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동하다 動


 식욕이 동하다 → 밥맛이 돌다 / 밥맛이 나다

 호기심이 동하다 → 호기심이 생기다 / 궁금해지다

 실없이 화가 동하는 것이었다 → 괜히 골이 났다

 병이 동하다 → 병이 도지다

 마음이 동하다 → 마음이 움직이다 / 마음이 생기다

 예가 아니거든 동하지를 마라 → 옳지 않거든 움직이지를 마라


  ‘동(動)하다’는 “1. 어떤 욕구나 감정 또는 기운이 일어나다 2. = 도지다 3. 마음이나 사물이 움직이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動’이라는 한자는 “움직이다”를 뜻해요. 그러니 한국말로 ‘움직이다’를 쓰면 될 뿐입니다. 움직이니까 움직인다고 합니다. 꿈틀하니까 꿈틀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생기면 생긴다고 하고, 마음이 서면 선다고 합니다. 병이 다시 나면 ‘도지다’라 하면 되지요. 2016.2.20.흙.ㅅㄴㄹ



모처럼 마음이 동했는데

→ 모처럼 마음이 움직였는데

→ 모처럼 마음이 생겼는데

→ 모처럼 마음이 섰는데

→ 모처럼 마음이 꿈틀했는데

《니노미야 토모코/서현아 옮김-그린 2》(학산문화사,2001) 194쪽


술 생각이 동한 누군가

→ 술 생각이 난 누군가

→ 술 생각이 나는 누군가

→ 술이 생각나는 누군가

《강분석-씨앗은 힘이 세》(푸르메,2006) 118쪽


의욕이 제일 중요한데, 그것이 동하지 않는다

→ 의욕이 가장 중요한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 마음이 가장 대수로운데, 할 마음이 솟지 않는다

→ 하려는 마음이 가장 큰데, 이 마음이 나지 않는다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5쪽


알라욘은 흥미가 동했다

→ 알라욘은 재미가 났다

→ 알라욘은 재미있었다

→ 알라욘은 마음이 움직였다

《필립 후즈/김명남 옮김-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돌베개,2015) 200쪽


전혀 흥미가 동하지 않을뿐더러

→ 하나도 재미가 나지 않을뿐더러

→ 조금도 신이 나지 않을뿐더러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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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필연적


 필연적 결과 → 반드시 나오는 결과 / 꼭 그리 되는 일

 필연적인 관계 → 반드시 이어지는 사이 / 뗄 수 없는 사이

 필연적인 단계 → 반드시 디딜 단계 / 꼭 거칠 자리

 필연적으로 맺어지다 → 반드시 맺어지다 / 꼭 맺어지다

 필연적인 만남 → 뗄 수 없는 만남 / 떨어질 수 없이 만남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 반드시 바란다 / 꼭 바란다


  ‘필연적(必然的)’은 “사물의 관련이나 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반드시 그렇게 되는”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때때로 “뗄 수 없는”이나 “떨어지지 않는”이나 “떨어뜨릴 수 없는” 같은 뜻을 나타내는 자리에 ‘필연적’이라는 말마디가 나타나는데, 이런 자리에는 “뗄 수 없는”을 비롯해서 “아주 가까운”이나 “서로 맞붙는”이나 “서로 달라붙는”으로 손질해 볼 수 있습니다. 2016.2.20.흙.ㅅㄴㄹ



필연적이고 필요한 반작용임에 틀림없다

→ 틀림없이 나타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반작용이다

→ 틀림없이 일어나고 꼭 있어야 하는 반작용이다

→ 틀림없이 뒤따를 반작용이다

→ 반드시 뒤따르는 반작용이다

→ 꼭 있어야 할 반작용이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78쪽


이 책만한 크기의 분량이라면 다룰 수 있는 소재가 필연적으로 제한되기 마련이다

→ 이 책만한 크기라면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어쩔 수 없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 이 책만한 크기라면 다룰 수 있는 얘기가 저절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 이 책만한 부피라면 다룰 수 있는 얘기가 얼마 없을 수밖에 없다

