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8.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글·그림, 북로그컴퍼니, 2021.5.4.



곁님은 마당을 치운다. 나는 집일을 한다. 호미랑 낫을 숫돌로 갈고서,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두 가지 배움터”가 ‘길들이기’하고 ‘길찾기’로 갈린다는 대목을 들려준다. 앞에 붙이는 말은 ‘길’이되,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갈린다고 얘기한다. 비가 실컷 뿌렸어도, 뿌연 먼지하고 꽃가루가 섞인 하늘이다. 먼지는 늘 날리게 마련이고, 꽃가루는 철마다 떠다니는데, 둘 다 내려앉을 흙땅이 없어서 그만 하늘에 머물고 만다. 먼지가 나쁠 일이 없다. 이제 어느 몸에서 가볍게 떨어져나오고서 흙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알갱이가 먼지이다. 흙한테 내려앉아서 빗물에 가만히 녹아들면 까무잡잡한 빛으로 거듭날 먼지이지만, 갈수록 온나라에 잿빛(시멘트)과 깜빛(아스팔트)이 넘쳐서 흙빛이 사라지니 언제나 매캐하면서 어지럽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를 이제 치운다. 김두엽 할머니 그림은 어쩐지 와닿지 않더라. ‘박정희 할머니’ 그림은 훅 스몄기에 무엇이 다른지 이태 남짓 돌아보았다. ‘모지스 할머니’ 그림도 안 와닿는다. 이 대목도 나란히 헤아렸다. 다 다른 붓결이라고도 하겠으나, ‘살림하는 사랑’이라는 자리가 너무 다르지 싶다. 돋보이게 그려야 할 까닭이 하나도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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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7.


《뷰티풀 네임》

 사기사와 메구무 글/조양욱 옮김, 북폴리오, 2006.5.1.



해가 비춘다. 구름이 짙다. 제비는 우리 집을 바라보면서 한참 노래하다가 떠나고, 곁님은 마당 한켠을 씩씩하게 치운다. 솎은 부추하고 흰민들레를 옮겨심는다. 켜켜이 묵은 깜흙을 한쪽에 수북히 쌓는다. 낫하고 호미를 벼린다. 시골살이 열네 해란, 숫돌살림 열네 해란 뜻이기도 하다. 딱히 누구한테서 숫돌질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숫돌로 날을 벼려야 하는 줄 어깨너머로 보았을 뿐이고,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셨는지 떠올리고, 먼 옛날 논밭지기가 어떻게 했을는지 어림한다. 아직 손에 안 익었을 무렵 칼 한 자루하고 가위 하나를 잘못 벼린 적이 있기에, 그때 일을 거울로 삼아서 차근차근 석석 달랜다. 《뷰티풀 네임》을 오래오래 아끼려다가 비로소 읽는다. 사기사와 메구무 님은 2004년 4월 11일 뒤로 더는 글을 쓸 수 없던 터라, 책은 일찌감치 곁에 두었어도 살살 쓰다듬기만 했다. 이 나라하고 저 나라 사이에서 그저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고, ‘사이’란 늘 새로운 굴레였기에, 어느 쪽 말에도 마음을 둘 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이름이 “뷰티풀 네임”일 테지. 2004년부터 2024년 사이에 이 나라에서 이만 한 글꽃을 선보인 분이 있을까? ‘문학상’은 많고 ‘한국문학’이란 허울은 깊지만, 글꽃을 등진 글꾼이 넘친다.


#さぎさわめぐむ, #鷺澤萌 #ビュ-ティフルネ-ム

https://www.amazon.co.jp/s?k=%E3%81%95%E3%81%8E%E3%81%95%E3%82%8F%E3%82%81%E3%81%90%E3%82%80&i=stripbooks&crid=2ICUIKV106DY8&sprefix=%E3%81%95%E3%81%8E%E3%81%95%E3%82%8F%E3%82%81%E3%81%90%E3%82%80%2Cstripbooks%2C167&ref=nb_sb_noss_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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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6.


《철학자의 음악서재》

 최대환 글, 책밥상, 2020.10.23.



