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네 차례



  어제 하루는 군내버스를 네 차례 탔습니다.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읍내로 저자마실을 하느라 나가고 들어오며 두 차례 타고, 저녁에 고흥읍 군청 앞에서 촛불모임을 하는 자리에 다녀오느라 두 차례 탔습니다. 하루에 버스를 네 차례 타는 일이 대수롭지 않을 만하지만, 몸은 이 같은 버스길에 꽤 시달렸구나 싶습니다. 버스가 흔히 다니는 도시하고 달리,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가는 버스를 이래저래 타자면, 시계를 자꾸 살피면서 머리도 아픕니다. 고흥읍에서 촛불모임을 한창 하던 무렵 조용히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마을까지 오는 버스가 없기에, 이웃마을 앞에서 내린 뒤 십오 분쯤 걷습니다. 불빛 없이 깜깜한 밤길을 걸으니 별이 잘 보이고, 이 밤길에 미리내도 가만히 올려다보았습니다. 별빛은 밤길을 밝혀 주고, 나는 밤별처럼 우리 보금자리를 가꾸고, 아이들하고 곁님은 포근한 집에서 별나라를 누비고,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2016.11.2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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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모인 100만



  11월 12일 서울에서는 100만 사람들이 모여서 대통령더러 그 자리에서 제발 스스로 조용히 내려와서 깨끗하게 잘못을 밝히고 죄값을 달게 받으라고 하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전남 고흥에서는 따로 군청 앞에서 촛불모임을 하지 않고 서울로 먼길을 달려간 듯합니다. 고흥에서 촛불모임을 하면 손전화 쪽글로 알려주거든요. 고흥 읍내에서 촛불모임을 하면 군청 앞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가 보려 생각했으나 고흥에서 촛불모임을 하지 않기에 마음으로 ‘서울 100만’이 포근한 늦가을 저녁을 맞이하기를 빌었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날씨가 쌀쌀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포근하면서 바람조차 안 불던 고흥인데, 서울도 날씨가 부드럽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초 한 자루에 담은 사람들 뜻이 한물결로 넘실거렸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11.13.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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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서점인대회



  2016년 11월 11일, 서울시청에서 ‘1회 서울서점인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자리도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했는데, 이날 저도 이 자리에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마련한다고 하는 ‘서점사람 책잔치’라고 하니 궁금하기도 합니다. 즐겁고 아름다운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이 자리에 가려면 곧 새로 낼 책을 놓고 3교를 얼른 마쳐야겠네요. 2016.11.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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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아마 2003년인가 2004년에 작은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이 작은 노트북은 열한 해를 썼어요. 이동안 한 번도 망가진 일이 없지요. 열한 해를 쓰고 보니 차츰 느려지고 전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더 못 씁니다. 노트북이 없이 두 해쯤 지난 요즈음 새 노트북을 아무래도 꼭 장만해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지난 두 해 동안에는 살림돈이 늘 밑바닥을 허덕여서 노트북을 꿈조차 못 꾸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말은 나 스스로 둘러대는 말이지 싶어요. 돈이 없어서 노트북을 못 쓴다는 핑계로 살았지 싶어요. 시골집에서만 머문다면야 노트북이 없어도 되지만, 바깥으로 일을 다닐 적이라든지, 취재를 하며 이웃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담아야 할 적에는 노트북이 있어야 합니다. 집하고 도서관학교 사이를 오갈 적에도 써야 하고요. 작은 노트북을 열한 해 동안 아무 말썽 없이 쓸 수 있던 까닭은 ‘그때에 값이 아닌 성능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새 노트북을 헤아리면서 ‘성능이 아닌 값 들여다보기’에 자꾸 매인다고 느낍니다. 값싸게 사는 물건일수록 오래 못 가서 외려 돈이 더 들 뿐 아니라, 제대로 못 쓰면서 짜증도 생기고 괴롭기도 한 줄 잊는 셈이라고 할까요. 부엌에서 쓰는 칼 한 자루도 ‘값싼 칼’이 아닌 ‘제대로 된 칼’을 써야 해요. 값싼 부엌칼을 쓰면 아침 낮 저녁으로 밥을 지을 적마다 손목이 아프고 칼질도 어려워요. 제대로 된 칼을 써야 손목도 안 아프면서 칼질이 부드럽습니다. 연필 한 자루조차 값싼 연필은 심이 쉽게 부러지고 나무도 안 튼튼해요.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는 ‘값이 아닌 튼튼한 몸통’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니까 노트북을 장만할 적에는 반드시 ‘두고두고 잘 쓸 수 있는 성능’을 보아야 합니다. 바보스럽게 고르지 말고, 슬기롭게 고르자고 다시 마음을 먹습니다. 2016.1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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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0%



  며칠 앞서 대통령 박근혜 지지율 통계가 나왔습니다. 전국을 아울러 5%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전라도는 0%라고 해요. 0%라는 숫자를 가만히 곱씹습니다. 마땅한 노릇 아니랴 싶어요. 1%조차 줄 수 없는 노릇일 테니까요. 다음 통계에서는 ‘2% 지지’가 나온 서울도 ‘0%’가 될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2016.11.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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