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두는 책



  책을 사 둡니다. 오늘 읽으려고 책을 사 둡니다. 오늘 미처 못 읽어도 모레나 글피에 읽으려고, 또는 다음해나 다다음해에 읽으려고 책을 사 둡니다. 애써 사 둔 책을 끝내 못 읽더라도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할 수 있기에 책을 사 둡니다. 차곡차곡 사 두어 알뜰히 모은 책으로 서재도서관을 열 수 있기에 책을 사 둡니다. 아름다운 책을 만날 적마다 이 아름다운 책한테서 등을 돌리지 못하기에 책을 사 둡니다. 살림돈을 아껴서 책을 사 둡니다.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기에 사 두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이 삶을 새로우며 즐겁게 가꾸는 길에 배움벗이 되는구나 싶기에 책을 사 둡니다. 책값으로 돈을 쓸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펼친 모든 분들이 고맙습니다. 2017.12.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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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책은 사고 볼 일입니다. 좋거나 아름답거나 뜻있거나 알차거나 훌륭하거나 싶으면 아무튼 사고 볼 일이지 싶습니다. 바로 읽든 나중 읽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배울 수 있는 책이요, 함께할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라고 여기면 사고 볼 노릇이라고 느껴요. 한 번 치른 배움삯, 곧 책값은, 우리한테 두고두고 즐겁고 새로운 이야기샘이 되어 주거든요. 맑은 물을 마셔 볼 일이고, 파란 바람을 숨쉬어 볼 일이지 싶어요. 샛노랗게 빛나며 따사로운 해를 쬐어 볼 노릇이요, 푸르게 돋는 들풀을 훑어서 맛나게 먹어 볼 노릇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늘 아름답고 환한 책에 숲에 마음에 꿈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2017.12.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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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줄 아는 마음이란



  저는 “모든 아이는 열 살 무렵까지 신나게 뛰놀 줄 알아야 합니다.” 하고 한동안 생각했어요. 저희 큰아이는 2017년에 열 살입니다. 얼마 앞서 곁님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문득 곁님이 한 마디를 했어요. “아이들이 스무 살까지 신나게 뛰놀아도 되지 않을까요?” 곁님이 문득 들려준 말을 듣고 10초쯤 생각했어요. 더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더군요. 참말로 모든 아이는 열 살 무렵까지 신나게 뛰놀고, 스무 살에 이르도록 재미나게 뛰놀면 좋겠네 싶어요. 나중에 서른 살 적까지 사랑스레 뛰놀면 더욱 좋구나 싶고요. 놀 줄 아는 마음이란 어떻게 누구하고 놀 적에 어떻게 즐거운가를 알 수 있는 삶이 된다고 느껴요. 그래서 이 마음은 고이 흐르고 흘러서 어떻게 누구하고 일할 적에 어떻게 즐거운가를 알아차리는 살림으로 거듭나지 싶어요. 잘 놀며 자란 아이가 잘 일하며 살림짓는 어른이 되지 싶습니다. 슬기롭고 사랑스레 놀며 자란 아이가 슬기로우며 사랑스레 살림을 지어 새롭게 아이를 낳거나 돌보는 어버이가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신나게 뛰놀며 자란 아이는 책을 읽어도 참으로 아름답고 알차며 사랑스레 읽는 멋스러운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지 싶어요. 2017.12.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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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누가 묻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요?” 그래서 “삶이란, 새롭게 숨쉬며 사랑으로 서로 속삭이며 씩씩하고 살뜰히 샘솟는 살림을 씨앗으로 심는 손길이 살가운 숨결, 이렇게 ㅅ으로 엮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너무 긴데요?” 하고 되묻습니다. 그래서 “삶이란, 숲이에요.” 하고 짧게 끊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누가 “책이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짧고 굵게 “책이란, 숲이에요.” 하고 말할 만하구나 싶어요. 2017.11.1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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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않지만 빌리는 책



  나중에 돌려주려고 얻을 적에 ‘빌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도서관이나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서 읽어요. 이는 물건을 빌리는 얼거리인데, 책이라는 물건을 빌려서 읽을 적에는 우리 몸에 물건을 더 가지려 하지 않되, 우리 마음에 이웃님이 펼친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훌륭한 생각을 슬기롭게 나누어 받으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으로 내가 가지려고 할 적에 ‘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책방에 마실을 가서 돈을 치르고 우리 손에 쥐거나 가방에 넣으면 책을 사는 얼거리예요. 이때에는 책이라는 물건에 깃든 슬기로운 마음을 우리 것으로 삼으려는 뜻뿐 아니라, 우리한테 슬기로운 마음을 베풀거나 나누어 준 이웃님한테 살그마니 살림으로 보탬이 되려는 뜻이 어우러집니다.


  누구나 책을 빌리면서 빌리지 않습니다. 책에 깃든 마음을 얻고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서 즐겁게 살아가려는 기운을 지을 적에, 지은이한테 즐거운 마음을 가만히 돌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아직 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아직 지은이 마음을 빌리지 않은 셈이요, 책을 펼쳐서 한 줄 두 줄 마음으로 아로새길 적에는 지은이 마음을 빌린 셈입니다.


  도서관이나 대여점에서 얼마든지 빌릴 수 있는 책을 애써 값을 치러서 사들이려 할 적에는 여러 뜻이 있다고 느껴요. 지은이하고 펴낸이하고 이웃이 되려는 뜻이 있고, 스스로 마음을 가꾸는 길동무가 되는 책을 늘 곁에 두려는 뜻이 있어요. 그리고 책으로 다시 태어나 준 나무나 숲을 우리 보금자리에 두고 싶은 뜻이 있습니다. 2017.10.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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