→ 이 책만한 부피라면 몇 가지를 못 다루기 마련이다

《프레드릭 엘킨/이동원 옮김-아동과 사회》(삼일당,1980) 머리말


충돌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읍니다

→ 충돌은 꼭 생깁니다

→ 충돌은 뻔한 노릇이었습니다

→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 마땅히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으레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학순-정의가 강물처럼》(형성사,1983) 55쪽


이런 지적 모험의 필연적인 결과로 이 책은

→ 이런 지식 모험을 한 결과로 이 책은

→ 이런 지식 모험을 했기에 이 책은

《이명원-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2004) 42쪽


일정한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소멸한다

→ 어느 단계에서 반드시 없어진다

→ 어느 자리에서 꼭 사라진다

→ 얼마쯤 되면 틀림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명원-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2004) 42쪽


유기농업이니까 필연적으로 굽어진다는 법은 없다

→ 유기농업이니까 꼭 굽어진다는 법은 없다

→ 유기농업이니까 반드시 굽어진다는 법은 없다

→ 유기농업이니까 늘 굽어진다는 법은 없다

→ 유기농업이니까 언제나 굽어진다는 법은 없다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백작》(그물코,2006) 58쪽


분배해야 한다는 필연적 이유는 없으므로

→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는 까닭은 없으므로

→ 꼭 나누어야 한다는 까닭은 없으므로

→ 어김없이 나눌 까닭까지 없으므로

→ 굳이 나눌 까닭은 없으므로

→ 나누어야 할 까닭이 따로 없으므로

→ 나누어야 하지는 않으므로

→ 나눠야만 하지는 않으므로

《가가와 도요히코/홍순명 옮김-우애의 경제학》(그물코,2009) 103쪽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건 필연적 선택이에요

→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요

→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요

→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골라요

《안미선-여성, 목소리들》(오월의봄,2014) 238쪽


소리 소재의 점진적인 확대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이다

→ 소리 소재가 차츰 늘어나며 반드시 그리 끝맺는다고 한다

→ 소릿감이 하나둘 늘어나며 꼭 그처럼 된다고 한다

→ 소릿감이 차근차근 늘며 으레 그렇게 된다고 한다

《토리고에 게이코/한명호 옮김-소리의 재발견》(그물코,2015) 3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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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피력 披瀝


 수상 소감의 피력 → 상 받은 느낌 밝히기 / 상 받은 느낌 말하기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다 → 제 생각을 밝히다 / 제 뜻을 말하다

 의견을 피력하다 → 생각을 밝히다 / 생각을 털어놓다

 규제완화를 피력하다 → 규제를 풀겠다고 밝히다


  ‘피력(披瀝)’은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고 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털어놓다’나 ‘말하다’나 ‘털어놓고 말하다’인 셈입니다. ‘밝히다’나 ‘드러내다’나 ‘나타내다’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모로 살피든 ‘말하다’나 ‘이야기하다’라 하면 넉넉합니다. ‘들려주다’라 해도 되고, “남김없이 털어놓다’라든지 “숨김없이 말하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2016.2.20.흙.ㅅㄴㄹ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 이렇게 말한다

→ 이와 같이 이야기한다

→ 이처럼 들려준다

《윤신향-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한길사,2005) 36쪽


논문 서두에서부터 절대적인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 논문 첫머리부터 엄청난 자신감을 드러내니 놀라울 뿐이다

→ 논문 들머리부터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밝히니 놀라울 뿐이다

→ 논문 앞머리부터 대단한 자신감을 보여주니 놀라울 뿐이다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2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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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문제적


 문제적 인물 → 문제 되는 사람 / 말썽쟁이 / 골칫거리 / 눈여겨볼 사람

 문제적 영화 → 말 많은 영화 / 말썽 많은 영화 / 눈여겨볼 영화

 문제적 시각 → 깊이 살피는 눈길 / 깊은 눈길 / 꿰뚫어보는 눈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문제적’이라는 한자말은 2016년까지 안 실리고 ‘문제(問題)’라는 한자말만 실립니다. ‘문제’는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을 가리킨다고 나와요. 이 뜻풀이를 헤아리면 ‘말밥’이나 ‘어려움’이나 ‘말썽’이나 ‘귀찮음’ 같은 낱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자말 ‘문제’를 쓰려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연습 문제”나 “환경오염 문제” 처럼 쓸 만하지요. “문제가 생기다”나 “문제를 일으키다”도 즐겁게 쓸 만합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다”와 “문제를 일으키다”는 “말썽이 생기다”와 “말썽을 일으키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은 문제적이다

