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민 苦悶


 고민을 털어놓다 → 근심을 털어놓다

 고민을 해결하다 → 걱정을 풀다 / 골칫거리를 풀다

 고민이 많다 → 걱정이 많다 / 온갖 생각을 한다 / 괴롭다


  ‘고민(苦悶)’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걱정’이나 ‘근심’이나 ‘끌탕’이거나 ‘괴로움’이거나 ‘애태움’이 될 테지요.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해”처럼 쓰는 ‘고민’은 영 안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괴로움’을 뜻하는 ‘고민’이기에 “함께 괴로워 해야 해” 꼴이 되거든요. 2016.2.23.불.ㅅㄴㄹ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생각하였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망설였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머뭇거렸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갈팡질팡하였다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10쪽


고민하던 아빠가

→ 걱정하던 아빠가

→ 생각에 잠겼던 아빠가

→ 골머리를 앓던 아빠가

《이준호-할아버지의 뒤주》(사계절,2007) 11쪽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 어떤 이름을 붙일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해

→ 어떤 이름을 붙일지 함께 헤아려 보아야 해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17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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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현명 賢明


 올바르게 인식할 줄 아는 슬기와 현명 → 올바르게 헤아릴 줄 아는 슬기

 현명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 슬기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현명한 선택 → 슬기로운 선택 / 어질게 고름

 현명한 태도 → 슬기로운 몸짓 / 어진 몸짓

 기다리는 쪽이 현명하다 → 기다리는 쪽이 슬기롭다


  ‘현명(賢明)’은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 ‘슬기’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면, 한자말 ‘현명 = 어질고 사리를 바르게 판단해 사리에 밝음’으로 풀이하는 꼴입니다. 더군다나 한국말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를 뜻한다고 하니까, 이 뜻까지 헤아리면 ‘현명 =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슬기로워 슬기로움’을 가리키는 꼴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말로 ‘슬기·슬기롭다’를 쓰면 될 뿐이며, 느낌이나 뜻을 잘 살펴서 ‘어질다’를 쓰면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2016.2.23.불.ㅅㄴㄹ



무엇이든 구해 주는 현명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똑똑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어진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얻어 주는 슬기로운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제임스 서버/황경주 옮김-아주아주 많은 달》(시공주니어,1998) 6쪽


그 왕도 자신이 현명하고 공평하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슬기롭고 올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똑똑하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어질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5쪽


현명한 일인 것 같았다

→ 잘한 일인 듯했다

→ 슬기로운 일인 듯했다

《배리 존스버그/정철우 옮김-내 인생의 알파벳》(분홍고래,2015) 15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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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패하다 敗


 이 싸움은 그의 일방적인 패였다 → 이 싸움은 그가 내몰리듯이 졌다

 몇 차례의 패를 경험한 뒤에야 → 몇 차례 져 본 뒤에야

 싸움에 패하다 → 싸움에 지다

 아군이 적에게 패하다 → 우리가 적한테 졌다

 1승 1패 →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 / 1이김 1짐

 통한의 1패를 당했다 → 아쉽게 한 번 졌다

 집안이 패하다 → 집안이 거덜나다 / 집안이 무너지다


  ‘패(敗)’는 “1. 어떤 일을 실패함. 또는 싸움이나 승부를 가리는 경기 등에서 짐 2. 운동 경기에서, 진 횟수를 세는 단위 3. 살림이 거덜나거나 망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은 ‘짐·지다’입니다. 진 횟수를 셀 적에는 으레 ‘1패’처럼 씁니다만 ‘1짐’처럼 쓸 수도 있어요. 이처럼 쓰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아직 못 쓸 뿐입니다. 다만, 익숙한 대로 ‘1패’로 쓰고 싶다면 이렇게 쓰되, ‘1짐’처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대목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이밖에 다른 모든 자리에서는 ‘지다’라는 한국말을 쓰면 되고, 때로는 ‘밀리다’나 ‘무너지다’나 ‘무릎 꿇다’를 쓸 수 있습니다. 집안을 가리킬 적에는 ‘거덜나다’나 ‘무너지다’나 ‘쓰러지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2016.2.23.불.ㅅㄴㄹ



상대에게 패하는 것이었다

→ 상대에게 지는 것이었다

→ 상대에게 지기만 했다

→ 상대에게 밀리기만 했다

→ 상대에게 무너지기만 했다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8쪽


선조 이래 남의 나라에 패해 본 일이 없었다

→ 선조 뒤로 다른 나라에 져 본 일이 없었다

→ 선조 때부터 이웃 나라에 무릎 꿇은 일이 없었다

《금현진·손정혜·이우일-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2012) 224쪽


경쟁에서 패했고

→ 경쟁에서 졌고

→ 경쟁에서 밀렸고

→ 다툼에서 밀려났고

《이즈미다 료스케/이수형 옮김-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미래의창,2015) 8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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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용 利用


 폐품 이용 → 폐품 쓰기 / 폐품 살리기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자원을 알뜰히 쓰기 / 자원을 알차게 쓰기

 지하철을 이용하다 → 지하철을 타다 / 지하철로 다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 바람을 써서 / 바람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 만드는 데에 쓰인다 / 만드는 데에 쓴다

