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110


《따봉 개구쟁이 4》

 청림·정광식 엮음

 도서출판 동림

 1990.9.25.



  훔쳐서라도 책을 내면, 이 나라에 이바지할까요? 제값을 안 치르고서 슬쩍 베끼거나 훔쳐서 내는 책으로 돈을 벌면, 우리 살림에 이바지할까요? 《따봉 개구쟁이》는 ‘도라에몽’을 훔친 판입니다. ‘도라에몽 훔침책’은 여러 판이 나왔습니다. 어린배움터 곁 글붓집(문방구)에서 값싸게 불티나게 팔렸어요. 그림님 ‘후지코 후지오’ 님은 이녁 그림꽃을 여러 나라에서 훔침책으로 내는 줄 익히 알았다는데, ‘그림삯(저작권)을 바라지 않을 테니, 이웃나라 어린이가 제대로 나오는 그림꽃을 볼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는 ‘도라에몽’을 마음껏 펴낼 뿐 아니라 제대로 읽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나온 여러 살림살이랑 책을 훔쳤어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짓밟은 탓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책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나라 책을 몰래 낸 우리나라예요. ‘열화당 사진문고’는 ‘프랑스 포켓 포쉐’를 훔친 판입니다. 예전 어린이는 《따봉 개구쟁이》를 비롯한 훔침책(해적판)을 보고 자라며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눈먼 속임짓을 꾀한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았을까요? 이 나라 어른은 아이들한테 어떤 생각씨·살림씨·사랑씨를 심을 마음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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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1.16.

숨은책 808


《J 이야기》

 신경숙 글

 마음산책

 2002.8.5.



  새책으로는 안 사되, 헌책으로는 사 놓는 책이 있습니다. ‘읽을 값어치’가 없기에 새책으로 안 사지만, ‘건사해서 남길 대목’이 있기에 굳이 품을 더 들여서 헌책으로 삽니다. 훔침쟁이(표절작가) 신경숙 씨가 쓴 《J 이야기》를 헌책으로 장만했습니다. 훔침쟁이 신경숙 씨는 책날개에 “《풍금이 있던 자리》를 독자들이 많이 읽어준 덕분에 시간과 작업실을 갖게 되어 1993년 이후로는 작품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같은 글을 적더군요. 그런데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글이름은, 엄승화 님이 1987년에 선보인 《온다는 사람》이라는 책에 나오는 ‘풍금을 놓아 두었던 그자리’를 그대로 따왔다지요. 훔침글꾼은 2015년 뒤로 짐짓 책을 안 내놓는 척하다가 2021년 3월부터 슬그머니 책을 내놓습니다. ‘창비’는 버젓이 책을 팔고, 훔침글꾼은 여러 책집을 돌며 책수다(문학강연)를 합니다. 2023년 1월, 장강명 님은 ‘창비’가 훔침글꾼을 감쌀 뿐 아니라 ‘신경숙은 표절이 아니다’ 하고 앞세운다는 뒷얘기를 알립니다. ‘창비’가 지난날 어떤 책을 내놓으며 무슨 일을 했든, 오늘날 걷는 길은 오직 ‘막질(문단권력)’입니다. 사람들이 ‘창비·신경숙 팬클럽’이 되니 거리낌없이 나댑니다. 우리한테는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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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이없다 #문단민낯

#반성없이숨긴들사라지지않는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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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1.16.

숨은책 807


《함께 걸어가는 사람》

 고은 글

 신현림 엮음

 사과꽃

 2017.12.19.



