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미소우 완전판 - 상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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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밖에서 오지 않은 사람이란



《미스 미소우 上》

 오시키리 렌스케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6.30.



  《미스 미소우 上》(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에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란 붉은 띠가 붙습니다. 사람이 서로 죽이고 죽는 모습을 꽤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이처럼 붉은 띠를 붙이는구나 싶은데,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숱한 따돌림이나 괴롭힘질도 ‘아이가 보면 안 될 짓’이라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저지르거나 벌이는 못난 짓이 안 끊입니다. 저쪽에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았든, 이쪽에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았든, 힘을 부리고 이름을 날리며 돈을 거머쥔 쪽이라면 으레 못난 짓을 벌이더군요. 가만히 본다면 그림꽃책 하나에 ‘보면 안 됨’이라는 붉은 띠를 붙일 노릇이 아니에요. 모든 새뜸(신문)에 붉은 띠를 붙여야 하지 않나요? 볼썽사나운 이야기가 날마다 쏟아지지 않나요?


  잘못을 저지르고도 감추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다음 돈을 먹여 붓쟁이(작가·기자)를 구워삶는 어른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뒷돈을 받고서 잘못을 덮는다든지, 마치 잘못이 없었다는 듯이 꾸미는 어른이 넘칩니다.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힘을 누릴 수 있다면, 뒷돈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어른이 참으로 많아요.


  아이들이 왜 사나울까? 아이를 낳아 돌본다는 어른부터 사납거든요. 아이들이 왜 서로 돌보거나 아끼지 않고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힐까요? 바로 어른들이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든요. 아이들은 모두 지켜보고서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어른 스스로 착한길을 걷는다면 아이도 이를 지켜보고서 착한길을 걸어요. 어른 스스로 몹쓸길을 걸으면서 아이한테만 몹쓸길 아닌 착한길을 걸으라 하면, 아이는 어느새 겉속이 다른 두 갈래로 나아가겠지요.


  밖에서 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오든 아니든, 모두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나랑 다른 사람을 이웃으로 여기지 못하는 마음이라면, 아무런 사랑이 없겠지요. 다시 말해서, 저쪽을 미워하는 이쪽이랑 이쪽을 싫어하는 저쪽은 똑같이 사랑하고 동떨어집니다. 둘은 한통속이 됩니다.


ㅅㄴㄹ


“도쿄로 돌아가, 멍청아. 그 쓰레기장에서 자빠져 잠이나 자라고! 너 같은 외부인하고 같이 졸업하는 건 절대로 싫어!” (22쪽)


“아무 일도 없다고요? 아니, 하지만 제 딸은 어제도 진흙투성이가 돼서 돌아왔단 말입니다.” “그걸 왜 저희 학생들이 괴롭힌 거라고 단정하시는 거죠?” “자기 학생들을 감싸려는 기분도 알겠습니다만, 제 딸도 당신의 학생입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글쎄요.” (29쪽)


“노자키. 카메라는 정말 좋아. 좋은 걸 찍고 싶다는 기분은 정말. 함께 해보지 않을래?” (67쪽)


“그렇지만 말야, 마미야. 내가 좀 글러먹은 건지는 몰라도 그때 무척이나 마음이 두근거렸어. 그동안 쌓이고 쌓았던 게 단번에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 “너라는 존재 자체가 글러먹은 거야.” (132∼133쪽)


“넌 아무것도 몰라. 아무튼 나는 완전 질렸어. 시골 이발소가 아니라, 도쿄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어. 내가 이런 곳에서 끝날 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여기에 정 붙여서 사는 내가 되고 싶지도 않아.” (3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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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7
킨다이치 렌쥬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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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박힌 사랑은 없다



《라라라 7》

 킨다이치 렌주로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3.25.



  《라라라 7》(킨다이치 렌주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을 읽고서 ‘집안을 이루고 살아가는 길’을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짝을 지을까요? 우리는 굳이 짝을 짓는 뜻이 있을까요? 아이를 왜 낳을까요? 또는 아이를 왜 안 낳을까요? 아이를 낳기에 우리 아이만 이쁜지요, 아이를 낳기에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이를 안 낳지만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니면 아이를 안 낳기에 모든 아이가 싫은지요?


  우리가 처음 이 땅에 태어나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 어른이 되어 짝을 맺는다면, 가시내랑 사내라는 몸을 하나로 모두어 새롭게 꿈을 꾸는 아기라는 사랑을 낳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사랑이란 구경조차 한 적도 없다시피 자란 채 몸뚱이랑 나이로만 어른이라면, 아기를 낳기 싫기 마련일 뿐 아니라, 아기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를 모르기 쉽고, 아기하고 새롭게 짓는 살림은 아예 생각조차 못 하지 않을까요?