→ 이 같은 일은 문제가 있다

→ 이 같은 일은 말썽이 된다

 그 정책은 문제적이다

→ 그 정책은 문제가 있다

→ 그 정책은 말썽투성이이다

→ 그 정책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한자말 ‘문제’에 ‘-적’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제적 인물”이나 “문제적 영화”나 “문제적 상황”이나 “문제적 시각”처럼 굳이 써야 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문제가 된다고 느끼면 “문제가 되는”이라 말하면 됩니다. “문제가 되는” 일이란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거나 “말이 많은” 일이곤 합니다. 이 같은 일은 곰곰이 “들여다볼” 일이거나 “눈여겨볼” 일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사진이 “문제가 된다”고 할 적에는 어떤 잘잘못 때문에 이렇다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숱한 이야기를 하도록 이끌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이야기를 낳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방아에 오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도마에 오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썩 안 좋은 쪽으로 흐른다면 “말밥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면 됩니다. 2016.2.20.흙.ㅅㄴㄹ



중국을 주제로 다룬 서양 최초의 저서가 최초의 저서가 불분명하고 문제적인 것이

→ 중국을 다룬 서양 첫 책이 흐리멍텅하고 문제가 많아

→ 중국을 다룬 서양 첫 책이 흐리멍텅하고 말썽으로 가득해

→ 중국을 다룬 서양 첫 책이 흐리멍텅하고 말썽투성이라서

→ 중국을 다룬 서양 첫 책이 흐리멍텅하고 엉터리라서

《조너선 D.스펜서/김석희 옮김-칸의 제국》(이산,2000) 23쪽


2등부터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문제적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 2등부터는 쓸모없는 골칫거리인 사람으로 삼아 버린다

→ 2등인 사람부터는 쓸모없는 말썽거리로 삼아 버린다

→ 2등인 사람부터는 쓸모없는 걸림돌로 삼아 버린다

→ 2등부터는 쓸모없고 말썽 많은 사람으로 삼아 버린다

→ 2등부터는 쓸모없고 걸리적거리는 사람으로 삼아 버린다

《오창익-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2008) 156쪽


내가 얼마나 문제적 인간인가를

→ 내가 얼마나 문제투성이 사람인가를

→ 내가 얼마나 말썽 많은 사람인가를

→ 내가 얼마나 골치투성이인가를

→ 내가 얼마나 골아픈 사람인가를

→ 내가 얼마나 말썽쟁이인가를

→ 내가 얼마나 말썽꾸러기인가를

→ 내가 얼마나 못난 놈인가를

→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녀석인가를

→ 내가 얼마나 철부지인가를

→ 내가 얼마나 못난이였는가를

→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가를

《박원순과 52명-내 인생의 첫 수업》(두리미디어,2009) 54쪽


대단히 문제적인 변화들이

→ 대단히 골치아픈 변화들이

→ 대단히 말썽 많은 변화들이

→ 대단히 말 많은 변화들이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28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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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84 : 때와 시기적



고조되던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 고조되던 때와 똑같다

→ 들끓던 때와 같다

 

시기적(時期的) : 시기에 비추어 보거나 시기와 관련되는

시기(時期) :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로 순화



  ‘시기’라는 한자말은 ‘때’로 고쳐써야 한다고 한국말사전에 나옵니다. ‘시기적’은 ‘시기 + 적’입니다. 그러니, ‘-적’붙이 말마디인 ‘시기적’도 ‘때’를 나타내는 말투로 손질해야 할 테지요. 이 보기글처럼 ‘때’하고 ‘시기적’을 나란히 넣은 대목이라면 ‘시기적’만 살며시 떨구면 됩니다. 2016.2.19.쇠.ㅅㄴㄹ



흑인의 저항이 고조되던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 흑인 저항이 무르익던 때와 같다

→ 흑인이 한창 저항하던 때와 같다

→ 흑인이 한창 저항하던 무렵과 같은 때이다

《장정일-장정일의 악서총람》(책세상,2015) 6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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