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 완결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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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15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즐겁게 노래하기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토우메 케이 글·그림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2.25. 6000원



  아이들은 저희하고 함께 노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하고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할 일이 있기에 좀처럼 아이들하고 놀 겨를을 못 내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먹여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놀이보다는 으레 일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저희랑 함께 놀 어버이를 기다립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를 마주보면서 기쁨으로 좋아해 주며 함께 놀 날을 가만히 기다립니다.



‘먼 길을 돌아서 수많은 굴레를 짊어지고 왔구나. 우리들.’ (10쪽)


“도쿄로 돌아가고 싶지?” “이제 됐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는 여기서 자랐기 때문에 이곳에 애착이 있어. 하지만 오빠는 저쪽에 소중한 사람이 있잖아?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은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오빠가 희생하면 그이도 마음이 불편할 거야. 그런 건 아버지도 바라지 않으실 테니까.” (57쪽)



  토우메 케이 님이 빚은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학산문화사,2016) 열한째 권을 읽습니다. 열다섯 해 남짓 잇던 이야기는 이제 마무리를 짓습니다. 권수로 치면 열다섯 해 남짓에 걸쳐 열한 권이니, 무척 더디게 이야기가 흘렀다고 할 만합니다.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이 맺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이고, 이 사람하고 저 사람 사이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다가 서운한 바람이 부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입니다. 이제 마지막 열한째 권에 이르러 ‘저마다 좋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뚜렷하게 한 걸음씩 떼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면서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씩씩하게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모습이 나와요.



“이 주변에는 볼 게 없는데.” “괜찮습니다. 산이나 들, 논밭을 구경하고 싶어요.” (73쪽)


‘이것저것 고민해도 결국 다다르는 곳은 내 영혼이 원하는 장소.’ (190쪽)



  어느 모로 본다면,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 곁에도 있고 저 사람 곁에도 있을 만합니다. 여러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로 동무가 되어 함께 지낼 만해요. 사람살이가 꼭 짝짓기를 해야 하는 얼거리가 아니니, 굳이 ‘너랑 나만’이라고 하는 틀에 사로잡혀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살이에는 ‘짝’만 있지 않고 ‘동무’가 함께 있어요. ‘이웃’이 있지요. 동무도 ‘너나들이’ 같은 이가 있으며, 말동무나 길동무나 일동무나 꿈동무가 있어요.


  그러니 내 마음에 드는 어느 한 사람이 있을 적에, 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여러 사람이 있을 적에 잘 살피거나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짝’으로 두려는가? 모든 사람을 ‘동무’로 사귀려는가? 오직 한 사람만 ‘짝’으로 두려는가? 다른 동무가 없이 짝꿍만 있으면 되는가?



“나는, 나를 받아들여 준다면 당장이라도 갈 거야. 내가 도망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미나토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잖아.” (82쪽)


“곁에 있어 주면 그걸로 충분해. 멀리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아. 곁에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그렇잖아. 곁에 있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84쪽)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는 가장 훌륭하거나 멋진 길을 밝히거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서 몇 가지를 넌지시 짚습니다. 첫째,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내 넋이 가장 포근하게 쉬면서 즐거운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내가 살아가는 기쁨은 바로 내가 스스로 찾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셋째, 마음에 드는 모든 사람을 짝꿍으로 혼자 차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름다운 이웃하고 동무를 즐겁게 아끼면서 살뜰히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 되자고 말해요.



“어중간한 어른인 우리들은, 머리로만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다 할 인생 경험이 없으니까. 그렇지?” (142쪽)


“‘행복’이란 뭘까요?” “그건 하루(주인공 이름, 그러니까 주인공 스스로)가 아니면 알 수 없어.” (164쪽)



  사랑은 머리로 알 수 없습니다. 아무렴, 그렇겠지요. 사랑은 가슴으로 알 테지요. 사랑은 마음으로 알 테고, 사랑은 깊은 넋으로 깨닫겠지요. 머리로 이모저모 아무리 따진들 사랑을 알 길이 없으리라 느껴요.


  기쁨도 이와 같아요. 기쁨을 머리로 알 수 없으리라 느껴요. 돈이 많아야 기쁨일까요? 이름을 드날려야 기쁨일까요? 엄청난 힘을 부려야 기쁨일까요? 아니겠지요?