  아이를 낳고서 들볶거나 괴롭히는 어버이가 참 많다고 합니다. 이에 못지않게 아이를 낳고서 가없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동무로 지내는 어버이도 많아요. 다시 말하자면, 아이를 싫어하거나 꺼리거나 미워하거나 들볶는 어른하고, 아이를 좋아하거나 반기거나 사랑하는 어른이 ‘나란히 많’습니다.


  차분하게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가 오늘 어른이란 몸이라면, 어른이기 앞서 아기로 태어나야 했고, 어린이란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기랑 어린이를 거치고 푸름이로 보낸 날이 있기에 어른이 돼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아기살이 아이살이 푸른살이를 지나왔나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어린날이며 푸른날을 보내고서 오늘 어린이나 푸름이로 살아가는 숨결을 만날까요?


  그림꽃책 《라라라》는 몇 가지 줄거리를 다룹니다. ‘어버이’를 다루고, ‘짝맺기(혼인)’를 다루고, ‘아이를 마주하는 어른스럽거나 안 어른스러운 살림’을 다루고,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를 다루고, ‘사랑을 틀에 맞추거나 박아 놓을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여기에 하나 더 ‘몸’을 다루지요.


  아주 마땅합니다만, 사랑은 사랑일 뿐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손잡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아기낳기가 아닙니다. 오직 사랑일 적에 둘은 어떤 빛인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사랑이 아닌 몸이라면 둘은 빛날지 안 빛날지를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참말로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오늘이 되어야 할는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ㅅㄴㄹ


“하지만, 느닷없이 이렇게 다 큰 자식을 보살피게 되면, 분명 두 사람에게 예전보다 더 많은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흐음. 자꾸만 열등감이 느껴지나 보구나?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긴 상당히 힘들겠지.” (11쪽)


“분명 괜찮을 거야. 나랑 키리시마도 원래는 타인이잖아. 타인이 모여서 가족을 만든 거니까. 전원 한 핏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어.” “그렇겠죠?” (21쪽)


“준이 안 고르겠다면, 내 센스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난 깜놀할 정도로 대충 고를 거라고. 네 눈을 의심할 만한 방이 되어도 괜찮겠어?” “에에에엑?” (36쪽)


‘이미 충분히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바빠서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도, 이렇게 착한 아이로 키워 준 사람이 맡긴 아들.’ (42쪽)


“그 준이라는 애가 어지간히도 널 좋아하나 보다. 같이 살더라도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관심 없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애한테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야.” (89쪽)


“난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멋진 선물을 주는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117쪽)


“예전 엄마랑 같이 만들었던 만두도 이런 식이었어?” “아무래도 맛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같이 만드는 사람 수가 늘어난 만큼 재미도 커진 것 같애. 아마도 난 같이 만드는 과정도 포함해서 만두를 좋아했던 것 같아.”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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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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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가두니 빛나지 않아요



《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1.7.



  《피아노의 숲 1》(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를 되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그림꽃책은 ‘피아노’가 무엇인지를 묻기 앞서 ‘어린배움터(초등학교)’하고 ‘마을’이 무엇인가를 묻고, ‘시골’하고 ‘어버이 일감’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사랑으로 돌보며 살아가는 집’하고 ‘이름값을 바라보며 아이를 닦달하는 집’을 맞대면서 묻습니다.


  그림꽃책은 내내 묻습니다. 아이한테 날마다 뭘 보여주나요? 아이는 날마다 어디를 가나요? 아이는 앞으로 뭘 해야 즐겁게 웃을까요? 아이는 무엇을 왜 배워서 어디에 어떻게 써야 아름답게 사랑으로 나아가나요?


  이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아이하고 나누는 어버이나 어른으로 살아가는지요. 이 여러 가지를 여태 생각한 일이 없거나, 오늘도 아직 생각할 마음이 없는지요. 이 여러 가지 말고 무엇이 그대 마음에 대수롭거나 그대 생각을 움직이는지요.

  타고난 재주꾼인 ‘카이’가 아닙니다. 그저 신나게 피아노에 숲이란 노래를 가락으로 얹어서 스스로 웃고 어머니랑 웃으며 마을 이웃이며 동무하고 다같이 웃고픈 꿈을 사랑으로 키우는 카이입니다.


