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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6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96



새와 사람이 사는 곳

― 토리빵 6

 토리노 란코 글·그림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9.25.



  나무가 없는 곳에는 새가 없습니다. 나무가 없으면 새가 깃들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있는 곳이어야 새가 있습니다. 나무가 있어야 새가 깃들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날개를 쉽니다. 짝을 찾아서 노래를 하고, 짝을 찾지 않아도 노래를 합니다. 나무에 사는 벌레를 살피며 콕콕 찍어서 먹고, 짝을 지어 알을 낳을 즈음에는 깃털과 잔가지를 그러모아 둥지를 엮습니다.


  숲이 있을 때에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을 때에 새가 있으며, 새가 있을 때에 노래가 있습니다.



- 어차피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그저 매일을 살아간다. 평범한 풍경 달력이 사실은 무척 좋았다 … 국내선을 타고 훗카이도 상공을 날았을 때, 나는 이미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계절의 방’의 원형은 옛날에 살던 작은 마을의 작은 보육원 홀이다. 나의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며,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올려다보고 있다. (3∼4쪽)





  나무가 없는 곳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나무가 없어도 사람들은 잘만 살 수 있는 듯이 여깁니다. 집이나 동네에 나무 한 그루 없으면서 연필과 종이와 책을 쓰고, 나무 한 그루 없는데 책걸상을 쓰며, 나무 한 그루 없는데 참말 이것저것 다 하는 듯합니다.


  사람은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식힙니다. 사람은 나무열매를 따서 먹습니다. 사람은 마른가지를 그러모아 불을 지핍니다. 사람은 우람한 나무를 베어 집을 짓습니다.


  숲이 있을 때에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을 때에 사람이 있으며, 사람이 있을 때에 삶이 있습니다.



- 주택가를 조금 벗어난 곳에는 오래된 커다란 감나무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옛날에는 열매로 곶감을 만들었을 테지만, 지금에 와선 일부러 올라가 따려는 사람도 없어져 열매가 푹 익는다. 다양한 새들을 먹이고 있는 모양이다. 먹을 만큼 먹은 새들이 떠나가고 빨갛고 투명한 열매에 아쉬운 듯 머뭇거리는 석양빛이 비치면, 큰 나무 한가득 등불이 켜진다. (12쪽)




  토리노 란코 님이 빚은 만화책 《토리빵》(AK커뮤니케이션즈,2011) 여섯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 《토리빵》을 빚은 아가씨는 새를 아끼고 보살핍니다. 사람이 굳이 새한테 먹이를 챙겨 주지 않아도 될 노릇이지만, 도시에서 새는 먹이를 찾기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려고 숲을 밀고 들을 짓밟았기 때문이에요. 숲이 그대로 있으면 새는 먹이 걱정이 없이 오붓하게 어울려 지낼 테지만, 숲이 사라지거나 망가지니까 새는 겨우내 힘든 하루를 보냅니다.


  새는 ‘공장에서 찍은 것’을 못 먹거나 안 먹습니다. 새는 숲이나 들에서 난 것을 먹습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사람은 무엇을 먹을까요? 사람은 공장에서 찍은 것도 더러 먹을 수 있으나, 사람도 숲과 들에서 난 것을 먹습니다. 숲과 들이 있어야 집을 짓고 밥을 지으며 옷을 지어요.



- 고양이는 추우면 달라붙는다. 십자매와 동박새도 달라붙는 걸 좋아한다. 참새는 무리지어 있지만 미묘한 간격을 유지. 그리고, 오리는 물가 블록을 좋아한다. 푹신푹신하니까 함께 달라붙어 있으면 따뜻할 텐데, 라고 생각해 만져 봤더니 표면이 얼었다. 서로 달라붙는 게 따뜻한 것은 열이 방출된다는 증거. 물새의 단열 효과는 완벽하다! (33쪽)





  숲에서 삶을 짓던 사람은 언제나 나무를 아끼면서 새를 이웃으로 삼았습니다. 새를 살가운 이웃으로 삼은 사람은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이 노랫소리를 슬기롭게 익히기도 합니다. 새가 서로 속삭이는 말을 귀여겨들었으니 이 말을 똑같이 노래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새 노랫소리를 내면서 새를 끌어들일 줄 아는 사람이 퍽 많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어떤 소리를 흉내낼까요? 자동차 달리는 소리를 흉내낼까요? 승강기가 오르내리는 소리를 흉내낼까요?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대중노래를 흉내낼까요?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 목소리를 흉내낼까요?


