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바라보다 -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지음, 황근하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정갈한 시골숲이 키우는 사랑
[시골사람 책읽기 001] 엘린 켈지, 《거인을 바라보다》(양철북,2011)

 


  시골마을에 가을이 흐드러집니다. 시골사람은 가을이 되어 가을을 삶으로 읽습니다. 도시에서는 가을이 어떻게 찾아올까요. 이른바 ‘백화점 가을 에누리 광고 걸개천’으로 가을이 찾아올까요. 텔레비전 날씨 방송에서 ‘이제 가을입니다’ 하는 말을 읊어야 가을이 찾아올까요.


  어느 도시를 가나 가을이 되어도 무엇이 얼마나 가을다운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넘치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길가에 심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떨구고, 청소 일꾼이 힘겹게 은행잎을 모아 푸대에 담는 모습으로 가을이 찾아올까요.


  가을은 무엇보다 시원스러운 바람입니다. 새벽과 밤에는 좀 스산하달 수 있으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산들산들 살랑살랑 고운 바람이 붑니다. 가을바람에는 무르익는 곡식 내음이 물씬 뱁니다. 마을마다 나락을 베어 길가에 널고는 햇볕으로 말릴 적에는 그야말로 온 고을이 나락내음으로 물듭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나락내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햇살은 따사롭습니다. 어느 풀밭에 드러누워도 솔솔 잠이 잘 오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가을이 되면 잎이 지고 꽃도 시든다지만, 가을이 되어 피는 꽃이 있습니다. 가을에 노랗게 피어 숲과 논둑을 밝히는 꽃이 흐드러지고, 나무마다 발그스름한 감알이 꽃송이처럼 여물고, 노르스름한 유자가 꽃덩이처럼 알찹니다.


.. 캘리포니아 만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고래 종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지만, 그것이 단지 먹이 때문만은 아니다. 고래들이 이곳으로 돌아오는, 혹은 긴수염고래의 경우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용하다’는 것이다 ..  (63쪽)


  전라남도 아랫녘이라 할 고흥은 가을로 물듭니다. 군청과 포스코에서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고흥 시골마을에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여 목돈을 만지려고 했지만, 시골마을 사람들은 아름다운 시골흙에서 정갈한 먹을거리를 얻고, 어여쁜 시골바다에서 깨끗한 먹을거리를 누립니다. 돈 몇 푼 때문에 ‘도시 한복판에는 들이지 않는 위험·위해시설’을 시골 한복판에 들여놓을 까닭이 없습니다. 발전소도 고속도로도 공장도 골프장도 없는 고흥은 한국땅에 몇 안 되는 푸르게 빛나는 예쁜 시골마을입니다. 천 억 아닌 천 조를 주더라도 맑은 바람과 밝은 햇살과 고운 물을 즐길 수 없어요.


  바다에서 살아가는 젖먹이짐승 고래는 ‘첫째, 먹이가 넉넉한 곳’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먹이가 넉넉하더라도 시끄러우면 살아가지 못해요. 고래는 군함이나 고기잡이배에서 쏘는 저주파 소음 때문에 귀청이 찢어져서 죽기까지 해요. 고흥 나로섬에는 우주기지가 있는데, 우주기지에서 로켓을 쏘면 어마어마하게 큰 진동이 생겨 여러 날 바닷물고기가 송두리째 사라져요. 고래가 고흥 앞바다까지 찾아오는지 안 찾아오는지, 바닷속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으니 모를 노릇이지만, 나로섬에서 로켓을 쏘면 숱한 바닷물고기와 함께 고래는 이곳으로 올 생각을 안 할 테지요.


  생각해 보면, 고흥 앞바다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에요. 들판은 누렇게 익고, 하늘은 파랗게 빛나며, 한겨울에도 씩씩하게 잎사귀 틔우는 동백나무랑 후박나무는 푸르게 빛나면서, 맑은 바닷물은 파랗디파랗습니다.


  곧, 이 시골마을은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합니다. 한국땅은 대륙과 붙은 반도라 하는데, 고흥은 한국땅에서도 반도입니다. 고흥사람 아니면 고흥으로 들어올 일이 없고, 고흥사람 스스로 자동차 몰아 여기저기 돌아다닐 일이 드뭅니다.


