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72] 내 이름



  흙 만지며 살던 사람은

  먼먼 옛날부터

  이름만 있네



  이 나라 발자취를 곰곰이 돌아보면, ‘한문 쓰던 이’만 중국을 흉내내어 ‘성’이나 ‘자’나 ‘호’를 썼어요. 흙을 만지는 사람은 언제나 ‘이름’만 썼어요. 이름만 쓰던 흙지기는 ‘한문을 빌어 중국 성을 따서 쓰던 권력자’한테 짓눌리던 설움을 풀려고 ‘한문을 비는 중국 성을 돈으로 사서 붙이는 일’을 개화기 언저리부터 했고, 이제는 누구나 ‘한자로 짓는 성’이 있어요. 아기가 태어나면 ‘한자로 짓는 성’을 안 붙여서는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을 하건 그저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건, 허물없이 수수하게 ‘이름’을 저마다 새롭게 지어서 나누어요. 이른바 ‘닉네임’이든 ‘아이디’이든 무엇이든, 이러한 이름을   나한테 스스로 붙이는 가장 사랑스러운 숨결로 여겨요. 내 이름은 언제나 내 삶을 밝히는 노래이고, 서로 부르는 이름은 언제나 서로 아끼는 살림살이가 깃든 웃음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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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71] 한집에서



  밥을 함께 먹고

  햇볕을 함께 쬐고

  잠자리에서 함께 꿈꾸고



서로 아낄 수 있기에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살림을 함께 가꿉니다. 서로 사랑할 수 있기에 한집에서 고운 숨결을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서로 돌보면서 즐겁게 웃을 수 있기에 한집에서 늘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면서 하루를 신나게 짓습니다.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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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70] 길들지 않기



  길이 들어 익숙한 대로 가면

  새로운 자리하고는

  차츰 멀어지네



  늘 하던 대로 하면 늘 하던 틀에서 맴돕니다. 늘 하던 대로 한다면 잘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새로운 즐거움이나 기쁨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한길을 걷기에 무척 빼어난 솜씨를 보여줄 수 있고, 한길을 걷더라도 새로운 길을 내려는 몸짓이 되면 덜 빼어난 솜씨가 되더라도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운 숨결로 날마다 거듭날 수 있어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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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9] 눈을 감아도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으면

  마음으로 서로 만나고

  즐거이 노래를 부르지



  몸에 달린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면 겉모습만 살피기 마련입니다. 몸에 달린 눈이 아닌 ‘마음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속내를 살피기 마련입니다. 속내를 살피는 사이로 지낼 수 있는 삶이라면 그야말로 기쁜 숨결이 피어나도록 만나고 사귀고 어우러지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사랑으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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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8] 이야기꽃으로



  이 손짓 저 눈짓 그 몸짓

  골고루 모여서

  무지개 한 가닥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은 일도 모두 곱게 내려앉아서 마음속에서 이야기꽃으로 피어납니다. 힘든 일이기에 그때 참 힘들었네 하고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힘들지 않던 일이었기에 그때 참 그랬지 하며 새롭게 되새깁니다. 기쁨은 기쁨대로 이야기 꽃씨가 되고, 슬픔은 슬픔대로 이야기 풀씨가 됩니다. 꽃씨하고 풀씨가 어우러져서 풀밭이 되다가는 숲으로 거듭납니다. 모든 마음이 모여서 보금자리가 되고, 모든 사람이 어깨동무하면서 별 하나가 태어납니다. 4349.1.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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