  가만히 돌아보면, 예전에는 새노래뿐 아니라 바람노래를 고스란히 따라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풀잎이 사각이는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많았고, 개구리나 매미가 노래하는 소리라든지,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 삼백초와 함께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쇠뜨기이지만 나는 꽤 좋아한다. 이런 ‘분해놀이’도 할 수 있고. 예전에 도쿄에서 쇠뜨기로 가득 찬 공터를 본 적이 있다. 민들레 한 포기도 없어, 완벽한 진녹색!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쇠뜨기는 오래되어 말라붙은 고무처럼 딱딱하니까 누군가 들어가서 밟았다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겠지. 초여름이 되면 쇠뜨기는 너무 자라서 푸석푸석해지고 만다. 그것은 봄에만 볼 수 있는 정원. 사람도 새도 꽃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완벽한 녹색의 성역. (68쪽)





  새봄이 된 사월 첫머리에 들마실을 하면서 뱀밥을 뽑아서 먹습니다. 땅을 뚫고 솟은 모습인 쇠뜨기는 싱그러우면서 맑은 맛입니다. 뱀밥은 사람도 즐기지만 벌레도 즐겨요. 속속 솟은 쇠뜨기를 가만히 살피면, 벌레 먹은 자리가 꽤 있습니다.


  벌레 먹은 풀잎일수록 맛난 풀잎이라는 뜻입니다. 벌레가 잘 안 먹는 풀잎이라면 사람한테도 그리 맛있지 않은 풀잎이라는 뜻입니다. 벌레 먹는 열매도 사람한테 맛난 열매입니다. 벌레 안 먹는 열매라면 사람한테도 안 맛있을 만한 열매라는 뜻이에요.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언제나 새가 살 만한 곳이었습니다. 새가 살 만한 곳도 언제나 사람이 살 만한 곳이었어요. 그러면, 오늘날 도시에 가득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은 새한테 얼마나 살 만한 곳이 될까요. 맨땅이 없는 도시는 새한테 얼마나 즐거운 곳이 될까요.


  우리 집 처마에 있는 제비집은 새끼 제비가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이듬해에 새로 찾는 터전이 됩니다. 물려줄 만한 집을 튼튼하게 지어 기쁘게 물려주는 제비입니다. 우리 사람은 어떤 집을 마련해서 어떤 아이한테 어떻게 물려주는지 궁금합니다. 4348.4.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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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95



마음으로 마시는 숨결

― 술 한 잔 인생 한 입 2

 라즈웰 호소키 글·그림

 김동욱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11.20.



  라즈웰 호소키 님이 빚은 만화책 《술 한 잔 인생 한 입》(AK커뮤니케이션즈,2011) 둘재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술 한 잔에 삶을 헤아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은 예쁩니다. 회사원으로 지내면서 마시는 술 한 잔으로 시름을 잊거나 근심걱정을 텁니다.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즐겁고, 술 한 잔을 마실 수 없는 날에는 어쩐지 기운이 축 처지거나 늘어집니다.


  술이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날마다 술을 찾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꽃놀이를 가서도 꽃보다 술을 찾는 마음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살가운 이를 곁에 두고도 술잔에 입을 맞추는 마음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술이 없다면 삶이 없을 만할까요. 술이 있기에 삶이 빛난다고 할 만할까요. 그러면, 이 술이란 무엇일까요. 술이 무엇인지 어느 만큼 알면서 술을 마시는 셈일까요.



- ‘대놓고 피서객 등쳐먹으려 드는 이 장삿속! 개떡 같은 맛! 게다가 생각 없이 실실 웃고만 있는 얼빠진 손님들! 우리 나라 피서지는 왜 다 이 모양이냐고?’ (19쪽)

- ‘싱가포르에 가서 싱가포르 슬링을 마시겠다, 정말 이와마 선배다운 발상이긴 한데, 무진장 촌시러!’ (27쪽)



  오늘날 술은 공장에서 척척 찍듯이 뽑아냅니다. 사람이 손으로 빚는 술은 퍽 드뭅니다. 소주이든 맥주이든 막걸리이든 맑은술이든, 가게에 놓인 거의 모든 술은 공장에서 찍은 상품입니다.