  늘 숲바람을 들으니 숲바람을 피아노 가락에 얹을 뿐입니다. 늘 숲동무를 만나니, 다람쥐나 멧돼지나 새하고도 말을 섞으면서 이들하고 함께 피아노 가락을 누릴 뿐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배움터란 곳에 가면 또래 아이들은 그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운 그대로 ‘카이네 집안’을 놀리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는 배움터 어른인 길잡이(교사)도 똑같습니다. ‘카이 어머니’가 무슨 일을 해야 좋거나 나쁠까요?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센 어버이가 있다면, 배움터 어른이란 이들은 그저 굽신거리면서 네네 절하면 되는지요?


  틀에 박힌 길로 아이를 집어넣으면, 아이는 꿋꿋하게 마침종이를 하나씩 받으면서 끝까지 열린배움터에 나아가겠지요. 그리고 이럭저럭 벼슬꾼이 되거나 그럭저럭 돈을 받는 일꾼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에 아이한테 무슨 꿈이나 사랑이 있나요? ‘안정된 연봉을 받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 서울에서 장만할 아파트 한 채, 또 값나가는 자가용 하나’가 아이가 품을 꿈이나 사랑인지요? 온나라 아이들이 모두 똑같이 이 틀에 박힌 길만 바라보고 나아가도록 내몰지 않는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사람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이를테면 비보이나 프로게이머를 꼽을 만한데, 이들은 일찌감치 틀박이 배움터를 뛰쳐나왔습니다. 스스로 바라보고픈 길 하나를 즐겁게 생각합니다. 《피아노의 숲》이 들려주는 줄거리는 매우 쉽습니다. ‘아이를 틀에 가두는 어른 그대야말로 틀에 갇힌 채 기쁨도 사랑도 꿈도 모르는 하루를 살아가네요’예요.


ㅅㄴㄹ


“그런 것쯤은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으니, 어린애라고 너무 얕잡아보지 마세요! 그리고, ‘숲의 피아노’는 고장나긴 했어도 소리는 나와요! 그건 내 피아노니까. 그러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든 아는 척 얘기하지 말라구요!” (43쪽)


“슈우헤이! 넌, 정말 운 좋은 녀석이다!” “뭐?” “봐! 오늘 아침은 피아노 기분이 짱인가 봐!” (66쪽)


“그럼 넌, 듣기만 하면 칠 수 있다는 얘기야?” “물론이지! 듣지 않으면 어떻게 치냐?” (104쪽)


“카이는 세 살 때 저 창문에서 떨어졌단다. 난 카이가 죽은 줄 알고 놀래서 찾았더니, 카이가 어디에 있었는 줄 아니? 글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 피아노 위에서 놀고 있지 않겠니?” “아하하, 숲의 나무가 지켜줬어.” “그래서 저 피아노는 카이의 장난감이 돼버린 거지!” “날마다요?” “날마다 정도가 아니었어. 아침저녁 틈만 나면. 어쩔 땐 거기서 하룻밤 자고 올 때도 있지!” ‘아. 그렇다면, 난, 난, 이길 수 없어!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배워 온 나는, 솔직히 피아노 레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니 언제나 좋아서 피아노를 치는 너에겐 절대 이길 수 없어!’ (138∼140쪽)


“굉장하다! 그럼 넌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니? 실은 아까부터 겨울도 아닌데 장갑을 끼고 있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단다.” “이건 그냥 습관이구요. 진짜로 될지 어떨지는 잘 …….” “아니, 넌 될 수 있어, 슈우헤이. 이것저것 참으면서 살아왔으니 피아니스트가 돼야 해! 정말 손이 예쁘구나. 우리 카이는 날마다 나무를 타기 때문에 꼭 짐승 손 같거든! 발하고 똑같아!” (142쪽)


“와하하하 캡 신나!” “피아노는 그런 식으로 치는 게 아니야, 카이!”“뭐? 피아노는 신나는 거라구.” (163쪽)


#MakotoIsshiki #ピアノの森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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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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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아이한테 참말 놀이가 대수롭다면



《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2.15.



  《바라카몬 1》(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를 읽다가 어느새 후루룩 달렸습니다. 첫자락부터 끝자락까지 내처 읽었달까요. 군데군데 살짝 엉큼하다 싶은 대목이 나와 아쉽습니다. 이런 그림을 안 넣는다면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만한 그림꽃책이 될 터이지만, 아무튼 시골(섬)살이하고 아이돌보기라는 줄거리를 젊은이하고 푸름이 눈길로 담아낸 짜임새는 돋보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시골살이나 섬살이를 제대로 그려내는 글님이나 그림님이나 그림꽃님이나 빛꽃님은 드물지 싶습니다. 시골이나 섬에서 나고자란 분은 많되, 즐거이 뛰놀며 자란 삶과 살림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는 손빛은 뜻밖에 얼마 안 돼요. 요새는 거의 모두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나고자라다 보니, 시골스럽거나 섬스러운 멋을 담아내기가 매우 어렵겠지요.


