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탄부 -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
박병문 지음 / 눈빛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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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1


《선탄부,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

 박병문

 눈빛

 2017.5.19.



  하루 내내 아이들 곁에 있다고 해서 아이들 마음을 잘 읽는다거나 아이들 사진을 잘 찍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멀거니 떨어져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을 잊고서 나무 한 그루나 햇볕 한 줄기랑 속삭여 보기도 해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늘 보고 자랐기에 더 속깊이 읽거나 넓게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이웃 눈으로도 보고, 때로는 지구라는 눈이나 다른 별이라는 눈으로도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가 어느 한 가지를 바라보더라도 이 한 가지는 ‘우리 눈길’로만이 아니라 ‘온갖 눈길’로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선탄부,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를 넘기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사진을 찍은 분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곁에서 광부살림을 지켜보았다고 하는데, 오직 이이 눈썰미로만 들려줄 수 있는 광부 이야기하고 빛살이 무엇인지는 사진에 썩 드러나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란 분이 아무리 미나마타병 사진을 오래 많이 찍었어도, 유진 스미스 님이 몇 달 사이에 찍은 사진에 밀립니다. 이른바 ‘소재·주제’에 너무 매이면 왜 이 삶을 찍고 누구하고 나누려는가를 놓치기 쉽습니다. 《선탄부》에 ‘검은돌빛’이 잘 안 드러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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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Klein (Paperback)
Christian Caujolle / Thames & Hudso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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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0


《i grandi fotografi》

 William Klein

 gruppo editoriale fabbri

 1982.



  틀에 박힌 길이 못마땅하다고 여겨서 틀에 매이지 않는 길을 간 사람이 있습니다. 둘레에서 이이를 바라보며 반기기도 하고 안 반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이를 반기는 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틀에 젖어듭니다. 바로 ‘틀에 박히지 않은 길이라고 하는 틀’입니다. 1928년에 태어나 무척 오래 사진을 찍은 윌리엄 클라인 님 사진길을 1982년에 갈무리한 《i grandi fotografi》를 넘기면서 꽤 많구나 싶은 사진이 낯익습니다. 이이가 찍은 사진이 낯익기도 하지만, 이이 사진틀을 따르거나 흉내내거나 좇거나 잇는 사진이 무척 많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님 한 사람은 ‘틀에 박히지 않는 홀가분한 사진’을 바라며 이 길을 갔는데, 이 길도 어느새 ‘또 다른 틀’이 되고 맙니다. 이러다 보니 ‘윌리엄 클라인스럽지 않은’ 사진틀을 일구려고 하는 몸짓도 나타나고, 더 틀을 깨부수려는 몸짓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 ‘틀깨기 사진’을 바라보며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사진기라는 ‘틀(기계)’을 써야 하는 사진인데, 굳이 틀을 깨야 할까요? 낡은 틀이든 새로운 틀이든 스스로 바라거나 꿈꾸거나 사랑하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으면 넉넉할 텐데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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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 신현림 포토 에세이
신현림 글.사진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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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82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신현림

 문학동네

 2004.9.24.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두 팀 중에 한 팀이 끝나, 생계의 위험을 느껴 너무 깊이 고민한 나머지 택시에다 카메라를 잊고, 그만 두고 내렸다. (14쪽)


짧은 저녁 바람 냄새 나는 이 순간, 잊지 않으리라. 몸의 한 부분 마음 한 부분 신경을 쏟으면서 느끼고 간직하려고 애썼다. (37쪽)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신현림, 문학동네, 2004)을 읽으면 이다지도 굽이가 많고 힘들까 싶은 나날을 꾹꾹 눌러적은 이야기가 흐른다. 그런데 그 굽이도 고단한 나날도, 꾹꾹 눌러적으면서 한 올 두 올 실타래가 풀리지 싶다. 엉킨 타래는 엉켰다고 말하면서 옮겨적으니 풀린다. 꼬인 타래는 꼬였구나 느껴서 읊고 노래하면서 풀린다. 밥벌이에 지치든 사진기를 잃든 나쁠 일이 없다. 혼자 딸아이를 돌보든, 딸아이가 어머니만 바라보면서 삶을 배우든 대수롭지 않다. 스스로 홀가분하구나 하고 깨달으면 된다. 더 많이 쥐어야 홀가분하지 않은 줄 배우면 넉넉하다. 뭔가 더 돋보이게 찍어야 하지 않는 줄 알면 되고, 능금알을 찍든, 어린 딸아이가 어른 딸아이로 자라는 길을 틈틈이 사진으로 찍어도 얼마든지 예술이며 문화인 사진이기에 언제나 삶인 줄 살갗으로 느끼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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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셔터 걸 3
켄이치 키리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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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74


《도쿄 셔터 걸 3》

 켄이치 키리키

 주원일 옮김

 미우

 2016.3.30.



“잘난 척 말해 놓고 결국 아무 힘도 못 되어서 미안해.” “아니야. 하루나의 사진은 좋았는걸.” “응, 조화도 나쁘지 않았어. 심사위원 취향이랑 안 맞았을 뿐이야.” (109쪽)



《도쿄 셔터 걸 3》(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6)을 읽는다. 사진을 좋아하는 도쿄 푸름이가 걸은 발자국은 세걸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처음에는 도쿄 골목을, 다음에는 사진모임 동무를, 이윽고 일본 곳곳에서 사진을 즐기는 여러 또래를, 차근차근 눈길하고 마음길을 넓히면서 사진을 헤아리도록 이끄는 만화책이다. 다만 이 만화책은 첫걸음 두걸음 세걸음 모두 그림결이 매우 떨어진다. 줄거리에 맞추어 그림을 그려내려고 몹시 애쓴 자국을 느끼면서도, 좀 서둘렀구나 싶더라. 더 느긋하게 바라보고, 더 차분하게 생각한다면, 더 나은 만화와 사진 이야기가 되었겠지. 바삐 단추를 누른대서 사진이 태어나지 않는다. 더 오래 본대서 더 나은 사진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한 가지는 있다. 얼마나 따사롭고 넉넉한 품으로 마주하느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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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Little Bears (Library)
Ylla / HarperCollins / 195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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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28


《Two little Bears》

 Ylla 사진

 Paulette Falconnet 글

 Hamish Hamilton

 1954.



  우리가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진을 ‘그 사진이 태어난 그해 그때’에 볼 수는 없습니다. 웬만한 사진은 한참 나중에 보기 마련이요, 전시터에 아예 가지 못한 채 사진책으로 만나기도 합니다. 2000년대를 살면서 1800년대나 1900년대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 길이 없기도 해요. 사진책으로만 놓고 보아도 1954년에 나온 사진책을 그때 그 판짜임으로 손에 쥐면서 사진결을 느끼기는 어려울 만합니다. 《Two little Bears》라는 사진책을 여러 권 건사했습니다. 처음에는 겉그림이 떨어져 나간 해묵은 사진책을 선물받아서 이런 살뜰한 사진책이 있었구나 하고 놀랐어요. 다음에는 한글판으로 나온 사진책 두 가지를 만났지요. 이러면서 왜 사진책이 한국에서 나오면 종이뿐 아니라 사진결이 뭉개지는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이러다가 아마존이라는 곳을 알고는 그곳에서 1954년판 사진책을 몇 만 원쯤 치러서 어렵지 않게 새로 장만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만 본다면 어느 도서관도 이 사진책을 안 건사하지만 몇 만 원을 들이면 긴 나날을 가로질러 장만할 수 있고, 사진님 한 분이 길어올린 고운 숨결을 두고두고 새롭게 함께 마실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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