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까마중

 


  쑥을 봄에 먹을 적에는 ‘봄쑥’이라 하고, 쑥을 가을에 먹을 적에는 ‘가을쑥’이라 한다. 이른여름에 마주한 까마중이면 ‘여름까마중’이라 하고, 늦가을에 마주하는 까마중이면 ‘가을까마중’이라 하면 될까. 11월 22일에도 까맣게 익는 까마중이 있다. 이날에도 하얗게 꽃을 틔우는 까마중이 있다. 아직 푸른 열매 매단 까마중이 있다. 겨울이라 하더라도 눈바람 거의 안 부는 고흥 시골마을인데, 12월이 되어도 까마중은 꽃을 피울까. 12월 한복판이 되어도 까마중 까만 열매를 먹을 수 있을까.


  아마 12월에도 까마중을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 집 마당이랑 텃밭에는 갓풀이 싱그러이 돋아 얼른 뜯어 먹어 달라며 부른다. 다만, 1월에는 어떠할는지 모른다. 까마중풀이 1월에도 씩씩하게 살아내어 까만 열매를 먹으며 기운내라고 부를는지, 1월쯤이면 모두 시들어 죽을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다. (4345.1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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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서나물 책읽기

 


  우리 집 마당 둘레이든 마을 밭둑 어디이든 흔하게 피고 지는 ‘주홍서나물’이라는 풀을 본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풀이요, 거의 남녘에만 피고 지던 꽃이라는데, 차츰 위쪽으로도 올라가서 피고 진단다.


  주홍서나물은 풀이름부터 ‘나물’이라고 일컫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든지 이곳저곳에서는 주홍서나물 같은 풀은 ‘나쁜 귀화식물’이라 여겨 뿌리째 뽑아 없애려 애쓴다고 한다.


  궁금하고 궁금하다. 이런 들풀 한 포기를 뿌리째 뽑는들 없앨 수 있을까. 이런 들풀은 씨앗이 얼마나 작으며 널리 퍼지는가를 알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웃나라로 자주 오가고, 이웃나라에서 한국으로 흔히 오간다. 이제 지구별에서 ‘외래식물’도 ‘귀화식물’도 따로 말할 수 없다. 한국사람 스스로 커피나무를 받아들여 심기도 하는데, 블루베리나무를 심기도 하는데, 왜 어느 나무와 꽃과 풀은 일부러 이웃나라에서 사들여서 심고, 왜 어느 나무나 꽃이나 풀은 못 들어오게 막으려 하거나 뿌리째 뽑아 없애려 할까.


  늦가을에 이르러 비로소 이름을 알아내어 ‘주홍서나물’이라는 말마디를 읊어 본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식구는 ‘주홍서나물’이라는 이름도 모르는 채 즐거이 뜯어서 먹었다. 올해가 저물고 새해가 되어도, 이 들풀을 비롯해 온갖 들풀을 신나게 먹겠지. 가만히 보면, 감자도 고구마도 모두 귀화식물인데, 감자랑 고구마를 없애자고 외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고 들은 적 없다. 고추도 토마토도 몽땅 귀화식물이지만, 오늘날 한국사람 가운데 고추 먹지 말고 쫓아내자 외치는 사람 또한 어디에도 없다. (4345.1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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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노래(최종규)가 쓴 책 2020.3.4. *



숲노래는 1994년부터 ‘한국말사전 새로짓기’라는 길을 걷습니다. 2007년에 인천에서 ‘사진책도서관’을 열었고, 2011년에 이곳을 전남 고흥으로 옮기면서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로 한결 넓혀서 가꿉니다. 이러한 길을 걸으면서 지은 책이 무엇인가를 적어 봅니다. 이 책을 즐거이 장만해서 읽어 주시는 이웃님이 있기에 숲노래는 ‘사전짓기 + 살림짓기 + 책숲집(도서관) 가꾸기’를 씩씩하면서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짤막짤막하게 여러 가지 책을 알려 보고자 합니다. 이 책을 넉넉한 손길로 하나하나 장만해 주시기를 바라요. 가까운 공공도서관에도 이 책이 차곡차곡 깃들도록 이끌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새로운 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되기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2020)

 :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란 생각짓기(철학)입니다.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 나가는 말짓기 놀이입니다. 말을 어렵게 짓지 않았다는, 말을 늘 사랑으로 즐겁게 지었다는, 말 한 마디에 생각이 자라도록 북돋우는 씨앗을 담았다는, 여러 이야기를 수수께끼로 엮어서 들려줍니다.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9)