.. 고래들은 내가 발견한 바로는 지극히 헌신적인 어미다. 그들은그래야만 한다. 그 넓은 바닷속에는 새끼를 쉬게 하거나 먹일만한 안전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고래는 보통 24년 7개월 정도 어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떤 종은 어미 역할이 평생을 가기도 한다 ..  (14쪽)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흔 살 나이에 ‘젊은이’ 소리를 듣습니다. 여든 살 나이에 씩씩하게 들일을 합니다. 아흔 살 나이에도 꿋꿋하게 바닷일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도시로 나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공장 일꾼 노릇 하는 아이들한테 ‘깨끗한 시골 먹을거리’를 보내 줍니다. 가만히 보면, 사람이라 하는 목숨은 ‘늙어서 죽는 날’까지, 또는 ‘늙고 늙어’도 새끼(아이)를 돌보는구나 싶어요.


  그렇겠지요. ‘자식 부양 의무’가 아닌,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품고 돌보니까요. 아름다운 시골에서 살아가며 아름다운 사랑을 날마다 숲에서 읽고 숲에서 느끼며 숲에서 새롭게 쓰니까요. (4345.11.10.흙.ㅎㄲㅅㄱ)

 


― 거인을 바라보다,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글,황근하 옮김,양철북 펴냄,2011.4.29./13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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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골에서 식구들과 다 함께 살림을 꾸린 지 이태가 된다.

이태째를 맞아

새 글을 하나 '시골 인터넷신문'에 쓰기로 한다.

 

하룻밤 꿈꾸며 생각을 가다듬어 나온

새글 이름은

"시골사람 책읽기".

 

시골사람이 읽을 만한 책을 골라

짤막하게 느낌글로 써 보자고 다짐한다.

 

http://www.ghnews.net/

 

이곳에 이 글을 쓰려 하는데

다음주부터 올라올 수 있을까.

뭐, 시골 인터넷신문에 글을 띄우더라도

알라딘서재에도

글은 함께 걸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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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찍은 글

 


  글공책을 잃어버리면서 글공책에만 적은 싯말 스무 꼭지 남짓 잃어버렸다. 이밖에 잃어버린 글이 꽤 많다. 잃어버린 뒤 마음을 다스리면서, 종이에 적은 글은 사라지지만, 내 마음속에 아로새긴 글은 언제까지나 함께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글공책 잃어버리며 함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던 싯말 하나를 사진에서 찾는다. 부산마실을 하면서 찾아간 책쉼터지기한테 싯말 하나를 고운 종이 하나에 곱게 옮겨적어 드렸는데, 마침 이 싯말을 사진으로 한 장 찍었구나. 싯말 받은 책쉼터지기가 책쉼터 한쪽 기둥에 싯말을 붙여 주었기에 이 모습이 새삼스레 어여쁘구나 싶어 사진으로 찍었는데, 이렇게 찍은 사진이 있어, 부산마실을 하면서 느낀 ‘골목꽃’ 느낌을 하나하나 새롭게 되새겨 본다.


  내 글이 씨앗 한 알처럼 온누리에 사뿐사뿐 내려앉아 사랑이라는 열매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내 글이 알찬 씨앗 한 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생각과 꿈을 예쁘게 돌보자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아낄 때에 내 가슴속에서 샘솟듯 터져나오는 글이 아름답게 빛나리라 느낀다. (4345.11.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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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님의 "진보의 안티공지영, 어떻게 봐야 할까?"

 

이제 댓글 달 일은 없을 듯합니다.

 

취향이 본질보다 앞선다고

마태우스 님 스스로 밝히시니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스스로 취향을 존중한다고 말하려면,

'사람들 삶에서 본질이 되는 대목'도 존중해야 할 텐데,

이웃(본질)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을까 저로서는 조금도 모르겠습니다.

 

쌍용 노동자한테 4억을 기부한 유명작가가

쌍용 노동자와 함께 여러 해를 싸우고 40만 원을 기부한 '무명(?)작가'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하고

마태우스 님 이야기는 한줄기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비유입니다)

 

무명작가가 '쌍용 현장을 스스로 떠나는' 게 아니라,

'유명작가가 쌍용에 큰돈을 기부하고 나서는

유명작가와 무명작가가 한 곳에 함께 있는 일을

유명작가 측근과 돈을 받은 단체에서 거북하게 여겨'서

무명작가는 이제 그 '현장에 더는 머물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본질입니다.