  그런데, 손수 빚는 술이든 공장에서 찍는 술이든, 도시에서는 ‘만들지’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든 술은 ‘풀열매(곡식)’가 있어야 하고, 맑은 물이 있어야 하며, 싱그러운 바람이 있어야 해요. 여기에 해님이 있어야 하고 비님이 있어야 합니다. 풀이 자라는 흙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 손길이 따사롭게 있어야 합니다.



- “술이라고 다 가게에서만 마시란 법 없네요.” (68쪽)

- ‘한턱 내는 상사로서 자기 혼자 하나 더 먹는 추태를 부릴 수야 없지.’ ‘끄응, 이런 상황 정말 싫더라. 남자보다 더 먹을 수야 없지.’ ‘마지막 남은 거 하나 꿀꺽하는 것쯤 난 사실 별로 신경 안 쓰지만, 워낙 맛있다 보니 역시 좀 켕기네.’ (76쪽)



  포도술 맛을 따지는 사람은 ‘술병에 붙은 이름값’으로 맛을 따지지 않습니다. 포도술 마개를 따면서 풍기는 냄새를 살피고, 포도술 한 모금을 혀에 대는 맛을 살핍니다. 냄새와 맛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살펴요. 그러면, 술맛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바로 흙맛이고, 풀맛(풀열매맛)이며, 물맛(비맛)인데다가, 볕맛(해맛)입니다. 무엇보다, 바람맛입니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밭자락을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포도송이가 다르게 영글어요. 볕이 좋아도 바람이 안 좋으면 포도송이가 시들합니다. 가장 대수로운 숨결은 바로 바람입니다.



- ‘추운 겨울날, 코타츠에 들어가 술잔을 홀짝.’ (122쪽)

- “선배, 마늘 못 먹어요?” “아니. 실은, 내일 과장님이랑 같이 거래처 가기로 했는데 말이야, 내가 그 자리에서 마늘 냄새를 풍겨 봐. 크흑! 가다랭이는! 생마늘이랑 같이 먹는 게 최곤데 말이야!” (159쪽)



  바람 한 줄기를 쐬지 못하면 모든 목숨이 죽습니다. 햇볕 한 줄기를 쬐지 못해도 모든 목숨이 죽겠지요. 물 한 모금을 마시지 못해도 모든 목숨이 죽을 테고요. 그러니까, 술 한 잔이든 밥 한 그릇이든, 우리는 언제나 바람과 햇볕과 빗물을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흙과 풀을 함께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술 한 잔에서 삶을 느낀다면, 술뿐 아니라 밥 한 그릇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술과 밥이 아니어도 빗방울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흙알갱이 하나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으며,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지내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지구별에서 바람을 노래하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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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
야마자키 마리 글.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93



오붓하게 지내는 사람들

― 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

 야마자키 마리 글·그림

 정은서 옮김

 미우 펴냄, 2013.2.28.



  야마자키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미우,2013)에는 그린이 식구 이야기가 낱낱이 나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룬 한식구 이야기가 흐르고, 여러 나라를 돌며 가난하게 그림을 배우던 무렵 이야기가 흐릅니다. 일본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이야기를 다른 여러 나라에서 느낀 이야기가 흐르고, 일본 사회나 문화하고 다른 사회나 문화를 견주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야마자키 마리 님은 일본에서만 살았다면 이 같은 일을 겪지 못했을 테고, 그림을 그린다거나 만화를 그릴 생각을 못 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일본에서만 살더라도 그림이나 만화는 얼마든지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이때에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만화에 담았겠지요.



