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수 無數


 무수인 것과 같겠지 →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겠지

 별이 무수했다 → 별이 아주 많았다 / 별이 끝없이 많았다

 털이 무수하게 났다 → 털이 잔뜩 났다 / 털이 많이 났다

 고비를 무수히 넘겼다 →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무수(無數)’는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수없이’라는 낱말을 쓸 만하고, ‘숱하게’나 ‘가없이’나 ‘끝없이’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때로는 ‘많다’나 “아주 많다”나 “매우 많다”를 쓸 만하고, ‘잔뜩’이나 ‘한가득’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무수(撫綏)’가 “어루만져 편하게 함”을 뜻한다며 실리고, ‘무수(舞袖)’가 “1. 춤추는 사람의 옷소매 2. 춤추는 사람”을 뜻한다며 실리는데,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구나 싶습니다. 2016.6.25.흙.ㅅㄴㄹ



무수한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의 땅속에 묻혀 있는

→ 숱한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 땅속에 묻힌

→ 아주 많은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 땅속에 묻힌

《레오나르도 보프/김수복 옮김-해방신학 입문》(한마당,1987) 26쪽


시인이 무수한 고뇌의 밤을 지새듯

→ 시인이 수없이 괴로운 밤을 지새듯

→ 시인이 숱한 괴로운 밤을 지새듯

→ 시인이 괴로운 밤을 숱하게 지새듯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119쪽


무수히 엿볼 수 있다

→ 수없이 엿볼 수 있다

→ 숱하게 엿볼 수 있다

→ 가없이 엿볼 수 있다

→ 끝없이 엿볼 수 있다

《김규항-나는 왜 불온한가》(돌베개,2005) 45쪽


무수한 세로 줄기가 뻗어 있고

→ 끝없이 세로 줄기가 뻗었고

→ 세로 줄기가 끝도 없이 뻗었고

→ 세로 줄기가 헤아릴 수 없이 뻗었고

→ 세로 줄기가 아주 많이 뻗었고

《스에요시 아키코/이경옥 옮김-별로 돌아간 소녀》(사계절,2008) 29쪽


무수한 존재의 터전들

→ 숱한 넋이 깃드는 터전들

→ 수없이 많은 넋이 있는 터전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82쪽


내가 찍는 대부분의 소재는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일상들입니다

→ 내가 찍는 거의 모든 소재는 둘레에 숱하게 널린 여느 삶입니다

→ 나는 둘레에 수없이 널린 여느 살림을 흔히 찍습니다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4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형용 形容


 비행기 형용 → 비행기 모습

 그 모친의 형용 → 그 어머니 모습

 형용은 보이지 않다 → 모습은 보이지 않다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물건을 집는 모습을 하다 / 물건을 집는 시늉을 하다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 말도 못할 만큼 소담스레 / 더할 나위 없이 소담스레

 이루 다 형용할 수가 없다 → 이루 다 나타낼 수가 없다

 말로는 형용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 말로는 그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내 기분을 형용하면 → 내 느낌을 그리자면 / 내 마음을 나타내자면

 형용할 수 없는 향기로운 냄새 → 나타낼 수 없는 향긋한 냄새


  ‘형용(形容)’은 이름씨일 적에는 “1. 사물의 생긴 모양 2. 사람의 생김새나 모습 3. 말이나 글, 몸짓 따위로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나타냄”을 뜻한다 하고, 움직씨로 ‘형용하다’ 꼴로 쓸 적에는 “말이나 글, 몸짓 따위로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나타내다”를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 ‘생김새’나 ‘모습’이라는 낱말을 쓰면 되고, ‘나타내다’나 ‘그리다’라는 낱말을 쓰면 돼요. 2016.6.24.쇠.ㅅㄴㄹ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뭐라 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아주 대단한 즐거움으로

→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넘치는 즐거움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정애 옮김-레이온 야이따 형제》(건아사,1987) 23쪽


