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디요 (노출 제본) - 북녘의 일상
임종진 지음 / 아카이브류가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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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6


《“다 똑같디요”》

 임종진

 류가헌

 2018.8.1.



  무엇을 찍어야 아름다울까요? 다 똑같지요. 이 모습을 찍기에 더 아름답거나, 저 모습을 찍기에 안 아름답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만나서 스스럼없이 동무로 지내면 되어요. 어떻게 찍어야 잘 나올까요? 모두 같지요. 이렇게 찍든 저렇게 찍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이 가는 길을 살펴서 찍을 줄 알면 되어요. 《“다 똑같디요”》라는 사진책은 남녘 사진기자 한 사람이 북녘 여러 이웃을 곳곳에서 만난 모습을 담습니다. 남북녘 또는 북남녘이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대목을 들려주려 합니다. 다 똑같이 웃고 운다고, 먹고 입고 잔다고, 사랑하고 아파한다고, 길을 걷고 꿈을 그린다고 하는 이야기를 펴려 합니다. 웃고 어우러지는 삶이란, 남녘도 미국도 북녘도 일본도 캄보디아도 노르웨이도 칠레도 라오스도 똑같아요. 그런데 다 똑같기에 다르기도 합니다. 삶터가 다르고, 살림터가 다릅니다. 다 똑같은 숨결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빛은 이쁘지만, 저마다 다른 삶하고 살림까지 헤아리려면 걸음을 늦추고 ‘웃는 낯’은 그만 쳐다보아도 좋아요. 발바닥이나 손바닥을, 등짐이나 손짐을, 문고리나 돌쩌귀를, 볕자리하고 그늘자리를 가까이 눈여겨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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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thea Lange's Ireland (Paperback)
Denver Museum of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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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5


《Dorothea Lange's Ireland》

 Dorothea Lange

 Gerry Mullins·Daniel Dixon 글

 Elliott & Clark pub

 1996.



  아주 마땅하게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누가 찍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져요. 우리는 저마다 살아온 숨결로 사진을 읽거나 찍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했고, 스스로 무엇을 꿈꾸었으며, 스스로 무엇을 사랑했는가 하는 숨결이 고스란히 사진읽기·사진찍기로 드러납니다. 사진강의로 바뀌지 않습니다. 사진학과를 다녀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삶자국에 맞추어 하나하나 태어날 뿐입니다. 도로시아 랭 님이 1954년에 돌아보고서, 1955년에 《Life》에 선보인 아일랜드 살림살이를 담은 사진책 《Dorothea Lange's Ireland》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아일랜드’가 아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은,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님이 온몸으로 마주한, 아일랜드라는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사진책입니다. 우리는 사진이나 사진책을 읽을 적에 이 대목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이 겉멋에 치우치는지, 겉속이 다른지, 어떤 눈길과 마음으로 어떤 길을 걷는지 하나하나 살펴야 합니다. 사진만 잘 찍는 사람이란 없어요. 사진만 그럴듯하게 찍는 사람도 없어요. 모든 사진에는 사진님 마음이 흐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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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셔터 걸 1
키리키 켄이치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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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4


《도쿄 셔터 걸 1》

 켄이치 키리키 글·그림

 주원일 옮김

 미우, 2015.7.30.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로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떤 눈길일까 하고 문득 생각하다가 그만둡니다. 사진을 찍든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굳이 예전 나이나 삶으로 가야 하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면 됩니다. 예전에 못 찍거나 놓친 모습을 그리워하기보다는 눈앞에서 마주하는 모습을 새롭게 맞이하고 반갑게 끌어안으면서 찍으면 됩니다. 만화로 사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쿄 셔터 걸》은 사진이라고 하는 길이 어제하고 오늘을 모레로 잇는 기쁨이라는 대목을 부드러이 풀어내는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오랜 나날이 켜켜이 묻은 도쿄 골목에 이웃사람이 오랜 삶을 담아내었기에 오늘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줄 느끼는 고등학생 아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옛것에도 새것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오늘 걷는 길에 마주하는 모습 가운데 마음으로 문득 스미는 이야기를 느껴서 사진으로 옮기려 할 뿐입니다. 사진을 처음 배우려고 하는, 즐겁게 찍을 사진을 비로소 배우려는 분이라면 이 만화책이 좋은 길벗이 될 만한데, 첫걸음 하나만 읽어도 됩니다. 두걸음·세걸음은 이야기가 살짝 풀어져서 따분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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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 굴피집
박상균 지음 / 눈빛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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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3


《깊은 골 굴피집》

 박상균

 눈빛

 2018.5.10.



  굴피집을 다룬 사진책으로 《굴피집》(안승일, 산악문화, 1997)이 있습니다. 대단한 사진책인 《굴피집》인데, 아직 한국에서 이 사진책을 뛰어넘을 만한 집살림 사진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책이 나온 지 얼추 스물한 해 만에 《깊은 골 굴피집》이란 사진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른 장만했지요. 그런데 첫 쪽을 펴는 때부터 한숨이 나왔습니다. 굴피집을 굴피집다이 담아내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지만, 흑백사진을 흑백사진으로 다루지도 못했고, 깊은 골에 비로소 지을 수 있는 굴피집이라고 하는 터전이나 보금자리를 눈부시게 바라보는 눈썰미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분이 새로운 눈으로 담아내었으면 예전 사진책하고 맞대면서 이 나라 집살림이나 두멧자락을 새롭게 느끼겠지요. 그러나 1997년 사진책 발끝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사진으로 2018년에 나온 사진책은 아주 할 말을 잃을 만합니다. 이런 그릇인 사진을 실은 책이라면, 안승일 님 《굴피집》을 정갈하게 되살리는 길이 훨씬 나았겠다고 느낍니다. 골목을 찍는다고 해서 모두 골목집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굴피로 지은 집을 찍었대서 모두 굴피집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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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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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2


《決定的瞬間·その後》

 Henri Cartier-Bresson

 朝日新聞社

 1966.10.20.



  하느님을 바깥에서 찾으면 언제나 우리 스스로를 잊습니다. 바깥에서 찾아나서다 보니 자꾸 절집을 뾰족하게 세우거나 커다랗게 올리거나 절집에 돈이고 몸을 바쳐요. ‘껍데기 모시기(우상 숭배)’입니다. 어느덧 줄세우기가 되고, 줄닿기에 따라 스승·제자라는 틀이 섭니다. 다닌 학교에 따라 사진판 위아래가 갈리고, 이런 줄에 닿지 않으면 밀리거나 내치거나 아예 쳐다보지 않지요. 무엇보다 바깥에서 찾는 하느님에 맞추어 세운 뾰족하고 높고 으르렁대는 절집에 모신 껍데기가 펴는 말 한 마디나 몸짓에 따라 사진을 못박아 버리기까지 합니다. 적잖은 이들이 사진길을 가다가, 가려다가 그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라는 껍데기에 걸립니다. 이이는 그저 숱한 사진님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이이 말이나 몸짓에 너무 매여서, 그만 사람들 스스로 ‘내 사진·우리 사진’이 아닌, ‘따라쟁이 사진·못박힌 사진’으로 흘러요. 1966년에 일본에서 나온 《決定的瞬間·その後》으로 엿볼 만하듯 “결정적 순간”이란 이름조차 일본사람이 옮긴 사진말입니다. 한국은 아직 한국답게 사진말도 못 짓습니다. 스스로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그림자일 뿐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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