  아이들은 두 손을 꼬옥 잡고 마당에서 빙글빙글 돌아도 까르르 웃음꽃입니다. 아니, 아이들은 내가 손가락 하나만 들어서 옆구리를 살짝 찔러도 깔깔깔 웃음바다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춤잔치나 노래잔치를 베풀어 주어야 웃지 않습니다.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웃음이 퍼집니다.


  즐겁게 밥을 짓고, 즐겁게 빨래를 합니다. 즐겁게 씨앗을 심어 밭을 돌봅니다. 즐겁게 자전거를 몰며 나들이를 누립니다. 즐겁게 뒷산에 올라 봄꽃을 만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기쁨을 새롭게 되새기면서, 오늘 하루도 빙그레 짓는 ‘웃음살림’을 가만히 그립니다. 2016.3.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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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 7 - 애장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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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14



‘작은’ 마음으로 짓는 ‘사랑스런’ 밥

― 미스터 초밥왕 7

 테라사와 다이스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3.5.25. 6000원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을 올린 밥상이 있습니다. 가난한 살림이기에 이 같은 밥상이 될 수 있고, 수수한 한 끼니를 바라기에 이러한 밥상이 될 수 있어요. 가난하지만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으로도 기쁘면서 고마운 마음이 될 만합니다. 가난하기에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으로는 도무지 성이 차지 않아서 짜증스럽거나 싫을 만합니다. 살림이 매우 넉넉하지만 밥상은 늘 수수할 수 있어요. 살림이 매우 넉넉한데에도 짠돌이나 짠순이가 되어 밥에는 도무지 마음을 안 쓴다고 여길 수 있어요.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을 올린 밥상은 어떤 마음으로 차렸을까요? 네 가지로 적어 본 매무새는 저마다 어떤 마음일까요? 마지못해서 차린 밥상이라면 그야말로 마지못해서 먹으리라 느껴요. 기쁘게 온 사랑을 쏟아서 차린 밥상이라면 참말로 기쁘게 온 사랑을 누리면서 수저를 들리라 느껴요.



“고생이라니? 내가 아플 때, 넌 그 무거운 등짐을 지고 대합을 날라 줬잖아. 너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야. 이런 효자를 위해 엄마가 무슨 일인들 못 하겠니?” (21∼22쪽)


“아주머니의 간장 덕분에 이건 거예요.” “무슨 소리! 이런 게 없었어도 어차피 네 실력으로 이겼을 거야.” (36쪽)



  테라사와 다이스케 님이 빚은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학산문화사,2003)을 다시 읽습니다. 일곱째 권에서 흐르는 ‘작은 마음’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서로서로 나누는 작은 마음을 돌아봅니다. 등짐을 짊어지면서 일을 맡아 주는 작은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간장 한 병을 건네려고 땀을 듬뿍 쏟은 작은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코마사 형은 ‘마무리의 일품’으로 대체 뭘? 뭘 만드셨어요?” “별로 대단할 것도 없어. 평범한 박고지말이였으니까.” (49쪽)


“좋은 초밥이란 비싼 재료나 기발한 요리법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아무리 시시한 재료라도, 정성을 다하면 얼마든지 맛있는 초밥이 될 수 있어!” (74쪽)


“이렇게 작은 초밥 하나지만, 이 안에는 부모님이며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도련님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세요!” (96쪽)



  고급 요리집이라면 ‘고급 요리’를 차리겠지요. 그러면 고급 요리는 어떤 요리일까요? 값비싸거나 값진 재료를 쓰면 고급 요리가 될까요? 눈부신 재료나 돋보이는 재료를 쓰면 고급 요리가 될까요?


  수수하거나 값싼 재료로는 고급 요리를 차리지 못할까요? 투박하거나 흔한 재료로는 고급 요리를 할 수 없을까요?