 

마태우스 님 취향을 아무리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본질하고 어긋난 말을 자꾸 이러한 글에 퍼뜨린다면

스스로를 갉아먹거나 무너뜨리는 셈이 될 뿐입니다.

 

해고노동자한테는 '돈'만 주면 도와주는 일이 될까요.

 

그럼, 부디 평화롭게 살아가며 글을 쓰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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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어 - 물고기가 사는 곳에 사람이 삽니다
김수우 지음 / 심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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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으로 읽는 책
 [책읽기 삶읽기 117] 김수우·윤석정, 《百年魚》(심지,2009)

 


  부산 중구 동광동4가 5-2번지 2층에 〈백년어서원〉이라 하는 책쉼터가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작은 방(http://cafe.daum.net/100fish)이 있어요. 서울 못지않게 커다란 도시인 부산에는 사람도 많고 집도 많고 자동차도 많습니다. 어디를 가도 북적거리고, 어디를 가도 밤하늘 하얀 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큰길에 서면 자동차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골목에 서도 싱싱 달리는 자동차가 많아 아슬아슬합니다. 나뭇잎을 간질이는 바람결을 느끼면서 햇살을 누릴 만한 땅뙈기가 매우 모자라요. 풀잎을 춤추게 하는 바람무늬를 바라보면서 햇볕을 쬘 만한 터가 아주 작아요.


  책쉼터 〈백년어서원〉은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마음을 쉬고 몸을 달래면서 스스로 삶을 북돋우도록 돕는 자그마한 둥지 구실을 하지 싶어요. 이곳을 지키는 김수우 시인은 윤석정 님이 나무에 새긴 ‘나무물고기’마다 한 가지씩 이야기를 달아 《百年魚》(심지,2009)라 하는 책을 내놓았어요. 이 책은 여느 책방에서는 구경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책방에서도 품절이라고만 뜰 뿐, 장만하기 퍽 힘들어요. 그러나, 즐거이 다리품을 팔아 〈백년어서원〉에 찾아가면 이 책을 기쁘게 만나 읽을 수 있어요.


.. 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배경입니다. 가장 아득하고 가장 가깝습니다. 누구에게나 높이이면서도 깊이이고 동시에 넓이로 열립니다 … 참 지혜는 삶은 공평하다는 것을 믿는 마음이 아닌지 … 진실한 사람에겐 어떤 형태의 삶이라도 제값을 지니고 반짝입니다 ..  (13, 23쪽)


  〈백년어서원〉에서는 따순 차를 마실 수 있고, 책꽂이에 가득한 여러 책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책이야 도서관에도 있고 새책방에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곳곳에 북카페가 많이 생겨서, 북카페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러나 〈백년어서원〉이 갖춘 책은 다른 북카페하고 사뭇 다릅니다. 제법 큰 출판사에서 차리는 북카페하고도 퍽 다릅니다. 하나하나 알뜰히 사서 읽으며 그러모은 책들이 있는 〈백년어서원〉이기에, 이 책들을 건사한 사람 눈길을 함께 읽을 수 있어요. 시를 쓰는 김수우 님이라서 시집을 꽤 널리 살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김수우 님이라서 사진 담긴 책을 여러모로 쏠쏠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숨가쁜 도시에서 숨을 돌리도록 이끌고, 앞만 보느라 바쁜 도시에서 옆을 보도록 돕습니다.


  더없이 마땅한데, 밭에서 김을 맬 적에 앞만 보며 김을 맬 수 없어요. 앞 뒤 옆을 골고루 살피며 알뜰히 김을 매야 합니다. 한쪽만 바라보면서는 흙일을 하지 못해요. 이곳저곳 골고루 돌아보는 눈썰미와 손길이 되어야 흙을 만질 수 있어요.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 이들도 이와 매한가지예요. 멧골에서 나무나 풀을 만지는 이들도 이와 같아요.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셔요. 내 눈길 테두리에서만 별을 바라보지 않아요. 고개를 빙 돌리면서 온 하늘을 두루 살피며 별을 바라봐요. 한낮에 하늘을 올려다보셔요. 나는 내 눈으로 바라보이는 곳만 바라보지 않아요. 고개를 빙 돌리면서 온 하늘 구름을 보고, 저 먼 끝자락 파란빛까지 즐겁게 바라봐요.