- “그거 외국인이 일본에 대해 품는 이미지랑 비슷하네요.” (8쪽)

- ‘결국 이런저런 시댁에 대한 불만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고, 그 증정본이 시댁으로도 배송된 것이었다.’ “우와아, 마리가 우리 가족 이야길 만화로 그랬대!” “그거 근사하네요! 얼른 보여줘요! 마히! 빨리 어떤 내용인지 가르쳐 다오!” (17쪽)





  《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화책인 만큼, 이탈리아에서 살며 겪거나 보거나 느낀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사람으로서 바라보는 눈길’이 아닌, ‘일본사람으로서 바라보는 눈길’입니다. ‘일본에서라면 이러할 텐데’와 같은 눈길입니다.


  이제껏 살거나 겪거나 누리던 모습하고 어긋나거나 달라서 부딪히는 일이 있을 적에, ‘새롭다’고 느낄 수 있고 ‘낯설다’고 느낄 수 있으며 ‘힘들다’거나 ‘갑갑하다’거나 ‘놀랍다’거나 ‘끔찍하다’거나 ‘재미있다’거나 ‘싫다’거나 ‘좋다’고 느낄 수 있어요. 사람마다 느낌이 다 다릅니다.


  야마자키 마리 님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이 모든 느낌이 골고루 있구나 싶고, ‘풍림화산’이라는 말마디를 덧단 책이름처럼, 바람 잘 날이 없고 화산처럼 터지며 눈알이 빙글빙글 돌 만큼 어지럽거나 시끌벅적하다고 할 만합니다.



- ‘이탈리아인의 풍부한 상상력, 그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대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54쪽)

- ‘예전에 사이가 좋지만 싸움이 끊이질 않았던 커플과 한집에 산 적이 있다. 한바탕 싸운 다음 여자 쪽은 반드시 내 방으로 찾아왔다. 그녀가 직행하는 곳은 항상 거울 앞. 그녀는 이 거울로 ‘가련한 내 모습’을 확인하는 중이다.’ (85∼86쪽)




  어떤 사람은 목소리가 큽니다. 어떤 사람은 목소리가 조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바빠맞습니다. 어떤 사람은 느긋합니다. 목소리가 높거나 낮대서 좋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바삐 움직이거나 느긋하게 움직인대서 좋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몸짓이요 삶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은 ‘남다르다’ 싶은 삶을 스스로 겪은 대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과 다른 삶’이 또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빚은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린이가 나고 자란 일본하고 너무도 다른 삶을 늘 겪어야 하면서 생긴 앙금과 응어리와 생채기와 고단함을 ‘만화 그리기’로 풀어 보려고 한 셈이고, 이렇게 ‘속풀이’처럼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씩 자란다고 할 만합니다.



- ‘아들을 낳은 16년 전인 1994년. 그 당시의 일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139쪽)

- ‘일본의 산부인과가 임산부의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비해서, 그곳은 마치 출산에 대한 공포를 부치기기 위해 있는 장소 같았다.’ (147쪽)





  아기를 낳으려는 생각으로 아기를 낳지 않았고, 만화를 그리려는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지 않았으며, 이탈리아사람을 곁님으로 두려는 생각으로 곁님으로 두지 않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삶을 하나하나 받아들입니다. 스스로 지어서 찾아온 삶일 수 있지만, ‘똑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었기에 늘 낯설면서 남다른 이야기가 그린이 삶에 찾아왔구나 싶습니다.


  뒤죽박죽인 삶은 재미있을까요? 스스로 재미있게 여기면 재미있습니다. 시끌벅적한 삶은 즐거울까요? 스스로 즐거웁다고 여기면 즐겁습니다. 왁자지껄한 삶을 쉬잖고 누리면서, 이 왁자지껄한 삶을 그야말로 왁자지껄하게 풀어내는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 님 만화이겠네 하고 느낍니다.



- ‘그때까지 많은 그림을 그려 왔지만, 그림이 돈이 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 유화와 비교하면 만화가 더 돈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만화들은 인기가 많은 책들이 아니었다. 그래도 난 묘하게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안고 만화에 전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158쪽)





  아기를 안고 만화를 그리기는 쉽지 않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아기가 없이 홀가분하게 만화를 그리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할 만합니다.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삶이기에 만화를 그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릴 이야기’가 있어야 만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릴 이야기’가 없으면 만화를 쥐어짜내야겠지요.


