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찻길을 달리지 않는 시외버스



  고흥에 살기에 시외버스를 타고 다른 고장으로 마실을 갑니다. 이렇게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날 적에 문득 살피면, 이 시외버스는 버스찻길로 잘 안 다니기 일쑤입니다. 멀쩡하고 텅 빈 버스찻길을 왜 안 달릴까 하고 궁금한데, 오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네 시간 즈음 한 줄로만 그저 곧게 달려야 한다면, 어쩌면 이렇게 버스를 모는 일은 몹시 힘들지 않을까 하고요. 한가위나 설처럼 찻길에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을 적에는 버스찻길을 마다 할 일이 없으리라 느껴요. 그러나 여느 때에는 이 찻길도 타다가 저 찻길도 타면서 운전사 나름대로 조금씩 움직여 보아야 졸음이 덜 올 수 있겠구나 싶어요. 참말 그렇잖아요. 네 시간 넘게 한 줄로만 곧게 달려야 한다면 몸이 뻣뻣해질 테고 심심하다 못해 졸음이 올 수 있을 테니까요.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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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오늘 아침에 갑작스레 서울마실을 해야 합니다. 이튿날 아침 아홉 시 반부터 어떤 일을 함께 맡기로 했습니다. 어제 전화를 받고 바쁘게 거들어야 하는 일이기에 어제 온 식구가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왔고, 오늘 짐을 꾸려 아침 시외버스로 날아가서 미리 서울에서 하루를 묵습니다. 아홉 시 반에 읍내에서 시외버스를 타는데 마을 앞에서 여덟 시 사십오 분 군내버스를 타니, 이제 두 시간쯤 남았네요. 머리 감고 밑반찬 하나 하고 물 챙기고 빨래 해 놓고 바지런히 신나게 길을 나서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바깥일 나갈 때까지 깊이 꿈나라에서 노닐 듯합니다.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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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2일

네이버 블로그에

22222라는 숫자를 찍어 보았습니다.


이런 숫자가 찍히는 줄 몰랐는데

도석관학교에 아이들하고 갔다가 우체국에 가려고

이것저것 챙기며 셈틀을 끌 즈음

저 숫자 22222이 보였어요.


와, 재미난 숫자이네 싶은데

11111을 지나고

22222를 찍었으니

언젠가 33333도 찍을 테지요?

와, 그런데 33333을 찍으려면...

몇 해를 살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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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마흔 권



  사흘 동안 서울마실을 하며 바깥일을 보는 틈틈이 책방을 다섯 군데 돌았습니다. 책방 다섯 군데를 돌면서 그림책을 마흔 권 장만했습니다. 이제껏 읽은 그림책이 여러 천 권인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장만하지 못한 그림책으로 마흔 권을 신나게 장만했습니다. 그림책 마흔 권을 장만하면서 무척 즐겁습니다. 그림책 마흔 권은 모두 책방에 서서 다 읽은 뒤에 장만했고, 이 가운데 여섯 권은 가방에 챙겨서 시골집으로 들고 갑니다. 나머지 서른네 권은 택배를 맡깁니다. 어느 책이 안 아름다울까마는, 아이들하고 웃음꽃이나 눈물꽃을 지피도록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참말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가없이 아름답구나 싶어요. 따스한 글에 싱그러운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싱그러운 글에 따스한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짧은 글하고 시원스러운 그림이 곱게 어우러지는 그림책을 빚자는 생각은 누가 처음에 했을까요?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으며 자라서 어른이 된 뒤에 새롭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빚을 수 있었을 테고, 또 새로운 아이들은 새로운 그림책을 보고 자라서 어른이 되며 다시금 새롭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빚을 수 있을 테지요. 그림책을 짓는 분들은 틀림없이 아름다움이랑 사랑스러움을 기쁘게 삶으로 받아들여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2016.12.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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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달려



  박근혜 한 사람을 탄핵하려는 사람들은 온나라 곳곳에 모여서 촛불로 횃불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2016년 12월 10일도 활활 타오를 이 횃불을 키우려고 서울 광화문으로 하나둘 모이는 사람들인데, 나는 그제 서울에 와서 여러 가지 바깥일을 다 보고서 이제 짐가방 가득 시골집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건넬 선물을 채워서 시외버스에 오릅니다. 나는 거꾸로 달립니다. 서울 광화문에 모일 분들은 그분들대로 아름답게 타오를 테고, 나는 나대로 우리 시골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가꿀 꿈을 그리려고 거꾸로 달립니다. 2016.12.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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