  고급 요리가 아니라면 어쩌면 ‘저급 요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급하고 저급을 가르는 잣대란 무엇일까요? 값이 비싸다면 고급이 될는지요? 값이 싸다면 저급이 될는지요? 누군가는 값에 따라 고급하고 저급을 나눌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값이 아니라 ‘밥짓는 살림꾼 손길’을 헤아리면서 고급하고 저급을 가릴는지 몰라요. 왜냐하면, 어느 눈길로는 비싼값을 치러야 하는 밥이 고급이라 여길 수 있고, 어느 눈길로는 값이 아닌 고운 손길로 알뜰히 지은 밥이 고급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마음을 다해 생각해 보는 거야!” (107쪽)


“요시노 초밥 아주머니에게 살아갈 기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리고 물론 나 자신을 위해! 그 싹눈파를 내가 재현해야 돼!” (182쪽)



  손수 심어서 거둔 남새가 맛있는 까닭을 알려면, 참말로 손수 씨앗을 심어서 남새를 길러 보아야 합니다. 손수 사랑을 기울여서 씨앗을 가린 뒤에 심어야 하고, 손수 땀을 흘리며 남새를 돌봐야 하며, 손수 기쁜 웃음을 지으며 열매를 거두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손수 알뜰살뜰 품을 들여서 다듬고 손질하여 밥을 차려야지요.


  밥 한 그릇에는 오롯이 우리 손길이 깃들어요. 이도 저도 스스로 하지 않고 돈만 치러서 사다가 먹는다면 ‘심고·가꾸고·거두고·짓는’ 손길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이 네 가지 손길이 없어도 ‘차리는’ 손길은 있는데,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먹으면 ‘차림손(차리는 손길)’마저 내 마음을 들이지 못합니다.



“맛은 결정적으로 달라요! 흙에서 가꾼 노지재배 싹눈파가 압도적으로 맛있다구요!” (191쪽)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좋으나, 수업으로 익힌 기술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212쪽)


‘쇼타. 도쿄와 오타루는 정말 멀지만, 내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니? 힘내, 힘내, 쇼타! 뒤돌아보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297쪽)



  집에서 부엌데기로 지내야 하는 몸일 적에는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참말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이 있을는지 아리송해요. 왜냐하면, 저는 ‘남이 해 준 밥’은 고마우면서 맛있고, ‘내가 손수 지은 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다고 느끼거든요. 남이 해 주기에 더 맛있지 않고, 또 덜 맛있지도 않습니다. 바깥밥은 고마우면서 맛있는 밥이요, 집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는 밥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나중에 우리 집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이 아이들이 저희 손으로 밥을 차려서 나한테 내민다면, 이때에는 ‘고마움 + 보람 + 사랑’이 고루 어우러진 맛있는 밥이 되리라 느껴요.


  밥을 먹을 적에는 몸을 살리는 영양소를 받아들이는데, 이때에 마음을 살리는 사랑도 함께 받아들이지 싶습니다. 밥 한 그릇을 먹는 일이란 몸하고 마음을 함께 살리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리하여, 고급 요리가 되는 길이란 고마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보람도 함께 담으면서 사랑을 함께 싣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된장국하고 김치 한 접시도 얼마든지 고급 요리가 될 수 있고, 봄날에 누리는 쑥떡이나 쑥버무리도 언제나 고급 요리가 될 만하리라 느껴요.


  밥짓는 살림꾼 마음이 깃들기에 고급 요리이지 싶습니다. 밥짓는 살림꾼 웃음이랑 노래가 감돌기에 고급 요리이지 싶어요. 우리 어머니도 이웃 어머니도 예부터 ‘고급 요리’를 아이들한테 베풀었습니다. 나도 오늘 우리 아이들한테 내 모든 사랑을 싣는 ‘즐거운 밥’을 ‘맛있는 아침’이자 ‘맛난 저녁’으로 차려서 베풉니다. 작은 마음이 하찮아지지 않도록, 작은 마음이 그대로 작은 숨결이면서 사랑스러운 꿈이 되도록 밥을 지어서 함께 누립니다. 2016.3.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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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동경대 가다! 21 (신장판) - 완결,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
미타 노리후사 지음, 김완 옮김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10



우리 삶은 언제나 배우는 하루

― 꼴찌, 동경대 가다! 21

 미타 노리후사 글·그림

 김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10.1.4. 4500원



  미타 노리후사 님이 빚은 만화책 《꼴찌, 동경대 가다!》(랜덤하우스코리아,2010)는 모두 스물한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책이름에 잘 나오듯이 ‘학교 꼴찌’인 아이를 어떻게 일본 동경대에 넣느냐 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책입니다. 다만, 이러한 줄거리를 다루기는 하되 그림결은 몹시 엉성합니다. 이 만화책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목을 아주 또렷하게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림결은 안 느끼고 이 만화책을 볼 수도 있을 테지요. 어떻게 꼴찌가 동경대에 들어가느냐 하고 궁금해 한다든지, 공부법을 배우려고 하는 분이라면 그림결이 이렇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겠지요.



