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과 글쓰기


 서울 볼일 마치고 일산집 들른 다음 시골집으로 돌아가려고 전철로 강변역으로 오다. 버스는 늦는다. 떠날 때부터 6분이나 늦는 버스를 겨울바람 맞으며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아줌마 하나가 아이를 퍽 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리 숙숙 걸어간다. 아이는 바닥에 자빠져서 운다. 뒤에서 할머니 한 분이 “쯔쯔, 저런 나쁜 사람이 다 있나. 울지 마렴.” 하고 말한다. 아빠는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랜다. 아이는 고개를 푹 파묻으며 울먹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뒤에서 또 어떤 아줌마가 아이를 툭 치고 지나간다. 아, 어떻게 사람들이 이 모양인가. 이들을 사람이라 말할 만한가. 당신들도 아이를 낳아 기른 어머니들 아닌가 하고 꽥 소리지르려다가 꾹 참는다. 탈만 사람 가죽일 뿐이니 소리를 지른들 무엇하랴. 속은 시커먼 쓰레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이를 섬기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주먹다짐·발길질·총칼·대포·전투기·탱크·미사일…… 따위가 춤추는 싸움판 나라로 흐른다. 나라가 싸움판 나라로 흐르기 앞서 우리 삶과 우리 마을부터 싸움판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니 군대를 만들고, 사람을 아끼지 않으니 경제성장에 목을 맨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아이를 사랑하는 넋과 사람을 아끼는 얼을 밑바탕으로 다스리는 살림꾼이어야 한다. (4344.1.1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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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과 글쓰기


 아이가 드디어 새근새근 잠들어 주면서 아빠는 글조각을 끄적거릴 수 있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는 아이는 졸음이 쏟아지더라도 더 놀고 싶어 이리 칭얼 저리 칭얼 하며 뭔가를 엎어뜨리거나 쓰러뜨리며 제풀에 제가 짜증을 부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어른하고 똑같이 느끼거나 알리라 여기며 “졸리면 잠 좀 자라고!” 하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인데, 이런 말이 자꾸 튀어나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이인 까닭에 쏟아지는 졸음을 어찌저찌 견디며 더 논다 할지라도 그예 까무룩 잠이 듭니다. 까무룩 잠이 든 아이 곁에서 애 아빠 되는 사람도 함께 곯아떨어져 있다가 무거운 몸을 벌떡 일으킵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글조각을 끄적거리느냐고 생각하며 억지로 눈을 비비고 찬물에 멱을 감고 빨래 한 점을 하고 나서 셈틀 앞에 앉습니다. (4343.7.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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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글쓰기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사진이라고 하는 놀랍고 멋지며 대단한데다가 고운 벗이 하나 있어 얼마나 고마운 노릇인지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사진이란 얼마나 넉넉하며 아름다운 생각과 느낌을 베풀어 주는가. 지난날 사람들한테는 그림이라고 하는 살갑고 어여쁘며 훌륭한데다가 좋은 동무가 하나 있어 참으로 고마운 노릇이었다고 느낀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그림이란 얼마나 거룩하며 슬기로운 넋과 얼을 선사해 주는가. 그림이 있기에 글이 나란히 있는 셈이다. 글이 있어 그림이 함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사진이 있기에 글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글이 있어 사진이 서로서로 빛나는 셈이다. 그러니까 글과 그림과 사진이라는 세 가지는 빈틈없이 잘 짜여진 아리따운 세모꼴이다. 앞으로 길고 긴 나날이 흘러 글과 그림과 사진에다가 또다른 갈래가 태어날는지 모르는 노릇인데, 새롭게 태어나는 갈래가 있으면 이러한 갈래가 있는 대로 즐겁고, 새롭게 태어나는 갈래가 없더라도 우리 삶은 글과 그림과 사진이 골고루 어우러지면서 무지개 빛깔처럼 싱그럽고 해맑은 하루하루가 될 수 있겠지. (4343.7.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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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냇물과 글쓰기


 공장 종이기저귀가 아이한테 얼마나 나쁜 줄을 알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드는 종이기저귀를 아이한테 대지 못합니다. 공장 가루젖이 아이한테 얼마나 모진 줄을 아는 까닭에, 공장에서 만드는 가루젖을 아이한테 먹이지 못합니다. 공장에서는 더 많은 물건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 하는데,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섣불리 쓰기 어렵습니다. 사람들 눈길을 더 사로잡으려 하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책이든, 더 큰 힘과 더 많은 돈을 바라는 줄 번히 안다면, 이러한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낮오줌은 가리지만 아직 밤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한테는 기저귀를 대야 합니다. 밤오줌을 걱정하며 천기저귀를 댑니다. 아이한테 천기저귀를 대는 아빠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아이가 오줌을 누어 칭얼거린다든지, 아이가 오줌을 누어 기저귀가 젖은 줄을 모르며 곯아떨어졌다든지, 기저귀를 갈아야 하니까 틈틈이 잠에서 깨야 합니다. 아이가 밤새 용하게 오줌을 안 누었더라도 문득문득 눈을 떠서 아이 천기저귀를 만져 봅니다.

 종이기저귀는 아이 몸에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는 우리 삶터에도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를 만들고, 종이기저귀를 가게에 들이려고 짐차에 실어 나르며, 종이기저귀를 판다며 가게에서 불을 밝히는데다가, 종이기저귀를 쓴 사람들이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고, 종이기저귀 담긴 쓰레기뭉치를 쓰레기터에 갖다 버려 파묻거나 태울 때, 우리 터전은 더없이 더러워집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더 쓸수록 냇물은 냇물다움을 잃습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손사래치거나 종이기저귀가 사라지도록 애쓸 때에 비로소 냇물 빛깔은 조금이나마 살아납니다. 천기저귀 하나 쓴다 해서 냇물이 흐르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천기저귀 하나를 쓰는 매무새를 기를 때부터 바야흐로 냇물이 흐르도록 하는 삶결을 찾거나 느낍니다. (4344.1.1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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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음과 글쓰기


 졸려 쓰러질 판이지만 머리맡에 기저귀를 챙겨 놓아야 한다. 밤새 아이한테 갈아 줄 기저귀가 곁에 없이는 잠들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이란 오줌으로 젖은 기저귀하고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기. (4344.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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