 :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전문가나 학자가 지어 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 마음에서 피어나는 생각이 씨앗으로 깃들어 차츰차츰 자라는 나무처럼 스스로 터뜨리는 말을 씁니다. 말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새롭게 태어난 말은 어떤 숨결이 흐르는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은 어떠한 숨빛인지를, 꾸러미 사전으로 만납니다.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2019)

 : 사랑을 하려고 태어난 이 별에서, 꿈을 사랑스레 이루려고 걷는 이 별에서, 노래하며 사랑을 꿈꾸는 이 별에서, 숲을 이루는 보금자리인 이 별에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이 별에서,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글을 씁니다. 그저 사랑을 담아서. 오직 꿈으로. 참말로 노래하면서. 언제나 숲바람을 마시고, 사람이라는 숨결을 빛내면서.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2019)

 : 시골사람으로 태어나 교사라는 길을 걸으며, 어린이를 사랑하는 멧골어른이 되고픈 꿈으로 글을 쓴 이오덕 님입니다. 이분이 피아노를 배우고 숲을 노래하면서 멧골아이하고 어떻게 배움길을 새로 열고, 글쓰기 가르침을 폈으며, 한국말을 새로 가다듬는 길을 열었는지, 또 어린이문학비평을 어떻게 가꾸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수하게 펼칩니다.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2019)

 : 우리말로 동시를 쓰니 사전이 됩니다. 사전을 동시로 풀어내어 우리말을 들려줍니다. 무늬만 한글인 동시나 사전이 아닌, 줄거리하고 알맹이가 삶으로 이야기로 흐르는 동시를 지어 사전으로 엮습니다. 숲살림을 지으려는 손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배우는 길에 길어올린 동시를 갈무리하니 시나브로 사전으로 피어납니다. 시골이어야 숲이 있지 않아요. 서울(도시)이어도 우리 삶터를 숲으로 가꿀 수 있어요. 다 같이 상냥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말과 넋과 삶을 기쁘게 바라보고 돌보면 좋겠어요.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2018)

 : 2007년부터 사진책도서관을 열었습니다. 2011년에 전남 고흥 시골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책숲집을 새로 가꾸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라는 이름을 붙였고,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진 배움터 + 숲놀이터'라고 하는 세 바퀴를 함께 나아가는 길로 살림짓는 하루를 배웁니다. 말 그대로 시골에서 도서관을 하면서, 종이책뿐 아니라 숲이라고 하는 책과 사랑스러운 살림이라는 책을 나란히 아끼는 꿈을 보듬으면서 틈틈이 일기를 썼습니다. '시골 숲도서관 열두 해 이야기'를 단출하게 갈무리해서 책 하나로 여미었습니다.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2018)

: 2007년부터 열어서 가꾸는 ‘사진책도서관 숲노래’가 그동안 읽고 나누면서 사랑한 사진책 이야기를 도톰하게 여미었습니다. 어떤 사진책에서 어떤 숨결을 읽고 어떤 마음을 가꾸면서 어떤 길을 즐겁게 걸어가며 사진기를 곁에 둘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멋지거나 좋은 사진책이 아닌, 상냥하면서 따뜻하고 즐겁게 이웃이 되고 삶이 되며 노래가 되는 사진책을 두루 살펴보는 책입니다.누구나 사진을 찍고, 모두 다 사진을 읽으며, 서로서로 사진을 사랑하는 눈빛을, 이 사진책에서 씨앗처럼 곱게 얻을 수 있기를 빕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2018)

: “읽는 우리말 사전” 3권입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일부러 어렵게 해야 똑똑하거나 멋있다고 잘못 여기는 분이 있어요. 말도 글도 쉽게 하려 할 적에 뜻이 제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참다이 똑똑하고 멋있답니다.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나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가 아닌,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레 가꾸는 한국말로 생각을 펴는 길을 찾는다면, 우리 삶자리는 새로우면서 기쁘게 피어나리라 봅니다. 말 한 마디를 손질하면서 모두 바꾸어 냅니다.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2017)

 : 곁님·아이들·나, 이렇게 네 사람이 ‘숲집’이라는 보금자리를 일구는 마음을 적은 책입니다. “삶을, 사랑으로, 슬기롭게, 새로, 세운다.”는 다짐말을 바탕으로 전남 고흥 시골에서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열어서 기쁜 노래를 부르는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나를 밝혀요. 저희 보금자리가 있는 시골뿐 아니라, 크고작은 도시마다 ‘남녀’를 넘어 ‘사람’으로 서로 배우는 상냥한 이웃님이 살림짓기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페미니즘 목소리보다는 함께 살림을 짓는 노래가 퍼지기를 바라요.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 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자연과생태,2017)

