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 고학년 온작품읽기 이야기 삶말 교육도서 4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지음 / 삶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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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1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3.14.



‘온’작품을 ‘온’작품답게 읽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온’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는 것입니다. (14쪽)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성인은 1년에 8.3권을 읽는데 비해 초등학생은 8배나 많은 67.1권을 읽고 있습니다. (25쪽)


2학년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2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는 뜻이므로 2학년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 경험도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82쪽)


아이들은 작가를 신경 쓰며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책을 고를 때 작가를 본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듯이, 아이들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작가도 별로 없습니다. (132쪽)


많이 배운다고 많이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배움이 깊어질수록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256쪽)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여섯 해 다니면서 교사다운 교사를 만난 적이 있는지 아리송하구나 싶었기에 늘 두 가지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는, 교사란 참 싫은 놈이고, 다른 하나는, 차라리 내가 교사가 되어 보자예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교사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때리지 않기, 윽박지르지 않기, 숙제로 괴롭히지 않기, 어버이한테서 돈 뜯어내지 않기, 운동회 억지로 시키지 않기, 동무들 앞에서 창피하게 내몰지 않기 …… 이런 모습을 생각해 보았어요.


  오늘 문득 돌아봅니다. 저는 이런 밉거나 싫던 모습을 얼마나 털어낸 어른이자 어버이로 오늘 하루를 짓는지, 어릴 적에 국민학교 교사한테서 입은 숱한 매질이나 창피나 들볶음을 얼마나 몸이나 마음에서 씻어냈는가 하고.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는 ‘뜻있는’ 초등학교 교사라기보다는 ‘신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를 마주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들이 일군 책이라는 열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을 첫 쪽부터 끝 쪽까지 가만가만 읽으며 새록새록 느낀 한 가지라면, 요즈음 초등학교는 이런 ‘신나는’ 교사가 있어 무척 달라졌겠구나 싶더군요.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아직 ‘신나는’ 교사이지는 않겠지요? 아직 허울이나 겉치레에 매인 교사도 제법 있겠지요? 치렁치렁 긴머리를 나부끼는 남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긴바지도 깡똥바지도 마음껏 입으면서 아이들하고 공을 차며 노는 여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옛날엔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만, 요새는 제법 나타났을까요?


  ‘온작품읽기’란 책 하나만 오롯이 읽자는 뜻이 아닙니다. 삶을 오롯이 읽는 마음결로 거듭나도록 책 하나를 제대로 읽는 길을 들이면서 눈도 마음도 생각도 몸도 활짝활짝 틔우자고 하는 멋스러운 발걸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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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문성원 옮김, 문종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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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6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구드룬 파우제방

 문종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5.25.



엄마가 전보다 자주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나와 오빠도 싫어할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문을 열어 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다. (19쪽)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거나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 내 생각을 굳건히 지킬 줄 알아야 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나는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볼 자격도 없지.” (112쪽)


“아빠, 아빠가 듣고 아주 기뻐하실 얘기를 제가 준비해 두었어요.” 내가 오빠 말을 가로막았다. “오빠 혼자가 아니라 저하고 같이 준비한 거예요!” “있다가 집에 가서 얘기하자.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으니까.” (196쪽)



