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혼자 신 신기

 


  어린 산들보라가 혼자 신을 신겠다며 용을 쓴다. 뒷굽을 넣어야 하는 신은 혼자 못 신지만, 뒷굽을 안 넣어도 되는 신은 혼자 신는다. 게다가 뒷굽을 넣어야 한달지라도 제 발보다 큰 누나 신이랑 아버지 신이랑 어머니 신은 질질 끌면서라도 혼자 신고는 마당을 걸어다닌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신을 물어다 저기다 놓았나, 이 아이들이 신놀이를 하다 저리 던져 놓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산들보라가 혼자 신을 꿰고는 마당을 이리저리 슥슥 걸어다니다가 벗어 놓은 모양이다. 다섯 살 누나는 제 이쁜 신을 두 살 동생이 함부로 신는다며 싫어하지만, 곧잘 “내가 신겨 줄게” 하면서 동생한테 제 신을 신겨 주기도 한다.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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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16 20:02   좋아요 0 | URL
우리 큰애는 처음에 신발을 사서 신겼더니 막 울었어요. 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섭다면서요. 아마 처음 신겨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한동안 양말을 신은 채 땅에서 걸어야 했어요.
걸음마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바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생각입니다.

산들보라는 누나가 있어서 신이 무섭다고 하지 않았겠지요? 이미 누나를 통해서
많이 봤을 테니까요. 형제가 있다는 게 여러 모로 참 좋은 것 같아요. ^^

숲노래 2012-11-16 21:06   좋아요 0 | URL
어떤 만화영화라든지 무언가를 보았기에 그러지는 않았을까요?
그래도 아이들은 맨발로 다닐 때가 가장 즐겁고
발도 홀가분해서 좋은가 봐요.
처음 신을 꿰면 발이 갑갑해서 힘들 테니까
싫어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저도 신이 갑갑해서 고무신만 맨발로 꿰고 다니거든요 ^^;;;
 

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6. 셈대에 놓은 책덩이와 - 헌책방 영록서점 2012.11.02.104

 


  헌책방을 처음 다니는 사람이든 오래 다닌 사람이든 ‘책을 보는’ 사람이 있고, ‘책꽂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며, ‘헌책방 가게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헌책방 일꾼을 보는’ 사람이랑, ‘헌책방 둘레 마을을 보는’ 사람도 있어요.


  나는 사진을 찍기 때문에 늘 모든 모습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나는 사진을 찍으니까 어느 모습을 보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자랑하거나 내세울 만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창피하거나 안쓰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추켜세울 사진도 아니며, 깎아내릴 사진도 아니에요. 책으로 살아가는 숨결이 어떠한가를 돌아보는 사진입니다.


  적잖은 헌책방은 혼자 사장이 되고 직원이 되며 청소부가 됩니다. 혼자 가게일을 보고 전화를 받으며 책을 사러 다니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혼자 밥을 차린다든지 혼자 책을 손질하고 갈래를 나누며 상자에 담아 택배를 보내기도 해요.


  나는 2012년에 서른여덟 나이입니다. 지난 스물한 해에 걸쳐 헌책방을 다니는 동안, ‘헌책방 책살림’이나 ‘아이 어버이 집살림’이나 얼추 비슷한 대목이 많을 수 있다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야말로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다 보면 눈코 뜰 사이 없구나 싶지만, 어느새 모든 일을 혼자서 거뜬히 다 하며 하루를 열고 닫는 내 모습을 느낍니다. 나한테 언제 이런 재주와 힘이 있었을까 놀랍고, 내가 이런저런 집일을 제대로 배운 적 없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집일을 내 나름대로 알뜰히 하는구나 싶어 놀랍니다.


  헌책방 일꾼이라서 처음부터 ‘헌책방을 어떻게 꾸려야 즐겁다’ 하는 대목을 배운 적은 없으리라 느낍니다. 모두들 몸으로 부딪히고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깨닫고 느끼며 받아들였겠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피듯, 헌책방 일꾼은 당신이 건사하는 모든 책들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하나하나 갖추고 보듬으리라 느껴요.