 : “읽는 우리말 사전” 2권입니다. 글을 쓰는 분이 군더더기로 붙이는 한자말이 참으로 군더더기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넌지시 보여주면서, 글을 누구나 쉽고 재미나게 쓰도록 북돋우고 싶은 “길잡이 사전”이요 “글쓰기 사전”이기도 합니다. 읽거나 듣고도 못 알아들을 한자말을 굳이 쓰지 말고, 처음부터 바로 알아듣고 헤아릴 만하도록 쉽고 즐겁게 글을 쓰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7)

 : 글쓰기를 돕는 사전입니다.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면서 쓰는 겹말(중복표현)을 1004가지 보기를 찾아내어 이를 하나하나 손질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겹말이 왜 겹말인가를 깨달을 수 있으면, 글쓰기에서 겉치레가 사라져요. 겉치레가 사라질 적에 우리가 쓴 글은 해님처럼 빛나면서 꽃님처럼 아름답습니다. 학교에서 못 가르치는 한국말입니다. 숱한 글쓰기 책도 맞춤법 알리는 구실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이제부터 한국말을 스스로 슬기롭게 익히도록 돕고자 하는 “읽는 사전”입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2017)

 : “읽는 우리말 사전” 1권입니다. 남녘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북녘 〈조선말대사전〉 뜻풀이가 어떻게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에 갇혔는가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이러면서 이 엉성한 뜻풀이를 알맞고 쉽게 고쳐서 함께 보여줍니다. 전문가 굴레에 갇히는 바람에 한국말 뜻풀이가 매우 엉성하고 만데, 이 대목을 우리 스스로 못 보거나 못 알아채기 일쑤이고, 이러면서 한국말사전이 우리 곁에서 멀어집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국말사전을 새로 가꾸고 돌보며 즐기는 길을 열어야지 싶어요. 이 길에 “읽는 우리말 사전”이 벗님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7)

 : 보금자리를 가꾸고 마을을 살찌우는 길을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상냥하며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말 한 마디에서 찾자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생각을 짓는 말로 마을을 짓는 길을 살핍니다. 꿈을 짓는 말로 보금자기를 짓는 노래를 헤아리고자 합니다. 살려낼 말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쉬우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새말을 길어올립니다. 살림이 그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말이 그대로 살림입니다. 어린이 스스로 ‘살림말’을 깨닫도록 북돋우는데, 푸름이는 한결 깊게 ‘살림말’을 가누면서 ‘사랑말’로 나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2016)

 : ‘한국말사전 짓기’라는 일을 하는 글쓴이가 사전짓기 살림길을 걸으면서 곁에 둔 책을 이야기합니다. 사전을 짓느라 숱한 자료를 살펴야 하기에 온갖 책을 잔뜩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이 살림에서 어느 책이든 즐겁게 바라보고 맞아들이자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훌륭한 책을 더 많이 읽자는 목소리 아닌, 꼭 한 권을 한 해 동안 읽어도 이 한 권을 스스로 마음밥으로 삼아서 넉넉히 누릴 수 있으면, 우리 하루가 새롭게 달라지는 길을 연다고 하는 이야기를 시나브로 밝혀 줍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

 : 비슷한말은 비슷하면서 다른 말입니다. 비슷한말이 저마다 어떤 결이나 뜻이나 쓰임인가를 차근차근 헤아린다면, 말결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요. 말결을 제대로 읽으면, 의사소통을 넘어 이야기잔치를 누립니다. 말결을 못 읽으면 말하기나 글쓰기 모두 일그러지고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을 어떻게 돌아보면서 새로 배울 만한가를, ‘모둠풀이·뜻풀이·보기글’을 모두 새롭게 붙이고 가다듬어서 밝힙니다. 우리가 쓰는 말마다 어떠한 숨결이 흐르는가를 제대로 짚어서 즐겁게 쓰도록 북돋우는 “읽는 사전”입니다.



《시골자전거 삶노래》(그물코,2015)

 : (책집에 없음. 팔지 않는 책.) 전남 고흥 시골에서 사전짓기 살림길을 걷는 글쓴이가 두 아이하고 자전거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5)

 : 마음으로 즐겁고 상냥하게 살려서 쓸 한국말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오덕 어른은 다섯 권으로 두툼하게 《우리 글 바로쓰기》를 쓰셨지요. 글쓴이는 이오덕 어른이 남긴 책하고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동안, 《우리 글 바로쓰기》에서는 겹치는 대목이나 어른 스스로 미처 못 고친 대목을 찬찬히 짚었습니다. 앞으로는 ‘바로쓰기’보다는 ‘살려쓰기’로 나아가야지 싶다고 느끼면서, 단출하게 한 권으로 한국말을 누구나 새롭게 배워서 신나게 살려서 쓰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일본 말씨 ‘-의’를 손쉽게 털어내는 길도 밝힙니다.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숲속여우비,2014)