  사람은 사람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뿐입니다. 우리말 ‘사람·사랑·살다·살림’에다가 ‘사이·새·생각·새삼·샛별·새벽’은 말밑이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몸을 입고도 사랑이라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사슬을 뒤집어쓰고 이웃한테 사슬을 채우는 이들이 있어요. 이들은 겉으로는 옳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한 척 허울을 쓰지만, ‘허울을 쓴 민낯’은 머잖아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허울이 확 드러나 허물이 되고 나서야 알아본다면, 우리 스스로 눈을 감은 채 살아왔다는 뜻입니다. 허물로 드러난 허울을 보고도 등을 돌리거나 입을 다문다면, 우리 스스로 앞으로도 눈을 감으려는 몸짓입니다. 신현림 씨는 고은 씨 글자락을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란 이름으로 2017년 12월에 내놓고서, 2018년 1월 15일에 조용히 걷어들입니다. 2017년에 “한국현대시사에서 무수한 시집과 서적들만으로도 거장의 풍모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해적이)”고 추킨 글은 있고, 막상 허물꾼 글자락을 책으로 여민 손길을 뉘우치는 글은 없습니다. 고은을 비롯한 사납쟁이는 이 나라 글밭에서 우러르고 책을 내주니 창피한 줄을 모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805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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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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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숲노래 어제책 2023.1.12.

숨은책 800


《정원사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15.첫/2015.3.25.3벌



  1948년에 나왔다는 조그마한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이 있다는 얘기를 이 그림책이 나온 지 얼추 일흔 해쯤 지나서야 들었습니다. ‘곰아이(테비 베어 인형)’로 그림책을 여민 두 사람은 1979년부터 틈틈이 뒷이야기를 그렸고, 한글판으로는 《제빵사 곰》, 《정원사 곰》, 《우체부 곰》 세 가지가 2002년에 나왔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장만하려고 알아볼 즈음에는 이미 판이 끊겼더군요. 몇 해 동안 도무지 찾을 길이 없더니, 한글판 《정원사 곰》하고 《우체부 곰》을 2022년 겨울에 드디어 찾았습니다. 1948년부터 1992년까지 일곱 갈래 일꾼 이야기를 담아낸 작은 삶길은, 어린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길에 해볼 만한 아름다운 손빛으로 여길 만합니다. 하나같이 몸을 쓰면서 하루하루 똑같이 움직이는 듯한 얼거리이지만, 불을 지피고 빵을 굽고 글월을 나르고 풀꽃나무를 돌보고 논밭·꽃밭을 가꾸고 배를 젓고 불을 끄는 일감은, 작고 수수하면서 조용히 빛나는 살림자리라고 느껴요. 우리나라 어른들은 1948년부터 1992년 사이에 이 땅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꾼’ 앞길을 들려주거나 보여주었을까요? ‘3차·4차 산업’이 아닌 ‘스스로 즐겁게 오늘 하루를 짓는 살림빛’을 속삭이는 어진 어른은 어디 있을까요?


ㅅㄴㄹ


#TeddyBearGarden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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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숲노래 만화책 2023.1.5.

숨은책 76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

 미야자키 하야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11.25.



  곧잘 지난일을 떠올립니다. 푸른배움터를 여섯 해 다닐 적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캄캄길을 걸었고, 인천하고 서울을 전철로 오갈 적에는 집에서 떠나는 첫 버스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날마다 사람물결이 가득한 인천·서울길이나 수원·서울길이나 의정부·서울길은 그야말로 불수레(지옥철)예요. 그때 그 불구덩이를 견딘 힘은 오직 책 한 자락입니다. 밀리고 밟히고 눌리면서도 한 손에 책을 쥐는데, 아직 바람이(에어컨)가 없던 낡은 칸마다 미닫이를 열면 문득 나비가 팔랑거리며 들어와서 사람바다 위로 가볍게 날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더군요. 멍하니 보았어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일터·배움터를 두고 오가는 얼거리는 ‘얼른 서울에 들어가’거나 ‘얼른 부릉이(자가용)를 몰아야’ 한다고 일깨우는 셈일까요? 또는 서울굴레를 벗어나 조용히 시골로 옮기며 흙을 밟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를 처음 읽던 2000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책을 팔며 일했고(출판사 영업부), 일을 마치면 서울 곳곳 헌책집에 들러 철마다 다른 바람과 책빛을 쐬었습니다. 숲이 있기에 종이를 얻어 책을 짓는데, 숲이 있어서 서울은 먹고살며 굴러갈 수 있는데, 우리는 숲길을 잊은 채 아직도 총칼(전쟁무기)을 쥐는 수렁입니다.


ㅅㄴㄹ

#NausicaaOfTheValleyOfWind #風の谷のナウシ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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