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3. 순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열네 살 푸른씨가 책을 읽다가 “순금·순은이라고 할 적에 ‘순(純)‘은 뭘까?” 하고 궁금합니다. 먼저 떠오르기로는 ‘오로지·오직’입니다. 이윽고 ‘오롯이’로 잇고, ‘그저·고스란히’로 가지를 뻗다가, ‘온통·온’으로 가더니 ‘순’이란 우리말로 닿습니다. 그래요, 한자 ‘純’뿐 아니라 우리말 ‘순’이 있어요. “순 거짓말이지?”처럼 쓰는 ‘순’인데, 밑바탕이 다른 ‘순(soon)’하고 ‘순(筍)’도 있어요.


  소리는 같되 사뭇 다른 여러 순입니다. 고분고분하다고 할 적에는 한자 ‘순순(順順)’입니다. 이런 여러 말을 헤아리다가 어린이부터 쉽거나 수수하게 알아듣고 새롭게 살려서 쓰도록 이어가는 말씨여야 비로소 우리말일 텐데 싶습니다. 우리말 ‘순’은 ‘숫’하고 맞물려요. ‘순·숫’은 다시 ‘수수하다’로 잇닿고, ‘수월하다·쉽다’로 맞물리며 어느새 ‘숲’으로 갑니다.


  한자말이나 영어가 나쁘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제법 있습니다만, 이렇게 말하는 이웃님치고 정작 그분 말씨나 글씨에서 한자말이나 영어를 제대로 털거나 씻거나 손보는 일은 아예 없다고 느낍니다. 어느 말이든 안 나쁩니다. 그 말이 태어난 고장에서 쓰임새를 다할 뿐이에요.


  우리가 이 땅에서 쓰는 말은 오롯이 이 땅에서 제몫을 합니다. ‘순·숫·수수하다·수월하다·쉽다·숲’처럼 잇닿는 우리말은 일본사람도 중국사람도 미국사람도 풀어내지 못해요. 오직 이 땅에서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북돋운 우리가 스스로 풀어내거나 찾아낼 뿐입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떤 ‘순’을 혀나 손에 얹는 어른으로 살아갈 셈인지요? 어른으로서 어떤 ‘순’으로 스스로 생각을 갈무리하여 지필 뜻인지요? 어떤 말이든 써도 좋습니다만, 아무 말이나 써서는 좋을 일이 없습니다. 순 사랑으로 빛날 만한 수수하면서 수월한 말씨로 숲을 노래할 줄 아는 수수꽃다리 같은 어른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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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 스스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펴냄터에서 책을 보내 주어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넉줄글을 씁니다. 고마운 이웃님은 한둘이 아니라, 고마운 분한테 책을 다 부치자면 즈믄(1000)으로도 턱없습니다. 다섯 살 무렵 고마운 이웃하고 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확 다릅니다. 스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부쩍 늘고, 서른 살에 마흔 살을 거치는 동안 고마운 이웃은 엄청나게 늘어요.


  이쯤에서 생각하지요. 곰곰이 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없구나 싶은데, 누구한테는 책을 부치고 안 부칠 수 있을까요?


  새로 낸 《곁책》에는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열 나문 담았습니다. 엮음새에 맞추니 열 몇 쪽이 통으로 비더군요. 통으로 빈 쪽을 그대로 두면 느긋할 수 있지만, 어릴 적부터 종이 한 자락을 벌벌 떨면서 쓰던 버릇이 아직 있고(1970∼80년대까지 가난살림에 종이는 참 값졌습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책이 빈자리(여백)가 너무 많구나 싶어, 제 책만큼은 굳이 빈자리(여백의 미)보다는 가득가득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이러구러 온갖 일을 스스로 합니다. 집안일도 집밖일도 스스로 합니다.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이따금 맡기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홀로 다 건사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하는데, 이 낱말 ‘스스로’를 그토록 자주 쓰면서 말밑이 무엇일까 하고 늘 아리송했어요.