.. 선행은 자연을 따르는 까닭에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음입니다. 그러나 선한 인연을 열매를 맺기 마련 … 주는 자는 늘 넉넉하고 제 것을 챙기는 자는 늘 모자라기 마련 .. (49, 57쪽)


  오늘날은 새책방도 헌책방도 인터넷에 목록 띄운 가게가 많아, 집이나 일터에서도 손쉽게 책을 살 수 있어요. 머잖아 도서관에서도 인터넷으로 ‘빌릴 책’을 신청해서 집에서 받도록 할는지 몰라요. 아니, 종이책을 몽땅 전자책으로 바꿔서 집에서 셈틀을 켜면 느긋하게 화면으로 책을 읽도록 할는지 몰라요.


  그런데 말예요, 사람들이 집이나 일터에서 셈틀을 켜며 ‘살피거나 찾는’ 눈길이랑 손길로 어떤 책을 살피거나 찾을 수 있을까요. 목록에 30만 권이나 50만 권이나 100만 권이 올랐다고 하는 인터넷책방에서 1만 권이나 10만 권쯤 목록을 죽 훑을 수 있나요. 다문 1000권이라도 훑고 나서 책을 사는가요.


  몸을 움직이고 다리품을 팔아 책방으로 나들이를 가면, 그야말로 수많은 책을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살피거나 찾을 수 있어요. 목록만 뒤져서는 만날 수 없는 책을 골고루 만나면서 내 마음을 북돋아요. 목록으로 볼 때에는 알기 어렵던 책을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줄거리를 훑을 수 있어요.


  값을 치러 책을 삽니다. 책방에 서서 넋이 사로잡히도록 읽은 책을 삽니다. 안 읽은 책을 살 수 없습니다. 책방에 나들이를 가서 ‘읽은’ 책을 사고, 읽은 책을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금 읽으며, 집에 닿아 새롭게 읽습니다.


  한 번 읽고 덮은 뒤 다시는 안 들출 책이라면 살 까닭이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열 번 백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라야 살 까닭이 있습니다. 두고두고 읽을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곱게 물려주고픈 마음이 드는 책이라야 살 만합니다. 나무를 베어 얻은 종이로 책을 짓는 까닭은 ‘더 많이 팔아치워 더 많이 돈을 벌자’는 뜻이 아니에요. 오래도록 알차게 건사해서 뒷사람한테 슬기롭게 물려주자는 뜻입니다.


.. 천천히 가면 얼마나 무수한 것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요 … 이름이 우리의 본질은 아니지만 이름을 통해 만나므로 내 이름도 당신 이름도 꽃잎보다 눈부십니다. 이름을 불러 관계하니, 이름은 곧 마음입니다 ..  (93, 171쪽)


  이야기책 《百年魚》를 읽습니다. 백 가지 나무물고기는 저마다 어떤 빛과 꿈과 사랑을 담았는가 곰곰이 생각합니다. 물고기 모양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는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품에 안았는가 생각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맑은 숨을 들이마시며 목숨을 잇는 나는 날마다 어떤 생각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생각합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요. 나는 나한테 어떤 이름을 스스로 붙여 주었나요. 나도 내 어버이처럼 어버이가 된 뒤,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나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버이가 되어 어떤 아이들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 줄 만할까요.


.. 나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인 것을 ..  (213쪽)


  누구나 하늘이요 누구나 땅입니다. 누구나 바다요 누구나 냇물입니다. 누구나 꽃이며 누구나 숲입니다.


  마음을 열면 스스로 하늘이 되고 숲이 됩니다. 마음을 펼치면 누구나 서로를 넉넉히 끌어안는 바다가 되고 냇물이 됩니다. 시원한 바람이 됩니다. 해맑은 잎사귀가 됩니다. 어여쁜 노래 들려주는 풀벌레와 멧새가 됩니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슬기로운 마음을 아리따운 생각으로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두 다리로 이 땅을 씩씩하게 밟을 수 있기를 빌어요. 두 손으로 이웃과 동무하고 살가이 어깨를 겯고 걸을 수 있기를 빌어요. (4345.11.10.흙.ㅎㄲㅅㄱ)

 


― 百年魚 (김수우 글,윤석정 깎음,심지 펴냄,2009.3.31./11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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