  그러니까, 야마자키 마리 님은 스스로 ‘만화로 그릴 이야기’가 넘치는 왁자지껄한 삶을 찾아서, 이녁 스스로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별 여러 나라를 돌고, 이탈리아사람을 곁님과 한식구로 삼았으며, 가난한 유학생이면서 아기를 낳았고, 돈을 벌어 아기를 돌보려고 만화를 그렸습니다.


  서로 오붓하게 지내는 삶을 누리는 길입니다. 만화를 그리든 그림을 그리든, 그저 여느 회사원으로 살든, 우리는 서로 오붓하게 지내려는 마음입니다. ‘이탈리아 이야기’는 거의 없는 《이탈리아 가족 풍림화산》이지만, 서로 아끼고 기대면서 왁자지껄하게 삶을 누리려는 이야기가 흐르기에 찬찬히 읽은 뒤 조용히 덮습니다. 4348.4.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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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9 - 완결
조 아라키 지음, 카이타니 시노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91



포도나무에 깃든 사랑

― 소믈리에 9

 아라키 조 글

 카이타니 시노부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9.1.25.



  달걀을 삶습니다. 우리 집 유리냄비에는 달걀을 일곱 알 삶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네 사람이 있으니 세 사람한테는 두 알씩 돌아가고 한 사람한테는 한 알이 돌아갑니다. 나는 으레 한 알만 먹고, 다른 세 사람이 두 알씩 먹습니다. 때때로 나는 한 알조차 안 먹고 세 사람이 두 알씩 먹은 뒤, 아이들이 반 토막씩 나누어 먹습니다.


  곧잘 달걀을 삶다 보니, 우리 집 네 사람이 가장 맛나게 먹는 달걀을 언제라도 홀가분하게 삶을 수 있습니다. 노란 속살이 가장 보드라우면서 달콤하게 혀끝으로 달라붙도록 삶는 솜씨를 어느새 내 손에 익힙니다.


  그렇다고, 물을 얼마쯤 붓고 불을 몇 분쯤 넣어서 끓여야 한다고 말하지는 못 합니다. 알맞게 물을 부어서 알맞게 불을 넣어 끓이다가 ‘아, 이제 불을 줄여야겠네’ 하고 느낄 무렵 불을 여리게 줄이고는, ‘그래, 이제 불을 꺼야겠네’ 하고 느낄 무렵 불을 끕니다. 이러고는 뚜껑을 닿고,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를 한동안 그대로 둡니다. 아이들은 다른 반찬으로 신나게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밥그릇을 반쯤 비울 무렵 비로소 달걀냄비 뜨거운 물을 개수대에 놓은 ‘설거지 할 그릇’에 붓습니다. 찬물로 두세 차례 헹군 뒤 톡톡 깨면 잘 벗겨지면서 말랑말랑하고 속살이 샛노란 알맹이를 얻습니다.



- “너는 손님의 외모나 직업에 따라 서비시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나? 적어도 그 사람은 신사적으로 행동했고, 다른 손님께 폐를 끼치지도 않았어. 손님이 가게 밖에서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VIP건 가난뱅이건, 우리에게는 관계 없는 일이야.” (23쪽)

- “그러니까 없죠. 고급 와인이라면 오래 보관하기도 하지만, 이런 값싼 와인은 나온 즉시 마시니까, 해가 넘어가기 전에 대부분 매진돼 버리거든요.” (43쪽)





  가만히 돌아보면, 국을 끓이든 반찬을 하든 나물을 무치든, 무게를 달아서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부침개를 하려고 반죽을 할 적에도 밀가루나 물 부피를 잰 적이 없습니다. 딱히 눈어림으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만큼 해서 먹으면 넉넉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꼭 이대로 합니다.


  예전에 가끔 요리책을 들출 적에, 이런저런 것을 무게와 크기와 숫자를 하나하나 헤아려서 하라고 나오는 길잡이말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따져서 밥을 지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빵이나 케익을 구울 적에는 1그램도 어긋나지 않게 잘 맞추어야 한다는데, 여느 밥이나 반찬이나 국을 마련할 적에는 1그램 아닌 10그램이 어긋나거나 벌어져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밥이나 반찬이나 국에서는 ‘맛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맛이 나온다’고 할 만합니다.



