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미끼



함께 누리려는 마음으로

고루 나누며 웃는다면

덫을 놓지 않고

미끼를 두지 않아


혼자 차지할 꾀를 쓰며

우리 몫도 가로채려고

덫에 밀어넣거나

미끼를 물라며 꼬드기지


즐겁게 손잡는다면

덫이 아닌 꽃밭을

기쁘게 노래한다면

미끼 아닌 잔칫밥을


숲짐승이 이웃이기에

덫을 치우고 나무 돌아봐

헤엄이가 동무이니까

미끼 버리고 바다 보살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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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힘빼다



미리 힘빼지 말라고

이따 힘써야 한다고

아직 힘을 아끼라는데

난 즐겁게 논단다


왜 힘빠지는 줄 알아?

안 웃고 안 놀고

안 신나고 안 반가워

투덜투덜 부글부글이니까


김빠지는 일로 여겨

기운이 안 난다면

기지개를 쫙 켜고서

기다랗게 휘파람 불자


바람을 이 손으로 일으켜

꽃잎을 간질여 보고

나비 곁에서 팔랑춤으로

새힘을 내면 즐거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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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앓다



앓아누우니까

입에서 절로 끙끙거려

식은땀 짙땀 퐁퐁 솟으며

꿈속을 허우적거려


아직 알지 않기에

어쩐지 벅차 낑낑거려

구슬땀 피땀 옴팡 쏟으며

새길을 지으려 해


앓기에 몸 구석구석 느껴

아프니 몸을 찬찬히 봐

앓고 나면 튼튼히 서자

아픈 곳은 허물을 벗자


마치 알에서 깨어나듯이

이제는 껍데기를 깨려고

후끈후끈 앓았으니

힘껏 기운껏 빛나 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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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한테



나한테 맞는 책은

별이 노래하는 이야기

바람이 춤추는 줄거리

들꽃이 뛰노는 수다판


너한테 건넬 책은

비가 들려주는 이야기

바다가 꿈꾸는 줄거리

숲에서 지내는 온하루


우리한테 즐거운 책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

함께 살림짓는 줄거리

같이 어깨동무하는 마음


구름한테 빌려주고

냇물한테 읽어주고

나무한테서 배우고

나비한테서 받는 책


ㅅㄴㄹ


숲노래 씨는 늘 조용히

두멧시골에 머물면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이따금 짬을 내어 일을 멈추고서

휘리릭 바람처럼 책숲마실을 나섭니다.


아이들한테 묻습니다.

“숲노래 씨가 책 사러 갈 텐데,

 같이 갈 사람?”


기꺼이 따라나서는 작은아이하고

한나절 남짓 시외버스에서

이리저리 흔들흔들 달린 끝에

부산에 닿고,

〈비온후〉에는 아주 살짝 머물고서

길손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버스에 걷기에 기다리기에

한참 애쓴 아이는 

오늘만큼은 늦잠을 즐길 테지요.

큰고장 부산에도 별이 돋기를 바라며

잠들었고

아침에 새가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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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아차



챙긴다고 했는데 잊었어

아차차

아까 생각날 적에

바로 해둘걸


다 한 줄 알았는데 없네

아차차차

여태 모르는 채

오늘까지 왔어


맞다고 여기며 왔는데 아니야

아차차차차차차

여기 말고 딴길인데

신나게 걸었구나


오늘도 아차

어제도 아차아차

이다음도 아차일까

이젠 얼쑤도 해야겠어


ㅅㄴㄹ


책집에 마당이 조촐히 있는

부산 〈책과 아이들〉입니다.

작은아이랑 이곳에 마실하고서

함께 새를 보고 새노래를 듣고

햇볕을 쬐고 다리를 쉬고서

하루를 누렸습니다.


밤을 거의 새우고

새벽에 짐을 꾸렸는데

어제(16일) 한 가지를 빠뜨렸더군요.

아차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내 달래고서

“그래, ‘아차’ 이야기를 쓰면 되겠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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