 : (책집에 없음. 더 팔지 않는 책.) 인천 배다리 책마을에 있는 〈아벨서점〉 한 곳을 스무 해 넘게 책손으로 드나든 글쓴이가, 어떻게 책집 한 곳을 스무 해 넘게 책손으로 드나들면서 ‘책·삶·넋’을 배울 수 있었는가를 일기로 꾸준하게 적어서, 사진으로 함께 들려줍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4)

 : 어린이가 스스로 한국말을 배우려 할 적에 길동무로 삼도록 엮은 책입니다. 한국말이 태어난 밑바탕을 살피면서, 어제와 오늘과 모레를 잇는 삶과 빛을 돌아보도록 이끕니다. 말이 넋이 되고, 넋이 삶이 되며, 삶이 다시 말이 되는 흐름을 짚어, 말을 착하게 쓸 적에 착한 넋이 되면서 착한 삶을 일구는 얼거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나 숲(자연)에서 말이 태어났어요. 숲을 가꾸고 돌보고 사랑한 숲사람(시골사람)이 말을 늘 새롭게 지었어요. 이는 바로 텃말이요 숲말이자 사투리입니다. 오늘날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서울 같은 도시에서 많이 살지만, 도시에서도 아름다이 숲마을을 가꾸면서 한국말을 곱게 가꾸며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새움,2013)

 : (책집에 없음. 팔지 않는 책.) 부산 보수동 책골목이 책으로 아름다운 터전이라는 대목을 글하고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책집 하나마다 책을 둘러싼 따사로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책길 한 걸음에 푸른 바람이 살랑살랑 붑니다.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철수와영희,2012)

 : (책집에 없음. 더 팔지 않는 책.) 한자말은 한국말 아닌 중국말이나 일본말이지만, 한국사람 가운데 이 얼거리를 슬기롭게 깨닫는 사람이 몹시 적습니다. 한국말을 알맞고 사랑스럽게 쓰면서, 우리 마음·생각·꿈을 예쁘게 꽃피울 수 있는 말삶을 헤아리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시 말해서 권력자·지식인이 억누르는 글권력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삶말’을 삶에서 길어올려 즐겁게 쓰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뿌리깊은 글쓰기》(호미,2012)

 : 우리 말글로 영어를 곱게 끌어안자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무 자리에나 생각 없이 쓰는 영어 때문에 ‘한글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곳에서나 더 생각을 하다 보면, 뿌리가 깊은 말을 찾아, 훨씬 새로우면서 즐겁게 말을 살리고 생각을 지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착한 삶이 착한 말로 거듭납니다. 고운 사랑이 고운 글로 살아납니다.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2011)

 : 푸름이한테 입시교육보다는 ‘어른이 되는 배움길’을 알려주자는 뜻으로 쓴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넋을 이루는 말이고, 삶을 담아내는 말입니다. 흔히 쓰는 말 한 마디를 푸름이 때부터 찬찬히 헤아리면서 알뜰히 사랑할 적에, 넋이며 삶이 모두 튼튼하면서 푸르게 피어날 만합니다. 즐거이 살려쓰는 우리 말글을 생각하고, 착하게 가다듬을 말·넋·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

 : 사람들이 잘못 쓰는 겹말을 다룹니다. 겹말을 사르르 풀어내는 길을 보여주면서, 사람들 스스로 우리 말글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말글을 잘못 쓰고 마는 모습을 밝힙니다. 말과 넋과 삶을 고루 사랑할 적에 비로소 참말과 참글로 참삶을 일구는 결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 글쓴이는 사전짓기 살림길을 걸으면서 2007년부터 ‘사진책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 사진책도서관은 2011년에 전남 고흥으로 옮기며 ‘사전 짓는 책숲집’으로 새길을 걷는데, 인천에서 한창 사진책도서관으로 전문도서관 길을 걸으면서 마주한 빛고운 사진책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책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진찍기’하고 ‘사진읽기’를 가만가만 들려줍니다. 사진마다 흐르는 기쁨하고 슬픔을 읽어서, 사진으로 삶을 새로 읽는 눈썰미를 밝힙니다.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 인천이라는 고장이 골목으로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대목을 글하고 사진을 어우러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골목이웃은 도드라진 자리에 서지 않으나, 스스로 보금자리하고 골목하고 마을을 정갈하게 가꾸기에 골목꽃이 피고 골목나무가 자랍니다. 이 골목마을에서 마주하는 삶은 ‘골목빛’이에요. 골목꽃을 반가이 맞이하면서 골목사람으로서, 또는 골목이웃으로서, 우리 삶터를 다시 바라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착하게 걷고 환하게 웃음짓는 하루를 그립니다.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양철북,2010)

