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소녀 룰루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14
코르넬리아 프란츠 지음, 마르쿠스 그롤릭 그림, 김미영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숲노래 책읽기 2022.6.24.

맑은책시렁 275


《우주 소녀 룰루》

 코리넬리아 프란츠 글

 마르쿠스 그롤릭 그림

 김미영 옮김

 아이세움

 2001.6.20.



  《우주 소녀 룰루》(코리넬리아 프란츠·마르쿠스 그롤릭/김미영 옮김, 아이세움, 2001)를 읽고서 재미있어 아이들한테 건네었더니 아이들도 재미있다면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습니다. 소리를 내어 읽어 주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재미나고 아름다운 어린이책은 진작에 판이 끊겼어요. 새책집에서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2001년에 처음 나온 터라, 어쩌면 여느 책숲(도서관)에서도 ‘오래된 책’이라면서 버렸을 수 있어요.


  책이름 그대로 ‘우주 소녀 룰루’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어른을 찾아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아니, 아이가 말할 적에 귀담아듣는 어른부터 얼마나 있을까요? 아이가 먼저 생각을 틔우도록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어른은 얼마나 있지요?


  오늘날 둘레를 보면, 어린이집·배움터란 얼거리인데, 이곳에서는 늘 어른이 먼저 목소리를 내어 배움틀(교육과정)에 아이들이 그대로 맞추어야 한다고 이끕니다. 그러면 생각해 볼게요. 어린이집 배움틀을 짤 적에 아이한테 물어본 어른이 있는가요? 어린배움터(초등학교)나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 배움틀을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물어보고서 짜는가요?


  이 나라 어린이·푸름이가 배움수렁(입시지옥)을 바라나요? 왜 이 나라 아이들이 구태여 열린배움터(대학교)까지 다니도록 내몰까요? 이러면서 왜 아이들이 쉬거나 놀거나 어울릴 빈터하고 골목을 몽땅 없애거나 밀어버릴까요?


  이야기책 《우주 소녀 룰루》에 나오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건 너무 구식이야! 우린 마음을 모아 날아온 거야!(39쪽)” 같은 대목에 가만히 밑줄을 긋고서 거듭거듭 읽었습니다. 이렇게 바라볼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글어른이 있군요. ‘우주선이란 낡았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우리나라 어른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마음으로 만나는 삶’을 헤아리려는 우리나라 어른이 아직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한테 마침종이(졸업장)를 안기려 들지 말아요. 아이들 스스로 뛰놀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활짝 웃는 하루를 기쁘게 지을 수 있도록, 우리 보금자리랑 마을을 사랑으로 일구기를 바라요.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 마셔요. 아이한테서 배우셔요.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울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어른은 아이를 사랑하면 넉넉할 뿐입니다. 아이는 누구나 스스로 배우는 아름다운 별님입니다.


ㅅㄴㄹ


“우린 우주선을 타고 온 게 아니야.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건 너무 구식이야! 우린 마음을 모아 날아온 거야!” 룰루가 말했다. (39쪽)


디터 아저씨가 야콥을 매서운 눈으로 보았다. “네 엄마는 지금 그런 쓸데없는 소리나 듣고 있을 새가 없어. 다른 걱정거리가 있으시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에요! 룰루는 밀라몰라라리움 별에서 왔다구요.” (72쪽)


“어른들은 아는 것만 믿으려고 해. 심지어 어떤 어른들은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오지 않고 날아오는 것 때문에 막 화를 낸다고 팝스가 그랬어.” (88쪽)


“나비가 우물우물 말을 하는데다가 목소리도 너무 작았어. 하지만 중요한 얘긴 이해했어. 마음모아 날기를 도와줄 지구인 셋만 찾아내면 주문 없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넷이 한마음으로 밀라몰라라리움 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만 생각한다면 말이야.” (103쪽)


“잊어버려, 야콥. 지구의 낡은 우주선을 타고 갈 수 있는 데는 기껏해야 화성이야. 내가 꼭 다시 올게.”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CorneliaFranz #LU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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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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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책/숲노래 책읽기 2022.6.13.