- “평범한 와인이란 없습니다. 아무리 싼 와인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특별한 와인이죠. 손님은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손님처럼 진실한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53쪽)

- “으악! 이 바쁜 와중에 사이토 셰프에게 파스타를 삶아 달라고 했어요?” “저 가족에게 오늘 이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67쪽)




  아라키 조 님이 글을 쓰고, 카이타니 시노부 님이 그림을 그린 《소믈리에》(학산문화사,2009) 아홉째 권을 읽습니다. 《소믈리에》는 아홉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포도술 한 모금에서 어머니 사랑을 느낀 젊은이가 길을 잃고 헤맨 끝에 비로소 어머니 사랑내음을 찾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끝을 맺어요.



- “귀한 단골손님을 잃었다, 그것보다도 그 가족의 마지막 만찬을 내 손으로 망쳐 버렸어요.” “어른에게는 그렇겠지.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아니야. 자기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라 메르’에 있었다. 손님의 슬픔이나 괴로움까지 받아 주는 소믈리에게 이 레스토랑에는 있었다. 분명 그 아이는 오늘의 네 서비스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80쪽)

- “그 녀석은 매일매일 셀러의 와인을 못내 사랑스러운 듯 살피고 있었으니까. 사무적으로 와인을 다루는 사람과 그 녀석은, 와인에 대한 애착의 깊이가 다르지.” (99쪽)




  길을 잃은 젊은이가 길을 찾는 곳은 아버지 품입니다. 젊은이를 낳은 어머니는 포도나무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고, 젊은이를 낳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남긴 포도나무를 건사하면서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젊은이는 이곳저곳 돌고 또 돌고 다시 떠돈 끝에 ‘어머니 포도나무’는 바로 젊은이가 어릴 적부터 지낸 곳에 있는 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준 사랑은 늘 내 가슴에서 싱그러이 살아서 움직이는 줄 늦게까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하나씩 실마리를 풀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도 차근차근 찾습니다.



- “이 지방에서는 자기 자식이 장성하면 코르크 스크류를 물려주는 관습이 있지. 나도 레지느에게 이것과 같은 것을 선물했었고, 자네도 레지느에게서 같은 것을 물려받았으니.” (141쪽)

- “되찾읍시다, 그 포도밭을! 이대로 쭈욱 과거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실 겁니까? 그런 마음으로 살면 어머니는 절대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 되찾는 겁니다. 밭도, 과거도!” (180∼181쪽)




  포도술 한 모금에는 포도나무 기운이 고스란히 깃듭니다. 포도나무에는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이 어우러진 기운이 알뜰히 깃듭니다.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에는 또 어떤 기운이 깃들까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가슴으로 길어올리는 사랑이 온누리에 깃듭니다. 아침마다 해님을 맞이하면서 사랑스레 웃습니다. 언제나 바람을 마시면서 사랑스레 노래합니다. 빗물과 냇물과 샘물을 모두 정갈하게 아끼면서 사랑이 솟습니다. 땀흘려 흙을 일구기에 기름진 들에 사랑이 흐릅니다.


  그러니까, 포도술 한 잔에는 온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숨결이 깃듭니다. 값진 포도술이나 값싼 포도술이 따로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랑이 저마다 새롭게 깃들어서 흐르는 포도술입니다.


  밥 한 그릇에도 저마다 다른 사랑이 고이 깃듭니다. 말 한 마디에도 사랑이 깃들고, 이야기 한 자락에도 사랑이 깃들어요. 이 사랑을 헤아리면서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서로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하는 삶을 아름답게 짓습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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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아는 사춘기 박스 세트 - 전8권
기무라 치카 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83



아이들은 짝짓기 놀이에 한창 바쁘다

― 쫑아는 사춘기 1

 키무라 치카·아키모토 야스시 글·그림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4.12.25.