 : 오늘날 푸름이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하고 돌아보면서 청소년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책을 더 읽자는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습니다. 책 하나와 푸른 삶이 어떻게 이어졌는가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푸른 삶을 어떤 손으로 가꾸면 아름다울까 하고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이 이음고리로 어떻게 사랑을 꽃피우는가를 돌아봅니다. 어른이 되고 사람이 되는 길에 동무하는 책읽기입니다.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 2006년 한 해에 걸쳐 오직 자전거로만 이 나라를 돌아다닌 발걸음을 찬찬히 적바림한 글을 엮습니다. 숲을 지키자는 테두리는 아닙니다. 자전거 출퇴근이라는 얼거리도 아닙니다. 두 다리로 이 땅을 사랑하며 자전거를 달린 길을 삶으로 녹여내어 나누는 땀방울과 웃음과 눈물을 이야기합니다.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 책 하나로 꿈을 꾸고, 책읽기로 삶을 사랑하려 하던 작은 사람이 하루하루 천천히 보살피려 하는 마음밭은 어떠한가를 책 하나를 곁에 놓고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마주하면서, 스물여섯 나이에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스물아홉 나이에 이오덕 어른 글갈무리를 맡았는가를 조용히 비추어 줍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 사람들은 한국말을 쓴다지만, 정작 한국말을 옳게 배우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알려고 힘쓰지 않습니다. 우리 말글을 꼭 사랑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한국말로 우리 생각하고 뜻을 밝히니, 이 말을 슬기롭게 쓸 적에 서로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이 얼거리를 살펴서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는 길이 어떻게 마음을 살리고, 마음을 살리는 말이 어떻게 삶을 북돋우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우리말과 헌책방 1∼10》(그물코,2007∼2010)

 : (책집에 없음. 더 팔지 않는 책.) 1인잡지입니다. 한국말 이야기 + 헌책방 이야기로 묶은 잡지입니다. 호마다 헌책집 일꾼하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 (책집에 없음. 더 팔지 않는 책.) 895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입니다. 이 책은 ‘헌책방을 즐겨찾는 사람이 한 해 동안 헌책방을 돌아다닌 발자국’을 보여줍니다. 헌책방으로 책숲마실을 다니면서 만나는 책으로 한 사람이 새롭게 눈을 뜨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려줍니다. 책끝에는 ‘전국 헌책방 목록’을 붙였지요. 이 목록을 보면 이제는 사라진 숱한 헌책집 자취를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 (책집에 없음. 더 팔지 않는 책.) 헌책방이란 어떤 곳인가를 밝히는 이야기책입니다. 전국에 있는 헌책방을 여러모로 이야기합니다. 사진으로 헌책방 터전을 보여줍니다. 책과 헌책이란 무엇인가를 밝힙니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책으로 저마다 삶을 어떻게 일구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책마을에서 오래도록 따돌림을 받은 헌책방이 사람들한테 어떤 책쉼터이자 책숲터로서 아름다이 한길을 걸었는가를 적어서 바친 책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 모든 책집지기한테 바치는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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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마음 읽기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자연과생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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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동시 사전
최종규 지음,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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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지음, 강우근 그림,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15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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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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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헌장’과 ‘푸른다짐’
[말사랑·글꽃·삶빛 38] 입시지옥에 시달려야 한다면

 


  토박이말이란 따로 없습니다. 한 나라에서 살아가며 쓰는 말만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라는 울타리도 덧없습니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이는 전라도말을 하고,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이는 충청도말을 하는걸요. 그런데, 전라도나 충청도라는 울타리도 덧없어요. 전주에서 나고 자라면 전주말을 하고, 고흥에서 나고 자라면 고흥말을 해요. 강릉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강원말 아닌 강릉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더 헤아리면, 고흥말도 옳지 않습니다. 고흥군에서 도화면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포두면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봉래면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말이 또 다릅니다. 더 살피면, 고흥군 도화면이라 하더라도, 동백마을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호덕마을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지죽마을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말이 다시 달라요. 마지막으로, 이 마을 저 마을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어버이에 따라 말이 새삼스레 다릅니다. 곧, 내가 하는 말이란 나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늘 들려주는 말이에요.


  하루가 지나고 한 해가 흐르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나는 나대로 내 삶을 새롭게 일굽니다. 그래서 내 말은 어느새 어머니말이나 아버지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내 말’로 거듭납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 다르고 목소리가 다 다르듯이, 사람마다 ‘스스로 쓰는 말’이 모두 다릅니다. 백만 사람이 글을 쓰면 백만 가지 글이 태어납니다. 억만 사람이 글을 쓰면 억만 가지 글이 태어나요.