인문책시렁 227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보리

 2004.1.15.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임길택, 보리, 2004)는 《하늘숨을 쉬는 아이들》(종로서적, 1996)을 되살리고 보탭니다. 저는 1996년에 처음 나온 책을 1998년에 읽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길잡이(교사)가 있었구나 하고, 이런 길잡이가 깃든 어린배움터에 다닌 아이들은 하늘빛을 누리면서 마음 그대로 말을 터뜨리고 생각을 밝히면서 자랄 만했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린 날 다닌 배움터를 떠올리면, 열두 해에 걸쳐 “어른이란 놈팡이는 아이를 두들겨패고 꾸짖고 괴롭히는 재미로 사나?” 싶어 매우 질렸습니다. 착하거나 참하게 말을 건네는 어른을 아주 드물게 보았고, 거의 모두라 할 만하다 싶은 어른들은 막말에 삿대질에 주먹질이 흔했습니다.


  책이름을 “하늘숨을 쉬는 아이들”에서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로 바꾸었는데, 새로 나온 책을 읽으며 어쩐지 못마땅했어요. 임길택 님은 틀림없이 “우는 모두를 사랑하는” 발걸음이었다고 할 테지만, 더 들여다보면 “노래하는 모두를 사랑하는” 눈빛이라고 해야 알맞다고 느끼거든요.


  아이도 새도 시골도 멧골도 나무도 들꽃도 소도 ‘울기’만 하지 않습니다. 언뜻 본다면 ‘울음’이지만, 가만히 보면 ‘노래’입니다. 우는 모두는 언제나 웃어요. 울음하고 웃음은 언제나 나란합니다. 울음하고 웃음을 품은 아이랑 새랑 시골이랑 멧골이랑 나무랑 들꽃이랑 소는 노상 ‘노래’를 ‘사랑’하는 하루를 짓는다고 해야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래하는 아이들 곁에서 우는 어른인 임길택 아저씨일 테지요. 꿈꾸며 들을 달리고 멧숲을 누비는 아이들 곁에서 울던 어른인 임길택 아재일 테고요. 어느덧 온누리 아이들한테서 노래가 사라진 듯하지만, 시골에서도 멧골에서도 어쩐지 노래가 억눌린 듯하지만, 노래할 새나 나무나 들꽃이나 소는 가뭇없이 갇히거나 이 땅을 떠난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 노래하는 아이들이 있고, 노래순이·노래돌이 곁에서 울 줄 아는 어른이 몇쯤 있습니다.


ㅅㄴㄹ


한 해에 한 번씩은 변소를 퍼야 했다. 맘 좋은 학교 아저씨는 이런 일을 일요일에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서로 똥을 퍼 가려던 마을사람들이 이젠 퍼다 주어도 마다할 정도로 변해 버렸는데, 그 똥을 퍼내는 일을 늘 큰선생님이 하셨다. 사람이 덜 익었던 나는 감히 그 일을 함께할 생각조차 못 했다. (76쪽)


그 아이가 천재인지 바보인지는 큰 관심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구태여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도 가르치는 것을 성실하게 따라해내고, 맡은 일을 꼼꼼히 치러내는 아이가 가장 사랑스럽고 대견합니다. (109쪽)


동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농사를 지어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서 도회지에 나가 밤을 낮 삼아 김밥과 술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어느 날 마산 버스정류장 가까이서 일하고 있다는 이분들을 찾아갔다. 장사를 하지만 마음은 늘 고향 산 속에 있다고 했다. 이다음 역사가들은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마음 부수면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 시대를 어떻게 적어 나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168쪽)


내가 특수교육연구회 거창 지회장이란다. 올 사업계획과 회원명단을 내라는 공문이 와서 지난해에 나간 공문을 보고 베껴 만들었다. 하지 않는 일을 서류로만 만들어 놓고 한 해를 보내는 공무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월급 받는 내가 한심스러울 때가 이런 때다. (1994년 3월 31일 일기/216쪽)


토요일에 도서관에서 전교 어린이회 임원 선거가 있기에 가 봤더니, 5학년 한 남자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해 깜짝 놀랐다. “선생님, 전교 임원이 되면 돈 깨지지요?”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낯이 뜨거웠다. (1995년 3월 7일 일기/252∼2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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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1
김병연.배성호 지음, 이재임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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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6.2.