형용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을지도 모를 일

→ 그릴 수 없는 괴로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

→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

→ 차마 밝힐 수 없는 아픔을 겪을지도 모를 일

《윤주영-동토의 민들레》(호영,1993) 126쪽


이 은은한 풍미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아슴푸레한 맛매가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아련한 맛매가 뭐라 그릴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어렴풋한 맛매가 뭐라 나타낼 수 없을 만큼 그윽해

《신큐 치에/문기업 옮김-와카코와 술 5》(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6) 6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뜻밖의


 뜻밖의 선물 → 뜻밖인 선물

 뜻밖의 행운 → 뜻밖인 행운

 뜻밖의 기회 → 뜻하지 않은 기회 / 뜻밖에 온 기회

 뜻밖의 순간이었다 → 뜻밖인 순간이었다 / 뜻밖인 때였다

 뜻밖의 만남이다 → 뜻밖인 만남이다

 뜻밖의 사고가 나다 → 뜻밖에 사고가 나다


  한자말 ‘의외(意外)’를 쓰지 않고 한국말 ‘뜻밖’을 쓰니 반갑습니다. 그러나 한국말 ‘뜻밖’을 쓰더라도 토씨를 얄궂게 붙이면 아쉽습니다. 선물도 행운도 기회도 ‘뜻밖의’가 아니라 ‘뜻밖인’처럼 ‘-인’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흐름을 살펴서 ‘-이면서’나 ‘-이고’나 ‘-이자’ 같은 토씨를 붙일 수 있어요. 2016.6.24.쇠.ㅅㄴㄹ



엄마의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됐다

→ 엄마한테서 뜻밖인 모습을 알았다

→ 엄마한테서 뜻밖이다 싶은 모습을 알았다

《오자와 마리/서수진 옮김-PONG PONG 2》(대원씨아이,2009) 30쪽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일은 뜻밖인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일은 뜻밖에 거둔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 만나기는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뜻밖에 만나서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며 기뻤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었고 기뻤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면서 즐거웠다

《송명규-후투티를 기다리며》(따님,2010) 45쪽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 뜻밖인 대답이었지만

→ 뜻밖이라 할 대답이었지만

→ 뜻밖이던 대답이었지만

《최형미-음악 혁명가 한형석》(상수리,2015) 57쪽


친구들을 보면서 뜻밖의 놀라움을 느꼈다

→ 동무들을 보면서 뜻밖에 놀라움을 느꼈다

→ 동무들을 보면서 뜻밖으로 놀라움을 느꼈다

《리 호이나키/부희령 옮김-아미쿠스 모르티스》(삶창,2016) 153쪽


뜻밖의 풍경을 마주칠지

→ 뜻밖인 풍경을 마주칠지

→ 뜻밖이라 할 모습을 마주칠지

→ 뜻밖이 될 모습을 마주칠지

《슬구-우물밖 여고생》(푸른향기,2016) 203쪽


어머님은 이러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뜻밖에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뜻밖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이렇게 뜻밖인 말씀을 하셨다

《김구/이주영 엮음-김구 말꽃모음》(단비,2016) 7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인물 人物


 인물 묘사 → 사람 묘사 / 사람 그리기

 인물 사진 → 사람 사진

 못난 인물 → 못난 사람

 인물이 훤하다 → 사람이 훤하다

 주요 인물 → 주요 사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 소설에 나오는 사람

 인물이 많이 난 고장 → 큰사람이 많이 난 고장

 인물을 배출하다 → 큰사람을 낳다


  ‘인물(人物)’은 “1. 생김새나 됨됨이로 본 사람 2. 일정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 3. 뛰어난 사람 4. 사람과 물건을 아울러 이르는 말 5. = 인물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말 ‘인물’이요, ‘큰사람’이나 “뛰어난 사람”이나 “사람 그림”을 가리키는 한자말 ‘인물’입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처음부터 한국말 ‘사람’만 알맞게 써도 될 노릇이지 싶습니다. 2016.6.24.쇠.ㅅㄴㄹ