  말이란 ‘말하는 사람 넋’을 담습니다. 말하는 사람 넋이란 ‘말하는 사람 삶’을 드러냅니다. 곧,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달라지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말하느냐가 달라져요.


  오늘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헤아려 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시골에서 태어나든 도시에서 태어나든 한결같이 도시에서만 살아간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는 무엇을 할까요. 거의 모두 회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가게를 차려 장사를 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다 같은 일을 하거나 얼추 비슷한 일을 해요. 똑같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쓰고, 똑같은 기계 앞에 앉아 공장을 움직이며, 똑같은 물건을 날마다 똑같이 사고파는 장사를 해요.


  어른이 되어서 도시에서 지내며 하는 일은 모두 똑같다 할 만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 어른이 주고받는 말은 내남없이 모두 똑같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부산 말씨와 진주 말씨가 살짝 남기는 하더라도 ‘말 얼거리’와 ‘말 속살’과 ‘낱말 갈래’와 ‘말 매무새’는 모두 판박이처럼 엇비슷해요.


  어린이와 푸름이는 어떠할까 헤아려 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보육원부터 텔레비전에 길들고 유치원부터 일찌감치 영어노래에 젖어듭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인 지식을 쌓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보다 훨씬 깊고 넓게 ‘똑같은 시험공부’만 하도록 내몰립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이 나라에서 어른과 아이는 서로 똑같은 말만 한달 수 있어요. 다 다른 어른이고 다 다른 아이라 하지만, 다 같은 말이고 다 같은 넋이 되고 말아요. 다 같은 삶이거든요. 아니, 가만히 보면 ‘다 같은 삶’이 아니라 ‘다 틀에 박힌 굴레’나 ‘다 울타리에 갇힌 쳇바퀴’라 해야 올바를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생각을 밝히는 배움이 아니거든요. 대학바라기 시험공부를 한다며 입시지옥에 허덕이거든요. 대학교를 마친 뒤에는 취업전쟁에 사로잡혀 스스로 ‘내 말’ 찾는 일하고는 아주 등을 져요. 이리하여, 이 나라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시집장가를 갈 무렵에는 ‘내 말’이란 없습니다. ‘제도권 사회 말’만 남아요. 제도권 사회 말만 남은 이 나라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는다 하면, ‘어른이 된 아이’가 낳아서 돌볼 아이들은 ‘내 어머니라 남다른 말’이라든지 ‘내 아버지라 새로운 말’은 들을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말이랑 똑같은 말이 집안에서 감돕니다. 교과서와 문제집에 적힌 말이랑 똑같은 말이 ‘둘레 어른 누구나 쓰는’ 말입니다.


  입시지옥에 시달려야 한다면, 오늘날 이 나라 푸름이가 품을 넋과 보듬을 말은 더없이 슬픈 모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 다른 푸름이가 다 다른 푸른 빛을 누리지 못할 테니까요.


  ‘청소년헌장’이 있다지요. ‘어린이헌장’도 있다지요. 나는 이런 어려운 ‘헌장’이라는 말은 안 씁니다. 적어도 ‘푸른다짐’이나 ‘맑은다짐’ 같은 말마디로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이름을 고쳐 ‘푸른다짐’ 같은 말을 쓰고 싶어도, 오늘날 한국에서 푸름이들이 이름 그대로 푸르게 살아가지 못한다면, 허울만 ‘푸른 옷’을 입힌대서 푸른 꿈을 펼치지 못해요. 푸른 삶일 때에 푸른 넋이요 푸른 말입니다. 맑은 삶일 적에 맑은 넋이며 맑은 말입니다.


  어린이는 맑은 눈망울 빛내며 맑은 말을 노래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푸름이는 푸른 눈망울 빛내며 푸른 말을 노래할 때에 어여쁩니다.