맑은책시렁 272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김병연·배성호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22.5.15.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김병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2)를 읽었습니다. 서로 갈라선 채 총칼로 노려보는 ‘한겨레 두나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겨레를 억누르고 짓밟던 일본을 떨쳐낸 자리에 들어선 ‘두 우두머리(권력자)’는 어깨동무가 아닌 총칼싸움을 꾀했고, 우리는 두 우두머리를 내쫓기보다는 두 우두머리 말에 따라 아직까지 피비린싸움을 끝내지 못 합니다.


  싸움터에서 죽는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없다시피 합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야겠지요. 싸움터에서는 바로 우리 들꽃이 죽습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터에 우리 들꽃을 몰아세웁니다. 숱한 일본바라기(친일파)는 스스로 총을 들고서 ‘일본 우두머리를 지키는 싸움터’로 나아가지 않았어요. 그들은 우리 들꽃이 허수아비처럼 끌려가도록 채찍질을 했을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남·북녘으로 갈린 우리나라일 뿐 아니라, 남녘은 남녘대로 왼·오른으로 갈린 채 싸웁니다. 어깨동무는 간곳없어요. 서로 받아들이고서 동무랑 이웃이 되어 사귀는 마음은 찾을 길이 없어요. 북녘에 살기에 나쁘거나 남녘에 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뽑기(선거)를 할 적에 이쪽을 뽑든 저쪽을 뽑든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삶터가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입니다.


  모든 들풀이 똑같은 때에 돋아서 똑같은 잎이 돋아야 하지 않아요. 모든 나무가 똑같은 때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벌나비랑 새가 똑같은 몸피에 똑같은 날개여야 하는가요? 아닙니다. 다 다른 풀꽃나무이고 다 다른 벌나비에 새입니다. 다 다른 사람으로서 다 다른 생각을 착하고 참하며 곱게 다스리면서 함께 뛰놀고 노래하는 길을 살필 노릇이에요.


  여러모로 보면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일 수 있지만 아름길도 사랑길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한 사람을 뽑아서 일을 맡기는 틀은 어깨동무 아닌 외길로 기울거든요. 남·북녘이 오랫동안 갈린 채 살아온 나날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서로 남남이기만 했을 뿐, 이웃도 동무도 아닌 몸짓으로 총칼만 들이민 채 살았어요. 우리 손으로 마을을 가꾸고 들숲바다를 아끼며 파란하늘을 채우는 눈부신 별빛을 잊은 채 오늘까지 왔습니다.


  뜻깊은 길을 다루는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일 텐데 ‘군대를 줄이면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얘기를 자꾸 되풀이하는 대목은 아쉽습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이 아닌 푸르게 누릴 숲과 마을’을 되찾을 마음으로 남북녘이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헤아려야 아이들한테 이 땅을 물려줄 만할 텐데 싶습니다. 남북녘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는 총칼잡이(군사훈련)가 아닌 ‘참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배울 노릇입니다.


ㅅㄴㄹ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자주 만나야 할 것 같아. 만나다 보면 서로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조금씩 사라질 수 있어. (14쪽)


군대 규모를 줄이면 더 많은 젊은이가 좀더 일찍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무기를 사는 데 써 오던 어마어마한 돈을 좀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도 있게 돼. (29쪽)


남한과 북한도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군대를 유지하고 무기를 사들여야만 했던 거지. (64쪽)


남한과 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한 무기를 개발하거나 사는 일도 계속될 것 같아.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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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이야기꽃 2
하나다 하토코 지음,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정선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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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5.3.