  낮잠을 거르고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아쉬운 아이들입니다. 조금 더 놀자고, 한 가지 놀이를 더 누리고 싶다고, 뭔가 더더 하고서 꿈나라로 가고 싶다 합니다. 이런 날은 으레 이튿날 늦게 일어납니다. 그럴 만하지. 저녁에 하나를 더 하는 만큼 아침에 하나를 덜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아이들은 모를 수 있어요. 오늘 다 하지 않더라도 이튿날 일찌감치 일어나서 하면 되어요. 오늘 더 하지 않아도 새로운 하루에 새로운 마음하고 몸으로 해도 됩니다. 오늘 더 해야겠다고 버티거나 붙잡으면 이튿날에는 그만 기운이 쪼옥 빠지거나 처질 만해요.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하루를 지켜보면서 찬찬히 북돋우는 몫을 하지 싶습니다. 이래야 저래라 시키는 어버이가 아닌,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즐기자고 하는 이야기를 문득 상냥하게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구드룬 파우제방/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은 집안일에 두 아이가 끼어드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한 아이는 푸름이요 다른 아이는 어린이입니다. 어버이가 보기엔 아직 앳되니 두 아이 도움을 바라지도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두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하고 우리가 모두 한집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울 적에는 같이 웃기보다는, 슬플 적에도 같이 울면서, 새로 나아갈 길을 찾자고 여기지요. 어버이만 아이를 돌보면서 이끌지 않아요. 아이도 어버이를 보살피면서 이끌어요. 어버이로서는 생각이 막히더라도 아이로서는 생각이 열릴 수 있어요.


  귀를 기울여서 들어요. 눈을 뜨고서 봐요. 마음을 열고서 함께해요. 그러면 모든 길은 즐겁고 눈부시게 확 열리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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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 대한민국 임시 정부 이야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5
배성호.최인담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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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09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배성호·최인담

 철수와영희

 2019.4.11.



대한민국은 이전 대한 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답니다. 바로 제국이 아니라 민국이라고 한 것이에요. 제국은 황제의 나라라는 뜻인 데 반해, 민국은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라는 뜻이거든요. (16∼17쪽)


1915년에 결성된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 광복회는 의병 전쟁과 계몽 운동에 참여했던 세력이 모여, 공화정을 수립하기 위해 군대식 조직을 갖추고 군자금을 모으며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26쪽)


꿈에도 그리던 해방이 되었지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어요. 미국이 한반도 38도선 아래 지역을 관리하는 미군정을 선포했어요. 미군정청은 광복 직후 여러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수립된 위원회 등과 같은 자치 기구도 인정하지 않고 해산했어요. 또한 통치를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일제 강점기 친일 관리들에게 일을 맡겼어요. (90쪽)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꿈꾸었던 나라는 휴전선으로 갈라진 지금의 모습이 아니에요. (114쪽)



  나라가 있다지만,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이 별에는 어떠한 금도 안 보입니다. 지구 바깥에서, 곧 우주에서 볼 적에는 그저 지구일 뿐,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없습니다. 우주 아닌 하늘에서 보아도 매한가지예요.


  해가 지구를 볼 적에 지구는 오로지 지구입니다. 지구를 흐르는 바람도, 지구 곳곳에 흩뿌리는 빗물도 그저 지구라는 별을 싱그럽고 포근하게 감싸는 숨결입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뭍을 차지하며 살아가는 목숨 가운데 사람은 어쩐 일인지 어깨동무나 손잡기보다는 땅바닥에 금을 긋고서 다투곤 합니다. 한쪽은 임금 자리에 서고 다른 한쪽은 종이란 자리로 밀어놓으면서 위아래로 가르기도 해요.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 적에 즐거울까요?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길일까요? 같이 나누고 함께 즐기는 살림일 적에 서로 웃고 노래할 만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배성호·최인담, 철수와영희, 2019)는 봉건 사회가 저물고서 대한제국이란 이름을 거쳐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설 무렵 이야기를 단출히 들려줍니다. 몇몇 우두머리가 휘어잡는 나라가 아닌, 누구나 씩씩하게 삶터를 가꾸는 나라로 달라지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퍽 짧다 싶은 동안에 숱한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새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길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도 아닌,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길이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었어요. 이동안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에, 군사독재에, 막삽질 경제정책에, 아직 나라는 뒤숭숭하다고 할 만합니다. 마음을 열고 사랑을 여는 길을 좀처럼 못 뚫는다고도 할 텐데, 그렇지만 이 길을 고이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사람이 차츰 늘어나지 싶어요. 그러니 《선생님,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같은 책이 나올 수 있겠지요. 우두머리 몇 사람을 떠받드는 책이 아닌, 우리 발자취를 돌아보는 책에, 우리 앞길을 밝히는 뜻을 나누려는 책을 어린이가 스스로 손에 쥐고서 눈망울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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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9
필리포스 만딜라라스 지음, 엘레니 트삼브라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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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06


《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필리포스 만딜라라스 글

 엘레니 트삼브라 그림

 정영수 옮김

 책속물고기

 2015.3.30.