“세상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다 그런 거다. 요란 떨 만한 것도 못 돼. 너희들은 이제 이 정도 기적은 언제든 일으킬 수 있다는 소리야.” (28∼29쪽)


“이 학교는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요. 학생과 선생님들이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38쪽)


“결국, 공부란 꾸준히 성실하게 한 사람이 제일 잘 하는 거였어.” (45쪽)



  이 만화책에는 네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첫째, 동경대에 붙는 여학생입니다. 이 아이는 술집에서 일하는 어머니하고 둘이서 사는데, 늘 학교 밖으로 떠도는 하루를 보내는데 ‘이대로 나아갈 수는 없다’는 다짐으로 공부에 온힘을 쏟기로 해요.


  둘째, 동경대 시험을 쳤으나 아깝게 떨어진 남학생입니다. 이 아이는 너무 으리으리한 집안에 너무 으리으리한 형 때문에 어릴 적부터 주눅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푸념으로 맴돌다가 마음을 다잡기로 하고 동경대 시험을 치렀고, 재수를 하기로 다짐합니다.


  셋째, 월급쟁이로 지내는 학교 교사입니다. 꼴찌는 그저 꼴찌일 뿐이고, 문제아는 그냥 문제아일 뿐이라고 여기는 교사예요. 이러한 교사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저 스스로 얼마나 어리숙한 굴레에 갇혔는가를 깨닫습니다.


  넷째, 두 아이를 동경대에 넣으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이녁은 ‘시험 문제 잘 풀도록 돕는 강사’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스스로 강사 노릇을 하면서 두 아이를 갈고닦도록 북돋웁니다. 아마 이 사내 스스로 고단한 길을 걸었기에 공부하는 길도 가르칠 수 있겠지요.



“넌 1년간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그것만으로도 이 아버지는 기쁘다.” (64쪽)


“시험을 치는 건 그 애들이지. 마지막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71쪽)


‘시험을 보길 잘 했어. 이제까지 노력하길 정말 잘 했어. 그리고 마지막, 내 힘을 모두 쏟아부어야지.’ (130∼131쪽)



  만화책에 나오는 말로도 엿볼 수 있듯이, 공부는 ‘늘 꾸준히 하는’ 사람이 잘 합니다. 벼락치기로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시험 치르기’일 뿐이에요. 그래서, 여느 때에 늘 스스로 배우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배우지요. 새롭게 배우면서 삶은 기쁨으로 거듭나고, 기쁨으로 거듭나는 삶에서는 언제나 노래가 흘러요.


  다시 말해서, 대학교에 붙느냐 떨어지느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온힘을 다해서 공부를 했다면, 대학교 시험에 떨어졌어도 씩씩하게 두 차례 세 차례 다시 맞설 수 있어요. 스스로 온힘을 다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대학교 시험에 붙었어도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는지를 모릅니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실패는 아니야. 아주 조금 부족했을 뿐이지. 그동안 쌓인 노력은 실패가 아니니까.” (209쪽)



  우리는 늘 배워요. 성공에서도 배우고 실패에서도 배웁니다. 배우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배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삶은 ‘겪음(경험)’이라고 해요. 성공도 겪는 일이고, 실패도 겪는 일이에요. 누군가는 한 번 해 보면서 뜻을 이루고, 누군가는 열 번이나 백 번쯤 해 본 끝에 뜻을 이루어요.


  어느 길이 훌륭할까요? 네, 모든 길이 저마다 훌륭합니다. 어느 길이 아름다울까요? 네, 스스로 배우려고 땀흘리면서 웃고 노래하는 길이 아름답습니다. 2016.2.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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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소년학급단 5
후지무라 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7



어린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

― 소년소녀학급단 5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2.4.25. 4500원



  어린이는 늘 묻습니다. 몰라서 묻는다고 할 텐데, 늘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기에 묻습니다. 어른은 잘 안 묻습니다. 아니까 안 물을 수 있을 텐데, 늘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 어느새 사그라들어서 안 물을는지 몰라요.