  나무가 우거지고 풀이 흐드러진 푸른숲을 떠올립니다.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는 도시 한복판 자동차 시끄러이 오가는 매캐한 바람을 먹으며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는 누구나 시골마을 들새와 풀벌레 노래하는 아름다운 푸른숲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나라 어른도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딱딱한 틀이 선 도시 아닌, 흙과 햇살과 물과 바람 싱그러운 푸른숲에서 푸른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름다운 삶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넋을 일구고 아름다운 말을 돌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국어사전을 들춘대서 토박이말을 캐내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을 들추어 토박이말을 캐낸들 ‘내 삶으로 받아들여 즐거이 쓸 말’이 되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을 들추어 캐내는 토박이말은, 여느 지식인이 지식자랑을 하려고 끌어들이는 영어나 한자하고 똑같습니다. 죽어 가는 토박이말을 캐낸들 한겨레 말삶을 북돋우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에 파묻힌 토박이말을 끄집어낸들 한겨레 글삶을 살찌우지 못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삶을 북돋울 때에 말을 북돋웁니다. 나부터 스스로 생각을 살찌울 때에 글을 살찌웁니다. (4345.1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국어사전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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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받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
[시골사람 책읽기 005] 이희재,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청년사,2003)

 


  만화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청년사,2003)는 바스콘셀레스 님 글에 이희재 님이 그림을 붙였습니다. 만화책 끝자락에 “전 아이들에게 가끔 딱지와 구슬을 나누어 주곤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별로 위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전 어린 시절의 저를 만났습니다(370쪽).”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소설책으로든 만화책으로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는 책이 우리한테 들려주려는 이야기란 바로 이 대목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나 삶에 사랑이 있어야 빛납니다. 누구라도 삶에 사랑이 없으면 빛나지 않습니다.


  사랑을 찾아 이 지구별에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누리려고 이 지구별에서 이야기꽃 피우는 사람입니다.


  돈을 벌려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을 쓰려고 삶을 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름을 얻으려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름을 떨치려고 삶을 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사랑을 받아 태어나는 사람이요, 오직 사랑을 즐기면서 하루를 빛내는 사람입니다.


  갓난쟁이한테뿐 아니라 어린이한테도 돈은 덧없습니다.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푸름이한테도 돈은 부질없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는 돈이 있으면 과자를 산다든지 피자를 산다든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든지 여길는지 모르나, 이런저런 주전부리나 피시방 게임이란 사랑하고 동떨어집니다. 콜라 한 병을 사다 마신대서 사랑이 싹트지 않아요. 초콜릿 하나를 사다 먹는대서 사랑이 피어나지 않아요. 한동안 배가 부르다 하지만, 사랑으로 빚은 밥 한 그릇이 아닐 때에는 마음이 넉넉해지거나 따스해지지 않아요. 따순 손길로 어루만지는 어버이가 반가운 아이들이에요. 고운 눈길로 바라보는 어른이 좋은 아이들이에요.


.. ‘히히히, 아무도 너(라임오렌지나무)와 내가 친구가 된 것을 몰라. 식구들이 우리가 얘기를 하게 된 걸 알면 까무라칠 거야.’ ..  (98쪽)


  우는 아이한테는 젖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젖이 아닌 사랑이 담긴 젖을 주어야 합니다. 아픈 아이한테는 몸을 다스리는 약을 주든 누워서 쉴 자리를 주든 해야 할 텐데, 약이든 무엇이든 처방전 아닌 사랑이 깃든 것을 주어야 합니다.


  사랑이 감돌지 않으면 밥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 서리지 않으면 책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 어리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없는 채 이루어지는 교육은 교육 아닌 훈육이나 지도편달이 될 뿐입니다. 훈육이나 지도편달로는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꿈이나 슬기를 빛내도록 이끌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입시공부 여섯 해를 보내면서 대학교에 붙는들 무슨 보람이 있을까 생각해야 해요. 대학교에 붙으려고 보내야 하는 여섯 해 푸른 삶이어야 할까요. 참으로 푸르게 누리면서 빛낼 여섯 해 삶이 아닐까요. 어른들은 돈을 많이 벌면 즐거운 삶일까요? 돈을 벌려고 태어나서 돈을 쓰면서 살아야 하는 어른일까요?


  아침에 씩씩하게 일어난 우리 집 다섯 살 아이가 어머니랑 뒷밭으로 가더니 까마중을 따서 먹습니다.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12월이 코앞이라 하지만 빈 들과 빈 밭 한켠에 까마중이 자랍니다. 곱게 둔 밭자락 한켠에는 가을쑥이 아직 푸른 빛 마음껏 뽐내며 자라다가는 잎 끄트머리가 붉게 물들며 쑥꽃을 피웁니다.