  키무라 치카·아키모토 야스시 님이 빚은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학산문화사,2004) 첫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열두 살 나이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살피면서 지낼는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열두 살 어린이한테는 무엇이 가장 대수로운 삶이 될는지 찬찬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열두 살 나이였을 적에 무엇을 했는지부터 되짚습니다. 나는 열두 살에 그저 놀았습니다. 학교 숙제와 문제집 숙제와 학습지 숙제가 늘 있었지만, 숙제는 곧잘 미루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러나 학교 숙제는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숙제를 빠뜨리면, 학교에서는 어김없이 어마어마하게 때려댔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안 때리거나 덜 때리지만 1980년대 국민학교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안팎에서 ‘매질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뭇매질에서 살아남으려고 학교 숙제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 했고, 문제집이나 학습지 숙제는 설렁설렁 건너뛰곤 했습니다. 학교 숙제만으로도 놀 겨를과 잠잘 틈이 모자라거든요.



- ‘멋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는데. 마음이 따스해지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4∼5쪽)

- “아마 모두들 사립학교에서 전학 온 영웅이가, 혼자만 붕 뜨지 않게 마음을 써 준 걸 거야.” (17쪽)





  내가 사내가 아닌 가시내였어도 마냥 놀았을까 하고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내가 가시내였으면 ‘마음에 드는 사내’를 고르거나 살폈을는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나는 가시내가 아니니 모르겠으나, 내가 가시내였다 하더라도 신나게 뛰노는 데에 더 마음을 기울였으리라 느낍니다. 사내들도 ‘마음에 드는 가시내’를 고르거나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아무튼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놀이’를 하면 다른 모든 일을 잊습니다. 노느라 바쁩니다.


  그러면,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이 만화책에서는 ‘놀이’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옵니다. ‘쇼핑’ 이야기는 더러 나오지만, 이 만화책을 이루는 바탕은 ‘짝짓기’입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골라서 그 아이하고 어떻게 하면 더 가까워질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하는 이야기만 흐릅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하고 가까이 지내는 일이 ‘학교에서 꾀하는 모든 몸짓’입니다.



-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쓰면서 잠들면, 그 사람의 꿈을 꿀 수 있다. 모두 글짓기 덕분이야.’(46쪽)

- “좋아하는 사람을 ‘아빠’라고 썼는데, 쓰다 보니까 아빠 험담을 하고 있는 거 있지. ‘엄마’로 쓸 걸 그랬어. 쫑아 넌 누구를 썼니?” (47쪽)





  짝짓기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짝짓기를 하면서 노는 일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삶을 오직 짝짓기로만 바라보면서 다가가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지도 않으면서 짝짓기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이런 몸짓과 마음으로 몰아붙여도 괜찮을까요?


  만화로 그리거나 다루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나쁘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짝짓기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꿈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고 삶을 밝힐 만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어른이 보는 만화에도 짝짓기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어른이 읽는 소설이나 시에도 짝짓기 이야기가 넘칩니다. 영화도 그렇고 연속극도 그렇지요. 하나하나 따지면,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죄다 짝짓기 놀이라고 할 만합니다.



- ‘나리가 좋아하는 남자 애의 상처를 치료해 줬어요. 나리는 도망치지 않고 옆에서 쭉 지켜봤죠.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도, 다시는 도망치지 말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64쪽)

- ‘어떡하지? 나리한테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짱구한테도 연하장이 왔는데. 어라? 무지하게 기뻐야 하는데, 마음이 아픈 건 왜일까요? 이상하죠?’ (112∼113쪽)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아이’를 어떻게 살필 만할까 궁금합니다. 얼굴이 이쁘장하거나 잘생겨 보이면 마음에 들까요? 그러면 이쁜 얼굴이나 잘생긴 얼굴을 가르는 잣대는 무엇일까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 얼굴이 잣대가 될까요?


  옷을 번듯하게 차려입거나, 시험성적이 잘 나오거나, 운동을 잘한다면,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될까요? 짝을 짓는 잣대란 무엇일는지요?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으려는 기나긴 나날을 그리려 한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도 골고루 짚거나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더군다나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뛰놀면서 웃고 노래하는 삶은 그리지 못하면서, 그저 ‘짝짓기 생각’으로 온 하루가 저무는 이야기로 만화를 그린다면, 이 만화책을 아이들한테 읽힐 뜻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부터 짝짓기 놀이에 한창 바쁩니다. 어른들은 이녁 삶을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나 서로 똑같이 짝짓기 놀이에 바쁩니다. 다른 것은 안 보입니다. 그저 이렇게 달리고 나아가기만 합니다. 4348.3.3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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