우리 도시의 어른들은 대부분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거의 하루 종일 일터에서 일을 했어요. 그동안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요. 돈을 많이 벌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공부를 잘하면 어른이 됐을 때 돈을 더 잘 벌 수 있으니까요. (9쪽)


한창 이야기하던 우리는 멀뚱히 서로를 쳐다보았어요. 처음 공을 본 우리는 공의 쓰임새를 전혀 짐작도 못했어요. 그건 책에서 공을 본 밀토스도 마찬가지였지요. 우리는 계속 공의 쓸모를 생각했어요. 공부를 잘하거나 돈을 잘 버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배웠거든요. (19쪽)


시험 공부를 하느라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공부와 상관없는 일을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것은 나도 밀토스도 그때가 처음이었답니다. (21쪽)


어른들도 달라졌어요. 어른들은 공 하나만 있어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 웃음소리가 좋았어요. 향기로운 꽃과 싱그러운 나뭇잎,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고, 가족과 사랑,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처럼 정말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54쪽)



  우리는 아침을 얼마든지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늦잠을 잘 수도, 새벽잠을 쫓을 수도, 바람을 가르는 달리기를 할 수도, 텃밭을 돌볼 수도, 가만히 앉아서 하루그림을 그릴 수도, 밥을 부산하게 차릴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일하느라 바쁘게 오늘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일은 이튿날로 미루고서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 멍하니 해바라기나 하늘바라기를 할 수 있어요. 다리가 아프도록 걸을 수 있고, 나무그늘을 찾거나 골짝물 곁에 앉아서 봄날 찾아온 철새가 들려주는 맑은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아침을 열 줄 안다면, 스스로 오늘을 즐길 줄 안다면, 일을 하든 놀이를 하든 살림을 하든 사랑을 하든, 저마다 다르면서 고운 빛으로 온마음을 감쌀 만하다고 느껴요.


  《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필리포스 만딜라라스·엘레니 트삼브라/정영수 옮김, 책속물고기, 2015)를 읽으면 놀이를 모르거나 잊은 채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들이 새로 낳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잘 헤아릴 만합니다. 놀이를 모르고 자란 어른은 아이들이 놀도록 삶터를 가꾸지 않아요. 그저 돈을 잘 버는 일자리를 얻도록 학교에 가두어 쳇바퀴질을 시킵니다.


  어린이책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둘레를 살펴봐요. 대통령이, 시장이, 군수가, 국회의원이, 여느 공무원이, 큰회사 우두머리가, 어릴 적에 얼마나 냇물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놀았을까요? 어릴 적에 얼마나 재미나게 골목을 달리거나 맨발로 풀밭을 뒹굴었을까요? 어릴 적에 별바라기를 얼마나 하고 꽃바라기를 얼마나 했을까요? 나비랑 얼마나 어울리고, 잠자리를 손등에 앉힌 적이 있을까요?


  마음껏 바람을 가르며 놀고서 어른으로 자라야 비로소 이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꾼으로 선다고 느낍니다. 논 적이 없는 채 시험공부만 해서 공무원이 되거나 정치꾼이 되어서는 돈바라기에 갇힌 갑갑한 종살이가 될 뿐이지 싶어요.