맑은책시렁 270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나다 하토코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정선 옮김

 키위북스

 2013.8.1.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나다 하토코·후쿠다 이와오/이정선 옮김, 키위북스, 2013)를 읽었습니다. 꾸밈없이 말하면 걱정할 일이 없는데, 자꾸 꾸미며 말하다가 그만 스스로 펑 하고 터질 자리까지 아슬아슬하게 내닫고 마는 어린이 모습을 가만히 들려줍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한가지입니다. 꾸밈없이 말하고, 꾸밈없이 일하고, 꾸밈없이 생각하고, 꾸밈없이 살림하면 아름답습니다. 꾸미며 말하기에 안 아름답고, 꾸미며 일하기에 뒷돈을 빼돌리고, 꾸미려고 생각하니 겉치레나 눈속임일 뿐 아니라, 꾸미는 하루하루라면 스스로 지쳐떨어집니다.


  꾸밈없는 말글은 사랑을 담고 들려주고 나눕니다. 꾸미는 말글에는 사랑이 없고 온통 시샘에 미움에 짜증에 멍울에 응어리에 피고름이 흐릅니다. ‘꿈’은 즐겁고 아름다우나 ‘꾸밈’은 안 즐겁고 안 아름답습니다. 말밑이 같은 ‘꿈·꾸밈’인데 말끝 하나로 확 달라요.


  꾸미다가 늘어나는 거짓말도 이와 같지요. 돈을 바라지 않고서 ‘거저’ 맡거나 해주면서 사랑이 싹트는데, 돈만 바라다가는 그만 ‘거지’ 꼴이 납니다.


  거짓말이란, ‘거지 같은 말’이거나 ‘거지가 되어 쓰는 말’이거나 ‘스스로 거지라 여기는 말’입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없다거나 스스로 모자라다고 여기는 ‘내가 나를 깎아내리는 마음’에서 싹트는 거짓말이에요.


  참말이란, “가득한(찬) 말”입니다. ‘가득’이란 무엇일까요? 빈틈이 없을 뿐 아니라, 넘실넘실하면서 둘레를 살찌우는 숨결입니다. 한자말 ‘진실·허위’로는 우리 삶을 아이들한테 제대로 들려주거나 밝히기 어렵습니다. ‘꿈·꾸밈’ 사이에, ‘거지·거저’ 사이에, ‘참·차다·가득’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어른부터 스스로 돌아보고 아이한테 슬기로이 들려주기를 빕니다. 마땅한 얘기인데 ‘스스로·슬기’ 두 우리말도 말밑이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며 수수하게 참말을 할 줄 아는 꿈길을 가는 사람이기에 슬기롭습니다.


ㅅㄴㄹ


처음엔 콩알만 하던 거짓말이 얘기를 하는 사이 점점 커지더니 풍선처럼 커다랗게 부풀어 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바로잡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39쪽)


“저, 저는 거짓말을 하기 전으로 이동하고 싶어요.”“거짓말?” (64쪽)


그때 유나가 소리를 높였다. “사실은 저도 어제 엄마에게 거짓말했어요.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엄마가 강아지 뽀삐를 산책시키고 오라고 해서 숙제하고 있다고 거짓말했어요. 그러니까 저도 거짓말쟁이입니다.” (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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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0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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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5.3.

맑은책시렁 269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3.21.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22)를 읽었습니다. 어릴 적 여러 일을 떠올립니다. 요사이는 집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2000년 무렵까지 집개를 돌보는 분이 많았습니다. 다만 마당집이 아니고서야 집개를 돌볼 엄두를 거의 내지 않았고, 아무리 집에서 개를 돌보더라도 ‘땅을 디디고 흙냄새를 맡고 흙구덩이를 파야 삶다운 삶을 누리는 개’인 터라, 잿빛집(아파트)에서 섣불리 곁개(반려견)를 두려 하지 않았어요.


