떤 교육이나 훈육이나 훈계나 훈련 같은 뜻으로 쓰는 글도 시도 동시도 아닌 노래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아이들하고 함께 부르면서 즐겁게 읽는 이 노래에 ‘삶노래’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어요. 큰아이가 여덟 살인 요즈음은 둘이서 함께 ‘노래 지어서 그림 그리는 놀이’를 합니다. 8절 그림종이에 내가 삶노래를 한쪽에 먼저 써요. 그러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내 둘레에서 아버지가 글씨를 어떻게 쓰는가 하고 지켜봅니다. 내가 글씨를 다 쓰면, 그러니까 삶노래를 다 쓰면, 이제 큰아이가 그림순이가 되어서 척척 그림을 그립니다. 나는 그림종이에서 ¼쯤 차지하는 삶노래를 빚고, 큰아이는 그림종이에서 ¾ 넓이에 그림을 빚어요. 내 삶노래는 아이 그림이랑 어우러지면서 빛나고, 아이 그림은 내 삶노래와 어울리면서 환합니다. 그래서 우리 둘이 빚는 이 즐거운 놀이에 ‘노래그림’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 봅니다. 다른 어른들은 이 놀이를 ‘시화’라고 하겠지요.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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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55] 볏짚말이



  가을에 아이들하고 논둑길을 걷는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아이들은 으레 묻습니다. “아버지, 저기 저 똥그랗고 커다란 건 뭐야?” “뭘까? 너는 뭐라고 생각해?” “어! 아, 음, 음. 잘 모르겠어.” “그러면, 이름을 한 번 붙여 봐.” “이름? 글쎄, 음, 그래, 똥그라니까 똥그라미!” 지난해까지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하고 주고받았는데, 큰아이는 만화책에서 저 논바닥에 있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보았고, 제대로 이름을 알려 달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한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기 저 논에 있는 커다란 동그라미는 ‘볏짚말이’라고 해.” “‘볏짚말이?’” “응, 볏짚을 동그랗게 말아서 볏짚말이라고 하지. 달걀말이도 달걀을 동글동글 말지.”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큰아이한테 다른 이름으로 알려주려 하다가 다른 이름이 미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무어라 가리키는 이름이 있는데 잘 안 떠올랐고, 저 커다랗게 동글동글 말아 놓은 것은 참말 볏짚을 동그랗게 말았기에 ‘볏짚말이’라는 이름이 퍼뜩 떠올랐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원형(梱包)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라는 이름을 쓴다더군요. 그러니, 동그랗게 말았으면 ‘동글볏짚말이(둥근볏짚말이)’요, 네모낳게 여미었으면 ‘네모볏짚말이’가 될 테지요. 4348.10.3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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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53] 팔랑치마



  한국말사전을 문득 들추니 ‘꽃치마’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널리 쓸 말이 아닌 “북녘말”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아니, 북녘뿐 아니라 남녘에서도 ‘꽃치마’ 같은 말은 널리 쓰는데 이 낱말은 왜 북녘말이어야 할까요? 남녘에서는 꽃무늬가 깃든 치마를 ‘꽃치마’라고 해서는 안 될까요? 꽃치마처럼 ‘꽃바지’가 있습니다. 치마와 바지가 꽃치마와 꽃바지가 되듯이 ‘꽃옷’이 있지요. ‘꽃양말’도 있을 테고, 온갖 옷을 살피며 ‘풀옷·풀치마’라든지 ‘잎옷·잎치마’도 있어요. 다만, 한국말사전에 이런 낱말을 다 싣자면 끝이 없을 테니 ‘-치마’나 ‘-바지’나 ‘-옷’을 뒷가지로 삼아서 새로운 낱말을 짓는 바탕을 마련하면 됩니다. 이리하여, 꽃치마처럼 ‘팔랑치마’나 ‘팔랑바지’가 있어요. 팔랑거리는 옷이니 ‘팔랑옷’도 되어요. 날개 같은 치마라면 ‘날개치마’가 되고, 한들한들 보드랍거나 바람 따라 춤을 추는 치마라면 ‘한들치마’가 됩니다. 아이도 어른도 고운 치마를 입으면서 고운 웃음을 짓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어여쁜 옷을 입으면서 어여쁜 노래를 부릅니다.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숲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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