  어린이는 늘 물으면서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받아들입니다. 어른도 어린이처럼 늘 물으면서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본다면, 마흔 살이나 예순 살이라 하더라도 늘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치나 사회 이야기도 옛날부터 생각하던 대로 알기만 하지 말고, 새롭게 물으면서 새롭게 알 수 있어요. 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 옛날부터 알거나 읽던 대로 알거나 읽기보다는, 처음으로 마주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읽으려 하면 참말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이제 와서 착한 척해 봐야 소용없어. 한 번쯤은 카즈히로의 기분을 생각해 봐! 네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떡할래?” (6∼7쪽)


‘하지만, 그럼 대체 난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걸까. 모르겠어.’ (11∼12쪽)



  후지무라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소년소녀학급단》(학산문화사,2012) 다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책이름이 밝히듯이 ‘소년’하고 ‘소녀’가 이룬 ‘학급 모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직 어린 사내하고 가시내가 서로 어떻게 부대끼거나 어우러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직 모르기에 그야말로 몰라서 ‘쉬운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쉬운 잘못이라 하더라도 어린이로서는 ‘처음 느낀 잘못’이기에, 이 잘못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힘들고 아프며 괴롭습니다. 이 아이들 곁에서 ‘얘야, 다 괜찮단다. 이제부터 새로 하면 되고, 바로 그 잘못을 씻으면 돼.’ 하고 말해 주는 어른이 없다면, 아이는 더욱 힘들고 아프며 괴롭겠지요.


  어른은 어린이보다 먼저 태어나서 살림을 짓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보다 여러 가지 일을 먼저 겪었고, 먼저 여러 가지를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웠지요. 어른은 어린이한테 길잡이가 될 만해요. 슬기로운 길잡이가 될 수 있고, 포근하면서 넉넉한 길동무가 될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겠는 어린이한테 ‘마음을 다스리면서 가꾸는 길’을 기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루카.” “왜?” “엄마는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무슨 일 있을 때 엄마한테 얘기해 주면 상담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17쪽)


“하루카가 친구를 상처 입힌 일로 오래오래 이불 속에만 있으면 더 슬플 거야.” “사실은 오늘 학교 빠진 거 꾀병이었어.” “알고 있었어. 근데 오늘 하루뿐이다. 다음부터 이러면 안 돼?” “내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슬퍼?” “하루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그러다간 도리어 하루카가 괴로워질 거야.” (20∼22쪽)



  어른은 ‘알면서 잘못을 또 저지를’ 수 있습니다. 어른은 으레 이렇지요. 어린이는 ‘모르면서 잘못을 자꾸 저지른’다면, 어른은 알면서 잘못을 거듭 저지른다고 할 만해요. 자, 그러면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면서도 잘못을 거듭 저지르니, 어른은 나쁜 사람일까요? 아니면 어른한테도 ‘다 괜찮아’ 하고 타이르거나 다독일 동무가 있어야 할까요?


  어린이는 새롭게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우고 자랍니다. 어른도 새롭게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우고 자라요. 어린이는 마음속으로 즐거움을 품으면서 씩씩하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도 마음 가득 기쁨을 품으면서 힘껏 일어서려는 몸짓이 되어 배우면서 자랄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품지 말고 기쁨을 풀을 때에 기쁩니다. 또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새롭게 하겠노라는 마음을 품을 적에 한 걸음을 씩씩하게 내딛겠지요.



“카즈, 자신의 가능성을 버리지 마.” (76쪽)


‘각자의 새로운 한 걸음입니다.’ (87쪽)


“나, 나 전부터 오빠를 좋아했어. 제, 제대로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할 말은 이거야. 그럼 갈게.” (124∼125쪽)



  어린이가 걷는 걸음은 늘 새 걸음입니다. 그러면 어른은? 만화책 《소년소녀학급단》을 읽으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늘 새 걸음을 내딛으면서 기운차게 일어설 적에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배우고 즐거울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어린이도 스스로 “내 씨앗(가능성)”을 버리지 말 노릇이요, 어른도 마흔 살이건 예순 살이건 스스로 “내 씨앗”을 고이 품어서 마음밭에 심을 노릇이지 싶어요.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는 길이 살림짓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즐겁게 웃으면서 걷는 살림짓기예요. 기쁘게 노래하며 나아가는 살림짓기예요.