 이용 가치가 높은 → 쓸 곳이 많은 / 부려먹을 값어치가 높은 → 재주가 많은

 나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 나에게 부려먹혔다고 / 나한테 뜯어먹혔다고

 남의 약점을 이용해 → 남한테 아픈 곳을 찔러 / 남이 아픈 데를 건드려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다 → 출세하는 수단으로 삼다 / 이름팔기에 쓰다

 공중전화를 이용해주세요 → 공중전화를 써 주셔요 / 공중전화로 걸어 주셔요


  ‘이용(利用)’은 “1.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 2.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방편(方便)으로 씀”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利)롭다’는 “이익이 있다”를 뜻한다 하며, ‘이익(利益)’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이용 = 보탬이 되도록 쓰다’를 가리키는 셈이고, 보탬이 되도록 쓴다고 할 적에는 “좋게 쓴다”고 할 만합니다.


  폐품을 쓴다고 할 적에는 ‘그냥 쓰기’를 할 수 있고, ‘살려서 쓰기’ 그러니까 ‘살려쓰기(살리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쓴다(탄다)고 할 적에는 말 그대로 ‘버스를 써서 움직이다’를 가리키니 ‘타다’나 ‘다니다’로 손볼 만합니다. 어떤 수단으로 쓴다고 할 적에는 ‘삼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리고, 전화를 쓴다고 할 적에는 ‘걸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려요. 때와 자리에 따라 다 다르게 쓰는 한국말을 잘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구멍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 구멍가게를 다닌다

→ 구멍가게를 즐겨찾는다

→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사하시 게이죠/엄은옥 옮김-할아버지의 부엌》(여성신문사,1990) 82쪽


달걀판을 이용해 성을 쌓고 있다

→ 달걀판을 써서 성을 쌓는다

→ 달걀판으로 성을 쌓는다

〈한겨레〉 2004.5.31.35쪽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 제 몸무게를 써서

→ 제 몸무게로 밀어붙여서

→ 제 몸무게로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123쪽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 북쪽 건물에서

→ 북쪽 건물을 빌어

→ 북쪽 건물에 가서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0쪽


외딴 산골의 폐교를 이용해

→ 외딴 멧골에 문닫은 학교를 고쳐서

→ 외딴 멧골 학교에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손질해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살려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7호(2007.10.) 111쪽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수욕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틈타 바닷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다에 놀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고 해서 바다에 놀러 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며 바닷물에서 헤엄치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랍시고 바닷가에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에 바다로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아다치 미츠루/강동욱 옮김-Short program 2》(대원씨아이,2008) 73쪽


잔해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식기류를 이용해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살림살이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존 허시/김영희 옮김-1945 히로시마》(책과함께,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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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인위적


 인위적 구조 → 사람이 짠 얼개 / 억지스런 얼거리

 인위적 예술 → 사람이 빚은 예술 / 꾸며진 예술 / 꾸민 예술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 사람이 건드린 느낌인 / 억지스런 느낌인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 → 사람이 빚은 아름다움 / 사람 손으로 빚은 아름다움

 인위적인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 개발을 앞세워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인위적(人爲的)’은 “자연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이 말마디는 ‘자연스럽지 못한’이나 ‘사람이 빚은’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을 가리킬 적에는 ‘억지스럽다’라든지 ‘어설프다’라든지 ‘거짓스럽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이 빚은’을 가리킬 적에는 ‘따로’ 빚는다거나 ‘일부러’ 빚는다고 할 만해요. 자연스럽지 못한 곳은 ‘메마르다’거나 ‘싸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자연 힘(자연스러운 힘)이 아닌 사람 힘을 따로 들일 적에는 때때로 ‘우격다짐’이나 ‘어거지’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자연이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할 적에는 ‘억지·어거지’ 같은 낱말이 잘 어울립니다. “인위적 예술” 같은 자리에서는 ‘사람이 빚은’이나 ‘꾸민(꾸며진)’을 나타낼 테니, 흐름을 잘 살펴서 쉽게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인위적인 雅語化 경향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경향으로 보인다 

→ 억지스레 말을 곱게 쓰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일부러 말을 곱게 하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어설피 말을 곱게 가꾸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84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소년의 우상들은

→ 사회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여론매체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사람들이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억지스레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47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의 연출임을

→ 억지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연출했음을

→ 거짓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권력자가 꾸민 줄을

→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빚은 줄을

《마치다 준/김은진 옮김-각하!》(삼인,2007) 13쪽


인위적 환경 속에서 질식해 가고 있다

→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에서 숨이 막혀 간다

→ 메마른 터전에서 숨이 막혀 간다

→ 팍팍한 삶터에서 숨이 막힌다

→ 싸늘한 곳에서 목이 졸린다

→ 고달픈 곳에서 숨 막혀 간다

→ 괴로운 곳에서 목 졸려 간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61쪽


탄산수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많이 첨가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따로 많이 넣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일부러 많이 넣어서

《라파엘 오몽/김성희 옮김-부엌의 화학사》(더숲,2016) 9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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