  다만 이 그림꽃책도 ‘글씨 쓰는 젊은이’한테 맞추고 ‘마을사람하고 어울리는 길’로 뼈대를 잡은 터라, 시골이나 섬을 더 깊거나 넓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시골보다는 ‘글씨를 글씨답게 쓰는 길’이 먼저요, 섬보다는 ‘마을사람 사이에 스며드는 길’이 먼저인 줄거리이거든요. 그나마 이런 줄거리가 바탕이어도 ‘아이들하고 허물없이 논다’는 이야기를 곁들이기 때문에 이럭저럭 볼만합니다.


  어린이를 내세우거나 그리는 숱한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들여다보면, 정작 놀이가 빠지기 일쑤입니다. 놀이보다는 어떤 일(사건)에 눈길을 맞추기 일쑤예요. 놀이보다는 배움터에서 벌어지는 일(사건)에 더 눈길이 가는 ‘어른들 글이며 그림’이지 않나요?


  어린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라고 말할 줄은 알면서, 왜 어린이하고 허물없이 신나게 노는 하루는 안 그릴까요? 설마 논 적이 없기에 못 그리지 않을까요? 앞에서는 놀이가 대수롭다고 밝히지만, 속으로는 놀이보다는 ‘마침종이(대학 졸업장)’가 대수롭다는 꿍꿍이 탓은 아닌가요?


  아이들은 배움터를 날마다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배움책을 달달 외워서 100점을 맞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열린배움터까지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돈을 잔뜩 버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기를 쑥쑥 낳아 ‘출산율 높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오늘을 사랑하며 신나게 뛰놀아 구슬땀을 흘리고, 이 구슬땀이 풀잎에 떨어져 이슬로 맺히는, 싱그러운 하루를 누리면 넉넉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라카몬》이 볼만하다면 놀고 또 놀고 다시 놀며 새로 노는 아이들이 한가득 나오기 때문입니다.


ㅅㄴㄹ


“어떻노? 우리 손주는 바다를 좋아해가 꺄―꺄―거리며 기뻐하는데.” “어떻긴요. 평범한 바다죠. 반짝이고는 있지만.” (17쪽)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건 말이제, 총각. 마음이 황량해서 그런 게 아이다. 오후부터 날이 흐려지기 때문이재.” “아아, 그런 거군요?” “바다는 파도가 거칠 때야말로 장관인기라. 뭘 모르는고마.” (18∼19쪽)


“그 영감탱이도 아버지도 쥐뿔도 몰라. 어차피 상을 받기 위해 글씨를 쓰는 건데, 기본에 충실하게 쓰는 게 뭐가 나빠? 젠장!” “너 말이야, 그런 기분으로 글씨 쓰면 즐겁냐?” (38쪽)


“그거야 올라가 봐야 아는 일이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보이는 거니까.” (48쪽)


“선생님도 빨리 와. 이 벽을 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 (49쪽)


“선생님은 있지, 이렇게 많이 쓰고도 여전히 좋은 글씨를 못 쓰겠대. 일도 되게 열심히 한다? 선생님은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 많이 쓰는데도 아직 멀었나 봐.”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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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ばらかもん #ヨシノサツ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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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기계는 싸우려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기계전사109 2》

 노진수 글

 김준범 그림

 서울문화사

 1993.4.5.



  《기계전사109 2》(노진수·김준범, 서울문화사, 1993)을 처음 만나서 읽던 무렵을 떠올립니다. 먼저 《아이큐 점프》에 이레마다 나왔고, 이윽고 낱책으로 묶었습니다. 이레책(주간잡지)하고 낱책으로 1980∼90년대에 이 그림꽃을 만난 이라면 〈로보캅〉하고 〈터미네이터〉를 나란히 떠올릴 만합니다. 두 이야기하고 《기계전사109》는 맞닿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 그림꽃에 글하고 그림을 맡은 두 사람은 이런 눈길이나 생각을 안 하기 어려웠을 테고, 우리 나름대로 기계사람을 어떻게 그려내고, 이 삶터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적에 서로 아름답고 즐거울 만할까 하는 줄거리를 새로 녹여내려고 애썼으리라 봅니다. 밑감은 얼마든지 따올 수 있되, 새로 바라보는 마음하고 새로 갈무리하는 생각이 있어야, 어린이하고 푸름이 숨빛을 건드릴 테니까요.