  밥을 하다가 된장국을 잘못 끓일 수 있고, 때로는 냄비를 태워먹을 수 있습니다. 어른도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깰 수 있고, 물을 쏟아서 방바닥이 물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잘못 저런 잘못 모두 빙그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가 나한테 하는 말입니다. 어여쁜 어린이가 곁에 있다는 대목을 늘 새롭게 헤아리면서 어른인 나도 늘 새롭게 배우고 한 걸음씩 내딛자고 다짐을 합니다.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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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맨션 6 토성 맨션 6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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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12



한 걸음 내딛기

― 토성 맨션 6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

 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5.4.15. 9000원



  이와오카 히사에 님 만화책 《토성 맨션》(세미콜론,2015) 여섯째 권을 보면 ‘앞날’ 이야기가 끝없이 나옵니다. 너도 나도 ‘앞날’을 생각하면서 말머리를 열어요. 앞날을 스스로 끝장내려 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앞날을 늘 생각하면서 살자고 이야기해요. 앞으로 다가올 날에는 꿈이 가득한 삶을 이루자고 이야기합니다.



“알겠어? 지금처럼 미래를 정해 놓고 맘대로 포기하는 걸 가게야마 씨나 다마치 앞에서 떠들면 그냥은 안 넘어간다.” (16쪽)


‘입 밖으로 나온 말에 나 자신도 놀랐다. 나는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한다.’ (22쪽)




  그러면, 왜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앞날을 이야기할까요? 이제껏 살며 앞이 늘 캄캄하게 막히거나 닫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앞날 때문에 숨이 막히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참말 앞날이 막혔기에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스스로 앞날을 새롭게 열려는 마음이 못 되면서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앞날은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지을 뿐, 남이 지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레에서 나한테 돈을 주어야 내 앞날이 열리지 않습니다. 옆에서 나한테 손을 내밀어야 내 앞날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내 앞에 빛을 비추어 주어야 내 앞날이 환하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 걸어가야 비로소 내 앞날이 또렷해요. 내가 스스로 살림을 지으려는 몸짓이 되어야 바야흐로 내 앞날을 즐겁게 엽니다.



‘가장 멋진 건 바로 지금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야.’ (28쪽)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하층에는 처음부터 몸이 약한 사람도 많아. 이 프로젝트에 자네가 참가해 주면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봐.” (51쪽)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때로는 한꺼번에 두세 걸음씩 껑충 건너뛸 수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뒷걸음도 칠 수 있어요. 주저앉거나 쓰러진 뒤 도무지 못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냥 눌러앉을 수도 있어요.


  어떤 모습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 ‘한 걸음’씩 걷자는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주저앉은 내 모습이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숱한 걸음 가운데 하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비록 뒷걸음을 친다지만, 이 뒷걸음은 머잖아 새로운 한 걸음으로 다시 씩씩하게 내딛는 바탕이 되리라 여길 수 있어야지요.



“저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고용됐던 겁니까?” “그야 그렇지. 싫다면 그만두고. 네가 뭘 바꿀 수 있다면 바꿔 봐.” (96∼97쪽)


‘아니, 좋아하는 건 그 장소뿐일까? 사실은 그 장소에 관련된 사람들이 좋아. 그래서 떠날 수 없는 거야.’ (118∼119쪽)



  나는 너한테 빛이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러할 수 있어요. 그러나, 누구보다 내가 나한테 스스로 빛이 될 때에, 나는 너한테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너는 나한테 빛이 될 만할까요? 아마 그러할 수 있을 테지요. 다만, 누구보다 네가 너한테 스스로 빛이 될 때에, 너는 나한테 빛이 될 만합니다.


  스스로 어떤 삶을 가꾸려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어떤 살림을 사랑하려 하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일어서려 하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다 돼요. 다 좋아요. 다 아름답지요. 다 사랑스럽습니다. 내가 스스로 기운을 차려서 일어서면 모든 실마리를 기쁘게 풀 수 있습니다. 2016.2.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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