  마을 어디를 가도 쑥을 잡풀로만 여겨 베어 없애거나 약 뿌려 죽이려고만 합니다. 쑥내음 맡으며 예쁘게 바라보다가 쑥꽃 곱다라니 줄지어 달린 모습을 지켜보기란 참 힘들어요. 그러고 보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라 하더라도 풀꽃 한 송이 살뜰히 구경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망초를 보면 밭 다 망가뜨린다고 얼른 잡아서 뽑으려고만 하지, 달걀처럼 하얗고 노란 봉우리를 느끼려 하지 않아요. 아이도 어른도 너무 바쁩니다. 아이도 어른도 느긋한 마음이 못 됩니다. 아이도 어른도 너무 한 가지만 바라봅니다. 아이도 어른도 삶을 누리는 기쁨을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 “이대로는 학교에 갈 수가 없으니 집으로 데려다주마. 며칠 쉬면 금방 아물 거야. 정말 잘 참았구나. 나는 네가 그렇게 용기가 있는 아이인 줄은 몰랐다. 난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로 커서 내게 앙갚음을 할 생각이니?” ..  (207쪽)


  시골마을마다 따로 돈을 들이고 품을 들여 빈 논자락에 유채씨를 뿌려야 예쁜 꽃을 구경할 수 있지 않습니다. 아무 돈을 안 들이고 아무 품을 안 들여도, 빈 들을 가만히 두면, 온갖 들꽃이 저마다 다른 빛과 무늬를 뽐내며 얼크러집니다. 들에 잡풀 많이 자라 걱정스럽다고요? 하나도 걱정스럽지 않아요. 어차피 요즈음은 경운기나 트랙터를 써서 논갈이를 하잖아요. 외려 온갖 풀 잔뜩 자라면 온갖 풀이 저마다 다른 거름 노릇을 해요. 괭이밥풀은 괭이밥풀대로 거름이 됩니다. 씀바귀는 씀바귀대로 거름이 됩니다. 냉이는 냉이대로, 보리뺑이는 보리뺑이대로, 지칭개는 지칭개대로, 미나리는 미나리대로, 고들빼기는 고들빼기대로 저마다 거름이 되어요. 논갈이를 해서 거름으로 바뀌기 앞서는 맛난 풀이 됩니다. 맛있는 봄나물 봄풀이에요.


  유채는 잎이란 줄기를 맛나게 먹을 수 있기는 한데, 유채만 먹고는 어떻게 살아요. 유채도 먹고 비름나물도 먹어야지요. 갓도 먹고 돗나물도 먹어야지요. 쌀밥만 먹고는 못 살잖아요. 국도 먹고 김치도 먹으며 무랑 배추랑 시금치랑 골고루 먹어야지요. 보리밥도 먹고 수수밥도 먹어야지요.


  도시 한복판에 애써 나무를 심거나 꽃을 심어야 예쁜 길이 되지 않습니다. 관청에서 돈을 들여 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능금씨 하나 심고, 배씨 하나 심으며, 감씨 하나 심으면 돼요. 빈터를 마련하고, 도시에서도 동네마다 곳곳에 마을밭이 있으면 됩니다.


  능금씨 한 알은 천천히 자라 처음에는 새끼손가락만 하게 자라고, 이윽고 어른 팔뚝만큼 자라다가는, 열 해쯤 지나면 어른보다 키가 클 테고, 스무 해쯤 되면, 또는 열다섯 해쯤 되면 열매를 내어줄 수 있겠지요.


  하루아침에 뚝딱 우지끈 짓는 건물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할 수 없어요. 오백 해를 살아온 나무로 집을 지으면 오백 해를 가고, 이천 해를 살아온 나무로 집을 지으면 이천 해를 간다고 해요. 우리 스스로 어떤 삶을 일구고 싶은가를 헤아리며 집을 지을 노릇이요, 나 스스로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가를 헤아리며 살림을 꾸릴 노릇입니다.


.. “푸른 이파리가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해에 싹으로 되살아나는 것처럼, 무엇이든 사라지는 것은 없단다. 하잘것없는 풀이 겨울엔 건초가 되어 치즈를 만드는 데 쓰이지 않니? 제제, 기운을 내렴. 누구라도 서로 잊지 않고 가슴속에 깊이 품고 있으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단다.” ..  (322쪽)


  사랑받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사랑받고 싶어서 자라는 풀입니다. 사랑받고 싶어서 아침마다 해가 새롭게 뜹니다. 사랑받고 싶어 들새와 멧새는 새벽에도 낮에도 밤에도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받고 싶은 가을바람이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따사롭게 붑니다.


  고흥 어른들은 고흥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가 궁금합니다. 고흥 아이들은 어떤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가 궁금합니다. 고흥이라는 마을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어떤 사랑이 넘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4345.11.22.나무.ㅎㄲㅅㄱ)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바스콘셀레스 글,이희재 그림,청년사 펴냄,2003.3.25./15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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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06-12 15:22   좋아요 0 | URL
뽀르뚜까 아저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제제는 어찌 할 줄을 모르죠. 너무 슬퍼해서 저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네요. 몇년전인데 아마도 제 딸아이가 제제 나이쯤이었을거예요. 그래서 제제의 슬픔이 그리 크게 느껴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