  통통공은 논문으로 다룰 것이 아닙니다. 통통공은 놀잇감이에요. 공 하나를 둘러싼 학문 연구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공은 튀기고 차고 던지고 날리고 주고받으면서 서로 땀흘리고 놀 적에 쓰는, 살뜰한 징검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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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아이를 키운다 - 도전과 실험과 파괴가 넘실대는 모험놀이터 현장에서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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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문책시렁 69


《위험이 아이를 키운다》

 편해문

 소나무

 2019.1.25.



현재 우리 주변의 많은 어린이 놀이시설은 그곳을 이용하는 어린이의 성장보다는 ‘제한’을 지나치게 고려합니다. 소송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9쪽)


나무는 아마 인류 최초의 놀이기구일 겁니다. (39쪽)


먼 곳을 찾아 헤매는 걸 멈추고 각자 사는 곳을 놀이터로 가꾸는 일이 먼저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45쪽)


모험놀이터가 안전한 까닭은 일반놀이터와 달리 상주하는 숙련된 플레이워커가 이 모든 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기록하고 사고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175쪽)


아이들이 놀다가 다쳤다는 것은 거꾸로 무언가 해보려고 도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189쪽)


밖의 도움 없이 순수한 배다리 주민의 참여로 만든 두 번째 모험놀이터가 예고 없이 강제철거 당했습니다. (236쪽)



  나무타기를 사랑하는 아이는 낫질하기도 사랑합니다. 낫질을 사랑하는 아이는 호미질이며 씨앗심기를 사랑하고, 그림그리기나 글쓰기도 사랑해요. 어버이를 꼬옥 안기도 사랑하고, 책을 읽기나 신나게 걷기를 사랑할 뿐 아니라, 멧새를 사랑하고 풀개구리를 사랑하지요. 제비를 보며 함께 날개춤을 누리고, 나비를 보며 같이 팔랑춤을 누립니다.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은 바람을 타고 날듯이 삶을 짓습니다. 한껏 달리는 아이들은 바람이 되어 온누리를 싱그럽게 감싸는 살림을 가꿉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어버이는 이를 잘 압니다. 아이가 사랑스레 자라기를 바란다면 마음껏 놀게 합니다. 아이가 놀지 못할 터전을 닦아세우거나 몰아붙인다면, 아이가 사랑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도록 종살이 쳇바퀴질에 내모는 셈이라 할 만합니다.


  《위험이 아이를 키운다》(편해문, 소나무, 2019)는 이 땅에 무엇보다 놀이터가 없다고 여기는 글쓴이가 “우리 집 놀이터”를 손수 꾸미며 배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글쓴이는 ‘위험·모험’이 아이를 키운다고 밝힙니다. 아마 이 두 낱말 ‘위험·모험’이란 입시지옥이나 돈벌이나 도시살이하고 어긋나는 길이지 싶어요.


  졸업장이 아닌 놀이를 누리도록 하자고, 돈벌이가 아닌 놀이를 짓도록 하자는 뜻이니, 참말로 ‘위험·모험’이라 할 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놀며 자라서 어른이 된 아이일 적에 돈은 돈대로 잘 벌고 일은 일대로 잘 합니다. 놀지 못한 채 갇힌 시멘트칸에서 입시지옥에 허덕인 아이들은 그만 ‘자라지는 못하고 나이만 먹은’ 바람에 놀이는 놀이대로 못하고 일은 일대로 못해요.


  신바람놀이를 누리지 못했으니 신바람을 내며 일하지 못하기 마련이면서, 이웃하고 상냥하게 어깨동무하는 길도 모르지요. 넘어진 아이는 언제나 잘 일어납니다. 깨진 무릎은 언제나 잘 아뭅니다. 놀이를 하며 서로 헤아리기에, 어느 자리에서나 동생을 아끼고 언니를 좋아하는 맑은 마음을 키웁니다. 고속도로나 주차장은 그만 지어도 되니, 이제는 빈터를 그대로 살려 아이들이 손수 놀이터를 짓도록 자리를 내주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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