  이 실마리는 며칠 앞서 대전·서울로 책집마실을 다녀오며 풀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와 등허리랑 다리를 쉬며 큰아이랑 작은아이를 곁으로 불러서 이 수수께끼를 들려주었지요. “아이들아, 슬슬하고 살살은 여림셈만 다르고 뜻은 같아. 슬쩍하고 살짝도 그렇지. 슬며시하고 살며시도 그렇고, 재미있게 스리슬쩍이라고도 해.” 이쯤 이야기를 듣고 이다음까지 어버이 말을 듣고서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다음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저는 아주 조그맣게 귀띔을 들려주면 돼요. ‘스스로’ 풀라고 ‘슬슬’이라는 낱말을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하고 엮었거든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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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29. 걷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사흘 앞서 낮에는 대전에서 걸었고, 저녁에는 서울에서 걸었습니다. 그제하고 어제는 서울을 걸었습니다. 대전에서도 서울에서도 나무가 숨을 쉴 틈이 없이 빼곡한 찻길을 지켜보았는데, 그래도 귀퉁이나 구석이나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는 들꽃이 있습니다.


  큰고장은 이름 그대로 커서 잿빛집이 까마득하고, 갈수록 부릉이(자동차)도 덩치가 자랍니다. 이와 달리 풀밭이나 빈터는 자취를 감추는데 쪽틈에서 돋는 들풀은 갸날프기까지 합니다. 시골에서 보는 풀하고 생김새도 크기도 너무 달라 “무슨 풀이려나? 낯은 익은데 알쏭하네.” 하고 여기다가, 이 가운데 하나가 씀바귀인 줄 뒤늦게 알아봅니다.


  어쩜 이렇게 조그마한 씀바귀가 커다란 대전이며 서울 구석퉁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까요. 큰고장 사람이 큰고장에서 숨을 쉬는 바탕은 이 조그마한 들꽃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대전도 서울도 걷기에 매우 나쁩니다. 조금만 걸어도 거님길을 차지한 부릉이 탓에 비켜서야 하고, 방귀를 훅 뿜으며 달아나는 씽씽이(오토바이)도 수두룩합니다.


  높다란 잿빛집이 하늘을 막기도 하지만, 두 다리로 걸으려 해도 거님길이 워낙 엉터리인 터라 하늘을 보기조차 어렵지만, 저잣거리나 가게골목 둘레는 사람물결로 미어지니 하늘을 봤다가는 발을 밟히고 이리저리 치이고 떠밀리기 마련입니다.


  사흘에 걸쳐 대전하고 서울을 거닐며 생각했어요. 하늘도 구름도 풀밭도 나무도 들꽃도 벌나비랑 새도 느긋이 지켜볼 말미가 없다시피 한 오늘날 모습이라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뿐 아니라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읽을 엄두를 못 내겠구나 싶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고 퉁퉁 붓는 다리를 쉴 서울사람한테는 숲빛이나 풀빛이나 꽃빛이 아닌 꾸밈빛하고 잿빛이 익숙하고 좋을 만하겠구나 싶어요.


  별바라기를 하는 눈빛일 적에 “쉬운 말이 평화”인 줄 읽습니다. 숲바라기를 하는 눈망울일 때에 “곁책”을 마음자리에 둡니다. 대전이며 서울뿐 아니라, 순천이며 광주도, 대구랑 부산이며 고흥도, 별과 숲을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글적이를 꺼내서 노래꽃을 새로 씁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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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22. 초등학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 집안이 고흥으로 깃들던 2011년에 읍내 어린배움터는 즈믄(1000)이 넘는 어린이가 바글거렸고, 면소재지 어린배움터나 푸름배움터도 꽤 북적거렸습니다. 예전에는 훨씬 북적거렸다지요. 2000년을 넘어설 즈음 닫은 배움터조차 1970년대까지 칸마다 온(100)을 아우르는 아이가 왁자지껄했다더군요.


  이제 고흥군 도화면 어린배움터는 학년에 열 아이 언저리입니다. 나날이 부쩍 줄어듭니다. 이곳 도화면 도화초등학교 어린이하고 노래짓기(동시짓기) 이야기를 펴기로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닌, 어린이 마음에 스스로 새길 노래가 되기를 바라면서 모든 어린이하고 이레마다 하루씩 석걸음으로 이야기를 폅니다. 이제 두걸음을 지나가는데, 아이들 입에서 고흥말이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고흥말을 쓰는 길잡님부터 드물거든요.


  시골에는 덧모임(방과후수업)이 더러 있습니다만, 이마저 읍내에 쏠릴 뿐, 면소재지 어린이는 조용히 하루를 보낸다고 느낍니다. 읍내 어린이는 온갖 배움판(학원)이 넘쳐요. 그러나 읍내와 달리 면소재지인 터라 배움판 아닌 들판하고 바다판하고 숲판이 있습니다. 누리놀이나 손전화를 내려놓는다면, 동무하고 뜻을 모아 멧골을 오르내리거나 바다를 다녀온다면, 어버이 들일을 거든다면, 이 시골 아이들 마음에 새롭게 피어나는 들꽃내음이 눈부시리라 봅니다.