  손바닥만 한 마당이어도 모두 마당이에요. 마당 있는 작은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집하고 만납니다. 다시 말해, 지난날 집개·곁개는 작은집을 지키는 몫이자 아이들 놀이동무였고, 마을 누구한테서나 이쁨받는 숨결이었어요. 그래서 ‘마당 없는 잿빛집’이 하나둘 늘고, 이런 잿빛집으로 떠나는 분들은 ‘마당에서 돌보던 곁개’를 눈물을 머금고서 ‘마당 있는 이웃집’한테 넘기곤 했습니다.


  마당을 못 누리는 오늘날 높다란 잿빛집은 겹겹이 쌓아올립니다. 곁개를 돌보는 분들이 이따금 마실(산책)을 시키며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도록 해준다지만 큰고장 잿빛집에서는 개한테 턱없이 모자라게 마련입니다. 집고양이도 매한가지예요. 이러다 보니, 이제는 예전과 달리 아이어른 모두한테 ‘곁짐승(반려동물)’을 ‘큰고장 잿빛집살이’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해야 할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따로 책으로까지 쓰고, 이러한 이야기를 펴는 자리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길은 매우 쉽고 하나입니다. 잿빛집을 이제 버리거나 떠나고서 ‘마당 있는 집’으로 옮기면 되어요. 개도 고양이도 해바람비를 실컷 누릴 뿐 아니라, 어린이도 푸름이도 해바람비를 늘 맞이하면서 어우러질 적에 다같이 튼튼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요 마을이요 살림집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룰 읽다 보니, 글님이 “동물과 함께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에요(40쪽).” 하고 말하는데, 왜 ‘평생 책임’이 ‘가장 큰일’이라고 말할까요? 어린이한테 너무 힘들고 짐스러운 말이 아닌가요? 아이도 어른도 ‘목숨(생명)을 맡기(책임)’가 아닌 ‘목숨을 사랑하기’를 들려주어야 알맞을 텐데요? 곁짐승 모두 곁에 둘 짐승이기 앞서 숲에서 살아온 숨결인 줄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비로소 곁에서 돌보는 길을 곱게 찾아내리라 봅니다.


ㅅㄴㄹ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 되었다고 동물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동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죠. (17쪽)


사료 회사들은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강조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어요. 동물 입장에서는 달리 먹을 게 없는 상황이니까요. (58쪽)


햄스터들은 사람 손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야 귀여워서 자꾸 만지고 싶지만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놀면 햄스터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86쪽)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들이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보았어요. 다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눈치채지 못하는 것뿐이죠.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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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flwhfl34 2022-05-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임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결국 우리가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생각해요.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겁먹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네요.
반려동물과 살고 싶다면 평생 책임지기로 하고 데려와야 하는 것이고,
그 방법들에 대해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저자가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이 보면 오해할 듯 싶어 댓글 남깁니다.

숲노래 2022-05-04 09:46   좋아요 0 | URL
누구나 다 다르게 읽을 테니까.
그렇게 읽으셔도 나쁘지는 않다고 느껴요.

다만,
왜 아이한테 ‘사랑‘이 아닌 ‘책임‘을 먼저 말해야 할까를
생각하기를 빌 뿐입니다.

사랑은 사랑이고
책임은 책입니다.
책임을 사랑이라고 돌릴 수 없고,
사랑을 책임이라고 바꿔 말할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whflwhfl34 2022-05-0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책임을 둘 가르듯 말할 수 있나요?
이걸 왜 이해 못하시는지 참 이해가 어렵네요.

저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을 아이에게 지게 해서 중압감을 가지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을 보고 아이들이 겁을 먹고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니 참...
네. 겁먹어야죠, 이런 기본조차 갖추지 않는다면 입양할 자격이 되지 않는 거겠죠.


한 생명을 사랑하려면,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다면
그 존재가 어떤 것이 됐든 책임지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 생명이 반려동물이라면 그 존재에게 인간 가족은 전부가 되지요.
그렇기에 그 책임감은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한 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도 그렇고 많은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이런 점들을 알려주는 어른들이 많이 없어요.
아직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부족한 한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하는 점을 저자는 짚어주는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게 가져야할 마음가짐입니다.
반려인이 되려면요.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후에 그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조차 없이 데려왔다가
파양되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나요.

