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담
닫은 듯 두르지만
해는 마음껏 드리우고
바람은 실컷 오가고
비는 신나게 찾는 담
단단한 듯 다지지만
아이가 기대어 놓고
고양이가 올라앉아 쉬고
나무가 곁에서 자라는 담
담담하게 바라보고 말해
무덤덤히 보여도 마음 느껴
든든하게 둘러싸는 손길과
무던히 돌아보는 눈길과
하늘에 닿고 싶니
구름에 닿으려 하니
네 손길에 가 닿지
내 눈길에 와 닿아
ㅅㄴㄹ
숲노래 노래꽃 . 할아버지
들풀처럼 투박하기에
스스럼없이 밝으면서
마음으로 고루 보듬는
눈길
아이를 언제나 어질게
들녘을 노상 새롭게
바다를 늘 가벼이 보는
눈빛
씨앗 심는 살림돌이
노래 짓는 살림빛
이야기 두런두런 살림길
눈망울 듬뿍
할아버지란
아버지를 알뜰히 보살피고
이곳을 알차게 살피는
해바라기 후박나무
숲노래 노래꽃 . 할머니
들꽃처럼 수수하기에
스스로 맑으면서
사랑으로 고이 품는
손길
아이를 언제나 상냥히
숲을 노상 가만히
하늘을 늘 즐거이 안는
손빛
씨앗 묻는 살림지기
노래 들려주는 살림새
이야기 흐드러진 살림꽃
손수 가득히
할머니란
어머니를 아늑히 돌보고
오늘을 아름다이 돌아보는
할미새 할미꽃
숲노래 노래꽃 . 안 하기
힘들면 다 내려놓기
어려우면 좀 숨돌리기
괴로우면 슬쩍 빼기
그냥 안 하기
힘든 널 보고 돕기
어려워하는 너랑 손잡기
괴로운 네 등 토닥이기
그냥 하기
억지로는 안 하기
어머니랑 웃으며 하기
악쓰면서 안 하기
아버지랑 놀면서 하기
아무리 다그쳐도 안 하기
아름답게 노래하며 하기
난 즐겁게 하고 싶어
넌 어떤 마음이니?
숲노래 노래꽃 . 닳다
따스한 손길에 담은
넉넉한 사랑을 닮네
차가운 손길이 닿아
까맣게 시들고 닳지
사랑받는 살림은
손이 탈 적마다 빛나
미움받는 세간은
손을 댈 적마다 바래
오래오래 알뜰살뜰 읽어
손빛 고이 흐르는 책
오래도록 모두한테 잊혀
손때 없이 해묵은 책
첫마음을 다시 그린다
새마음을 거듭 다진다
붓끝이 닳도록 써
하늘 담아 꽃한테 다가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