  고흥교육청이나 전남교육청이 꾀하는 길을 보면 하나같이 큰고장이나 서울로 내보내는 틀로 가닥을 잡습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이 시골순이·시골돌이로 듬직하게 빛나는 길은 하나도 안 헤아려요. 지난 열한 해 동안 고흥살이를 하며 누리고 지은 숲빛을 몇 가닥 모아서 도화초등학교 어린이한테 들려줍니다. 저는 이 어린이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어린이들 마음자리에 씨앗 한 톨이 숲빛으로 살짝 깃들도록 다리를 놓습니다.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이 되는 길보다는, 어린이가 푸름이로 피어나는 길을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이 일거리(직업)를 찾는 길보다는, 꿈을 푸르게 노래하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길을 생각합니다. “글(동시)은 안 써도 좋단다. 글이란 생각에서 태어나고, 생각이란 오늘 누리는 하루에서 태어나니, 오늘 이곳(고흥이란 시골)에서 누리는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새롭고 즐거이 바라보는 눈길이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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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8. 찾아온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든 일이나 놀이는 마음에 따라서 다릅니다. 쉽다고 생각하니 쉽고, 안 쉽다고 생각하니 안 쉬워요. 어렵다고 생각하니 어렵고, 안 어렵다고 생각하니 안 어렵습니다. 삶하고 죽음도 매한가지입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삶을 지으면서 삶을 글이나 말로 담아냅니다. 죽음을 생각하니 죽음을 지으면서 죽음길로 차근차근 걸어갑니다.


  말꽃짓기를 할 적에는 “오늘 반드시 끝내겠어!” 같은 생각을 안 합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받아들인 길에서 풀어내고 지나가자.”고 여깁니다. 두 가지 한자말 ‘만년(晩年·萬年)’을 놓고 꽤 여러 해 실랑이를 하다가 비로소 매듭을 짓고 지나가는데, 우리가 오래도록 익히 쓰던 말씨가 참 많더군요. 우리가 저마다 어떤 말씨로 ‘만년’을 가리킬 낱말을 펼쳤는가 하는 쓰임새가 낱낱이 떠올라서 제 혀끝을 스쳐 손끝으로 스며들기까지 여러 해 걸린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얼핏 보면 글손질이나 다듬기이지만, 곰곰이 보면 제자리에 제대로 쓰는 즐거운 말씨를 상냥하게 헤아려서 온몸으로 녹이는 길입니다. 자꾸 넘어지던 아이가 다릿심을 길러 걷다가 달리고 뛰는 길하고 매한가지예요. 글쓰기가 어렵다고 여기는 분은 스스로 올챙이 적을 잊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이 몸이 아닌, 아기였던 예전 몸을 떠올려요. 어떻게 걸었나요? 어떻게 말꼬를 틔웠나요? 어떻게 수저를 집었나요? 어떻게 웃었나요?


  글쓰기를 둘러싸고서 숱한 책이 나오지만, 바로 이 수수께끼는 일부러 안 건드리는 듯싶습니다. 글쓰기란 말하기처럼 쉽거든요. 수다 못 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사람을 잔뜩 불러모은 자리에서 펴는 이야기 말고, 마음 맞는 사이에 속닥속닥하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아니, 두 다리가 멀쩡히 있으면서 못 걷는다든지, 가슴이 멀쩡히 있으면서 숨을 못 쉬는 사람이 있는가요? 두 눈을 뜨면 뭔가 보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글이란, 우리 생각을 그저 머리끝에서 혀끝을 거쳐 손끝으로 옮기는 가벼운 소꿉놀이입니다. 그냥 쓰면 되고, 신나게 쓰면 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쓰면 됩니다. 다만, 아기가 걸음을 가다듬듯, 우리 생각을 담아낼 낱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추슬러야지요. 한자말이냐 영어냐를 따지기보다는, 제대로 제자리에 쓰는 말씨인가 하고 살필 노릇입니다. 제대로 제자리에 쓸 말씨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다 보면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미국스러운 말씨는 감쪽같이 사라진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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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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