다들 처음에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는 예뻐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데려오죠.
그러나 자기 상황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참으로 무책임하게 파양하고 버리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합니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책임이 따로 읽힌다는 게 참 이해가 어렵네요.
책임지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까요?
독자마다 다 다르게 읽히는 게 당연하다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가질 마음가짐에 대해 이해를 못하시니 그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사정이 안되면 책임지지 않고 파양하고 다른 곳에 보내고 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책이 불편할 수 있겠네요.

숲노래 2022-05-04 12:56   좋아요 0 | URL
저로서는
‘사랑‘은 ‘사랑‘이고
‘책임‘은 ‘책임‘이라는 대목을
제대로 갈라서 바라보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느낄 만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사랑과 책임은 다릅니다.
둘이 같다면 ˝똑같은 말˝을 쓰겠지요.

‘애완동물‘하고 ‘반려동물‘은 틀림없이 다르니
이름을 갈라서 쓰지 않겠습니까?

제가 쓴 느낌글을 다시 읽으시기 바랍니다.

‘도시에서 살더라도 마당 있는 집‘일 적에만
‘곁짐승‘을 돌보던 예전 우리 살림(문화)이었는데
이제는 이 살림이 아주 사라져서
‘도시 아파트 문명‘에서는
이 책처럼 길잡이책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인 두 사람은
‘사랑하려고 아이를 낳을‘ 뿐입니다.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맡아(책임)‘서 돌보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이 먼저 있지도 않고
앞서서도 안 될 노릇이에요.

왜냐하면 ‘숨결(생명)‘을 낳는데
‘사랑‘이 없이 ‘책임‘만 생각한다면
동물원에 가두듯
아이를 학교와 학원에 가두면서 ˝책임/의무를 다한다˝고
말할 테니까요.

사랑하고 책임은 다릅니다.

이 다른 결을 짚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whflwhfl34 2022-05-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자가 사랑이 빠진 책임만 말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사랑을 전제로 가져야할 책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전반에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가짐‘이고요.

다만 아이들과 그 부모가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어도
그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해 저자가 설명하고 강조하는 것뿐입니다.
동물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고, 동물과 함께 살고자 하는 아이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고요.

책 내용은 누가봐도 사랑 없이 책임만 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전제로 상대에게 가져야 할 책임, 반려동물과 함께 살 때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에 대해 말하는 것인데
사랑과 책임, 그 단어 자체가 다르다고 해서
왜 자꾸 그 둘이 다르다는 말만 하시는지...
왜 이 책의 포인트를 놓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사랑 없는 책임이 무슨 의미가 있고, 책임 없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 반려동물을 들일 때 신중하게 선택하는 자세를 갖자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숲노래님의 말대로라면, 사랑은 하나 나는 너를 책임질 능력이 되지 않기에 너를 버릴 수 있다. (자식이든 동물이든) 는 것이 성립이 되는 걸로 보여집니다.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지 못하시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전적인 의미에만 집착하시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숲노래 2022-05-04 14:58   좋아요 1 | URL
죄송하지만
본인 신분을 안 밝히는 덧글에는
더 대꾸를 안 하겠습니다.

이녁 논리와 주장을 펴려면
이녁 블로그에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급조한 아이디로
이 책만 강추하고
비평글을 쓴 사람 속뜻을 무시하는 이녁은
이 책 지은이나 주변인이나 관계자가
마치 제3자나 객관시선으로
불법홍보를 한다고밖에 여길 수 없습니다.

이미 이녁 계정을 확인했고
급조 아이디인 줄 알았으며
익명에 숨으려 한다면
알라딘 서재관리자한테
신고해야겠구나 싶군요.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녁 같은 익명강추집단으로
책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신분을 떳떳이 밝히든지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