  헌책방 깃든 건물이 허름하면 어때요? 아이들 돌보는 어버이가 좀 가난한 시골집에서 살면 어때요? 헌책방 불빛이 좀 어두우면 어때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가 늘 똑같은 옷을 입으면 어때요? 사랑으로 책을 어루만지면 즐겁습니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마주하면 기쁩니다. 책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아이들이 어여삐 웃음꽃 터뜨립니다. 책덩이 놓인 셈대가 어떤 무늬요 빛깔인가는, 저마다 마음밭이 어떤 무늬요 빛깔인가에 따라 다르게 보이리라 생각해요.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 하나 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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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만화책 느낌글은 한 권씩 따로 쓰지만, 시골 누리신문 <고흥뉴스>에 책소개를 하려고 4~6권에서 한 대목씩 뽑아서 새롭게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

 

이 땅은 ‘대통령 것’도 ‘군수 것’도 아니다
[시골사람 책읽기 003]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1∼7)》(길찾기,2012)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대통령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이곳 고흥 땅은 ‘군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것’도 아니요, ‘재벌 우두머리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우리 것’도 아닙니다. 땅은 ‘아무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땅은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숲속에서 새들이 살아갑니다. 크고작은 짐승이 살아갑니다. 범이나 늑대나 여우나 이리는 모두 씨가 말랐다고 하며, 곰도 살아갈 만한 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숲속에 토끼가 살든 노루가 살든 고라니나 삵이 살든, 숲은 토끼 것도 노루 것도 고라니 것도 아니에요. 어느 누구 것도 아닌 숲이요,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짐승으로서는 이녁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일 뿐입니다.


  숲에서는 나무가 살아갑니다. 꽃도 풀도 살아갑니다. 돌멩이도 살고 벌레도 삽니다. 숲에서 흐르는 냇물에는 물고기도 살아갑니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예쁘게 누리며 삽니다. 또한, 사람도 숲에 나란히 깃들며 사람답게 보금자리를 곱게 일구어요.


  사람만 살겠다며 숲을 밀면, 사람을 뺀 다른 짐승은 그예 죽어야 합니다. 사람이 돈을 꾀하며 숲을 밀어 공장을 세우거나 고속도로를 놓거나 발전소를 짓는다면, 사람을 뺀 풀과 꽃과 나무는 몽땅 죽어야 합니다.


  사람만 남고 다른 짐승이 사라진다면, 사람만 있고 다른 푸나무가 없어진다면, 이러한 데는 사람 스스로 얼마나 살아갈 만할까 궁금합니다. 짐승은 소우리나 돼지우리나 닭우리에서 고기짐승으로만 키우면 될까 궁금합니다. 푸나무는 농장이나 과수원이나 비닐집에서 ‘먹는 풀과 열매’로만 심으면 될까 궁금합니다.


.. 불도저로 파헤쳐진 논밭과 삼림은 이미 공단이 매수한 땅이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집과 논밭, 그리고 우리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거칠게 파헤쳐진 붉은 땅을 보면, 우리의 땅이 투영되어 보였다. 우리들이 엄연히 여기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서 산리즈카는 이미 ‘공항 용지’일 뿐이었다 ..  (4권 162쪽)


  학교라는 곳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을 골고루 아끼고 사랑하며 가르쳐야 합니다. 어느 한 아이를 남달리 아낀다든지, 어느 한 아이한테는 등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을 모아 특별반을 마련하는 일이란,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한테조차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시험공부를 하는 데가 아니거든요. 삶을 배우고 삶을 가르치며 삶을 누리도록 이끌거나 돕는 데가 학교예요.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스스로 학교 구실을 잃어요.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만 바라보고, 중·고등학교는 대학교만 바라봐요.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니며 그저 대학바라기만 해요. 삶바라기를 하지 못해요. 사랑바라기나 꿈바라기하고는 아예 동떨어져요. 교사부터 스스로 삶과 사랑과 꿈을 키우지 못하기에,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주지 못해요.


  학교는 누구 것일까요. 학교는 ‘교장 것’일까요. 학교는 ‘이사장 것’일까요. 학교는 ‘교육감 것’일까요. 학교는 ‘학생 것’도 ‘교사 것’도 ‘학부모 것’도 아닙니다. 학교는 ‘삶을 배우고 나누며 즐기는 사람 스스로 보살피는 곳’입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삶을 누리도록 돕고, 저 아이는 저 아이대로 삶을 빛내도록 거들어야 비로소 학교라 할 수 있어요.