해가 환하다. 비는 엊저녁에 그쳤고, 천천히 개면서 물기운을 말린다. 오늘만큼은 하늘이 새파랗다. 곁님하고 두 아이가 마당을 치운다. 후박나무 둘레에 쌓인 까만흙을 한켠으로 옮기고, 덩굴을 솎고, 잔뜩 퍼진 노란붓꽃도 좀 파낸다. 저녁에는 〈쿵후팬더 4〉을 함께 본다. 큰나무는 늘 씨앗을 떨구는데, 바로 곁에서 싹틔우기보다는, 알맞게 떨어진 곳에서 새싹이 돋으며 우람하게 크기를 바란다. 모든 씨앗은 어미(어버이) 품에서 홀가분히 나오고서 새길을 열면서 스스로 새빛(어른)으로 자란다. 《철학자의 음악서재》를 진작 읽었다. 뜻도 줄거리도 짜임새도 ‘안 나쁘다’고 느끼면서도, ‘붕뜬 글’이라고도 느낀다. ‘철학자·음악·서재’를 한묶음으로 놓으니 어쩐지 멋스럽거나 깊거나 넓은 듯 꾸미는구나 싶다. 이런 책을 읽을 적마다 늘 생각해 보는데, 누가 읽으라고 쓰는 글일까? 어린이는 못 읽을 글이다. 어른 가운데에서도 ‘한자 인문지식’이 꽤 있어야만 좀 읽을 만하다. 아이들하고 〈쿵후팬더〉를 200벌을 넘게 보기는 했으나, 〈쿵후팬더〉에 나오는 노래는 따로 안 듣는다. 〈포카혼타스〉나 〈울프워커스〉나 〈뮬란〉에 나오는 노래는 늘 듣는다. 바람과 나무와 바다와 숲과 새가 들려주는 가락이 바로 노래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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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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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5.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

 오늘 글·김연정 그림·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2023.5.15.



하루 내내 비가 온다. 사흘 해날이다가 다시 오는 비날에 나뭇잎도 풀잎도 쑥쑥 자란다. 한봄비는 자람비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작은아이하고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이야기한다. 아침에는 밥을 차리고, 낮에는 생각을 주고받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밥을 차리고는 일찍 곯아떨어진다.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을 곰곰이 읽는다. 일본 한자말 ‘인권’일 텐데, 우리말로 하자면 ‘사람빛·사람길’이라 할 만하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빛나거나, 사람으로서 걷는 길을 돌아본다면, 나하고 너는 다르면서 하나요, 서로 하늘빛을 품은 숨결이라는 대목을 알아야 한다. ‘나너우리’라는 얼거리를 안 보거나 등지거나 놓친다면, 사람답게 살림하는 사랑을 안 배우거나 내친다고 느낀다. 어린이를 안 살피는 사람은 ‘어른 아닌 늙은 꼰대’이다. “안 살핀다”라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를 깎아내리거나 괴롭히는 짓도 “안 살핌”이요, 바보짓에 막말을 서슴지 않는 어린이를 나무라지 않거나 달래지 않거나 가르치지 않는 짓도 “안 살핌”이다. 어버이하고 멀리 떨어지거나 말을 거의 안 섞는 집이라면 아무런 “어린이 인권”도 “이웃사람 인권”도 안 쳐다보더라. 다들 어린이를 볼 틈이 없이 바쁜 듯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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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4.


《레이리 2》

 이와아키 히토시 글·무로이 다이스케 그림/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9.1.17.



해날보다는 구름날로 흐르는 하루이다. 구름결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작은아이가 집안일에 마음을 기울이도록 이끌려면 어떻게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아늑하면서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일까. 구름을 보다가 나무를 보고, 들풀을 보고, 봄꽃을 본다. 하늘을 가르는 새를 보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마음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북돋운다. 밤에는 비가 온다. 《레이리》는 언제쯤 뒷이야기를 마저 볼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한글판은 석걸음에서 멈추는데, 일본판은 이미 2019년에 여섯걸음까지 나왔다. 칼부림이나 막짓을 서슴없이 보여주는데, 왜 이렇게 그려야 하나 하고 곱씹자면, 이미 ‘우두머리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는 칼부림하고 막짓이 아무렇지 않게 춤춘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매한가지이다. 힘을 부리는 이들 손가락짓 하나로 숱한 사람들 목숨이 날아가고, 여러 마을이 불탔고, 들숲바다가 사라졌다. ‘그 자리’는 누가 서든지 사람다움을 잊은 채 사랑스러움을 잃는 굴레이니, 이런 발자취와 민낯을 어제뿐 아니라 오늘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또한 ‘그 자리’는 아예 마음에 담지도 않으면서 수수하게 하루를 짓는 사람들은 늘 사람다우면서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岩明均 #レイリ #室井大資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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