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한쪽에 꽃그릇 놓는 마음



  골목 한쪽에 꽃그릇을 놓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자동차를 타고 골목을 달리는 사람은 꽃그릇을 보기 어렵다. 넓지 않은 골목을 자동차로 지나가야 하니, 담벼락에 바싹 붙인 꽃그릇은 눈에 안 들어오리라.


  골목을 바삐 걷는 사람도 꽃그릇을 못 본다. 손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꽃그릇을 못 본다. 꽃그릇을 보는 사람은 으레 아이들과 할머니이다. 찬찬히 거닐면서 아름다운 바람을 즐거이 마시고 싶은 사람도 꽃그릇을 본다.


  집안이 안 넓으니 꽃그릇을 바깥에 둘 수 있지만, 일부러 골목 한쪽에 꽃그릇을 두는 마음을 헤아려 본다. 꽃그릇을 훔쳐 가는 사람이 더러 있다는데, 씩씩하게 꽃그릇을 자꾸 골목에 두는 사람들 마음을 곰곰이 되새겨 본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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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08 17:41   좋아요 0 | URL
벽면이 회화같아요.
부러 그린듯한 면분할...좋네요..사진도.

숲노래 2015-04-08 19:15   좋아요 1 | URL
골목집 담벼락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아름다운 그림이로구나 하고 늘 느껴요
 

골목을 떠올리도록 이끄는 사진이란



  ‘사라지는 골목’과 얽혀 ‘골목내음이 피어나는 사진’을 바라는 곳이 있기에, 그곳에 보내려고 골목 사진을 가만히 돌아보다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노는 사진이나, 아주머니가 골목에서 수다를 떠는 사진을 요즈음 찍을 수 있을까? 못 찍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은 골목에서 놀 겨를이 없고, 골목에서 놀 동무가 없다.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살림을 하느라 바쁘거나 부업을 하느라 힘겹다.


  그런데, 왜 ‘골목 사진’이라고 하면 ‘노는 아이’와 ‘수다 떠는 아주머니’만 생각할까? 이 두 가지가 골목을 밝히는 모습일까? 참말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골목을 밝히거나 말하거나 드러낼 수 없을까?


  골목에서 나고 자라든, 골목에서 며칠이나 몇 달이나 몇 해를 살든, 골목을 이야기하는 사진이라 한다면, 아무래도 꽃과 나무라고 느낀다. 누가 골목동네로 들어와서 살까? 어디에서 살던 사람이 도시로 찾아와서 ‘도시 가장자리’라는 곳에서 터를 잡으면서 골목을 이루는가? 바로 시골사람이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던 사람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으러 와서 ‘도시 가장자리’에 모였고, 이들이 모여서 동네를 이루는 골목은 어느새 ‘아주머니와 할머니’ 손길을 타면서 꽃그릇과 텃밭이 생긴다. 때로는 할아버지 손길을 거쳐 텃밭과 꽃그릇이 생긴다.


  골목아이나 골목사람을 찍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이 사진에는 언제나 꽃그릇이나 나무가 한쪽에 살그마니 고개를 내밀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꽃처럼 웃고, 나무처럼 어깨동무하는 사람이 골목이웃이라고 느낀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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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역 언저리에서



  설을 쇠고 고흥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길에 조치원역을 거쳤다. 조치원역 언저리에서 ‘광성음악사’라는 가게 옆을 지나갔다. 전화번호 국번이 세 자리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간판일 텐데, 그래도 다른 간판하고 대면 퍽 나이가 든 간판이다. 나는 이러한 간판에 눈이 간다. 번쩍거리거나 커다란 간판은 내 눈에 안 들어온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헌 간판에 눈이 쏠린다. 예전에는 어느 도시에서나 간판에 따로 불빛이 깃들지 않았다. 조촐하고 수수하면서 이웃가게 간판하고 살가이 어우러졌다. 요즈음에는 이웃가게 간판보다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할까 하는 대목만 사람들이 따지는구나 싶은데, 지난날에는 가게마다 간판을 알맞게 꾸려서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졌다. 혼자서만 살 수 없는 마을살이이다.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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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자전거집



  오래된 자전거집은 오래된 간판을 그대로 둔다. 새로 여는 자전거집은 새로운 간판을 건다. 오래된 자전거집은 으레 한글로 된 간판이라면, 새로 여는 자전거집은 으레 영어로 쓰는 간판이다. 오래된 자전거집은 으레 여느 사람이 여느 삶자리에서 타는 자전거를 다루고, 새로운 자전거집은 으레 멧골을 타거나 먼길을 빠르게 달리는 값진 자전거를 다룬다. 오래된 자전거집은 바퀴에 난 구멍을 때우거나 바람 빠진 바퀴에 바람을 넣으려는 사람이 자주 찾고, 새로운 자전거집에는 더 나은 부속을 갖춘 자전거로 갈아타려는 사람이 자주 찾는다. 오래된 자전거집은 으레 골목 안쪽에 호젓하게 깃들고, 새로운 자전거집은 으레 큰길에 크게 연다. 두 가지 자전거집을 가만히 바라본다. 434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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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야 본다



  골목을 알려면 걸어야 합니다. 이 골목 저 골목 천천히 거닐면서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마시면서 다 다른 보금자리를 온몸으로 마주할 때에 골목을 알 수 있어요. 아파트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는 걸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높다란 아파트는 사람들이 걸어서 오가도록 일군 집이 아닙니다. 자동차로 이리 달리고 저리 지나가기 알맞도록 지은 덩어리입니다.


  골목집은 햇볕이랑 바람하고 함께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골목집을 읽으려면 햇볕을 함께 읽어야 하고, 골목집을 사귀려면 바람을 같이 헤아려야 합니다. 이웃집과 햇볕을 나누어 먹는 골목집이요, 이웃집과 어깨동무하면서 찬바람을 막고 시원한 바람을 골고루 누리는 골목집입니다.


  두 다리로 걸으면서 햇볕과 바람을 느낄 적에 골목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다리로 걷다가 대청마루나 툇마루나 마당에 앉아서, 때로는 담벼락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하고 바람을 쐴 적에 비로소 골목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골목집을 이루어 살아온 사람들은 해를 등에 지고 바람을 가슴으로 맞아들이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일구었습니다. 4348.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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