.. “그래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편리해진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해진다면, 공항 같은 건 만들면 안 돼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그건 공항을 만드는 인간들이 지어낸 말이에요 ..  (5권 212∼213쪽)


  일본사람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는 모두 일곱 권입니다. 1960∼70년대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만들려 하면서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려서 없애려 했고,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 공권력 몽둥이와 언론조작’에 맞서 어떠한 슬기를 빛내고 싸우면서 이녁 보금자리를 지키면서 돌보려 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리즈카 사람들 싸움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간추려 말한다면, ‘나리타 공항’이라는 이름처럼 공항은 들어섰습니다. 모진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 못 이겨 고향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떠난 자리에 공항 활주로가 몇 군데 섰어요. 그렇지만, 숱한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도 씩씩하게 맞서면서 시골살이를 아름답게 즐기는 사람들은 오늘도 산리즈카에 튼튼하게 남아서 살아갑니다. ‘나리타 공항’은 공항으로서 들어서기는 했지만, 처음 설계대로 공사를 마치지 못해요. 반쪽짜리 공항이에요.


.. “텔레비전 따위 안 봐도 돼. 신문 따위 읽지 않아도 돼. 너희들,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마을이랑 공사현장에 와 봐. 공항 만드는 곳에 민주주의나 주권재민 같은 건 요만큼도 없어. 있는 건 기동대의 폭력뿐이다! 우리는 가족이 총출동해서 3일 동안 싸웠어. 공단은 측량을 전혀 못 하고 돌아갔어. 하지만, 아무리 날림으로 한 측량이라도, 이게 끝나면 다음에 오는 건 강제수용이야! 땅을 빼앗는 거란 말이다! 강제수용이란 건!” ..  (6권 114∼115쪽)


  곰곰이 살피면,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부 공권력이 ‘폭력 주먹질’이 되어 날아듭니다. 공항을 지으려 하든 발전소를 지으려 하든 고속도로를 지으려 하든 골프장을 지으려 하든 관광단지를 지으려 하든 우주기지를 지으려 하든, 무엇을 지으려 하든, 공무원과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은 ‘책상머리에서 펜대를 굴리며 서류를 꾸밉’니다. 지도를 책상에 쫙 펼치고는 금을 그으면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고흥은 ‘고흥 군수 것’일까요. 한국은 ‘대통령 것’일까요. 아니, 고흥은 ‘고흥 공무원 것’일까요. 한국은 ‘정부 공공기관 공무원 것’일까요. 시골마을 고흥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왜 당신 아이를 학교에 넣어 ‘공무원이나 회사원 되는’ 교육을 시킬까요.


  대통령 한 사람이 꾀해서 밀어붙이는 4대강사업이 아닙니다. 대통령부터 여러 장관과 공무원이 똘똘 뭉치고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이 손을 맞잡으며 함께하는 4대강사업입니다. 4대강사업을 꾀하며 밀어붙이는 일꾼 가운데에는 ‘고흥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 밀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 원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을 테지요. 다들 돈을 벌 생각으로 이 나라 이 땅을 저희 것이라도 되는 양 망가뜨리며 무너뜨립니다.


  논밭에는 왜 농약을 쳐야 할까요. 바다에는 왜 염산을 뿌려야 할까요.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바다는 누구 것일까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됩니다. 염산은 물고기가 마시며 다시 우리 밥상에 오릅니다. 항공방제를 하며 뿌리는 농약이 댐에 가둔 물에 스며들어 수도물에 섞입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빗물과 섞여 숲과 논밭으로 떨어집니다.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요. 대통령과 군수가 ‘바보짓’을 한다지만, 우리들은 우리 보금자리에 어떤 ‘사랑짓’이나 ‘꿈짓’을 하면서 삶을 빛내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시골사람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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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16 20:07   좋아요 0 | URL
"염산은 물고기가 마시며 다시 우리 밥상에 오릅니다."
- 이 평범한 진리를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숲노래 2012-11-16 21:08   좋아요 0 | URL
바다에 염산을 뿌리는 까닭은 '김' 때문이에요.
'완전한 유기농 생협' 매장에서 제법 비싼 값으로 다루는 김이 아니면,
시중에서 파는 모든 김은 '염산'으로 씻고 헹구어서 만들어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소비자'가 '시중 일반 염산 소독 김'을
안 먹고 '생협에서 제값 치르고 사다 먹는 염산 안 쓴 김'만 먹는다면,
바닷마을 김 양식장도 달라지겠지요.

