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52] 어느 쪽으로



  이리로 가니 이쪽

  저리로 가니 저쪽

  그리로 가니 그쪽



  어느 쪽으로 가든 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이 있고 에움길이 있습니다. 지름길이니 질러서 가는 길이고, 에움길이니 에워서 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은 더 빨리 간다 할 수 있지만, 지름길로 가다가 낮잠을 잘 수 있어요. 에움길은 더 늦게 간다 할 만하지만, 에움길을 꾸준히 쉬잖고 갈 수 있어요. 정치나 사회에서는 으레 왼쪽과 오른쪽을 가르는데,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 더 낫거나 나쁜 쪽은 없습니다. 그저 왼쪽과 오른쪽일 뿐입니다.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 있는 사람은 그저 사이에 있을 뿐입니다. 어느 쪽에 있든 스스로 가장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삶을 지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습니다. 어느 쪽에 있든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는 사람은 바보스럽습니다. 어느 쪽에 있든 날마다 새롭게 삶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납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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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51] 알고 배운다



  처음 배워서 처음 알고

  새로 배워서 새로 알며

  다시 배워서 다시 안다.



  다 알았다고 여기면 떠납니다. 아직 모른다고 여기면서도 떠납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기에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안 배우려 하기에 스스로 안 배웁니다. 다 알았으면 얼마나 다 알았다고 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모두 안다는 사람은 어느 만큼 알까 궁금합니다. 날마다 하나씩 배워서 알고, 언제나 새롭게 배워서 새로 압니다.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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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50] 꽃이 되는 이야기



  듣는 사람이 있어

  함께 피어나는

  이야기.



  꽃은 외곬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햇볕과 바람과 비와 흙이 골고루 어우러지기에 꽃이 피어납니다. 꽃이 피어나서 씨앗을 맺는 동안 꽃은 잎으로 바람을 한결 싱그럽게 보듬고 햇볕과 비를 머금은 줄기이며 잎이며 씨앗이며 흙한테 내주면서 흙이 새롭게 깨어나도록 돕습니다. 이야기는 외곬로 흐르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함께 흐릅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아끼는 마음일 때에 이야기가 됩니다. 말하는 사람은 이녁 말로 이웃한테 사랑을 베풀고, 듣는 사람은 이녁 매무새로 이웃한테서 사랑을 받습니다. 4347.7.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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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9] 범나비


  요즘 시골에서는
  나비를 끔찍한 벌레로 여기지만
  나비가 있어 풀과 나무가 산다.


  범나비 무늬가 참 곱습니다. 범나비 애벌레는 나뭇잎을 갉아먹으면서 큽니다. 범나비로 깨어나면 나무꽃을 먹으면서 살아요. 범나비는 나무한테서 잎을 얻은 뒤 꽃가루받이를 해 주면서 서로 한몸이 되어 살아갑니다. 범나비가 사라지면 누가 꽃가루받이를 할까요. 파리가 해 줄까요, 모기가 해 줄까요, 개미가 해 줄까요. 벌레 한 마디라 하더라도, 이 벌레가 사라지면 지구별은 흔들립니다.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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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8] 있는 그대로



  꾸미려 하니 꾸미고

  감추려 하니 감추며

  웃으려 하니 웃는다.



  꾸밀 것이나 감출 것이 없으니 늘 있는 그대로 말하지 싶습니다. 꾸밀 것이나 감출 것이 있으면 늘 없는 것을 지어서 말하지 싶습니다. 쉽고 부드럽게 말하면서 아름다운 빛을 짓는 이들은 가장 수수하면서 밝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딱딱하고 어렵게 말하면서 겉치레를 쌓는 이들은 무언가 대단한 듯 보이는 허울을 쌓는구나 싶습니다. 덧달거나 덧보태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으로 사귀고 마음을 나누며 마음이 넉넉하도록 함께하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웃으려 하면 웃어요. 사랑하려 하면 사랑해요. 노래하려 하면 노래합니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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