자각을 하고 있었던 인물

→ 깨닫던 사람

→ 스스로 알던 이

→ 스스로 생각했던 분

《마루야마 마사오, 가토 슈이치/임성모 옮김-번역과 일본의 근대》(이산,2000) 39쪽


실제 인물과 똑같이 그리려고

→ 실제 사람과 똑같이 그리려고

→ 눈앞에 있는 사람과 똑같이 그리려고

《최석조-조선시대 초상화에 숨은 비밀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 13쪽


우리 동화에서 인물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 우리 동화에서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차츰 잦아들고

→ 우리 동화에서 사람 목소리가 자꾸 잦아들고

《김지은-거짓말하는 어른》(문학동네,2016) 65쪽


엄청나게 빛나는 일을 하는 큰 인물

→ 엄청나게 빛나는 일을 하는 큰 사람

→ 엄청나게 빛나는 일을 하는 뛰어난 사람

→ 엄청나게 빛나는 일을 하는 훌륭한 사람

《김구/이주영 엮음-김구 말꽃모음》(단비,2016) 1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신화적


 신화적 상상력 → 신화 같은 상상력 / 놀라운 상상력

 신화적 사고 → 신화 같은 생각 / 놀라운 생각

 신화적인 이야기 → 신화 같은 이야기 / 놀라운 이야기

 신화적인 쇼 → 신화 같은 잔치 / 놀라운 잔치


  ‘신화적’은 한국말사전에 안 나옵니다. ‘신화(神話)’는 “1. [문학]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2. 신비스러운 이야기 3.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화적’은 “신화 같은”이나 “신비스러운”이나 “아주 놀랍거나 새로운”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신비(神秘)스럽다’는 “신기하고 묘한 데가 있다”를 가리키는데, ‘신기(神奇)하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를 가리키고, ‘묘(妙)하다’는 “1. 모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2. 일이나 이야기의 내용 따위가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를 가리키며, ‘기이(奇異)하다’는 “기묘하고 이상하다”를 가리키고, ‘기묘(奇妙)하다’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를 가리키며, ‘이상(異常)하다’는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런 뜻풀이를 헤아리자면 ‘신화적인 = 신비스러운’은 다시 ‘신비스러운 = 신기한 + 묘한’이고, 이는 ‘(색다른 + 놀라운) + (색다른/기이한)’이며, 다시 ‘(색다른 + 놀라운) + (색다른/기묘한 + 이상한)’이요, 다시금 ‘(색다른 + 놀라운) + (색다른/이상한 + 묘한) + 이상한’인데, 바야흐로 ‘(색다른 + 놀라운) + (색다른/색다른 + 색다른) + 색다른’ 꼴로 나아갑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모두 돌림풀이처럼 헤매면서 ‘신비스러운·신기한·묘한·기묘한·기이한·이상한’이 이래저래 ‘남다른’이나 ‘놀라운’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자리에서 ‘남다른’이나 ‘놀라운’으로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만, 이러한 뜻을 바탕으로 흐름을 잘 살펴서 알맞고 또렷하게 손질해 주어야지 싶습니다. 2016.6.24.쇠.ㅅㄴㄹ



오직 신화적인 거리감(距離感)을 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뿐이다

→ 오직 신화처럼 멀리 떨어진 느낌을

→ 오직 신화처럼 동떨어진 느낌을

→ 오직 신화처럼 아스라한 느낌을

《J.L.페리에/김화영 옮김-피카소의 게르니카》(열화당,1979) 52쪽


최종적인 귀향은 신화적이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신화가 된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신화로 여겨진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신화로 떠받들린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엄청난 일이 된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대단한 일이 된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놀라운 일이 된다

→ 고향으로 돌아온 일은 어마어마한 일이 된다

《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행운아》(눈빛,2004) 235쪽


우리들이 신화적 인물로 만든 이중섭

→ 우리들이 신화 같은 사람으로 세운 이중섭

→ 우리들이 신화처럼 떠받든 이중섭

→ 우리들이 하늘처럼 떠받든 이중섭

→ 우리들이 우러러 마지않는 이중섭

《윤성근-탐서의 즐거움》(모요사,2016) 4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