시골사람한테만 바꾸라 하면 바뀌지 않는 일이랍니다.
도시사람 스스로 삶과 버릇을 바꾸지 않으면,
시골 바닷마을 분들은 바다에 하염없이
염산을 부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도시사람 스스로 '값싼 김'을 먹겠다고 하니까,
다들 염산을 바다에 퍼부어요.
도시사람이 제발 좀,
그러니까 도시에서 '지식 좀 있다는 사람들'이 부디
'참과 거짓을 깨우치'기를 빈답니다......
 

사진보기
― 아이들 사진 갈무리

 


  아이들 찍은 사진을 갈무리하면서 ‘놀이’ 모습을 따로 묶어 보자고 생각해 봅니다. 진작 ‘놀이’ 모습 사진을 따로 묶어서 갈무리할까 싶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퍽 어리다고 여겨 큰아이가 다섯 살인 이제서야 따로 나누어 보는데, 막상 ‘놀이’ 모습 사진을 따로 묶고 보니, 아이들을 찍은 사진은 거의 모두 ‘놀이’를 즐기는 모습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이 모습도 놀이요 저 모습도 놀이입니다.


  두 살이라 하기에는 살짝 모자란 열여덟 달째 살아가는 작은아이가 제 신이나 아버지 신이나 어머니 신이나 누나 신을 신겠다며 용을 쓰는 모습도 놀이입니다. 다섯 살 누나가 두 살 동생한테 밥을 먹이는 모습도 놀이입니다. 인형을 만지작거리든 나무토막을 만지작거리든 놀이입니다. 나뭇가지 하나를 쥐어도 놀이요, 꽃을 바라보아도 놀이입니다. 풀을 뜯어도 놀이요, 들길을 달려도 놀이예요. 아이들은 언제나 놀아요. 아이들 모습은 모두 놀이예요.


  물을 마시다가도 입안에 가득 머금고는 볼을 크게 부풀리니 놀이입니다. 이를 닦는다며 잇솔을 한참 물고 빙긋 웃으니 놀이입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으나 서로 까르르 웃으며 키득거리니 놀이입니다. 이것 참. 아이들 찍은 사진 가운데 ‘놀이’ 모습을 따로 묶으려 하고 보니, 온통 놀이 놀이 놀이예요.


  소꿉을 갖고 노는 소꿉놀이만 놀이가 아닙니다. 땅바닥에 금을 긋고 뛰어야 놀이가 아닙니다. 놀잇감을 손에 쥐어야 놀이가 아니에요. 아이들한테는 하루가 온통 놀이예요. 아이들한테는 어버이나 어른 삶을 들여다보며 흉내내는 모든 모습이 놀이입니다.


  문득 사진을 생각합니다. 사진은 무엇일까요. 사진은 놀이일까요. 사진은 일일까요. 사진은 작품일까요. 사진은 예술일까요. 사진은 문화일까요. 참말 사진은 무엇이라고 하면 어울릴까요.


  놀이를 하듯 찍는 사진인가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과 즐거이 얼크러지는 삶을 찍는 사진인가 되뇌어 봅니다. 나도 너도 예쁘게 노는 꿈을 찍는 사진인가 돌아보고, 서로서로 사랑을 꽃피우는 삶을 찍는 사진인가 톺아봅니다. (4345.11.16.쇠.ㅎㄲㅅㄱ) - 집-12-1113-03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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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놀이 1

 


  다섯 살 누나가 두 살 동생을 세발자전거 뒷자리에 태우며 논다. 처음에는 누가 앞에서 당기거나 뒤에서 밀어야 했는데, 이제 큰아이는 홀로 씩씩하게 동생을 태우며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아주 살짝 오르막이어도 낑낑거리는데, 하루하루 다리힘이 붙으니 앞으로는 살그마니 오르막이라 하더라도 동생을 태우고 잘 놀겠구나 싶다. 기저귀 빨래는 가을바람 맞으며 살랑살랑 흔들리고, 두 아이는 가을바람 온몸으로 느끼며 서로 깔깔거린다. 마당이 환하다. 마을이 훤하다.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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