  이레책이로도 낱책으로도 그무렵 다 읽은 사람으로서 1989∼1993년을 되새기면, 그때 배움터에 이 그림꽃책을 몰래 가져와서 읽다가 들킨 동무는 어김없이 빼앗겼습니다. 배움터에서는 불쏘시개로 태우거나 그자리에서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거나, 배움터 뒤켠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구덩이에 휙 던져넣기 일쑤였습니다.


  배움터 길잡이인 어른은 왜 어린이나 푸름이가 즐겨읽거나 가까이하는 그림꽃책을 같이 읽어 보면서 이야기를 할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했을까요? 오직 글책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쯤 씻어낼 만할까요?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그림꽃책이든, 이러한 책이 다루는 줄거리하고 펴는 이야기를 살펴서, 우리 나름대로 앞길을 닦는 슬기로운 생각으로 북돋울 노릇이지 않을까요?


  저는 김준범 님이 내놓은 그림꽃책으로 《기계전사 109》보다 《따로따로 형제》나 《부전자전》을 조금 더 사랑스럽다고 칩니다만, 《기계전사 109》는 1989∼1993년 사이에 ‘기계사람’ 이야기를 ‘먼먼 미국이나 유럽 나라 삶’이 아닌 ‘우리 삶’으로 바라보도록 북돋운 발판이었다고 여깁니다. 끝내 ‘싸움’과 ‘죽음’이라는 틀에서 맴돌지만,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 하는 울타리에서 벗어날 듯하면서도 못 벗어나지만, 기계사람도 살갗사람도 해한테서 기운을 얻고 풀꽃나무를 사랑하면서 숲을 아낄 줄 아는 살림을 짓는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을 어느 만큼 건드리다가도 더 나아가지 못하기는 하지만, 오늘 우리 모습을 두고두고 되돌아보는 자그마한 이야기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는 딱 두걸음만 나오고 더 못 나온 《기계 장치의 사랑》(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기계전사’로 못을 박다 보니 더 깊거나 넓게 못 다루었다고 하겠으나, ‘기계전사’로 못을 박더라도 ‘싸움판’ 줄거리보다 ‘삶·살림·사랑’을 어느 보금자리나 마을이나 숲에서 짓느냐 하는 줄거리를 얼마든지 짚을 수 있습니다. 《나츠코의 술》(오제 아키라 글·그림) 같은 그림꽃은 ‘술’을 그림꽃감으로 삼으나 막상 술보다는 ‘흙살림’ 이야기를 훨씬 길고 오래 깊고 넓게 짚어요.


  그러나 아직 총칼이 서슬퍼렇고 그림꽃책이라면 덮어놓고 짓밟거나 깔보던 1989∼1993년에 이만 하게 나온 《기계전사 109》인 터라, 이 얼거리대로 언젠가 새옷을 입고 나와서 다시금 사람들한테 삶꽃을 노래하는 길을 톡톡 건드리는 징검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저희들끼리 조촐하게 텔레비전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텔레비전이 너무 불쌍해요.” “켈켈켈! 아이고, 배꼽이야! 기계가 장례식을 한다고! 켈켈켈!” (6쪽)


“사내야, 아직도 총알이 남아 있니?” “아악!” “쓰레기 인간!” (76∼77쪽)


“인간들! 더 이상 추적하지 않기로 하고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98쪽)


“이 엄마는 말이다, 갈수록 인간들이 미워진단다. 이러다 모든 인간을 증오하게 될지도 몰라.” “안 돼요! 모두를 미워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요.” “건, 건이야! 하, 하지만 인간들은 나를 버렸어. 나의 정신과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아 버렸어!” “이 세상 사람 모두가 기계로 취급해도 저에겐 소중한 엄마예요!” (109쪽)


“넌 이다음에 죽으면 기계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니?” “뭐, 뭐야? 말, 말도 안 돼. 기계인간은 싫어! 싫어! 싫어! 내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니, 으와∼ 끔찍해!” “우리 엄마는 기계인간이었어. 아빠는 내가 어리고,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지만, 난 죽은 진짜 엄마보다 살아 있는 기계엄마가 더 불쌍해!” (140쪽)


“안타깝군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이곳을 버리고 멸시와 냉대로 가득 찬 인간의 세계로 돌아가려 하다니.” (142쪽)


“인간들은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아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면서 살고 있다. 우리 사이보그에겐 가족이란 게 없다. 우리도 정을 나누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형식적인 자유나 평등의 보장보다 진짜 인간들 같은 행복을.” (163쪽)


“그러나, 환상이었다. 인간들에게 있어 우리는 그저 말하고 걸어다니는 기계였을 뿐이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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